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페미니스트 사진작가’ 박영숙
<아트&아트인> ‘페미니스트 사진작가’ 박영숙
  • 장지선 기자
  • 승인 2020.03.26 09:34
  • 호수 1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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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땅에서 여성을 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영숙 작가는 한국 페미니즘 사진의 대모로 불린다. 1999미친년들이라는 전시를 시작으로 갇힌 몸 정처 없는 마음’ ‘오사카와 도쿄의 페미니스트들’ ‘화폐개혁 프로젝트’ ‘헤이리 여신 우마드미친년 프로젝트를 꾸준히 선보였다. 지난 26일 아라리오 갤러리서 박영숙의 개인전을 개최했다.
 

▲ 박영숙, 그림자의 눈물 3 (Tears of a Shadow 3), 2019, C-Print, 180 x 240 cm
▲ 박영숙, 그림자의 눈물 3 (Tears of a Shadow 3), 2019, C-Print, 180 x 240 cm

1941년 충남 천안서 태어난 박영숙은 숙명여대 사학과와 숙명여대 산업대학원 사진디자인학과서 공부했다. 1975UN이 제정한 ‘세계 여성의 해’를 기념해 여성연합이 주최한 평등, 발전, 평화전시에 초대받아 다양한 여성 현실과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삶의 경험

이후 박영숙은 여성 사진작가로서 한국 현대 사진사와 페미니스트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198140대에 들어선 박영숙은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 1992년에는 민중미술계열의 페미니스트 단체인 여성미술연구회에 가입, 페미니즘 운동에 앞장섰다.

그는 역사적, 사회적으로 불온한 배제의 대상으로 여겨진 여성성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도발적인 인물 초상사진을 주로 작업했다. 여성의 정체성에 밀접하고 직관적으로 연결된 신체를 전면에 내세워, 여성의 몸과 역할을 억압해온 사회의 부조리와 성적 권력구조에 문제를 제기했다.

1999년부터 ‘미친년 프로젝트 ’
여성을 억압한 사회구조 경종

이번 개인전은 박영숙이 그동안 해온 전시와는 결이 다르다. 그는 이번 전시서 처음으로 인물이 아닌 자연만을 담은 그림자의 눈물연작 18점을 관람객들에게 선보인다.

그림자의 눈물은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된다. 첫 번째는 인물의 부재다. 기존 미친년 프로젝트화폐개혁 프로젝트는 여성의 신체가 작품 전체를 압도하는 구도로 만들어졌다. 이는 여성이라는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키려는 작가의 과감한 시도가 낳은 결과물이었다.

반면 그림자의 눈물은 여성의 신체가 아닌 곶자왈이라는 제주도의 한 지역을 담고 있다. 곶자왈은 자왈의 합성어로 된 고유 제주어다. 곶은 숲을,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 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을 뜻한다. 표준어로 덤불에 해당한다.
 

▲ 박영숙, 그림자의 눈물 16 (Tears of a Shadow 16), 2019, C-Print, 120 x 160 cm
▲ 박영숙, 그림자의 눈물 16 (Tears of a Shadow 16), 2019, C-Print, 120 x 160 cm

곶자왈은 돌무더기로 인해 농사를 짓지 못하고 방목지로 이용하거나 땔감을 얻거나 숯을 만들고 약초 등의 식물을 채취하던 곳으로 이용됐다. 불모지 혹은 토지 이용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은 땅으로 인식됐다.

박영숙은 이 쓸모가 없어 버려진 땅에 집중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을 촬영한 그는 부재의 상태를 관람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역설적으로 지금까지 버려져 온 여성의 흔적을 기억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인물이 아닌 자연에 집중
사람이 살지 않는 ‘곶자왈’

이 시리즈의 또 다른 축은 인물이 부재한 자리를 채우는 오브제들이다. 박영숙은 지금까지 수집해 온 물건들을 자연 속에 배치해 관람객들이 작가의 연출, 나아가 인물의 흔적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박영숙이 해온 작업에는 삶의 경험이 녹아있다. 그는 보편적인 여성의 삶과 섹슈얼리티라는 다층적 맥락을 포괄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골동품 사진, 분첩, 웨딩드레스와 같은 오브제는 여성으로서 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선, 버려진 땅 곶자왈에 살았던 한 여성의 이야기가 중첩되고 엮이는 은유의 그물망을 직조해낸다.

사진 속에

아라리오 갤러리 관계자는 박영숙은 그림자의 눈물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얽매여야 할 과거가 아닌 삶의 본질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작가의 바람으로 기록하고 있다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서 자유로워진 박영숙의 작품을 통해 여성성에 대한 작가의 새로운 시각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시는 66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박영숙은?]

1941년 천안출생

학력

숙명여자대학교 사학과 학사 졸업(1963)
숙명여자대학교 산업대학원 사진디자인학과 석사 졸업(1986)

개인전

두고 왔을 리가 없다한미사진미술관(2017)
미친년 발·화하다아라리오 갤러리(2016)
‘Cry Crack Crazy’
고은사진미술관(2009)
미친년 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2006)
미친년 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김재선갤러리(2006)
미친년 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소나무갤러리(2005)
미친년 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한국미술관(2005)
미친년 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성곡미술관(2005)
미친년 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Dawn Center(2004)
미친년 프로젝트 Mad Women Project’ The Third Gallery Aya(2004)
노스탈쟈파인힐 사진전문갤러리(1982)
‘36
명의 포트레이트(Portraiture of 36 Friends)’ 공간사랑갤러리(1981)
UN제정 ‘75 세계여성의 해 기념사진전 평등, 발전, 평화중앙공보관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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