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 ‘승패 가를’ 3대 변수

요동치는 여의도…민심 어디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선거철은 자욱한 안갯속과 같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민심의 향배를 알 수 없는 시점서 ▲코로나 정국 ▲비례정당 난립 ▲무소속 돌풍이라는 변수까지 더해졌다. <일요시사>는 이번 21대 총선의 3대 변수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 발언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대 선거판을 분석해보면 선거 결과는 민심과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20대 총선에서는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압도한다는 여론조사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당시 122석을 얻는 데 그쳤고 민주당이 123석을 얻으면서 ‘여소야대 정국’을 이뤄내는 기염을 토했다.

아직 모른다

21대 총선은 정부의 집권 후반기에 치러지는 선거기 때문에 야당 주도의 ‘심판론’이 부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국정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보다 코로나19 방역에 대한 성적표가 정부 평가를 좌우할 공산이 크다.

코로나 정국은 오는 총선까지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서 추진 중인 ‘사회적 거리 두기’는 투표율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만약 이대로라면 18대 총선 이후로 꾸준히 증가했던 투표율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역대 전국단위 선거서 투표율이 상승할 때마다 진보진영이 두각을 보였다는 점에서, 민주당 등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도 선거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전염병 감염으로 전시에 준하는 상황은 절대적으로 여권에 불리하다. 사태를 잘 수습해야 할 부담감에다 야권에서는 ‘정부 무능론’을 들고 일어난다. 국민들의 불안은 생활 곳곳에 침투해 있어 이것이 표심과 직결될 수밖에 없다.


즉 ‘잘 해야 본전’인 게임이다.

하지만 이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확산된 상황서 한국 정부의 대처에 대해 외신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오히려 총선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론이 힘을 얻지 못하는 상황서 심판론을 밀어붙여야 하는 야당의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되레 악재가 된 셈이다.

실제로 지난 26일 발표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23∼25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8명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은 지난주 3월 3주차 주간집계 대비 3.2%p 오른 52.5%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긍정적 평가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여권이 방심하긴 이르다. 콜센터 및 종교시설과 같은 집단 발병과 같은 예상치 못한 전개가 갑자기 상황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례정당 난립도 총선을 가를 변수로 부상했다. 통합당은 지난해 ‘4+1 협의체’가 통과시킨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대항해 미래한국당(이하 한국당)이라는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통합당과 한국당은 자매 정당을 표방했으나, 비례 명부의 순위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선교 대표가 사퇴하는 등 당 내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과 ‘의원 꿔주기’에 맹폭을 퍼부었지만, 같은 수순을 밟게 되면서 중도층 표심까지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19 외신 긍정 반응에 여권↑
비례정당 난립…무소속 출마 러시

아울러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명제처럼, 표심이 갈라질 위기에 처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고심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비례정당에는 열린민주당과 민주당의 비례위성 정당격인 더불어시민당(이하 더시민)이 있다.

정봉주 전 의원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이 이끌고 있는 열린민주당은 플랫폼 정당인 더시민과 달리 독자적인 위성정당의 길을 걷고 있다. 비례후보로는 김진애 전 의원,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등과 같은 묵직한 친문 후보들을 앞세워 더시민보다 결집력이 더 좋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들과의 향후 연대 가능성에도 명확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더시민의 승리가 곧 민주당의 승리”라며 “민주당을 탈당한 개인들이 유사 비례정당을 만들었는데, 무단으로 문정부와 민주당을 참칭하지 말라”고 열린민주당을 에둘러 경고했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를 통해 더시민이 비례대표 투표 용지의 정당 명단서 상위 3번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7명의 현역 의원이 필요하다. 민주당과 통합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기 때문에, 민생당이 비례대표 투표용지서 1번이 될 전망이다.
 

▲ 최고위원회의서 발언하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나경식 기자

정치는 명분과 신의의 싸움이다. 거대 양당의 ‘정치쇼’로 실망한 민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두 정당 모두 정치권의 오랜 숙원이었던 선거제 개혁안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역사적 비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 변수는 ‘무소속 돌풍’이다. 공천서 선택받지 못한 후보들이 무소속 출마를 잇따라 발표하면서부터다. 하나같이 당의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반발하면서 지역구민들을 위해 승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특히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와 같은 거물급 인사들의 무소속 출마는 치명적으로 보인다. 결집해도 모자랄 판인데 표가 분열되면서 상대 후보에게 ‘어부지리’ 승리를 안겨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서도 당의 복당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당선 뒤 민주당에 복당하겠다는 무소속 후보들의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4선의 오제세 의원(충북 청주서원)과 3선의 민병두 의원(서울 동대문을),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 문석균 전 민주당 의정부갑 상임부위원장(경기 의정부갑) 등이 현재 무소속 출마 의지를 표명한 상태다.

당 측에서는 무소속 출마 의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에 강도를 높이고 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낙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신 분들은 물론 개인적으로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시 선당후사의 정신을 되새겨 보수의 진면목을 보여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저의 간곡한 호소와 국민의 절박한 요구를 기어이 외면하고 분열과 패배의 씨앗을 자초한다면, 당으로서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무소속 출마자들의 당 제명 등을 시사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 역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의원에 대해서는 영구제명까지 하겠다는 강력한 의사 표명을 한 바 있다.


민심 향배는?

21대 총선서 여권이 승리하면 문정부가 추진 중인 개혁 정책 완성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데 반해 야권은 4회 연속으로 패배하게 되면서 정치 탈환의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반면 야권이 승리하면 문정부에 브레이크를 걸게 되므로, 문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이 가속화될 공산이 크다. 이번 선거가 문정부에게 순풍의 돛단배가 될 것인지, 역풍 맞은 파선이 될 것인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났다. 대통령실과 검찰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유통·공급책들의 진술도 뒤집혔다.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에 연루된 세관 직원들도 수년간 겪은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데….” <일요시사>와 만난 한 경찰의 말이다. 그는 2년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던 백해룡 경정과 마약 사건을 수사했다. 필로폰 74kg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내 기뻐하던 수사팀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실제 누가 외압을 행사했고 개입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찰도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과도한 의혹? 백 경정은 지금까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이 벌어진 원인으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과 검찰을 지목했다. 직접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과 통화했던 녹취를 언급하면서 검찰이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백 경정 수사팀에 지휘권이 없는 인사들이 수차례 연락을 취한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비교해보면 ‘압력을 넣었다’는 맥락은 일치하지만 누가 압력을 행사했고 어떻게 대통령실과의 접촉 등이 이뤄졌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용산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백 경정 팀의 수사에 허점이 있던 걸까? 백 경정이 지휘한 영등포서 마약수사팀이 말레이시아 조직의 마약 유통 과정을 들여다봤던 건 2년 전이다. 당시 수사팀은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믿을 수 없었다. 당시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허위 진술이 아니냐고 의견을 개진한 사람도 있었으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진술한 당사자가 허위로 진술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조직원을 데리고 진술 검증을 위해 직접 공항을 찾아가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자신들이 들어온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지원해준 세관 직원들의 얼굴까지 기억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총책이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게 한 뒤 사진을 찍으며 “한국에 있는 보스에게 보내면 사진이 세관에 전달돼 세관 직원들이 옷을 보고 너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 세관 직원 2명의 사진을 위챗 채팅방에 올렸다. 조직원들은 총책의 말을 믿고 온몸에 마약을 감은 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했다. 출국 심사는 순조로웠다. 아무런 제지 없이 2023년 1월27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세관 직원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이들의 안내를 받아 입국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들이 탄 대한항공 항공편은 ‘일제 검역’ 대상으로 지정돼있었다. 반드시 검역구역을 통과해야 했는데 세관 측의 도움으로 검역을 거치지 않고 세관 구역으로 빠져나오는 게 가능했다. 영등포서 마약수사팀 의견 통일 안 돼 운반책들 “세관 도움 없었다” 주장 번복 조직원들과 현장 조사까지 마친 수사팀은 세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관세청은 반대했다. 마약 조직의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한 관세청은 영등포서의 브리핑에서 세관이 언급되는 걸 막으려 했던 건 사실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유통책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이들을 인솔한 혐의를 받는 세관 직원의 경우 입국 당일 연차를 사용 중이었다. 관세청은 그의 GPS와 사진 기록 등을 토대로 실제 다른 지역에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의 금전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구체적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수사팀은 “마약 유통책들은 하부 조직원들에 불과해 조직 총책과 세관 직원들 사이 대가 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수사팀은 다른 가족 명의로 돈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좌를 폭넓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봤다. 백 경정은 과거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사팀이 압수한 마약 총량은 74kg이다. 시가로 2000억원이 넘고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세관’이 언급되면 안 된다거나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과 통화하기도 했다. 조 경무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해병대 단톡방 멤버를 통해 인사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언급한 인물이기도 했다. 백 경정은 당시 전화 통화에서 “저도 수사만 하는 사람인데 뭘 알겠나? 수사만 하는 것인데 일하다가 (숨이) 턱턱 막히고 그런다”며 “들리는 얘기들이 ‘대통령실에서 알게 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제가 심적 부담을 얼마나 느끼겠느냐”라고 말하자,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라고 되물었다. 뒤집힌 분위기 백 경정은 같은 달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와 “이 사건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서장은 이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영전하게 된다. 이 같은 여러 압박을 받은 백 경정은 결국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수정했다고 토로했다. 마약 수사는 주로 마약 유통·전달책의 첩보로 시작된다. 사정기관에 첩보를 제공하는 이들을 ‘야당’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형량 거래인 ‘플리바게닝’을 통해 허위 사실을 진술할 때가 있다. 베테랑 수사관들도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다가 헛수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마약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물적 증거가 부족할 때다. 실제 검찰이든 경찰이 국정원의 첩보 또는 야당의 정보에 의존하다가 뒤통수를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 경정팀에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고 진술했던 운반책 3명은 최근 급작스레 진술을 뒤집었다. 이들은 검경 합동수사단 조사에서 “세관 직원이 밀수를 도운 적 없다”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백 경정이 주장해온 의혹의 뿌리가 흔들린 셈이다. 서울동부지검에 구성된 합동수사단도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을 재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경정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조금 더 의심했어야 했다.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백 경정의 판단이 100%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수사 과정에서 수상한 부분이 많았던 건 사실 아니냐.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됐으면 한다”고 했다. 마약 운반책들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인천공항본부 세관 직원은 여러 명이다. 직원 대부분은 백 경정팀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우리가 마약 공범? 익명을 요구한 세관 직원 A씨는 <일요시사>에 “공황장애에 걸린 직원도 있고 확실하지도 않은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사실이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경찰도 있었다. 그 자체가 우리가 범죄자라고 전제한 수사”라며 “2년이 지나도 나오는 게 없지 않나. 운반책들도 진술을 뒤집었다고 하는데 이젠 진상규명이 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마약 운반책들은 백 경정팀 조사에서 세관 직원들이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동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진술에서 언급된 날 지목된 세관 직원들은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출입 기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세관 직원 안내로 바닥에 그려진 ‘그린 라인(초록색 줄)’을 따라 검사를 받지 않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는 진술에도 의심이 필요하다. 다른 세관 직원 B씨는 “운반책들이 2023년 1월에 그린 라인을 따라서 공항 밖으로 나갔다고 하는데 그린 라인은 그해 5월에야 생겼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고 수사했다면 운반책들의 진술 중 거짓말이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청 측은 “마약 조직들이 운반책을 안심시키기 위해 세관 직원을 포섭해 놨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혀 왔다.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도 “부정부패에 대한 허위 증언이 마약 단속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범죄 단속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수사가 진행되자 일부 세관 직원이 휴대전화를 여러 번 초기화한 이유는 오리무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때 수사했을 때 직원 폰을 압수해 분석했는데 초기화된 걸 확인했었고 과거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해당 직원은 직접 초기화한 후 사설 포렌식 업체에 찾아가 복구가 가능한지 확인하기도 했다”며 “사생활과 관련된 영상이 있다면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주장하다가 세관과 관련된 인사에 대한 의전 영상이 있다면서 말을 바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세관이 마약 운반책들을 뒤에서 은밀하게 도왔다는 의구심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상황에 누가 의심을 안 하겠나”고 강조했다. 세관 직원들 “2년간 범죄자 취급···억울” 휴대전화 초기화는? 수상한 점 여전히 존재 백 경정의 합수단 파견은 본래 지난 14일까지였다. 그러다 전날인 13일, 경찰청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파견된 백 경정의 파견 기간을 돌연 2개월 연장했다. 내년 1월14일까지로 늘린 것이다. 앞서 동부지검은 지난 10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검찰청에 백 경정 파견의 연장과 관련해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동부지검의 요청을 검토한 뒤 경찰청에 연장을 요청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을 팀장으로 한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했고 본인과 관련 없는 사건을 수사하도록 전결권을 부여했다. 그는 합수단에 합류한 지 약 한 달 만인 이날부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 권한을 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백 경정의 바람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수사관 4명 중 2명이 원대 복귀했고 인원은 충원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백 경정은 “두 사람이 파견 기한 만료 전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파견 만료로 원대 복귀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경정에게 “개인 사정이 있어 파견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경정은 “계속 수사에 차질을 겪어 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스무명이 넘게 나가는 상황에서 남은 3명이 수사를 이어가겠나”라며 “팀을 꾸렸으면 적어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은 갖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어렵게 파견 인력을 확보했었다”면서 “백 경정의 충원 의사를 대검에 전달했지만 인력은 보내는 쪽인 경찰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백 경정과 동부지검 간 갈등은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백 경정은 최근 14일 A4 용지 12장 분량의 자체 보도자료를 만들어 개인 명의로 배포했다. 그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사용 권한을 받았고 파견도 2개월 연장됐다”면서 “조만간 사건번호를 생성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주도할 수사 범위에 ▲세관 마약 연루 의혹 ▲검찰의 마약 밀수 사건 은폐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 중 수사 외압 의혹은 합수단 지휘 책임이 있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파견 온 백 경정에게 별도 수사팀을 내줄 당시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분야다. 공중분해 위기 지속 영등포경찰서에서 세관 연루 의혹을 캐던 백 경정이 스스로 외압 피해자라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경찰 지휘부 등을 고발한 사건이라 직접 수사하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커서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의 보도자료에 대해 “우리와 협의한 내용이 아니며 기존 수사 범위에서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상 경찰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은 회피하도록 규정돼있다”며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