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연대’ 조주빈과 공범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30 14:31:49
  • 호수 12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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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 잡아 성노예처럼…주도면밀 짬짜미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이른바 N번방은 메신저 프로그램 텔레그램에 비밀 대화방을 개설해 성 착취 영상을 불법으로 제작한 뒤 돈을 받고 배포한 성범죄 사건이다.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 25일, 결국 포토라인에 섰다. <일요시사>는 조주빈을 비롯한 관련 인물들을 추려봤다.
 

N번방 사건으로 온 나라가 또 한 번 충격에 휩싸였다. 이 사건은 텔레그램에 비밀 대화방을 만들고 미성년자 및 여성의 성 착취 영상을 제작·유포한 사건이다. 주범 조주빈의 신상이 공개됐다. 조주빈과 공범들에 대해 파헤쳐봤다.

박사 조주빈

조주빈은 주로 불법 사이트를 통해 고액 알바를 미끼로 여성들에게 접근했다. 신상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면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도 마다하지 않았다. 실제 박사방 피해자 가운데에는 한 가수의 팬클럽 커뮤니티 회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점이 될 만한 개인정보를 모은 뒤 “내가 너의 정보를 알고 있으니 시키는 대로 하라”는 식이었다. 처음에는 얼굴 사진, 춤 동영상 등으로 시작했다. 이렇게 모은 영상은 피해자들의 또 다른 약점이 됐고 수위는 점차 높아졌다. 가해자들은 “이것만 하면 탈출시켜 주겠다”고 약속하며 피해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했다. 익히 알려진 가학적인 영상들은 이 과정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창시자 갓갓


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 대화방서 성 착취물을 제작 유포한 시초격인 N번방은 ‘갓갓’이란 닉네임을 쓰는 인물이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했다. 당시 이런 대화방을 1∼8번까지 만들었다고 해서 N번방이라고 불렀다. 피해자는 주로 미성년자였으며,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지칭하면서 음란물을 촬영하도록 협박했다. 

범죄 대상을 찾는 주 활동 범위는 트위터였다. 주 범행 대상은 트위터에서 자신의 신체 일부 사진을 올리는 미성년자들로 이들의 계정을 해킹해 개인정보를 수집한 뒤 부모에게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하는 방식이었다.    

갓갓은 지난해 2월 N번방 권한을 모두 ‘와치맨’에게 넘기고 텔레그램을 탈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갓갓을 검거하지 못한 상태서 조주빈을 검거한 사례가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서 경찰 수사에 난항이 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당한 지능범으로 알려진 갓갓이 좁혀지는 경찰 수사망을 피하려고 각종 증거 인멸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이 갓갓과 관련한 수사 상황 공개를 꺼리는 배경 중 하나다.

피해자 절박한 이용 협박
“부모에게 알리겠다” 엄포

이들 운영자 가운데 현재 갓갓만 유일하게 경찰에 붙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말부터 여러 지방경찰청이 관련 수사를 진행하면서 지난 16일 조주빈이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수사가 꽤 진행된 반면 갓갓의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10대 후반 내지는 20대 초반으로 추정되는 갓갓은 현재 경북지방경찰청이 추적 중이다.

갓갓이 체포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최근에는 그가 복귀했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와치맨에 따르면 갓갓은 고등학생이라고 했다. 갓갓의 복귀를 말하는 이들은 그가 지난해 수능을 치르고 텔레그램에 복귀해 N번방을 다시 운영한다고 했지만 현재까진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다.

설계자 와치맨


갓갓이 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았던 인물은 와치맨 전모(38·회사원)씨로 밝혀졌다. 전씨는 그간 N번방의 창시자 갓갓으로부터 텔레그램 비밀방을 승계해 운영한 인물이자,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보다 이 바닥서 먼저 이름을 떨친 인물 정도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경찰의 시각은 달랐다.

경찰 관계자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와치맨은 단순히 갓갓의 하수인 내지는 매니저로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라며 “와치맨은 텔레그램 성 착취 영상에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인물이다.(순서로 따지자면)와치맨이 먼저고, 갓갓은 그 다음”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인터넷 사이트 중심으로 이뤄졌던 불법 성 착취 영상의 유통 체계를 텔레그램이라는 수면 밑 세계로 끌어내린 일종의 설계자라는 것이다.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던 전씨는 지난해 9월 경찰에 구속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전씨는 지난해 10월 재판에 넘겨졌는데, 이달 중순 검찰이 구형할 때까지 5개월 동안 10번 넘게 반성문을 작성해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거 인터넷 사이트나 웹하드를 중심으로 유통되던 각종 성 착취 영상들은 경찰 단속을 피해 트위터 등 SNS로 옮겨갔다가, 더 은밀한 공간인 텔레그램으로 스며들었다. 텔레그램 비밀방은 특성상 ‘아는 사람’만 입장이 가능한데, 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활성화를 시킨 것이 바로 전씨라는 설명이다.

전씨의 첫 번째 범행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씨는 지난 2016년 8월29일부터 2017년 5월18일까지 트위터 계정에 여성의 노출 사진을 167장 올렸다.

집행유예 기간에도 음란물 공유
유사한 수법 이용해 동영상 제작

이에 그치지 않고 각 가정에 설치된 IP 카메라로 여성을 훔쳐보기도 했다. IP 카메라를 설치할 때 초기값으로 지정된 관리자 페이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사람들이 바꾸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였다. 전씨는 2017년 4월부터 6월까지 IP 카메라 관리자 페이지에 78번 접속해 여성들을 훔쳐봤고, 340번 접속을 시도해 실패하기도 했다.

결국 전씨는 이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18년 6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 명령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여성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여성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게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범행으로 성관계 장면이나 노출이 심한 사진을 확보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전씨는 1심이 그대로 확정돼 2021년까지가 집행유예 기간이었지만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경찰 등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해 4월부터 6개월 동안 인터넷에 음란사이트를 만들어 성 착취 영상 등과 경찰의 음란물 단속을 피하는 법, 경찰의 단속 동향 등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같은 기간 텔레그램에서는 ‘고담방’ 등 대화방 4개를 만들어 여성 나체 사진과 동영상 1만1297건을 전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씨는 음란사이트 운영 혐의로 지난해 9월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체포돼 구속됐다. 이 혐의가 지난해 10월 먼저 기소됐고, 텔레그램 N번방 운영 혐의는 강원지방경찰청서 수사해 올해 2월 추가 기소했다. 


후계자 켈리

지난 25일 강원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아 음란물을 재판매해 25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텔레그램 N번방 운영자 ‘켈리’인 신모(32)씨를 구속했다. 신모씨는 2018년 1월부터 그해 8월 말까지 경기 오산시 자신의 집에서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9만1890여개를 저장해 이 가운데 2590여개를 판 혐의를 받았다.

신씨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에 각 3년간의 취업 제한 명령을 받았다. 
 

법원은 신씨가 음란물 판매로 얻은 이익금 2397만원도 추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대량으로 소지하고, 수사기관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을 통해 유통한 행위는 죄질이 중하다. 하지만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씨가 최근 비판을 받는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시초인 N번방을 운영한 핵심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그는 당시 켈리라는 닉네임으로 N번방을 운영했다.

그동안 갓갓으로부터 N번방을 물려받은 운영자는 와치맨(전모씨)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잘못된 사실이고 신씨가 N번방을 물려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특히 신모씨는 이전에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 범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확인돼 처벌 수위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로리대장태범

강원지방경찰청은 갓갓과 유사한 ‘제2의 N번방’을 운영한 일당 5명을 붙잡아 10대 후반의 주범 등 4명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아동성 착취 영상물 제작·유통)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0대 후반인 주범의 닉네임은 ‘로리대장태범’으로 아동 성 착취 동영상 76편을 제작, 이 중 일부 음란물을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는 모두 여중생 3명으로, 피싱 사이트를 이용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성 착취 영상을 찍은 뒤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로리대장태범이 갓갓의 N번방을 모방해 조주빈과 유사한 수법의 범행을 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로리대장태범은 지난해 11월 갓갓이 잠적한 이후 N번방과 유사한 제2의 N번방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하는 등 프로젝트 N이라는 명칭으로 범행을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의 성 착취 동영상 제작과 음란물 유포는 지난해 11월 경찰에 덜미가 잡히면서 중단됐다.
 

성 착취 동영상을 제작 및 유포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조주빈의 공범 의혹을 받는 현직 공무원은 경남 거제시청 소속 공무원 A(30)씨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A씨는 2016년 1월 임용된 거제시청 8급 공무원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공판 준비 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 달부터 A씨 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다. A씨는 이번 사건과는 별개로 지난 1월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성 여러 명을 상대로 성 착취 영상을 제작, 유포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애초 조주빈에게 돈을 주고 동영상을 받아보는 유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이후 회원 모집책 역할을 맡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함께 근무했던 거제시의 다른 공무원들은 “구속된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에 연루됐는지 몰랐다”며 “평소 말도 없고 내성적이어서 무던하게 일을 했는데 이런 사건에 연루됐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조력자 공무원

지난 25일 거제시와 서울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1월10일경 A씨가 서울에 경찰조사를 받으러 간 뒤 출근을 하지 않았다. 이틀 뒤쯤 거제시 관계자가 A씨 부모에게 전화한 뒤 구속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거제시는 서울경찰청으로부터 A씨가 형사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된 사실을 통보 받고 직위해제했다. 

거제시 관계자는 “11월 초에 서울서 형사 2명이 내려왔고, 며칠 뒤 A씨가 경찰에 출석했지만 구속되지 않고 다시 출근해 1월에 다시 경찰조사를 받으러 갔을 때도 우리는 큰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당시 감사실서 A씨와 관련한 경찰 문서를 보니 ‘동영상 관련’이라고 적혀 있어서 불법 동영상을 유포한 것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제시는 재판을 통해 A씨의 유죄가 확정되면 파면이나 해임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잡초 같은’ 음란물 성지 계보 
소라넷, AV스눕, 빨간방…

과거에도 N번방과 음란물 관련 범죄는 존재했다.

소라넷은 몰카, 보복성 불법 촬영물, 집단 성관계 영상 등 불법음란물을 공유하던 국내 최대 음란물 사이트였다. 1999년 개설된 이 사이트는 해외에 서버를 두고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회원 수만 100만여명. 2016년 6월6일 폐쇄되기 전까지 이곳은 17년간 음란물의 ‘성지’로 통했다. 이용자들은 익명의 불특정 다수로, 소라넷 접속을 위한 IP주소가 공지된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한 인원은 10만명이 넘었다.

소라넷이 위기를 맞자 AV스눕이 제2의 소라넷으로 급부상했다. AV와 SNOOP(염탐꾼)의 합성어를 뜻하는 이 사이트는 회원수가 121만명에 미성년자 촬영물을 포함, 게시 음란물만 46만건에 달했다.

소라넷이 사라지자 절정기를 맞았다가 결국 경찰의 적발로 2017년 폐쇄됐다.

꿀밤은 2013년 소라넷을 본떠 만든 사이트다. 소라넷 폐쇄 후 회원 수가 42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꿀밤 운영자는 회원들을 상대로 총 500만원의 상금을 내걸고 음란 사진과 동영상 공모전을 진행했다. 회원들은 자신의 아내 또는 애인 사진까지 몰래 올리면서 자발적인 참여에 나섰다.

이후 카카오톡 단톡방서 음란물을 유포하는 이른바 ‘빨간방’이 생겼다. ‘평경장’으로 불리는 남성이 주도하는 빨간방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평경장의 카카오톡 아이디에 말을 걸어 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빨간방에 대해 알게 됐는지 그 경로에 대한 질문에 답해야 하고, 화면 인증을 거친 후 여성의 경우 상체를 탈의한 사진을 보내야 한다. 

이후 인증 절차가 끝난 후 평경장은 성비와 대화방 참여인원수를 고려해 빨간방 오픈채팅방 주소와 비밀번호를 보내준다. 또 입장과 동시에 갱뱅, 초대남 이벤트, 기프티콘 나눔, 프로젝트 등을 키워드 알람할 것을 지시한다. 

승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무국장은 “여가부를 비롯해 수사기관이 N번방을 신종 범죄로 칭하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할 골든타임을 여러 번 지나치고도 책임을 피하려는 핑계”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라넷뿐 아니라 웹하드 카르텔, 다크웹, 카카오톡 ‘빨간방’ 등의 사건이 끊임없었다”며 “정부는 그때마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N번방 등장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N번방을 신종 디지털 범죄로 규정한 것에 대해 “10년 전에는 없었던 텔레그램이라는 플랫폼에서 발생한 범죄를 지칭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텔레그램 플랫폼 특성상 범죄자들의 범행 은폐·도주 속도가 이전의 디지털 성범죄자들에 비해 빨라졌다”며 “이 같은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관계부처들이 협업하겠다”고 해명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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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