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 끙끙 앓는 대중문화계 실상

방송·가요·영화…연예인도 다들 “죽겠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를 잠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장기 확산세로 치닫고 있다. 중국 우한서 시작돼 국내에서는 대구서 크게 번진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급격한 불안은 모든 분야를 얼어붙게 했다. 대중문화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방송과 영화, 가요, 공연 등 모든 영역서 신음을 앓고 있다. 
 

▲ TV조선 <미스터트롯>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은 대중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관객과 직접적으로 호흡하는 무대 행사나 방송은 관객의 리액션 없이 진행되며, 극장가는 얼음장처럼 얼어붙었다. 준비했던 콘서트는 관객 앞에 설 기회조차 얻지 못했으며, 뮤지컬은 갑작스럽게 사라지기 일쑤다. 해외 로케이션을 준비했던 영화나 드라마는 옴짝달싹 못하고 있으며, 여행 예능은 휴지기에 돌입했다. 

예상치 못한 
사태로 패닉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직격탄을 맞은 예능프로그램은 관객과 호흡할 수밖에 없는 무대형 프로그램이다. KBS2 <씨름의 희열> <유희열의 스케치북> <개그콘서트>, tvN <코미디 빅리그>, SBS <핸섬 타이거즈>, TV조선 <미스터트롯>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씨름 중흥의 발판을 만들었다는 <씨름의 희열>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결승전을 무관중으로 치러야 했다. 수천명의 관객이 몰린 상황에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농구 직접 관람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는 취지로 기획된 <핸섬 타이거즈> 역시 조별리그 첫 경기만 관중이 있었고, 급격히 확산된 2경기부터는 무관중으로 대체했다.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미스터트롯>은 결승전을 무관객으로 치렀다. 전 연령대를 사로잡은 이 프로그램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지만, 코로나19의 확산이 더욱 강화되면서 관객 없이 결승전을 꾸몄다. 최종 승자 투표 방식에 관객 투표를 합산하려 했다가 무관객과 관련 개표 과정서 문제가 생기며 ‘조작 논란’까지 이어졌다. 


여행 예능 프로그램은 대다수가 휴지기에 돌입한다. 지난 2월 말부터 한국인을 입국 금지하는 나라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국내 여행지로 눈을 돌렸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결국 임시 휴방을 하거나 종영을 결정한 프로그램도 있다. 아시아권 여행지를 주로 소개한 KBS2 <배틀트립>은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폐지 수순을 밟았다. 

여행·오디션 직격탄, 긴급 휴식
역발상으로 위기 극복하는 예능

한 방송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제작 자체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출연자 개편 등 방송을 재정비하는 프로그램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예능 프로그램 PD는 “코로나19 확산지가 많아져 제작에 어려움이 심하다. 특히 촬영 지역에 확진자 또는 사망자가 나올 경우에는 촬영을 했어도 소개하기가 마땅찮다”고 말했다. 

악조건을 역발상으로 넘으려는 예능 프로그램도 더러 눈에 띈다. 관객을 웃기고 놀리는 <코미디 빅리그>는 출연진이 관객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진호 등 예능인들이 관객 대신 더 큰 리액션을 선보인다. 
 

▲ KBS2 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유희열의 다채로운 표정으로 관객의 얼굴을 대신한다. 매 순간 큰 차이로 변화하는 유희열의 표정을 포착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MBC <놀면 뭐하니?>는 코로나19로 인해 연이은 취소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공연계에 ‘방구석 콘서트’를 제안하는 새로운 해법을 마련했다. 오랜 기간 콘서트를 준비한 가수 지코, 장범준을 비롯해 뮤지컬 <맘마미아> 팀 등을 섭외했다. 객석을 배경으로 가수들이 카메라를 보며 부르는 무대는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비록 객석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방송을 통해서나마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들의 아쉬움을 달래줬다. 


위기를 기회로
활로 찾는 예능

약 두 달간 휴지기를 마치고 돌아온 tvN <유 퀴즈 온더 블록>은 화상채팅으로 소통을 이어갔다. 특히 화상통화를 통해 역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대구 지역 의사, 간호사들과의 이야기는 뜨거운 감동을 불러 일으키였다. 이어 CJ 계열 채널 예능 프로그램의 작가 및 제작진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그림을 선보이며 화제가 됐다.

코로나19 사태 자체를 주제로 다루는 예능도 있다. JTBC <방구석1열>은 감염병 상황에 참고할만한 영화인 <감기>와 <월드워Z>를 다뤘다. JTBC <막나가쇼>는 최대 피해 지역은 대구를 비롯한 국내 현황을 화면에 담았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의문을 확인하고 해소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차이나는 클라스>는 코로나19 실체와 예방법을 설명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tvN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는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통해 감염병 앞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조명했다. 각 프로그램은 시의성에 맞는 주제로 시청자들의 눈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가요계의 시계는 크게 무리 없이 돌아가고 있다. 음원 발매를 취소했던 가수들은 ‘힐링’을 주제로 신곡을 발표하고 있다. 

3월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 아이돌 그룹은 NCT127, 있지(ITZY), 스트레이 키즈, 빅톤, 원어스, 동키즈, 페이버릿 등이다. 이밖에 신승훈, 왁스, 리아, 강다니엘, 세정, 홍은기 등 솔로 가수들의 신곡 발표가 줄을 이었다. 엠씨더맥스, 옹성우, 수호, (여자)아이들 등도 출격 날짜를 잡아 두고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 NCT127, ITZY ⓒSBS

한 가요 관계자는 “대중 음악 시장은 특정 시기를 놓치면 유행의 흐름에 어긋날 수 있기 때문에, 활동 무대가 많지 않음에도 완성해놓은 콘텐츠를 예정대로 발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아이오아이 출신이자 구구단의 멤버 세정, 엑소 수호 등은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두 가수 모두 서정적인 멜로디를 바탕으로 한 감미로운 곡을 앞세운다. 불안과 공포에 맞서 희망을 제시하는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하는 의지가 엿보인다. 

콘서트, 음악… 
페스티벌 휘청

대다수 관객을 모으는 콘서트나 음악 페스티벌은 역대 가장 안 좋은 시기를 맞았다. 44개 중소 레이블과 유통사를 회원으로 둔 사단법인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지난 2월1일부터 4월11일까지 열기로 했던 행사 중 61개가 연기 또는 취소됐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인디 뮤지션이 많이 활동하는 홍대 인근 소규모 공연장서 열릴 공연도 지난달 1일부터 내달 17일까지 82개가 연기 또는 취소됐다. 대중음악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전국적으로 200여개 공연이 연기·취소된 것으로 추산된다.

페스티벌이 취소되면서 조명이나 무대 설치 등 하도급 업체들은 파산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일부 업체는 공연 문화가 확산되면서 인원을 증원하는 등 투자를 늘렸지만, 예상치 못한 재난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 페스티벌 관계자는 “페스티벌이 열리지 않으면서 하도급 업체는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아예 일이 없기 때문에 수익 없이 월급을 지급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일부 페스티벌 업체들은 지난해 일한 것을 올해 번 돈으로 정산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런 경우에는 내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여기서 더 장기화되면 파산하는 업체들이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영화계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평일에도 하루 총 관객 30만명 이상을 유지하던 국내 극장가는 하루 총 관객 3만명으로 줄어들었다. 확진자가 영화관을 돌아다닌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관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2∼3월 개봉하기로 예정했던 영화들은 대다수가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어찌어찌 돌아가는 가요계의 시계
제작·투자·배급·홍보 ‘혹한기’

<사냥의 시간> <기생충: 흑백판> <결백> <침입자> <콜> 등 무려 50여편이 넘는 신작들의 개봉이 전면 연기됐다.

고정 부담금이 높은 영화관은 영업중단이라는 강수를 냈다. CGV는 28일부터 직영 극장 116곳 중 30%인 35곳의 영업을 중단한다. CGV는 모든 극장의 영업을 중단하는 것이 맞는 상황이지만, 극장이 무너지면 국내 영화 시장이 동반 몰락할 수 있어 우선 35곳만 휴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속기간 10년 이상 임지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이에 따라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등 영화 단체와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지난 25일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에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 금융 지원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코로나19 전담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운영에 들어갔다.
 

▲ ▲ 영화 감기

제작 분야도 고달픈 건 마찬가지다.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 개봉을 목표로 촬영에 돌입한 영화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로케이션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스태프들의 안전 문제로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다.

현장서 스태프들은 모두 마스크를 스고, 손 소독제와 열 감지를 설치하고 촬영을 진행 중이다. 크지 않은 공간에 약 100명의 인원이 함께 작업하기 때문에 불안감은 클 수 밖에 없다. 하루만 촬영 스케줄이 어긋나도 수 천만원의 인건비가 발생하기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듯 아슬아슬하게 촬영 중이다. 

개봉 연기·중단 
코너 몰린 극장가

거액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 중 해외 로케이션을 계획한 경우에는,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로 해외 촬영을 중단해 급히 귀국하거나 혹은 해외 촬영분을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송중기가 출연한 영화 <보고타>는 콜롬비아 현지 촬영을 중단한 채 귀국했다. 송중기 역시 자가격리 중이다. 극장, 제작, 투자, 배급, 홍보까지 영화 산업 전반에 걸쳐 혹독한 혹한기가 불어닥친 것.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영화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업체들은 일손이 끊겨 신음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뒤통수 친 ‘사냥의 시간’
경제적 어려움에 넷플릭스 선택

영화계가 엄혹한 시기를 겪고 있는 중에 넷플릭스(Netflix)와 같은 OTT(Over The Tpo) 서비스와 손을 잡고 기존 계약 업체를 배신한 영화도 생겨났다.

이 과정서 잡음도 크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6일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은 오는 4월10일 넷플릭스와 단독 공개를 결정했다. 

<사냥의 시간> 측은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안을 고민하던 중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 단독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냥의 시간>은 이미 해외 선판매 계약을 완료한 것은 물론 베니스영화제에 공식 초청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진행한 곳이 해외 판매사 ‘콘텐츠 판다’다. 양 측은 상이한 견해 차이를 보인다. 

해외 세일즈를 맡은 콘텐츠 판다는 <사냥의 시간> 배급사인 리틀빅픽쳐스가 충분한 논의 없이 통보 형태의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자기만 어렵나…” 
비판적인 영화계

이로 인해 해외 선판매 계약 건을 이유로 국제 소송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사냥의 시간>은 당초 넷플릭스와 협업한 것이 아닌, 코로나19로 인해 갑작스럽게 플랫폼을 바꾼 첫 영화라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어느 한 곳 숨쉬기 힘들 정도로 모두가 피해가 큰 가운데, 자신의 피해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리틀빅픽쳐스의 처신이 좋지 못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콘텐츠 판다 관계자는 “리틀빅픽쳐스로 인해 해외에서의 신뢰가 대다수 깨졌다. 이에 대해서는 분명히 책임을 물 것”이라고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그런 가운데 <사냥의 시간>의 선택은 전통적인 유통 방식서 OTT 서비스로 흐름이 넘어가는 첫 물꼬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영화업계 관계자는 “<사냥의 시간>의 행보는 영화 생태계의 이변을 보여준다. 리틀빅픽쳐스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사 속 기사> 바뀐 연예계 인터뷰 문화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화상 인터뷰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일환으로 대다수 업체가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연예계도 발을 맞추고 있다. 대다수 기자 및 관계자가 모이는 제작발표회는 온라인으로 실시되며, 대면 인터뷰는 극히 삼가고 있다. 

특히 제작발표회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되는 것이 눈에 띈다. 사회자가 각종 매체의 기자들로부터 받은 질문을 대신 질의하고, 배우 및 제작진은 이에 답변한다.

방송사 측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변경되면서 기자들이 질문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SBS 한 관계자는 “온라인 제작발표회를 몇 차례 진행했는데, 기자들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질문도 거의 없다. 이전보다 홍보가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불편한 질문을 따로 하지 않는 주최 측이 있어, 굳이 질문을 안 한다는 기자도 있다.

“안전에 대한 염려
어쩔 수 없는 변화”

한 기자는 “한 예능프로그램의 패널이 바뀌었는데, 왜 바뀌었는지에 대한 질문을 주최 측에 보냈는데, 물어보지 않았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질문만 하겠다는 의도가 느껴져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전화나 화상채팅으로 바뀌었다.

tvN <방법>의 연상호 감독은 서면 인터뷰로 대체했으며,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는 <킹덤2>는 김은희 작가와 박인제 감독을 포함한 모든 배우들을 화상 인터뷰로 진행했다. 코로나19가 피부로 와닿는 지점이다. 

<킹덤2>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염려가 채 가시지 않은 상황서 많은 분들이 모이는 현장 인터뷰보다는 온라인으로 인터뷰를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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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