‘돈 되는 건 다 판다’ 재계 매각전 막전막후

실탄 쌓아두고 군살은 도려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코로나19 여파로 재계 내 매각 소식이 줄을 잇는다.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등 고정자산을 비롯해 사업성이 저하된 종목들이 그 대상으로 꼽힌다.
 

CJ푸드빌은 코로나19 후폭풍으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업계 안팎 상황이 악화일로에 빠졌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외식 문화가 직격탄을 받은 점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성필 CJ푸드빌 대표이사 명의로 지난 3월31일 ‘생존을 위한 자구안’이 발표됐는데 이는 외식업계 최초다. 

CJ푸드빌

정 대표는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CJ푸드빌은 경영 정상화로 판단되기 전까지 신규 투자를 전면 봉쇄한다. 외식업 특성상 안전·위생 관련 불가피한 투자만 제외된다. 자구안은 크게 고정자산 매각, 신규투자 동결, 지출억제 극대화, 경영진 급여 반납, 신규 매장 출점 보류 등으로 나뉜다.

일례로 가맹점 리뉴얼 시 투자지원금을 법정 기준에 맞춘다. 그간 CJ푸드빌은 상생 강화 차원서 법정 기준 이상의 지원금을 제공한 바 있다.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베이커리(뚜레쥬르)서도 새로운 BI(Brand Identity) 확산을 자제하기로 했다.


재무건전성 확보의 연장선으로 지출 억제 조치도 단행될 전망이다. 현금 흐름 강화를 위해 채권·채무 관리와 현금 지출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특히 수익성이 낮은 외식사업 매장에 ‘메스’를 댄다. 매장을 찾는 고객이 급감하는 상황서 임대료 부담까지 더해지는 경우, 임대인 측에 지원을 촉구할 계획이다.

회사 임원들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동참한다. 올해 상반기까지 대표이사와 임원 및 조직장들은 급여 일부를 반납할 예정이다. 해당 안에는 임직원들이 다음 달까지 최소 1주 이상 자율 무급휴직을 하는 경우도 포함시켰다.

CJ푸드빌이 자구책을 강구하면서 매각설이 고개를 드는 형국이다. CJ푸드빌은 지난해 알짜사업으로 평가받던 투썸플레이스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매각한 바 있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8903억원 매출액을 기록했다. 직전년도에 비해 15.5%가량 하락한 수치다. 다만 영업손실은 400억원대에서 39억원으로 줄었고, 순손실은 1267억원 순이익으로 전환됐다.

현대HCN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 현대HCN 케이블TV 사업 매각을 진행 중이다. 그룹은 지난 3월30일, 현대HCN을 분할한다고 공시했다. 현대HCN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다. 회사는 방송·통신사업 부문을 따로 뗀 현대퓨처넷(존속법인)과 현대HCN(신설법인)으로 나뉜다.

현대퓨처넷이 신설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형식이다. 현대퓨처넷은 상장사로 남지만 현대HCN은 비상장사가 된다. 분할 기일은 오는 11월1일이다.


회사는 신설법인 현대HCN과 현대퓨처넷 100% 자회사 현대미디어 지분 매각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른바 구조개선 방안이다. 지분 매각 등은 이달 안에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정부 인허가 문제로 매각에 제동이 걸리거나 지연되는 등 차질이 발생할 경우 매각은 철회될 방침이다. 반대로 지분 매각이 성사된다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상당한 ‘실탄’을 보유하게 된다.

코로나19 여파 기업마다 생존 자구안
부진한 사업 정리…질적 성장에 초점 


매각은 업계 상황이 변화에 직면하면서 힘을 얻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부터 유료방송시장은 IPTV(인터넷TV)를 중심으로 ‘재편 물살’을 탔다. 이동통신사들의 IPTV가 확대되면서 기존 케이블TV 점유율은 점차 하락하는 국면이다. 결국 성장 가능성에 착안했다는 해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료방송 점유율 1위는 31.31%의 KT 계열(KT·KT스카이라이프)이다. 2위는 24.72%의 LG유플러스·LG헬로비전, 3위는 24.03%의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등이다. 이어 딜라이브 6.09%, CMB 4.73%, 현대HCN 4.07%, 기타 5.05% 순이다.

이마트

이마트는 마곡부지를 8000억원에 매각했다. 회사는 지난달 25일 ‘서울시 마곡동 CP4구역 업무용지’를 8158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사측은 처분 목적을 ‘재무건정성 및 투자재원 확보’라고 공시했다.

지난 2013년 이마트는 SH(서울주택도시공사)로부터 2430억원에 해당 부지를 사들였다. 당시 스타필드가 입주할 예정이었지만 계획은 취소됐다.

이마트는 코로나19 여파와 함께 전통 유통업 시장이 축소되자 현금을 확보하고 온라인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13개 지점을 모두 9500여억원에 처분한 바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19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67.44% 감소한 1506억원에 그쳤다. 순이익은 2238억원을 기록했지만 이 역시 절반 넘게 줄어든 수치다.

롯데쇼핑

롯데쇼핑은 단계적 구조조정 절차에 진입했다. 회사는 자구책 방안으로 전국 700여개 오프라인 점포(백화점, 마트, 슈퍼, 롭스 등) 가운데 30%를 폐점 중이다. 대상 매장은 모두 200여개에 달한다.

롯데쇼핑은 해외 이커머스 사업을 하나둘 정리하고 있다. 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아이롯데닷컴 매각을 추진 중이다. 아이롯데닷컴은 지난 2017년 인도네시아 살림그룹과 합작 설립한 법인이다. 롯데쇼핑은 살림그룹에 보유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정리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2016년 출시된 롯데닷브이엔을 지난 1월 종료했다. 롯데닷브이엔은 롯데쇼핑이 베트남에 진출해 진행하던 해외 이커머스 사업 중 하나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연결 기준 17조원 매출을 기록했는데 직전년도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8% 감소한 4279억원이었다. 순손실은 무려 80% 이상 늘어난 840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한진그룹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휴자산인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동시에 비주력사업인 왕산마리나 매각도 함께 계획했다. 대한항공은 연내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송현동 부지는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소재한 땅으로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2월 제시한 ‘비전2023’을 통해 매각을 밝힌 바 있다. 인천시 중구 을왕동에 위치한 왕산마리나 운영사 왕산레저개발 지분 매각을 추진하게 된다.

부동산도 대상…현금 확보 주력
지난해 이어 올해도 실적 ‘깜깜’

한진그룹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추가 매각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그룹 핵심사 대한항공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900%에 달한다. 경영권 분쟁 과정서 KCGI는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공격하기도 했다.

LCD(액정표시장치) 사업도 속속 정리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4분기에 충남 아산 사업장과 중국 쑤저우 대형 LCD 라인 폐쇄 계획을 밝혔다. LCD사업 30년 만에 철수하게 되는 셈이다.

지난해 1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LG디스플레이는 비상 경영체제에 나서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사업성 악화로 관련 사업을 축소할 계획이다. 지난 1월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는 올해 연말까지 국내 LCD TV용 라인을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업 재편


롯데케미칼은 업황 악화로 울산공장과 파키스탄 공장 일부 공정을 가동 중단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연결 기준 15조원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8389억원 감소했고, 순이익은 절반 넘게 주저앉았다. 특히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86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됐다.

정유·화학 업계의 부진은 비단 롯데케미칼만 해당하지 않는다. 앞서 SK종합화학은 SK울산콤플렉스 내 나프타분해 공정과 합성고무 제조공정을 올해 12월 중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K종합화학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9%, 31%가량 하락했다.
 

<kjs0814@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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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