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 ‘허씨 4세 지분 전쟁’ 막전막후

‘때는 이때다’ 슬금슬금 총알 장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GS그룹 4세들 간 지분 경쟁이 가시적이다. 저가 매수를 노렸다는 분석과 함께 후계 구도에 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다만 지분만으로 승계 우위를 곧바로 점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 (사진 왼쪽부터)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윤홍 GS건설 사장

GS그룹은 허창수 전 회장의 용퇴로 전격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지난해 12월 허 전 회장은 “지금은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와 함께 빠르게 변하는 사업 환경에 대응해 세계적 기업을 향해 도전하는 데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라며 15년 만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났다.

용퇴 결정
세대교체

바통은 허 전 회장의 동생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에게로 넘어갔다. 허 회장은 올해 1월 취임 후 첫 신년 메시지를 통해 “고객과 시장, 기술이 빠르게 변하는 불확실성 시대에는 밖으로 눈과 귀를 열어 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추고 안으로 우리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빠른 대응을 주문했다.

허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쥐게 되면서 GS일가 4세들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허 회장은 오너 일가 3세다.

GS 4세는 그룹 지주사 ㈜GS 지분 소유 순으로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2.24%),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2.21%), 허서홍 GS에너지 전무(1.76%), 허철홍 GS칼텍스 상무(1.37%), 허윤홍 GS건설 사장(0.53%) 등이다.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은 삼양통상 등기이사로 삼양통상은 피혁 산업을 영위하는 회사다. 허 전 부사장 아버지는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이다. 삼양통상 2대주주(20.00%)로 GS그룹서 벗어나 독자 사업을 하고 있다.

허 전 부사장의 사퇴는 관심을 샀다. 그는 GS그룹 창업주 고 허만정 선생의 장손이다. 허만정 선생의 장남은 고 허정구 삼양통상 창업 회장이다. 애초 GS그룹 계열사에 몸담았지만 지난해 12월3일 사의를 표명했다.

허 전 부사장은 GS그룹서 스스로 벗어났지만 지난 19일 기준 4세 가운데 가장 많은 ㈜GS 지분을 쥐고 있다.

주가 하락 국면 4세 매입 눈길
올해 초부터 3월까지 사들여 

눈길이 가는 건 허 전 부사장이 ㈜GS 지분 매입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 허 전 부사장은 사의를 표한 날 198만327주를 보유 중이었다. 올해 들어 허 전 부사장은 지난달 25일과 26일 각각 4만1311주, 5만8689주 등 모두 10만주를 추가로 장내 매수했다.

허 전 부사장은 기존 198만여주서 208만327주를 보유하게 됐다. 허 전 부사장은 지난해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양통상을 통해서도 ㈜GS 20만주를 매입한 바 있다.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은 4세 중 지분 매입에 가장 적극적이다. 특히 허 사장은 GS 4세 가운데 가장 먼저 그룹 계열사를 독자 경영하고 있는데 4세들 중 유력한 승계자로 꼽힌다.


허 사장은 지난달 5일 4만6157주, 6일 3만5743주, 11일 1234주, 17일 3498주, 18일 1만주, 19일 9268주, 24일 4만6000주, 25일 7만9300주, 26일 2만3800주, 28일 2만4000주 등을 확보했다. 2월에만 모두 27만9000주였다.

이번 달에도 지분 매입은 계속됐다. 지난 2일 6만5000주를 시작으로 3일 7만주, 4일 2만7110주, 5일 2만주, 9일 1만4133주, 10일 3867주, 11일 4만8000주, 12일 5만340주, 13일 150주, 18일 1만9000주, 19일 2만5000주 등이다. 허 사장은 지난 19일 기준 34만 2600주를 매수했다. 허 사장이 보유한 ㈜GS 지분은 2.21%다.

허 사장은 GS칼텍스 수장으로 오른 지 2년차다. 그는 ‘미스터 오일’로 불리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장남이다. 현재 허동수 회장은 GS칼텍스 경영에 관여하지 않고 대외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너도 나도
긁어모아

허서홍 GS에너지 전무는 허정구 명예회장 3남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 장남이다. 허 전무 역시 올해 ㈜GS 지분을 사들였다. 허 전무는 지난달 13일, 7100주를 시작으로 14일 2만주, 17일 2만주, 18일 1만2600주 등 2월에만 모두 6만주를 사들였다. 이어 지난 9일 3만2000주, 10일 4만2000주 등 이번 달에는 모두 7만4000주를 매입했다.

허 전무 지분은 기존 156만2600주서 163만6600주로 상승했다. 허 전무는 지난 19일 기준 ㈜GS서 1.76% 지분을 가지고 있다.

허 전무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지분을 매입해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허 전무는 그 해 8개 계열사 등기임원에 오른 바 있다. 당시 기준으로 GS그룹 오너 일가 가운데 가장 많은 겸직을 하고 있었다. 세부적으로 ‘삼양인터내셔날’ ‘켐텍인터내셔날’ ‘GS파크24’ ‘GS파워’ ‘보령엘엔지터미널’ ‘서라벌도시가스’ ‘해양도시가스’ 등이었다.

허철홍 GS칼텍스 상무는 허준구 GS건설 명예회장 둘째 아들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 아들이다. 허 상무는 지난 2018년 허 상무는 GS네오텍 주주명부에 등장하면서 경영권을 인수 받는 것 아니냐는 주목을 받은 바 있다.
 

▲ 허창수 전령련 회장

허 상무는 올해 ㈜GS주식을 확보하지 않았다. 그는 ㈜GS지분 127만325주(1.37%)를 보유 중인데 오너 4세 중 4번째다. 허 상무는 지난해 등기이사 겸직 수가 늘어나 이목을 끌었다. 지난 2018년 허 상무는 GS네오텍서만 등기이사로 활동했다. 지난해에는 4곳에 이름이 올랐다. ‘상지해운’ ‘GS바이오’ ‘이노폴리텍’ ‘GS에코메탈’ 등이다.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지난해 용퇴를 결심한 허창수 전 회장의 장남이다. 허 사장은 지난해 GS건설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룹 승계 경쟁력서 한 발 앞서갔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 사장은 이후 아버지 허 전 회장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게 됐다.

허 사장은 올해 ㈜GS지분을 매입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기준 허 사장은 ㈜GS서 49만4888주(0.53%)를 보유 중이다.

허 사장은 지난해 승진 이후  곧바로 신사업 주도에 나섰다. 지난 1월 허 사장은 폴란드 목조 모듈러 주택 전문회사 단우드와 영국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 엘리먼츠 등을 인수했다. 허 사장은 미국 철골 모듈러 전문회사에 대한 인수 계약 체결 계획도 세웠다. 일각에선 승계 구도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했다.


오너 4세뿐만 아니라 GS오너 일가는 이번 달에만(19일 기준) 지난 6일부터 17일까지 모두 69만1120주를 사들였다. 그 결과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오너 일가 지분율은 48.19%서 48.92%로 상승했다.

그룹 오너 일가의 지주사 주식 매입은 경영권 확보와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자 방어 차원으로 지분을 매입한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올해 초 5만원이던 ㈜GS 주가는 지난 19일 3만5600원까지 떨어졌다.

GS그룹은 대표적인 형제 경영 그룹이다. 능력을 입증한 이는 가족회의를 통해 회장을 선출된다. 오너 일가가 나이 구분 없이 ㈜GS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GS 일가 최연소 주주는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아들 허석홍씨다. 허씨는 2001년생으로 100만5341주(1.08%)를 쥐고 있다.

현재 GS최대주주는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 사장으로 총 488만9718주(5.26%)를 갖고 있다. 허 전 회장은 441만7695주(4.75%), 허태수 회장은 192만3210주(2.03%)를 소유하고 있다.

저가 매수
매입 지속

GS 일가 4세는 그룹 핵심 계열사서 저마다 자리를 꿰찼지만 이사회 진입까지는 요원한 모양새다. ㈜GS는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주총에선 사내이사 선임안이 다뤄진다. 이 중 4세 이름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경영권을 이어가고 있는 3세들이 계속 전면에 모습을 드러냈다.


공시 자료에 따르면 허태수 회장과 홍순기 GS 사장은 사내이사 선임안에 등장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물러난 허 전 회장과 정택근 전 부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기타 비상무이사로는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이 선임될 전망이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후임이다.

GS 일가 4세 중 허세홍 사장이 유일하게 등기 임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그는 GS칼텍스를 비롯한 GS에너지 등기임원이다. 다만 허 사장이 단독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허진수 회장과 허용수 회장이 모두 GS칼텍스와 GS에너지에 등기돼있다.

GS건설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는 27일 계획된 주총에서는 등기임원으로 허 전 회장과 허진수 회장이 선임될 전망이다. 허 전 회장은 사내이사로, 허진수 회장은 기타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재선임이다.

여타 계열사서도 GS 4세들은 등기임원 선임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그룹은 3세 경영에 우선 방점을 두면서 4세 승계를 천천히 밟아갈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이들의 실적 개선 여부가 여느 때보다 주목을 받고 있다.

경제전문가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는 지난 1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서 “이미 (1998년 IMF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게 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룹 전반 4세보단 아직 3세가…
업황 악화 성과 입증 누가 먼저?

장 교수는 안팎서 불거지는 경제 위기가 코로나19만으로 발생하지 않았다고 봤다. 장 교수는 “2008년 국제 금융 위기를 잘못 처리해 문제가 더 커졌다”며 “코로나는 뇌관이고 밑에 쌓여 있는 문제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2008년 금융위기 때 제도 같은 개혁은 제대로 안 하고 돈을 풀어 문제를 봉합했다”며 “자본주의 역사상 없는 저금리에다가 양적 팽창 등으로 돈을 풀었지만 (돈이)금융기관에만 가고 실물 경제는 잘 돌아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금융 시장에 거품이 확 끼어 있는 상황서 코로나가 뇌관을 터뜨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옛날처럼 돈을 풀어도 해결이 안 된다”며 “돈을 풀어도 사람들이 돈을 쓸 수도 없는 등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GS 4세들은 현시점부터 경영 능력을 입증할 만한 성과를 올릴 경우 차기 후계 구도서 강력한 경쟁력을 쥐게 된다.

허세홍 사장이 이끌고 있는 GS칼텍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33조2614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년도에 비해 8.5%가량 하락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8796억원으로 같은 기간에 비해 28.7% 떨어졌다. 당기순이익 역시 35.6% 하락한 4526억원으로 나타났다.
 

▲ GS그룹 사옥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GS칼텍스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 ‘BBB+’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을 유지했다. 국제 원유 가격 급락과 수요 둔화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GS에너지는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1조7609억원을 기록했다. 직전년도 2조2110억원에 비해 4500억원가량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9878억원, 2773억원이었다.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각각 20.3%, 40.4% 정도 하락했다. 그룹 주력 분야인 정유와 에너지서 부진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GS건설은 지난해 연결 기준 10조4165억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보고했다. 직전년도에 비해 20.7% 내려갔다. 영업이익은 2972억원 줄어든 7672억원이었고, 당기순이익은 1399억원 감소한 4474억원을 봤다. 주로 국내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GS건설은 코로나19 여파로 분양 등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 부진
개선 여부

GS그룹서 벗어난 삼양통상에도 눈길이 간다. 삼양통상은 주총을 통해 후임 대표이사는 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이 맡을 예정이다.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부친인 허남각 회장은 44년 만에 대표이사직서 물러나게 됐다. 삼양통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회사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을 4.9% 오른 1921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494억원과 441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53.9%, 74.7% 치솟은 값이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LS그룹 일가도 지분 경쟁?

GS그룹과 함께 ‘범 LG가’로 분류되는 LS그룹에서도 지분 매입이 한창이다.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장남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올해에만 그룹 지주사 ㈜LS 지분을 상당량 확보했다.

구 회장은 지난 1월30일 2000주, 31일 3500주를 시작으로 2월에는 3일 4500주, 4일 3000주, 5일 1700주, 21일 1000주, 24일 1000주, 25일 4400주, 26일 4020주, 28일 3000주 등을 끌어 모았다. 1월부터 2월까지 모두 2만8120주다.

이번 달에도 지분을 꾸준히 매입 중이다. 구 회장은 지난 3일 4000주, 4일 825주, 5일 1000주, 10일 2500주, 11일 880주, 17일 8400주 등을 사들였다. 모두 1만7605주다. 현재 구 회장에겐 4.13% 지분이 있다. 구 회장은 오너 2세다.

3세 가운데 구동휘 LS 전무 행보가 눈에 띈다. 구 전무는 구자열 회장 아들이다. 그는 지난 1월30일과 31일 각각 3000주씩 6000주를 시작으로 지난 2월 3일 6500주, 4일 4476주, 5일 2000주, 7일 4279주, 12일 1000주, 14일 5000주, 17일 1000주, 18일 1500주, 19일 771주, 20일 1175주, 24일 1000주, 25일 1500주, 26일 1000주, 27일 300주, 28일 700주 등을 매수했다. 1월과 2월에 사들인 주식 수는 모두 3만8201주다.

구 전무는 지난 3일 1000주, 4일 600주, 5일 1400주, 6일 3600주, 10일 1000주, 11일 4400주, 12일 4000주, 13일 4000주, 16일 8000주, 17일 3000주 등도 추가로 사들였다. 모두 3만1000주다. 구 전무는 올해만 6만9201주를 끌어 모았다. 구 전무는 ㈜LS에서 지분 2.43%를 보유 중이다.

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아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도 ㈜LS 지분을 매입했다. 구 부사장은 지난 2월11일 946주, 12일 3386주, 17일 5000주, 18일 5000주, 24일 3614주, 26일 3000주, 27일 5000주 등을 사들였다. 지난 2일에는 2000주를 시작으로 3일 1000주, 6일 4000주, 10일 5000주, 11일 2000주, 12일 3000주, 16일 5000주, 17일 5000주 등을 매수했다. 2월부터 지난 17일까지 모두 5만2946주다. 구 부사장은 ㈜LS 지분 1.58%를 소유 중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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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