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김희애의 ‘불륜의 역사’

불륜극을 명작으로 ‘특급 배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불륜’ 소재는 국내 드라마 중 하나의 장르가 됐다. 아침, 저녁,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하면,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사용됐다. 그런데 배우 김희애가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는 확 바뀐다. 불륜극은 ‘명품’으로 불리며, 장르도 ‘격정 멜로’가 된다. 김희애의 우아함은 불륜마저 아름답게 포장한다. 그렇게 불륜 소재의 드라마는 김희애의 우아함에 기대어, 세련미를 갖게 됐다. SBS <내 남자의 여자>부터 JTBC <부부의 세계>까지 우아한 김희애가 걸어온 ‘불륜의 역사’를 짚어봤다.
 

▲ ▲ 탤런트 김희애 ⓒJTBC

김희애는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일찍이 인정받았다. <내 사랑 짱구>로 데뷔한 이후 200: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KBS <여심>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그 이후로 김희애는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명품배우

MBC <아들과 딸> <산 너머 저쪽> <폭풍의 계절> <사랑과 결혼> 등 박진숙, 정하연, 정성주 등 당대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들이 그를 찾았다. SBS <완전한 사랑>으로 김수현 작가와 만난 뒤 KBS2 <부모님 전상서>까지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2000년대 초반으로만 한정해도 김희애의 대표작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김희애와 불륜과의 만남은 실제 자녀를 키우는 ‘육아에 중독’서 벗어난 2007년부터 시작된다. 단아한 머리를 화려하게 볶아버리고, 속옷 업체들이 환호할만한 스타일링을 선보인 SBS <내 남자의 여자>가 그 신호탄이다. 

극중 김희애가 맡은 화영은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을 빼앗는다. 화려하고 이기적인 화영 역의 김희애의 얼굴은 ‘놓치지 않을 거예요’를 속삭이는 화장품 광고 속 모습과 동떨어져 있다. 천사표 아내이자 엄마, 인생 자체가 천사였던 지수(배종옥 분)의 삶을 갈아먹었던 화영으로 김희애는 우아함이라는 틀에서 벗어난다. 


<내 남자의 여자> 이후 5년 뒤 김희애는 다시 한 번 불륜 소재의 드라마에 뛰어든다. <하얀거탑>을 연출한 안판석 감독의 연출작인 <아내의 자격>이다.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한 대치동 주부가 우연히 만난 치과의사(이성재 분)분)이자 자식식이 다니는 학원의 원장 남편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담긴 작품이다. 

기존의 단아한 이미지는 유지하지만, 새로운 사랑으로 나아가는 서래(김희애 분)의 모습은 거침없다.

오랫동안 한 이불을 덮고 살아온 남편 상진(장현성 분)에게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건, 당신 같은 사람한테 좋은 아내가 되려고 애썼다는 거야”라고 일침을 가한다. 불륜을 저지른 김희애를 통해 사회로부터 올바름을 강요당한 40대 여성의 울분이 토해진다. 비록 시청률은 3%대로 낮은 편이었지만, 작품성서 성과가 있었다.

아쉬웠던 탓일까. 2년 뒤 김희애는 JTBC <밀회>를 통해 안판석 감독과 재회한다. 실제로도 무려 20세 연하인 유아인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김희애 분)이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살아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와 음악적 교감을 통해 애틋한 사랑으로 번지는 이야기다.

파격적인 설정을 시선을 끈 이 드라마는 상류층 사람들의 추악한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스스로를 ‘우아한 노비’라 부르면서 상류층 세상서 살아남고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혜원이 비록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선재를 통해 노비로부터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내용이다. 

아울러 드라마 종영 이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서 거론되는 이름 또는 병원 업체명이 소름 끼치도록 똑같고, 상황도 맞아떨어지면서 <밀회>는 명품 드라마의 수준을 넘어 ‘사회 부조리를 들춘 다큐멘터리’라는 평가까지 나아갔다. 
 

▲ ▲ 부부의 세계 ⓒJTBC

그리고 6년 만에 <부부의 세계>로 불륜 앞에 놓였다. 언제나 사랑의 중심에 서 있었던 김희애는 이번만큼은 불륜을 저지른 남편의 아내로 등장한다. 이 역시도 일반적인 불륜극과 궤를 달리한다.  

대표작 고르기 힘든 필모그래피
과감한 결단, 끊임없이 변주하다 

직장과 가정,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여겼던 지선우(김희애 분)가 남편은 물론 친구로 믿었던 사람들마저 자신을 속인 것을 알게 된 이야기다. 

<부부의 세계>는 피해자가 불륜을 저지르는 것까지 아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불륜극의 공식을 깬다. 지선우는 단 2화 만에 모든 것을 알아차린다. 차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고, 숨을 죽이며 진짜 복수를 위해 칼을 간다. 마치 조선시대 부모의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을 복수하기 위해 때를 기다린 연산군이나 정조를 다룬 궁중 정치극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지선우가 불륜 사실을 모를 것이라 생각해 진찰을 받는다는 핑계로 도발하려 했던 내연녀 여다경(한소희 분)과의 ‘진료실 시퀀스’는 강렬한 서스펜스가 있었다. 

불륜 사실을 알 뿐 아니라, 여다경의 도발적인 발언의 의미도 이해하고, 심지어 내연녀가 남편의 아이까지 임신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기꺼이 참아내는 김희애의 얼굴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김희애와는 사뭇 달랐다. 더 깊고, 복잡했다.

사랑하는 아이와 자신을 속이고 다른 여성과 사랑을 나눈 남편, 남편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이 모두 ‘배신의 공모자’였다는 사실 등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지선우는 김희애의 얼굴을 통해 역대급 캐릭터로 진화 중이다. 

<부부의 세계>가 비록 초반부이기는 하나 반응은 심상치 않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 11시라는 늦은 시간에 방영했음에도 단 2회 만에 10%(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미스틱>으로 증명한 모완일 PD의 섬세한 연출력, 주현 작가의 소위 ‘뼈 때리는’ 대사들, 박해준, 박선영, 김영민, 채숙희와 같은 실력파 배우들의 공도 있겠지만, 결국 <부부의 세계>의 화자이자 수많은 감정 신을 노련하게 풀어내는 김희애의 역량이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 요소다. 
 

▲ ▲▲ ⓒ리틀빅픽쳐스

최근까지만 해도 김희애의 연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쪼’(습관)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감정 연기를 할 때 드러나는 약간의 과잉감정이 TV를 통해 전달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출중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지만, 언뜻 의아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서의 김희애는 철저히 다르다. 과잉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차오르는 분노를 꾹꾹 억누르는 데도 불구하고 모든 장면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37년 경력의 그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서스펜스


데뷔 이후 언제나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김희애지만, 작품 행보는 이름값에 국한되지 않는다. <허스토리> <윤희에게>와 같은 저예산 영화에 기꺼이 참여한다. 억센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하며, 퀴어 장르에도 손을 뻗친다. 제자리걸음만 해도 아름다운 포지션을 점하는 김희애는 연기자로서 변주하는 데 멈춤이 없다. 매번 과감한 선택을 내리고 그 이상의 결과물을 만드는 김희애. 배우로서 특급 대우를 받는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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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