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김희애의 ‘불륜의 역사’

불륜극을 명작으로 ‘특급 배우’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불륜’ 소재는 국내 드라마 중 하나의 장르가 됐다. 아침, 저녁, 주말을 가리지 않는다. 출생의 비밀까지 등장하면, 지저분한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다. 지긋지긋할 정도로 사용됐다. 그런데 배우 김희애가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는 확 바뀐다. 불륜극은 ‘명품’으로 불리며, 장르도 ‘격정 멜로’가 된다. 김희애의 우아함은 불륜마저 아름답게 포장한다. 그렇게 불륜 소재의 드라마는 김희애의 우아함에 기대어, 세련미를 갖게 됐다. SBS <내 남자의 여자>부터 JTBC <부부의 세계>까지 우아한 김희애가 걸어온 ‘불륜의 역사’를 짚어봤다.
 

▲ ▲ 탤런트 김희애 ⓒJTBC

김희애는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일찍이 인정받았다. <내 사랑 짱구>로 데뷔한 이후 200: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KBS <여심>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받았다. 그 이후로 김희애는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명품배우

MBC <아들과 딸> <산 너머 저쪽> <폭풍의 계절> <사랑과 결혼> 등 박진숙, 정하연, 정성주 등 당대 필력을 인정받은 작가들이 그를 찾았다. SBS <완전한 사랑>으로 김수현 작가와 만난 뒤 KBS2 <부모님 전상서>까지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2000년대 초반으로만 한정해도 김희애의 대표작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김희애와 불륜과의 만남은 실제 자녀를 키우는 ‘육아에 중독’서 벗어난 2007년부터 시작된다. 단아한 머리를 화려하게 볶아버리고, 속옷 업체들이 환호할만한 스타일링을 선보인 SBS <내 남자의 여자>가 그 신호탄이다. 

극중 김희애가 맡은 화영은 가장 친한 친구의 남편을 빼앗는다. 화려하고 이기적인 화영 역의 김희애의 얼굴은 ‘놓치지 않을 거예요’를 속삭이는 화장품 광고 속 모습과 동떨어져 있다. 천사표 아내이자 엄마, 인생 자체가 천사였던 지수(배종옥 분)의 삶을 갈아먹었던 화영으로 김희애는 우아함이라는 틀에서 벗어난다. 


<내 남자의 여자> 이후 5년 뒤 김희애는 다시 한 번 불륜 소재의 드라마에 뛰어든다. <하얀거탑>을 연출한 안판석 감독의 연출작인 <아내의 자격>이다.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한 대치동 주부가 우연히 만난 치과의사(이성재 분)분)이자 자식식이 다니는 학원의 원장 남편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이 담긴 작품이다. 

기존의 단아한 이미지는 유지하지만, 새로운 사랑으로 나아가는 서래(김희애 분)의 모습은 거침없다.

오랫동안 한 이불을 덮고 살아온 남편 상진(장현성 분)에게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건, 당신 같은 사람한테 좋은 아내가 되려고 애썼다는 거야”라고 일침을 가한다. 불륜을 저지른 김희애를 통해 사회로부터 올바름을 강요당한 40대 여성의 울분이 토해진다. 비록 시청률은 3%대로 낮은 편이었지만, 작품성서 성과가 있었다.

아쉬웠던 탓일까. 2년 뒤 김희애는 JTBC <밀회>를 통해 안판석 감독과 재회한다. 실제로도 무려 20세 연하인 유아인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김희애 분)이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살아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와 음악적 교감을 통해 애틋한 사랑으로 번지는 이야기다.

파격적인 설정을 시선을 끈 이 드라마는 상류층 사람들의 추악한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스스로를 ‘우아한 노비’라 부르면서 상류층 세상서 살아남고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혜원이 비록 가난하지만 자유로운 영혼으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선재를 통해 노비로부터 벗어나 자유인이 되는 내용이다. 

아울러 드라마 종영 이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서 거론되는 이름 또는 병원 업체명이 소름 끼치도록 똑같고, 상황도 맞아떨어지면서 <밀회>는 명품 드라마의 수준을 넘어 ‘사회 부조리를 들춘 다큐멘터리’라는 평가까지 나아갔다. 
 

▲ ▲ 부부의 세계 ⓒJTBC

그리고 6년 만에 <부부의 세계>로 불륜 앞에 놓였다. 언제나 사랑의 중심에 서 있었던 김희애는 이번만큼은 불륜을 저지른 남편의 아내로 등장한다. 이 역시도 일반적인 불륜극과 궤를 달리한다.  

대표작 고르기 힘든 필모그래피
과감한 결단, 끊임없이 변주하다 

직장과 가정,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여겼던 지선우(김희애 분)가 남편은 물론 친구로 믿었던 사람들마저 자신을 속인 것을 알게 된 이야기다. 

<부부의 세계>는 피해자가 불륜을 저지르는 것까지 아는 데 꽤 많은 시간을 소요하는 불륜극의 공식을 깬다. 지선우는 단 2화 만에 모든 것을 알아차린다. 차오르는 분노를 억제하고, 숨을 죽이며 진짜 복수를 위해 칼을 간다. 마치 조선시대 부모의 죽음과 관련된 인물들을 복수하기 위해 때를 기다린 연산군이나 정조를 다룬 궁중 정치극과도 맞닿아 있다. 

특히 지선우가 불륜 사실을 모를 것이라 생각해 진찰을 받는다는 핑계로 도발하려 했던 내연녀 여다경(한소희 분)과의 ‘진료실 시퀀스’는 강렬한 서스펜스가 있었다. 

불륜 사실을 알 뿐 아니라, 여다경의 도발적인 발언의 의미도 이해하고, 심지어 내연녀가 남편의 아이까지 임신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기꺼이 참아내는 김희애의 얼굴은 우리가 알고 있었던 김희애와는 사뭇 달랐다. 더 깊고, 복잡했다.

사랑하는 아이와 자신을 속이고 다른 여성과 사랑을 나눈 남편, 남편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이 모두 ‘배신의 공모자’였다는 사실 등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지선우는 김희애의 얼굴을 통해 역대급 캐릭터로 진화 중이다. 

<부부의 세계>가 비록 초반부이기는 하나 반응은 심상치 않다. 금요일과 토요일 밤 11시라는 늦은 시간에 방영했음에도 단 2회 만에 10%(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했다.

JTBC <미스틱>으로 증명한 모완일 PD의 섬세한 연출력, 주현 작가의 소위 ‘뼈 때리는’ 대사들, 박해준, 박선영, 김영민, 채숙희와 같은 실력파 배우들의 공도 있겠지만, 결국 <부부의 세계>의 화자이자 수많은 감정 신을 노련하게 풀어내는 김희애의 역량이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끈 핵심 요소다. 
 

▲ ▲▲ ⓒ리틀빅픽쳐스

최근까지만 해도 김희애의 연기를 두고 일각에서는 ‘쪼’(습관)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감정 연기를 할 때 드러나는 약간의 과잉감정이 TV를 통해 전달되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출중한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지만, 언뜻 의아한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부부의 세계>서의 김희애는 철저히 다르다. 과잉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차오르는 분노를 꾹꾹 억누르는 데도 불구하고 모든 장면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37년 경력의 그는 여전히 발전하고 있다. 

서스펜스


데뷔 이후 언제나 최고의 위치에 있었던 김희애지만, 작품 행보는 이름값에 국한되지 않는다. <허스토리> <윤희에게>와 같은 저예산 영화에 기꺼이 참여한다. 억센 성격의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하며, 퀴어 장르에도 손을 뻗친다. 제자리걸음만 해도 아름다운 포지션을 점하는 김희애는 연기자로서 변주하는 데 멈춤이 없다. 매번 과감한 선택을 내리고 그 이상의 결과물을 만드는 김희애. 배우로서 특급 대우를 받는 이유이지 않을까.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