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동북선 경전철 시비 ‘서울시 VS 두양’ 2라운드

공익 팻말 꽂고 남의 땅따먹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동북선 경전철 사업이 소송전으로 장기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차량기지 토지수용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토지주의 입장이 평행선이다. 차량기지 실시계획 승인 취소소송서 법원은 서울시의 사업 진행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토지주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시는 재승인 고시로 맞섰다.
 

▲ 서울 동북부 경전철 기공식

지난해 925일 서울시는 11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2024년 개통을 목표로 하반기 동북선 경전철 사업을 착공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노원구·강북구·성북구·동대문구·성동구 등 서울 동북부 주요 지역의 대중교통 이용 편의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표류하는
대형사업

서울시는 같은 해 928일 노원구 공영주차장과 성북구 숭례초등학교서 2번으로 나눠 지역구민들과 기공식을 진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정원오 성동구청장·이승로 성북구청장·박겸수 강북구청장·오승록 노원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박 시장은 동북선 경전철이 개통되면 서울 동북부 교통난이 해소되는 것은 물론 노원구 중계동 일대의 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업의 성공적인 완공을 시민 여러분과 함께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된 양천구 목동서 동대문구 청량리까지 동서 25.72를 횡단하는 강북횡단선 도시철도까지 건설되면 동북선 경전철과 함께 서울시 강남·북 균형발전에 또 하나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공식, 서류상의 착공(서울특별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과는 별개로 동북선 경전철 사업은 실제 땅 한 번 파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 보낸 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지하안전영향평가 협의내용 반영결과 통보서에는 동북선 경전철의 착공예정일이 차량기지 보상 완료일로 돼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국 도시철도사업부 동북선1과 관계자는 그 착공 예정일은 굴착사업을 시작하는 날이라며 기공식이나 서류상의 착공과 구분 지었다. 서울시 관계자 말대로라면 동북선 경전철 건설공사는 시작조차 못한 셈이다. 하지만 기공식 소식만으로 동북선 경전철 구간 주변의 집값은 호재를 만난 듯들썩였다.

차량기지 토지수용 두고 갈등
토지주와 소송전으로 이어져

동북선 경전철은 성동구 왕십리역을 기점으로 미아사거리역을 거쳐 노원구 상계역까지 잇는 구간이다. 본선, 정거장 16개소, 차량기지 1개소 등에 총 사업비 14361억원이 투입되는 대역사다. 예정된 공사기간만도 5년에 이른다. 2008서울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이 승인된 지 11년 만에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차량기지 토지수용 문제를 두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수용 대상 토지 소유주인 두양주택과 두양엔지니어링이 노원구 중계동 368번지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 부지인 19448중 대로와 인접한 부분의 7182만 수용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선 것.

두양주택과 두양엔지니어링이 해당 부지에서 운영하던 노원자동차운전전문학원은 지난해 96일 폐업했다.
 

두양 관계자는 서울시는 차량기지 편입으로 맹지가 돼버린 잔여부지에 대한 수용이나 보상작업 없이 공사를 강행하려 한다”며 달걀노른자는 빼앗아 가면서 흰자는 알아서 하라는 식의 서울시 행태를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사기간 동안 잔여부지로 통하는 임시도로를 내주겠다는 서울시의 대책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의 토지수용 업무편람을 근거로 차량기지로 편입된 토지만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무편람에 따르면 잔여부지가 편입면적의 25% 이하인 경우에만 전체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차량기지 편입부지를 제외한 잔여부지는 전체 토지의 63%에 이르기 때문에 보상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두양 측은 업무편람은 정식 법령이 아닌 사실상의 업무지침에 불과하다공익사업을위한토지등의취득및보상에관한법률’(토지보상법)을 내세웠다. 서울시는 토지보상법 74조에 따라 잔여부지를 전부 수용하든지, 동법 73조에 따라 가치가 하락한 잔여부지에 대한 보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량기지
토지 갈등

토지보상법 74조는 동일한 소유주에게 속하는 일단의 토지의 일부가 협의에 의해 매수되거나 수용됨으로 인해 잔여지를 종래의 목적에 사용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할 때 해당 토지 소유자는 사업시행자에게 잔여지를 매수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토지보상법 73조에는 사업시행자는 동일한 소유자에게 속하는 일단의 토지의 일부가 취득되거나 사용됨으로 인해 잔여지의 가격이 감소하거나 그 밖의 손실이 있을 때 그 손실이나 공사비용을 보상해야 한다고 돼있다.

지역주민들도 서울시의 계획에 반발했다.

이모씨 등 노원구민 252명은 2018125일 서울시에 낸 주민의견서(탄원서)를 통해 노원자동차운전학원 부지에 서울시가 공고한 계획대로 불암산 힐링 단지 입구를 막아 차량기지와 관리동, 환풍구만 설치하고 나머지 잔여토지는 운전학원으로 남겨두면, 경전철 환기구 배기가스와 운전학원차량 소음, 매연 등에 시달리게 되고 불암산 힐링 단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돼 중계동 지역은 낙후지역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중계동 지역주민들은 지역 발전에 방해가 되는 차량기지만 설치하고 나머지 땅을 내버려두는 것은 결사적으로 반대한다차량기지 주변에 문화시설·학원·병의원·청소년 실내체육관·24시간 어린이 돌봄센터·어린이 실내놀이터 등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시설을 설치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 의정부 경전철

하지만 서울시는 20181227일 동북선 경전철 전체가 아닌 차량기지 부분만 떼서 실시계획 승인을 먼저 고시했다. 토지 소유주가 잔여부지에 대해 확대보상을 요구할 경우 사업이 지연될 우려가 있어 신속한 추진을 위해 차량기지 부분만 사업을 분할했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결국 두양 측은 지난해 3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실시계획(차량기지) 승인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118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서 토지 소유주의 손을 들어줬다.

차량기지만
꼼수 승인?

결정문에는 서울시가 동북선 차량기지 실시계획 승인 처분 당시 이행했어야 하는 절차인 자연재해대책법상 재해영향평가에 관한 협의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상 지하안전영향평가를 누락했다며 승인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적시됐다. 동북선 차량기지 사업 착공은 전체 동북선 도시철도 사업에 대한 실시계획 승인 이후에 가능한 만큼 집행정지 가처분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기공식부터 진행했던 서울시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에 지난해 1121일 차량기지 실시계획 승인을 취소했다. 앞서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여운태 구의원은 지난해 829일 노원구의회 제253회 임시회 5분 발언서 동북선 경전철이 곧 착공될 것처럼 선전했지만 착공식 등에 대해서는 주민설명회서도 들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여 의원은 그러면서 서울시는 928일 착공식이 아니라 기공식을 한다고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얄팍한 술수를 쓰고 있다차량기지는 토지보상 문제로 소송 중이고 16개 정거장 또한 사유지 매입 문제에 얽혀 있는 등 동북선 경전철 사업 진행은 산 넘어 산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법원의 지적에 따라 누락된 절차를 보완한 후 지난 130일 차량기지 실시계획 재승인을 고시했다. 하지만 이 과정서 또 다시 절차상의 하자가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됐다.

두양 측은 서울시가 동북선 경전철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서 사회기반시설에대한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 172주무관청이 실시계획을 승인 또는 변경승인 하려는 경우에는 다른 법률에 적합한 지 미리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해야 한다는 조항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동북선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 과정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시는 지난해 12동북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 도시계획위원회 자문 추진계획을 세워놓고도 실제 자문은 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자문 추진계획에는 서울시 시설계획과서 민간투자법에 따라 의제처리해 결정하는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치도록 의견을 제시해, 동북선 도시계획시설(철도, 자동차정류장, 도로) 결정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 자문을 거쳐 실시계획 승인을 고시하고 의제처리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절차적 하자로 집행정지 망신
재승인 과정서도 문제 제기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도시철도국 도시철도계획부 경전철설계과 관계자는 자문을 진행하지 않았다면서도 “(자문을)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데, 적법하게 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도시계획위원회의 자문을 거치지 않고도 재승인을 고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양 측은 서울시가 환경영향평가법 제302항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승인기관 장은 사업계획 등에 대해 승인하려면 협의내용이 사업 계획 등에 반영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동북선 경전철 사업의 경우 재승인 고시 이후에야 협의내용이 사업 계획에 반영됐다는 주장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한강유역환경청장(환경평가과장)에게 동북선 도시철도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반영결과 통보서를 보낸 시기는 지난 2일로, 재승인 고시를 한 130일보다 한 달가량 늦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를 언제까지 반영해야 하죠?”라고 묻고는 “32일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 반영됐다고 통보한 날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이 언제 반영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모든 절차를 적법하고 적정하게 진행했다“(두양 측에서 소송을 제기한다면)재판 결과를 보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두양 측은 차량기지 실시계획 재승인뿐만 아니라 본선 구간 실시계획 승인 고시에 대해서도 취소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도시계획위원회 자문과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의 사업계획 반영 등에서 차량기지나 본선 구간 모두 서울시가 절차대로 진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 “2017년 적자 누적으로 파산한 의정부 경전철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의정부 시민들은 경전철이 들어오면 집값이 오르고 도시가 발전할 것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투자했겠지만 결국 피해만 입었다동북선 경전철이 당장 호재로 보일지 몰라도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도 안 해도
애매한 해명

그러면서 대형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서 시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토지주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토지주나 시에서 전체 수용이나 가치 보상 등으로만 접근하는데, 부지의 도시계획을 변경해 토지 가치하락에 대해 간접적으로 보상하는 방법도 있다차량기지의 경우 현재 1종 주거지역인 부지를 3종 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는 식으로 새로운 방향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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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