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경험담> 신천지 포교 극적 탈출기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24 07:58:04
  • 호수 12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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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풀이로 유인…3명이 붙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인터넷에 올라온 신천지 포교법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치밀하다. 생생한 경험담이라며 올라온 글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소설을 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진위 여부에 대한 의구심도 남는다. <일요시사>는 지난해 신천지 포교를 직접 경험한 오창민씨를 만나 피해담을 들어봤다.
 

▲ 일요시사가 최근 신천지 포교로부터 탈출에 성공했다는 오창민씨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배승환 기자

사람은 일이 잘 안 풀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 이름을 바꾸고 싶어 한다. ‘개명하면 인생이 확 달라질 것’이라는 유혹을 받기 때문이다. 오창민씨도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다. 오씨는 지난해 8월10일 구로디지털단지역 인근 공터서 ‘성명학 무료 상담’이라는 문구를 보고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게 화근이었다. 

무료라더니…

평소 사주풀이에 관심이 많던 오씨는 무심코 천막에 들어가 상담을 받았다. 오씨는 “당시 상담해주던 A씨가 나를 보더니, 육해살과 도화살, 그리고 망신살이 꼈다는 등 안 좋은 이야기를 계속했다. 신경이 쓰여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니 ‘살풀이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노골적인 금전 요구가 없었기에 오씨는 의심을 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살풀이 방법을 묻자 A씨는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일이 잘 안 풀렸을 때 아는 스승님을 만났다. 그 스승님에게 도움을 받은 걸 갚는다는 의미로 지금 무료로 상담을 하는 것”이라며 A씨와 따로 약속을 잡게 됐다고 했다.

오씨가 약속장소로 가니 A씨가 B씨를 데리고 나왔는데 당시 A씨는 그를 살풀이 전문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50대 중후반의 B씨는 박학다식하고 스마트한 모습으로 오씨에게 다가왔다.


오씨는 “B씨는 성경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그 모습에 믿음이 가 이후 한 달가량 스터디룸을 빌려 B씨에게 교육을 받았다. 교육과정서 스터디룸 사용료만 내가 냈을 뿐 별도의 교육비가 따로 들진 않았다. 교육을 듣다 보니 성경에 관한 주제로 자연스럽게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B씨는 “원하는 종교에 맞춰 살풀이를 해줄 수 있다”며 오씨를 안심시켰다. B씨가 말하는 포인트는 하나였다. “모든 종교서 말하는 신은 한 명이다. 지역별로, 시기적으로 차별성이 있어 선구자가 달라졌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 달 반 정도 지났을까. B씨는 오씨에게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새로운 곳으로 유인했다고 한다.

오씨는 “B씨가 인문학 강의를 하느라 자신이 좀 버겁다고 말했다. 자신이 아는 전도사가 공개강의를 하는데 같이 가보지 않겠냐는 말을 했다. 위치는 구로디지털단지역서 가까운 거리였고, 간판 없는 건물이었다. 특강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수업을 들었다”고 회고했다.

돈 요구하지 않고 무상 교육
관심사 파악해 짝꿍 붙이기도 

결국 9월26일 처음 강의를 듣기 시작한 오씨는 종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과거 교회를 다녀봤지만 성경 공부가 어렵다고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오씨는 “수업을 듣고 나니 B씨가 괜찮냐고 물어봤다. 성경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예전에 교회를 다녔던 곳에서 DTS라고 집중적으로 성경을 배우는 과정이 있었다. DTS 같은 거냐고 물어보니 비슷한 거라고 답변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된 교육 내용은 성경 관련 내용이었다. 다윗과 골리앗을 가지고 설명을 하자 나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도 홀린 듯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고 했다.

오씨에 의하면 수강생이 150명 정도 돼 강의실이 가득 찼으며, 수업에 대한 분위기도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그는 “7개월 과정이 7만원밖에 하지 않았다. 매달 1만원은 학습자료 복사 비용이라고 했다. 7개월 과정은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 등 3반을 다 합친 기간이었다. 특이한 점은 특강을 진행한 목사님과 1:1 상담을 진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배승환 기자

수업은 굉장히 타이트하게 이뤄졌다. 매주 월, 화, 목,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시작해 총 3시간으로 진행됐다. 일을 마치고 힘든 몸을 이끌고 수업을 들으러 간 오씨에게 의지가 된 사람은 C씨였다. 

오씨는 “처음 갈 때 저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있다면서 수강생 C씨를 소개해줬다. 짝꿍처럼 C씨와 같이 수업을 들으면서 금방 친해졌다. 수업을 듣고 나서 어땠는지 이야기도 같이 하고 간식도 챙겨주는 등 의지가 됐다. 그때만 해도 C씨를 굉장히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으며 형이라고 부를 만큼 가까워졌다”고 한다. 

수업 내용의 대부분은 비유를 통한 성경 공부였다. 포도주는 어떤 걸 의미하는지, 벼가 자라날 때 추수를 해서 창고로 가져가는 행위가 어떤 걸 의미하는지 등을 해석해줬다.

비유에 대한 뜻풀이가 그들만의 생각이냐고 묻자 오씨는 “그 사람만의 생각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만큼 설명을 매우 잘했다. 특히 추수에 관한 내용이 정말 많았다. 구약에 나온 내용과 신약에 나온 내용이 매칭이 잘 돼있었고 성경 내용만을 설명하는 수업방식으로 신뢰감을 줬다”고 설명했다.

2주 넘게 수업을 들은 오씨에게 특별한 날이 있었다. 토요일 보충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버스서 이상한 문구 하나를 발견한 것이다. ‘추수 날을 기다리며’라는 문구를 본 오씨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수업을 통해 들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간판도 없는 건물서 수업
성경과 다른 구절로 특강

오씨는 “그 문구는 수업 내내 전도사님이 한 말이었다. 교육받을 당시 전도사님들은 ‘공부한 내용을 밖에 얘기하지 말라’고 말한다. 들을 때만 해도 왜 좋은 걸 밖에 말하지 말라고 할까 의아해했다. 그 뿐만 아니라 필기한 노트를 밖으로 못 가져가게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의심이 든 오씨는 스마트폰으로 ‘성경공부 비유풀이’라고 검색했다. 알고 보니 수많은 신천지 포교 수법 중 한 가지였다. 사주풀이를 통해 포교활동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시점이었다. 수강하러 온 사람들은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관심분야가 있었다. 그런 부분을 이용해 포교한 다음 성경 공부로 이어지게끔 유도한 것이다.

오씨도 사주에 대한 관심으로 이용당한 것이었다.


오씨는 “교육 받기 전에 B씨와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했다. 그들은 내가 원하는 부분을 캐치한 다음 이용한 것뿐이었다”며 “짝꿍이었던 C씨에게도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C씨에게 수업 관련해 할 얘기가 있다고 한 뒤 만나자고 했다. 약속시간 10분 전에 맨 처음 저에게 이름풀이를 해줬던 A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하지만 이들 모두 한통속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C씨를 만나 처음부터 신천지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사정이 생겨서 수업을 듣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자, C씨는 아쉬워하며 가끔 연락이나 하자며 오씨를 위로했다. 이때만 해도 오씨는 C씨가 신천지와는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C씨에게 조심스레 이들 무리가 신천지 교도인 것 같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C씨는 놀라지 않았다.

오씨는 “C씨는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고 했다. 그래도 자기는 뭔가 답을 찾기 위해 계속해보겠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나는 형(C씨)이 안 했으면 좋겠는데 한다고 해도 말리진 않을 거라고 했다. 종교가 진짜고 아니고를 떠나 나를 속였다는 게 너무 짜증이 난다고, 경찰에 신고하는 등 조치를 하려다가 참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언급은 C씨를 통해 전달하고 나를 건드리지 말라는 의미였다. 그 이후로 전화번호도 다 차단했다”고 했다. 

정체 숨기고

이어 “그 사건이 있고 난 뒤 타로, 사주에 관심이 많아 관련 모임에 많이 나갔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신천지 사태가 터지고 난 뒤 아무런 공지도 없이 그 모임은 해체돼 황당했다. 유튜브만 검색해봐도 신천지가 하는 포교수법은 굉장히 치밀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천지가 무서운 건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신천지라는 것을 알았을 땐 시간을 많이 허비한 상태”라며 “나도 한 달 반이란 시간 동안 공부한 게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주위서 비슷한 경향을 겼고 있다면 지체없이 빠져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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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