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연기’ 최악의 시나리오 다섯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24 08:14:41
  • 호수 12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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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도 부모도 갑갑해 죽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학이 4월로 미뤄졌다. 학사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졌으며 2020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도 늦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원격수업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개학이 2주일 더 연기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국 학교 신학기 개학일을 4월6일로 추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5주일…
3번째 연기

매년 전국 학교 개학일 날짜는 3월2일이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지속되면서 총 5주일 미뤄지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달 23일 개학 1주일 연기를 처음 발표했다가 이달 12일에 다시 2주일을 더 미루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는 3차 개학 연기(3차 휴업 명령)다. 잇달아 연기하는 바람에 “4차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개학 연기로 인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사일정, 학원 및 급식업계까지 여파가 미칠 전망이다.

교육부는 개학을 한 차례 더 미루는 이유에 대해 “질병관리본부 등 전문가들이 밀집도가 높은 학교서 감염이 발생될 경우 가정과 사회까지 확산할 위험성이 높으므로, 안전한 개학을 위해서는 현 시점으로부터 최소 2∼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감염 우려로 인한 긴급 조치로 3·4월 모의고사(학력평가)가 미뤄지고 여름방학마저 사라지는 등 학사일정의 대대적인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대학 입시를 앞둔 학부모들과 고3 수험생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4월6일 개학마저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이 있어 교육계는 혼란에 휩싸였다.

통상 수시전형에 반영되는 내신 성적은 3학년 1학기까지다. 수시파들이 1학기까지 학교 시험공부에 전념하고 여름방학 시작과 동시에 2020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기출 문제를 풀면서 ‘정시’ 모드로 전환하는 이유다.

4월에는 학교 갈수 있을까
추이 보고 일정 변경 가능성

하지만 올해는 시작부터 뒤틀렸다. 이미 4월 초로 연기된 3월 학력평가는 개학이 미뤄지면서 4월 중순 이후로 밀릴 상황이다. 교육부가 의무 수업일수(190일)를 줄인다고 하지만, 학사일정이 최소 한 달 이상 밀렸기 때문에, 학생들은 사실상 여름방학을 반납하고 학교에 나가야 한다. 예년 같으면 정시 준비에 집중할 시기에 학교 수업과 수능 준비를 병행하게 돼 올해 수능이 재수생에게 유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처럼 학생들 사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입시업체 진학사가 지난 6∼10일 고등학교 3학년 회원 233명을 대상으로 벌인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능을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이는 37.8%(88명), 연기해야 한다는 이는 36.1%(84명)로 박빙이었다.
 

▲ 개학 연기 발표하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예정대로 다음달 6일 개학할 경우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는데, 교육부는 수시 일정을 1∼2주 연기하는 내용을 우선 검토 중이다. 수시를 1∼2주 연기하되 정시 일정을 그대로 두거나 수시를 1∼2주 연기하고 정시도 연기하는 방안 등이다. 

수시와 정시 일정 모두 그대로 진행하는 방안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개학이 5주 밀리면서 여름방학이 줄 것으로 예상되고, 이에 따라 수시 일정이 촉박해져 학생부 마감일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만약 코로나19 상황이 지금보다 나빠져 개학일을 다시 다음달 13일이나 20일로 미루는 경우 2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둘 다 정시를 1주일 연기하는 방안이고, 수시는 1주일이나 2주일 연기하는 것이다.

수능은?
학원은?

4월6일에 개학 시 수시 일정을 최소 한 주씩 미루는 방안이 지금으로선 유력하다. 이 경우라면 수능 연기도 불가피하다. 오는 11월19일로 예정된 올해 수능은 이미 작년 수능일(11월14일)보다 5일이 늦다. 만약 수능을 2주일 늦추면 ‘12월(3일) 수능’을 치르는데 이 경우 눈·추위 등 기상 상황에 따른 돌발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진다.

시험지 배부부터 수험생 수송, 대규모 지각 사태까지 시험 운영상 여러 문제가 우려되는 만큼 교육부는 12월 수능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예체능 계열 수험생들의 걱정은 더 크다. 미대와 체대 등은 수능이 끝난 후 실시가 진행되는데, 수능이 연기되면 예체능계 수험생들은 실기를 준비할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된다.

앞서 수능이 연기된 적은 세 차례 있었다. 부산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렸던 2005년과 서울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렸던 2010년, 포항 지진이 발생했던 2017년에 각각 수능이 연기됐다. 2005년과 2010년에는 각각 3월, 2월에 미리 연기 발표가 이뤄졌으나 2017년에는 수능 전날에 연기가 발표됐다. 

이런 상황서 온라인 강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 개학이 연기됐다고 학습마저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가서도 온라인 강의를 고려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2020학년도 1학기를 전면 온라인 강의로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8일 성균관대 관계자는 “코로나19 관련해 여러 가능성으로 인한 문제들을 검토하고 있고 그중에는 1학기 전면 온라인 강의 계획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해당 안을 포함해 교수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온라인 강의?

세종대·숭실대 등 일부 대학도 온라인 강의 연장을 고민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대 관계자는 “19일쯤 온라인 강의를 더 연장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고, 국민대 본부 관계자 역시 “4주간 잡아둔 온라인 강의를 운영하면서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국대나 성공회대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지난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 대학원 수업은 유튜브 방송과 같은 진기한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교수가 초대한 화상 채팅방에 들어온 학생들이 실명 아닌 닉네임(별명)을 쓰기도 해 교수가 학생들을 ‘○○님’ 등 닉네임으로 부르기도 했다. 개인 사정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 뻔한 학생들은 혜택을 받았다. 몇몇 학생들은 가족 행사서 휴대폰으로 수업에 참여하거나 병원 등 외부 장소서 수업에 참가하기도 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처럼 전례 없는 강의 환경이 익숙치 않은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온갖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한 대학 강의에선 교수가 마이크를 켜지 않고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이 노트에 ‘안 들려요’라고 써서 들어 보이기도 했다. 모니터 화면을 거울 모드로 설정해 칠판 글씨가 뒤집어져 보이는 일도 벌어졌다. 교수가 화상 채팅방에 비수강생 참여를 막는 기능을 설정할 줄 몰라 생긴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대학생 A씨는 “화상으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비수강생이 접속해 ‘메시가 (축구를)잘해요, 호날두가 잘해요’ 등 수업 흐름과 전혀 맞지 않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주로 각자 집에서 수업에 참여하다 보니 교수나 학생 가족이 온라인 강의에 등장하기도 했다.

대학들도 온라인 수업 
“이참에 9월 신학기제”

일각에선 개학 연기가 또 이뤄진다면 ‘9월 신학기제’로 전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9월 신학기제는 초·중·고교부터 대학까지 9월부터 학년과 학기를 시작하는 제도로, 현재 미국, 유럽, 중국 등 대다수 국가가 시행하고 있다. OECD 국가 중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만이 3∼4월 학기제를 채택하고 있다.

현재 9월 학기제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코로나19가 종식될 가능성이 높은 9월이 아이들에게 더 안전하다고 분석한다. 또 9월 학기제는 추가 개학 연기로 혼란스러워진 교육 과정을 바로잡는 데에도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인터뷰서 “이참에 한 번 9월 학기 신학기제로 변경하는 것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상황은 그냥 코로나19 사태서 만약 개학이 계속 늦어져 5월, 6월까지 간다면 전 학년 모두 6개월의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이 되니 이참에 바로 9월 신학기제로 가는 게 낫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잇따른 개학 연기로 학교 급식업체 업무가 없게 되자, 관련업계도 울상이다. 경남 창원의 한 급식 유통업체는 이달 들어 매출이 전혀 없다. 학교 급식만 취급해 개학 연기 여파를 그대로 맞고 있는 것. B업체는 처음 개학이 연기됐을 때 직원들에게 휴직을 권고하기도 했다.

납품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지역 한 납품업체는 개학을 대비해 준비했던 급식 일부를 폐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유통기한이 다음달 초라서 급식판에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업체 역시 거듭되는 개학연기 여파로 직원들에게 휴직 권고를 검토 중이다.

‘올스톱’
관련업계 울상

강원지역 급식재료 납품 농가서도 한숨이 터져나오기는 마찬가지 상황이다. 식자재로 사용될 농산물이 저온저장창고에 쌓여 상품성을 잃어가는 데다 유지비까지 들어가 손해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저장고 천장까지 쌓인 감자를 보면서 이마의 주름이 더 깊어졌다. 지난해 이 지역 감자 농가는 13만8000t을 생산했다. 평년보다 20% 많다. 해당 지역 저장 감자는 대부분 식자재로 사용되는데 개학이 미뤄지면서 학교 납품이 멈췄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어린이집도 휴원 연장?

보건복지부는 지난 17일 “코로나19 감염을 최대한 방지하고 영유아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22일까지로 예고됐던 전국 어린이집 휴원 기간을 4월5일까지 2주 더 연장한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어린이집은 영유아가 밀집해 생활하는 공간으로, 그 안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할 경우 쉽게 전파될 가능성이 크고 지역사회로 감염이 확산할 위험이 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차원서 개원을 추가로 연장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어린이집은 지난달 27일부터 휴원에 들어갔다. 당초 이달 8일까지 휴원하기로 했다가 2주 연장했고, 이날 다시 한 번 2주 연장을 결정했다.

복지부는 휴원 기간이 늘어나더라도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당번교사를 배치해 긴급보육을 시행한다.

긴급보육을 사용하는 사유에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종일보육(오전 7시30분∼오후 7시30분)을 실시하고 급·간식도 평상시처럼 제공한다. 복지부는 긴급보육을 시행하지 않는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어린이집 이용불편·부정신고센터등을 통해 신고받는다.

어린이집은 보육실 교재·교구, 체온계, 의자 등을 아동 하원 후 매일 소독해야 하고, 현관·화장실 등의 출입문 손잡이, 계단 난간, 화장실 스위치 등을 수시로 소독해야 한다. 또 창문과 출입문을 수시로 개방해 주기적으로 환기해야 한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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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