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김희애의 ‘불륜의 역사’

불륜극을 명작으로 ‘특급 배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불륜’ 소재는 국내 드라마 중 하나의 장르가 됐다. 아침, 저녁,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하면,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사용됐다. 그런데 배우 김희애가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는 확 바뀐다. 불륜극은 ‘명품’으로 불리며, 장르도 ‘격정 멜로’가 된다. 김희애의 우아함은 불륜마저 아름답게 포장한다. 그렇게 불륜 소재의 드라마는 김희애의 우아함에 기대어, 세련미를 갖게 됐다. SBS <내 남자의 여자>부터 JTBC <부부의 세계>까지 우아한 김희애가 걸어온 ‘불륜의 역사’를 짚어봤다.
 

▲ ▲ 탤런트 김희애 ⓒJTBC

김희애는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일찍이 인정받았다. <내 사랑 짱구>로 데뷔한 이후 200: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KBS <여심>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그 이후로 김희애는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명품배우

MBC <아들과 딸> <산 너머 저쪽> <폭풍의 계절> <사랑과 결혼> 등 박진숙, 정하연, 정성주 등 당대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들이 그를 찾았다. SBS <완전한 사랑>으로 김수현 작가와 만난 뒤 KBS2 <부모님 전상서>까지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2000년대 초반으로만 한정해도 김희애의 대표작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김희애와 불륜과의 만남은 실제 자녀를 키우는 ‘육아에 중독’서 벗어난 2007년부터 시작된다. 단아한 머리를 화려하게 볶아버리고, 속옷 업체들이 환호할만한 스타일링을 선보인 SBS <내 남자의 여자>가 그 신호탄이다. 

극중 김희애가 맡은 화영은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을 빼앗는다. 화려하고 이기적인 화영 역의 김희애의 얼굴은 ‘놓치지 않을 거예요’를 속삭이는 화장품 광고 속 모습과 동떨어져 있다. 천사표 아내이자 엄마, 인생 자체가 천사였던 지수(배종옥 분)의 삶을 갈아먹었던 화영으로 김희애는 우아함이라는 틀에서 벗어난다. 


<내 남자의 여자> 이후 5년 뒤 김희애는 다시 한 번 불륜 소재의 드라마에 뛰어든다. <하얀거탑>을 연출한 안판석 감독의 연출작인 <아내의 자격>이다.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한 대치동 주부가 우연히 만난 치과의사(이성재 분)분)이자 자식식이 다니는 학원의 원장 남편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담긴 작품이다. 

기존의 단아한 이미지는 유지하지만, 새로운 사랑으로 나아가는 서래(김희애 분)의 모습은 거침없다.

오랫동안 한 이불을 덮고 살아온 남편 상진(장현성 분)에게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건, 당신 같은 사람한테 좋은 아내가 되려고 애썼다는 거야”라고 일침을 가한다. 불륜을 저지른 김희애를 통해 사회로부터 올바름을 강요당한 40대 여성의 울분이 토해진다. 비록 시청률은 3%대로 낮은 편이었지만, 작품성서 성과가 있었다.

아쉬웠던 탓일까. 2년 뒤 김희애는 JTBC <밀회>를 통해 안판석 감독과 재회한다. 실제로도 무려 20세 연하인 유아인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김희애 분)이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살아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와 음악적 교감을 통해 애틋한 사랑으로 번지는 이야기다.

파격적인 설정을 시선을 끈 이 드라마는 상류층 사람들의 추악한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스스로를 ‘우아한 노비’라 부르면서 상류층 세상서 살아남고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혜원이 비록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선재를 통해 노비로부터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내용이다. 

아울러 드라마 종영 이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서 거론되는 이름 또는 병원 업체명이 소름 끼치도록 똑같고, 상황도 맞아떨어지면서 <밀회>는 명품 드라마의 수준을 넘어 ‘사회 부조리를 들춘 다큐멘터리’라는 평가까지 나아갔다. 
 

▲ ▲ 부부의 세계 ⓒJTBC

그리고 6년 만에 <부부의 세계>로 불륜 앞에 놓였다. 언제나 사랑의 중심에 서 있었던 김희애는 이번만큼은 불륜을 저지른 남편의 아내로 등장한다. 이 역시도 일반적인 불륜극과 궤를 달리한다.  

대표작 고르기 힘든 필모그래피
과감한 결단, 끊임없이 변주하다 

직장과 가정,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여겼던 지선우(김희애 분)가 남편은 물론 친구로 믿었던 사람들마저 자신을 속인 것을 알게 된 이야기다. 

<부부의 세계>는 피해자가 불륜을 저지르는 것까지 아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불륜극의 공식을 깬다. 지선우는 단 2화 만에 모든 것을 알아차린다. 차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고, 숨을 죽이며 진짜 복수를 위해 칼을 간다. 마치 조선시대 부모의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을 복수하기 위해 때를 기다린 연산군이나 정조를 다룬 궁중 정치극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지선우가 불륜 사실을 모를 것이라 생각해 진찰을 받는다는 핑계로 도발하려 했던 내연녀 여다경(한소희 분)과의 ‘진료실 시퀀스’는 강렬한 서스펜스가 있었다. 

불륜 사실을 알 뿐 아니라, 여다경의 도발적인 발언의 의미도 이해하고, 심지어 내연녀가 남편의 아이까지 임신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기꺼이 참아내는 김희애의 얼굴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김희애와는 사뭇 달랐다. 더 깊고, 복잡했다.

사랑하는 아이와 자신을 속이고 다른 여성과 사랑을 나눈 남편, 남편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이 모두 ‘배신의 공모자’였다는 사실 등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지선우는 김희애의 얼굴을 통해 역대급 캐릭터로 진화 중이다. 

<부부의 세계>가 비록 초반부이기는 하나 반응은 심상치 않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 11시라는 늦은 시간에 방영했음에도 단 2회 만에 10%(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미스틱>으로 증명한 모완일 PD의 섬세한 연출력, 주현 작가의 소위 ‘뼈 때리는’ 대사들, 박해준, 박선영, 김영민, 채숙희와 같은 실력파 배우들의 공도 있겠지만, 결국 <부부의 세계>의 화자이자 수많은 감정 신을 노련하게 풀어내는 김희애의 역량이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 요소다. 
 

▲ ▲▲ ⓒ리틀빅픽쳐스

최근까지만 해도 김희애의 연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쪼’(습관)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감정 연기를 할 때 드러나는 약간의 과잉감정이 TV를 통해 전달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출중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지만, 언뜻 의아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서의 김희애는 철저히 다르다. 과잉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차오르는 분노를 꾹꾹 억누르는 데도 불구하고 모든 장면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37년 경력의 그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서스펜스


데뷔 이후 언제나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김희애지만, 작품 행보는 이름값에 국한되지 않는다. <허스토리> <윤희에게>와 같은 저예산 영화에 기꺼이 참여한다. 억센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하며, 퀴어 장르에도 손을 뻗친다. 제자리걸음만 해도 아름다운 포지션을 점하는 김희애는 연기자로서 변주하는 데 멈춤이 없다. 매번 과감한 선택을 내리고 그 이상의 결과물을 만드는 김희애. 배우로서 특급 대우를 받는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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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