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 강정’ 유니콘기업 실상

벌이는 시원찮고 빚만 잔뜩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유니콘기업’이란 기업가치 10억달러(약 1조원)를 초과하는 비상장 스타트업 회사를 뜻한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이라는 말에는 현시점의 성과는 물론, 미래의 성장 가능성도 포함돼있다. 하지만 유니콘기업이라는 간판만 보고 미래를 낙관하기에는 위험요소가 크다. 이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만으로 접근할 경우 투자자들은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게 될지도 모른다.
 

최근 국내서 유니콘기업들이 잇달아 출현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들을 육성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추세다. 정부서도 육성책을 적극적으로 내놓는 분위기다.

1조원 신기루
공허한 청사진

지난해 12월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한 바이오시밀러(면역치료제) 제조업체 ‘에이프로젠’이 11번째 국내 유니콘기업으로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국은 국가별 유니콘기업 순위서 미국(210개사), 중국(102개사), 영국(22개사), 인도(18개사)에 이어 독일과 함께 공동 5위를 기록하게 됐다.

국내 유니콘기업 탄생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는 추세다. 2017년 말 기준 3곳에 불과했던 국내 유니콘기업은 2018년 3곳, 지난해 5곳이 신규 등록되는 등 최근 들어 증가 추이가 확연히 눈에 띈다.

유니콘기업에 대한 정부의 투자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유니콘기업 수가 증가하는 것은 스타트업 창업자와 벤처투자자의 땀과 노력으로 벤처 생태계가 성숙되는 증거”라며 “정부도 스케일업 펀드 조성 등 벤처 투자 확대와 예비 유니콘기업 발굴·육성 등을 통해 더 많은 유니콘기업이 나올 수 있는 벤처 생태계 조성에 힘쓰겠다”고 언급했다.


커지는 기대감…내실은 과연?
여기저기 적자투성이 ‘곡소리’

정치권서도 유니콘기업 육성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1월20일 4·15총선 2호 공약으로 2022년까지 유니콘기업을 30개 육성하고 벤처 투자액 연간 5조원을 달성하는 등 ‘벤처 4대 강국 실현’ 방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유니콘기업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K-유니콘 프로젝트’ 가동을 제시했다. 우량 벤처기업을 연간 200개씩 선발해 집중 육성하는 ‘벤처강국 패스트트랙’을 마련하고, 스케일업(Scale up, 규모 확대) 펀드를 4년간 12조원 규모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제도’ 확대를 통해 적자 상태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정부 및 정치권서 유니콘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선 모습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 및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니콘기업으로 지정된 몇몇 회사들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이는 유니콘기업에 대한 투자를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낙관론 이면에
위험 요소 다분

현재 국내서 유니콘기업으로 지정된 회사는 11곳. 2014년 선정된 쿠팡·옐로모바일을 시작으로 L&P코스메틱(2015년), 크래프톤·비바리퍼블리카·우아한형제들(2018년), 위메프·야놀자·GP클럽·무신사·에이프로젠(2019년)이 유니콘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유니콘기업에 등재된 회사들의 기업가치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쿠팡의 기업가치는 90억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크래프톤(50억달러), 옐로모바일(40억달러), 위메프(26억5000달러), 우아한형제들(26억달러), 비바리퍼블리카(22억달러) 등은 2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유니콘기업의 높은 가치평가가 회사의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진 사례는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벤처연합 형태의 기업모델을 선보인 옐로모바일은 2014년 유니콘기업으로 선정되면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행보는 실망의 연속이었다. 짧은 영광을 뒤로한 채 지금은 사실상 인공호흡으로 연명하는 분위기다.

빌린 돈으로… 
경쟁력 의문

옐로모바일은 2018년 연결 기준 47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나 318억원의 영업손실과 118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당해 현금유출 규모가 3040억원에 달한다. 2017년과 2018년에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자, 옐로모바일을 유니콘기업으로 분류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는 반응마저 나온다. 

쿠팡은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했지만 영업손실이 나날이 확대되면서 우려를 낳고 있다. 2017년 6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위메프는 이듬해 손실액을 417억원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을 뿐 여전히 흑자로 돌아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야놀자 역시 숙박 앱 업계 1위라는 타이틀과 별개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놀자는 2015년부터 줄곧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18년 연결기준 야놀자의 영업손실은 167억원, 당기순손실 203억원이다. 

국내 유니콘기업서 업종의 쏠림이 확연하게 나타난다는 점도 지적사항으로 꼽힌다. 플랫폼 사업에 편중 현상이 대표적이다.

플랫폼 사업은 다양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네트워크 통신을 활용해 이용자와 사업자를 연결하고 이를 통해 이익을 창출한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플랫폼 사업은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의 트렌드로 읽히기도 한다.

사업 편중 심각…기술 기반 취약
여차하면 외국회사에 넘어갈 판

국내 유니콘기업 중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되는 곳은 쿠팡, 위메프, 우아한형제들, 야놀자, 무신사 등이다. 다만 이들은 국내 시장을 바탕으로 설계된 기업인데다 아직까지 국내 시장을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제한적인 성장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력한 차기 유니콘기업 역시 플랫폼 사업자다. 마켓컬리 서비스를 운영하는 더파머스는 최근 외국 투자자를 중심으로 프리IPO 시리즈E 투자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쿠팡 잠실 신사옥 ⓒ쿠팡

플랫폼 기업이 많다는 것은 기술기반 유니콘기업의 부재가 심하다는 뜻을 내포한다. 에이프로젠이 생명공학 분야의 첫 유니콘기업으로 높게 평가받은 것도 업종의 다양화 측면서 이상적이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는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국한된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글로벌 유니콘기업 가운데 핀테크 업체는 60곳에 이른다. 핀테크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유니콘기업이 올해에만 3곳이 늘었지만, 국내에선 비바리퍼블리카를 잇는 핀테크 유니콘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유니콘기업들이 해외자본에 의존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쿠팡의 대주주는 손정의 회장이 이끌고 있는 소프트뱅크이며, 야놀자는 싱가포르투자청이 주주로 들어가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 세계적 투자사 클라이너퍼킨스, 알토스벤처스, 굿워터캐피탈, GIC, 세콰이어 차이나, 베세머벤처파트너스 등이 포진했다. 

밑 빠진 독에 
계속 물 붓기

국가별로 보면 일본 자금이 많이 들어간 유니콘기업은 쿠팡, 옐로모바일이 거론되며 크래프톤은 중국 자본이 90% 이상이다. 비바리퍼블리카는 거의 100%에 가까운 자본 출처가 미국이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니콘기업 모두가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 상황”이라며 “유니콘기업 수를 늘리기보다 벤처 투자 확대, 인적 자산 확보, 혁신적인 기업문화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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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