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저축은행 ‘묻지마 대출’ 피해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30 11:17:15
  • 호수 12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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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도 새도 모르게 수천만원이…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나도 모르는 사이에 대출 실행이 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 <일요시사>는 최근 본인의 동의 없이 대출이 실행됐다는 내용의 한 통의 제보 메일을 받았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앱 장터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서 제멋대로 결제가 이뤄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다가 환불마저 쉽지 않아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앱을 설치한 것은 맞지만, 유료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결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제멋대로 대출이 실행돼 피해를 입은 A씨의 사연을 짚어봤다.

조회하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A씨는 대출 한도를 알아보기 위해 하루에도 60통 넘게 전화하며 대출 가능한 곳을 문의했다. A씨는 “입에 단내가 나도록 일하다 말고 전화기를 붙들고 여기저기 돈 구하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OO카드 현금서비스를 2018년 9월부터 2020년 2월24일까지 14번, 총 125만원을 이용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 17일 새벽 12시20분께 은행 대출 조회 서비스앱 ‘피플펀드’를 통해 기존의 대출 내역을 조회했다. 확인해보니 2018년 8월31일 A씨 이름으로 2903만5000원의 대출 실행이 돼있는 것을 알게 됐다. 

오전 9시 NH저축은행 해당 지점으로 전화해 자초지종을 물었다. 담당 직원은 대출실행이 잘못된 사실을 시인했고, 다음 날 대출 기록을 삭제하고 명의를 실제 대출받은 사람으로 고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A씨가 은행 측과 통화한 녹취록에 따르면, 담당 직원은 “저희가 잘못한 부분이다. A씨의 서류는 받은 게 없고 처음에 리스트만 들어왔다. 그 뒤에 서류는 받은 건 없었다. 최초 리스트를 받았을 때 주민등록번호는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확인해보니 대출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서 실수가 발생했다. A씨는 2018년 8월경 전매로 신축 오피스텔을 B씨에게 팔았다. A씨는 집단 대출 형식인 중도금 대출을 내야 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대출 리스트에 있었다. 하지만 전매가 이뤄지면서 대출 당사자는 B씨로 넘겨졌다.

은행이 B씨의 대출을 위해 서류와 자서를 받았음에도, 대출 신청서에는 A씨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해 A씨의 신용으로 B씨가 대출을 받게 된 셈이다.

다음날인 18일, 대출 당사자가 잘못 설정됐다는 것을 알게 된 은행사 해당지점 팀장은 A씨에게 전화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금전적인 보상은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처음부터 사과하면서 내부적으로 알아보겠다고 했으면 이 정도 상황까지 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날 연락이 와 ‘상품권 20만원으로 무마하면 어떻겠냐’는 말을 했다. 어이가 없어서 거부했다”며 “당일 민원접수했던 금감원으로부터 답변이 왔다. 관련 전문 담당관을 배정해 1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해 기다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모르게 2900만원 인출 
문화상품권 20만원으로 해결?

이어 “은행서 그 뒤로 전화가 오지 않았다.(은행이)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 잘못한 것은 맞는데, 원칙을 운운하며 보상을 못 해준다고 하니 황당했다. 원칙과 내규를 언급하며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했다”며 “보통 은행 업무를 볼 때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입하고 확인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프로세스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일찍 발견해서 2903만5000원서 멈춘 거지 만약 늦게 발견했더라면 7258만8000원이 대출됐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 측은 문화상품권으로 상황을 마무리하려는 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 A씨가 발견한 대출 이력

은행 관계자는 “저희 해당 지점서 중도금 대출 관련해 실수가 나왔다. 처음에 수분양자 해당 리스트에 A씨가 포함돼 중도금 대출을 하겠다고 돼있었다. 하지만 대출 실행 직전에 전매를 다른 분한테 했다. 이때 수분양자가 바뀌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수분양자가 바뀌면 은행 쪽으로 말을 해줘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보통은 중도금 대출 기간이 길지 않고 2주 정도로 알고 있다. 그 사이에 전매가 일어나는 경우는 흔한 일은 아니라고 알고 있다. 전매가 일어나면서 급박하게 차주가 바뀌고 (업무 과정서)혼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문화상품권 지급과 관련해 “(문화상품권이)보상의 개념은 아니다. 고객이 해당 사실을 인지한 뒤 사실 파악을 위해 전화를 줬다. 해당 내용을 확인한 뒤 내용을 정정하고 고객에게 전화해 사과를 드렸다. 대출 정보도 정정 요청해 신속히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담당직원의 업무 실수가 있었던 것은 맞지만 고객이 사죄 이상의 것을 요구했다. 해당 지점 담당자는 할 수 있는 대응이 그것(문화상품권 20만원)이었던 것 같다. 액수는 정확히 모르지만 A씨가 요구하신 부분에 대해서는(피해 받은 부분에 대해) 객관적인 증빙이 필요한데 현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입막음

신용등급에 대해서는 “은행에선 고객님이 피해를 많이 주장하시니 정확한 사실 파악이 필요했다. 저희가 업무 실수로 인한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은 사과했다. 이후 고객의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나이스(NICE)나 신용평가 관련 회사에 문의를 했다. 얼마나 영향이 있었는지 영향도에 대한 것들을 받아본 결과(신용도에)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코로나19’ 대출 사기 주의보

최근 코로나19 지원을 사칭한 대출 사기 광고가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며 금융 당국이 경고에 나섰다.

지난 26일, 금융감독원은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국민행복기금을 사칭한 불법 대출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1월부터 이달 24일까지 금감원 불법 사금융 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만922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6% 증가했다.


금감원은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 등을 악용해 코로나19 대출 상품으로 가장한 문자메시지, 전단 등 광고로 불법 대출을 시도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의 ‘햇살론’이나 ‘국민행복기금’과 유사한 명칭 및 로고도 사용한다.

근로복지기금과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섞은 ‘근로자통합지원센터’라는 이름으로 직장인 대상 정부 지원 대출 광고도 하고 있다.

소비자가 해당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사이트에 접속하면 불법 대출을 유도한다.

금감원은 광고에 기재된 업체 정보를 꼼꼼히 확인하고, 대출이 필요하다면 제도권 금융회사를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휴대전화 앱이나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금융상품 대출 및 광고를 하지 않는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경우 대출 사기이므로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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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