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연대’ 조주빈과 공범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30 14:31:49
  • 호수 12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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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잡아 성노예처럼…주도면밀 짬짜미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른바 N번방은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에 비밀 대화방을 개설해 성 착취 영상을 불법으로 제작한 뒤 돈을 받고 배포한 성범죄 사건이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25일, 결국 포토라인에 섰다. <일요시사>는 조주빈을 비롯한 관련 인물들을 추려봤다.
 

N번방 사건으로 온 나라가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이 사건은 텔레그램에 비밀 대화방을 만들고 미성년자 및 여성의 성 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사건이다. 주범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됐다. 조주빈과 공범들에 대해 파헤쳐봤다.

박사 조주빈

조주빈은 주로 불법 사이트를 통해 고액 알바를 미끼로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신상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 박사방 피해자 가운데에는 한 가수의 팬클럽 커뮤니티 회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점이 될 만한 개인정보를 모은 뒤 “내가 너의 정보를 알고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얼굴 사진, 춤 동영상 등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모은 영상은 피해자들의 또 다른 약점이 됐고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가해자들은 “이것만 하면 탈출시켜 주겠다”고 약속하며 피해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했다. 익히 알려진 가학적인 영상들은 이 과정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창시자 갓갓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대화방서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시초격인 N번방은 ‘갓갓’이란 닉네임을 쓰는 인물이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당시 이런 대화방을 1∼8번까지 만들었다고 해서 N번방이라고 불렀다. 피해자는 주로 미성년자였으며,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지칭하면서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협박했다. 

범죄 대상을 찾는 주 활동 범위는 트위터였다. 주 범행 대상은 트위터에서 자신의 신체 일부 사진을 올리는 미성년자들로 이들의 계정을 해킹해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부모에게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하는 방식이었다.    

갓갓은 지난해 2월 N번방 권한을 모두 ‘와치맨’에게 넘기고 텔레그램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갓갓을 검거하지 못한 상태서 조주빈을 검거한 사례가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경찰 수사에 난항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당한 지능범으로 알려진 갓갓이 좁혀지는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각종 증거 인멸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갓갓과 관련한 수사 상황 공개를 꺼리는 배경 중 하나다.

피해자 절박한 이용 협박
“부모에게 알리겠다” 엄포

이들 운영자 가운데 현재 갓갓만 유일하게 경찰에 붙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여러 지방경찰청이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지난 16일 조주빈이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수사가 꽤 진행된 반면 갓갓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10대 후반 내지는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갓갓은 현재 경북지방경찰청이 추적 중이다.

갓갓이 체포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최근에는 그가 복귀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와치맨에 따르면 갓갓은 고등학생이라고 했다. 갓갓의 복귀를 말하는 이들은 그가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텔레그램에 복귀해 N번방을 다시 운영한다고 했지만 현재까진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다.

설계자 와치맨


갓갓이 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았던 인물은 와치맨 전모(38·회사원)씨로 밝혀졌다. 전씨는 그간 N번방의 창시자 갓갓으로부터 텔레그램 비밀방을 승계해 운영한 인물이자,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보다 이 바닥서 먼저 이름을 떨친 인물 정도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경찰의 시각은 달랐다.

경찰 관계자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와치맨은 단순히 갓갓의 하수인 내지는 매니저로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와치맨은 텔레그램 성 착취 영상에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인물이다.(순서로 따지자면)와치맨이 먼저고, 갓갓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인터넷 사이트 중심으로 이뤄졌던 불법 성 착취 영상의 유통 체계를 텔레그램이라는 수면 밑 세계로 끌어내린 일종의 설계자라는 것이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전씨는 지난해 9월 경찰에 구속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전씨는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달 중순 검찰이 구형할 때까지 5개월 동안 10번 넘게 반성문을 작성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인터넷 사이트나 웹하드를 중심으로 유통되던 각종 성 착취 영상들은 경찰 단속을 피해 트위터 등 SNS로 옮겨갔다가, 더 은밀한 공간인 텔레그램으로 스며들었다. 텔레그램 비밀방은 특성상 ‘아는 사람’만 입장이 가능한데, 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활성화를 시킨 것이 바로 전씨라는 설명이다.

전씨의 첫 번째 범행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씨는 지난 2016년 8월29일부터 2017년 5월18일까지 트위터 계정에 여성의 노출 사진을 167장 올렸다.

집행유예 기간에도 음란물 공유
유사한 수법 이용해 동영상 제작

이에 그치지 않고 각 가정에 설치된 IP 카메라로 여성을 훔쳐보기도 했다. IP 카메라를 설치할 때 초기값으로 지정된 관리자 페이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람들이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였다. 전씨는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 IP 카메라 관리자 페이지에 78번 접속해 여성들을 훔쳐봤고, 340번 접속을 시도해 실패하기도 했다.

결국 전씨는 이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8년 6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 명령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여성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여성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게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범행으로 성관계 장면이나 노출이 심한 사진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전씨는 1심이 그대로 확정돼 2021년까지가 집행유예 기간이었지만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해 4월부터 6개월 동안 인터넷에 음란사이트를 만들어 성 착취 영상 등과 경찰의 음란물 단속을 피하는 법, 경찰의 단속 동향 등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기간 텔레그램에서는 ‘고담방’ 등 대화방 4개를 만들어 여성 나체 사진과 동영상 1만1297건을 전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씨는 음란사이트 운영 혐의로 지난해 9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체포돼 구속됐다. 이 혐의가 지난해 10월 먼저 기소됐고, 텔레그램 N번방 운영 혐의는 강원지방경찰청서 수사해 올해 2월 추가 기소했다. 


후계자 켈리

지난 25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아 음란물을 재판매해 25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켈리’인 신모(32)씨를 구속했다. 신모씨는 2018년 1월부터 그해 8월 말까지 경기 오산시 자신의 집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9만1890여개를 저장해 이 가운데 2590여개를 판 혐의를 받았다.

신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각 3년간의 취업 제한 명령을 받았다. 
 

법원은 신씨가 음란물 판매로 얻은 이익금 2397만원도 추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대량으로 소지하고, 수사기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한 행위는 죄질이 중하다. 하지만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씨가 최근 비판을 받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시초인 N번방을 운영한 핵심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는 당시 켈리라는 닉네임으로 N번방을 운영했다.

그동안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은 운영자는 와치맨(전모씨)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잘못된 사실이고 신씨가 N번방을 물려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신모씨는 이전에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로리대장태범

강원지방경찰청은 갓갓과 유사한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일당 5명을 붙잡아 10대 후반의 주범 등 4명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성 착취 영상물 제작·유통)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0대 후반인 주범의 닉네임은 ‘로리대장태범’으로 아동 성 착취 동영상 76편을 제작, 이 중 일부 음란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여중생 3명으로, 피싱 사이트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성 착취 영상을 찍은 뒤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로리대장태범이 갓갓의 N번방을 모방해 조주빈과 유사한 수법의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로리대장태범은 지난해 11월 갓갓이 잠적한 이후 N번방과 유사한 제2의 N번방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하는 등 프로젝트 N이라는 명칭으로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의 성 착취 동영상 제작과 음란물 유포는 지난해 11월 경찰에 덜미가 잡히면서 중단됐다.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주빈의 공범 의혹을 받는 현직 공무원은 경남 거제시청 소속 공무원 A(30)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A씨는 2016년 1월 임용된 거제시청 8급 공무원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공판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부터 A씨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다. A씨는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지난 1월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성 여러 명을 상대로 성 착취 영상을 제작, 유포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애초 조주빈에게 돈을 주고 동영상을 받아보는 유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이후 회원 모집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함께 근무했던 거제시의 다른 공무원들은 “구속된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에 연루됐는지 몰랐다”며 “평소 말도 없고 내성적이어서 무던하게 일을 했는데 이런 사건에 연루됐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조력자 공무원

지난 25일 거제시와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10일경 A씨가 서울에 경찰조사를 받으러 간 뒤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틀 뒤쯤 거제시 관계자가 A씨 부모에게 전화한 뒤 구속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거제시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A씨가 형사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사실을 통보 받고 직위해제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11월 초에 서울서 형사 2명이 내려왔고, 며칠 뒤 A씨가 경찰에 출석했지만 구속되지 않고 다시 출근해 1월에 다시 경찰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우리는 큰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감사실서 A씨와 관련한 경찰 문서를 보니 ‘동영상 관련’이라고 적혀 있어서 불법 동영상을 유포한 것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재판을 통해 A씨의 유죄가 확정되면 파면이나 해임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잡초 같은’ 음란물 성지 계보 
소라넷, AV스눕, 빨간방…

과거에도 N번방과 음란물 관련 범죄는 존재했다.

소라넷은 몰카, 보복성 불법 촬영물, 집단 성관계 영상 등 불법음란물을 공유하던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였다. 1999년 개설된 이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회원 수만 100만여명. 2016년 6월6일 폐쇄되기 전까지 이곳은 17년간 음란물의 ‘성지’로 통했다. 이용자들은 익명의 불특정 다수로, 소라넷 접속을 위한 IP주소가 공지된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한 인원은 10만명이 넘었다.

소라넷이 위기를 맞자 AV스눕이 제2의 소라넷으로 급부상했다. AV와 SNOOP(염탐꾼)의 합성어를 뜻하는 이 사이트는 회원수가 121만명에 미성년자 촬영물을 포함, 게시 음란물만 46만건에 달했다.

소라넷이 사라지자 절정기를 맞았다가 결국 경찰의 적발로 2017년 폐쇄됐다.

꿀밤은 2013년 소라넷을 본떠 만든 사이트다. 소라넷 폐쇄 후 회원 수가 42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꿀밤 운영자는 회원들을 상대로 총 5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음란 사진과 동영상 공모전을 진행했다. 회원들은 자신의 아내 또는 애인 사진까지 몰래 올리면서 자발적인 참여에 나섰다.

이후 카카오톡 단톡방서 음란물을 유포하는 이른바 ‘빨간방’이 생겼다. ‘평경장’으로 불리는 남성이 주도하는 빨간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평경장의 카카오톡 아이디에 말을 걸어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빨간방에 대해 알게 됐는지 그 경로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하고, 화면 인증을 거친 후 여성의 경우 상체를 탈의한 사진을 보내야 한다. 

이후 인증 절차가 끝난 후 평경장은 성비와 대화방 참여인원수를 고려해 빨간방 오픈채팅방 주소와 비밀번호를 보내준다. 또 입장과 동시에 갱뱅, 초대남 이벤트, 기프티콘 나눔, 프로젝트 등을 키워드 알람할 것을 지시한다. 

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여가부를 비롯해 수사기관이 N번방을 신종 범죄로 칭하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골든타임을 여러 번 지나치고도 책임을 피하려는 핑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라넷뿐 아니라 웹하드 카르텔, 다크웹, 카카오톡 ‘빨간방’ 등의 사건이 끊임없었다”며 “정부는 그때마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N번방 등장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N번방을 신종 디지털 범죄로 규정한 것에 대해 “10년 전에는 없었던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에서 발생한 범죄를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텔레그램 플랫폼 특성상 범죄자들의 범행 은폐·도주 속도가 이전의 디지털 성범죄자들에 비해 빨라졌다”며 “이 같은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계부처들이 협업하겠다”고 해명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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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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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