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정조준’ 추미애 법무부장관 딜레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23 10:30:40
  • 호수 12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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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전관들의 목에 칼을 댔다. 법무부가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방안을 발표한 것. 법조계에서는 당장 ‘헉’ 하고 장탄식이 나온다. 이번 발표 내용이 전례 없는 ‘고강도’기 때문이다. 전관들을 겨냥한 칼은 곧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로 향할 전망이다.
 

▲ 악수 나누는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장관 ⓒ청와대

법무부(장관 추미애)는 지난 17일 ‘법조계 전관 특혜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부제는 ‘수임·변론부터 수사 절차, 사후 감시 등 모든 단계 개선 추진’이다. <일요시사>가 당일 입수한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법무부는 ‘법조계 전관특혜 근절 전담팀(TF)’을 구성했다. 이후 학계·대한변호사협회·대검찰청 등과 논의해 이번 방안을 발표했다.

법무부 발표
전관에 철퇴

자료에는 사건 수임·변론 단계부터 수사 단계, 징계 단계 등 단계별 방안이 담겼다. 핵심은 수임 제한 기간 연장이다. 법무부는 검찰·법원 출신의 전관 변호사의 수임 제한 기간을 현행 1년서 3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변호사법을 개정할 예정이다.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인 고위직 출신 전관이 대상이다. 검사장과 고법 부장판사, 치안감 이상 경찰 고위직, 1급 이상 공무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법무부의 방안대로 변호사법이 시행된다면, 고위직 출신 전관들은 퇴직 전 3년 동안 근무한 기관의 사건을 퇴직 후 3년 동안 수임하지 못한다.  

기관 업무를 기준으로 취업 심사를 받는 대상자는 수임 제한 기간이 2년으로 늘어난다. 지검 차장검사, 지법 수석부장판사, 2급 이상 공무원 등이 대상자다. 현행 변호사법은 이들의 수임 제한 기간을 1년으로 규정한다. 


이는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현행 변호사법은 퇴직 전 1년, 퇴직 후 1년이 수임 제한 기간이다.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기간(3년, 2년)보다 짧다. 법무부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몰래 변론’에 대해 철퇴를 가할 계획이다. 몰래변론은 선임계 없이 피의자를 돕는 행위를 뜻한다. 변호사 중 일부는 조세포탈을 목적으로 몰래 변론을 해왔다. 

전관 특혜 근절 TF 구성
수임제한 1년→3년 늘려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정운호 게이트’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상습도박 사건을 몰래 변론한 검찰 고위직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수사검사, 결재검사와 학연·지연·친분 등과 관계된 전관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꾸려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법무부는 조세포탈 등의 목적으로 몰래 변론한 경우, 처벌을 현행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한다. 또 정당한 이유 없는 단순 몰래 변론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규정을 신설한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법무부는 검찰·법원서 재직했을 당시 처리했던 사건을 퇴직 후 변호사로서 수임한 경우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일 계획이다.

‘전화 변론’ 역시 금지된다. 전화 변론은 몰래 변론의 대표적 수단으로 사용돼왔다. 지난해 4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는 ‘몰래 변론’ 사례를 조사한 바 있는데, 조사 결과 검찰 고위직 출신 전관 변호사 중 다수가 전화 변론을 통해 검찰 수사 실무자나 지휘 라인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수사 중인 검사와 사건과 관련해 직접 통화할 수 있어 전화 변론은 전관 변호사의 ‘특혜’로 통한다.


이에 법무부는 전화 변론 자체를 금지할 계획이다. 단, 주임검사의 요청이나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검찰 내 상급자를 상대로 한 변론 역시 원칙적으로는 금지할 계획이지만, 절차 위반 등 부당한 검찰권 행사를 바로잡을 때에 한해 변론이 가능하도록 열어둔다. 그 외 변론은 서면으로 주임검사에게 제출하도록 한다. 주임검사에게 직접 전달하는 행위도 금지한다.

몰래 변론
막을까?

‘법조브로커’ 퇴출도 선포했다. 변호사, 법무사의 법률서비스 업무에 대해 중개를 해주는 알선업자가 바로 법조브로커다. 우리나라는 변호사와 법무사만이 유료로 알선할 수 있으며, 비법률가의 알선은 불법이다. 변호사법에 따르면, 비법률가가 수익 사업을 위해 법률사무를 알선·중개할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다.

그동안 법조브로커로 인한 피해 사례가 꾸준히 도마 위에 올라왔다. 최근에는 ‘여순사건’(10·19사건) 당시 희생당한 민간인 희생자의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이후 유족들에게 접근해 보상을 받게 해주겠다는 법조브로커가 등장해 우려를 낳았다. 

지난해 3월에는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한 법조브로커가 적발됐다. 해당 브로커에게는 변호사나 법무사 자격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2017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무자격으로 188건의 개인회생 사건을 수임, 수임료 총 3억6500만원을 부당하게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재판·수사 공무원의 변호사 알선 행위는 그 심각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조브로커로부터 수사 무마를 대가로 뒷돈을 받아 실형을 선고 받은 검찰·경찰 간부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법무부는 처벌을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범위도 확대된다. 사건을 수임할 목적으로 변호사들이 수사·재판기관 인사와의 인맥을 선전하는 행위는 금지다.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법무부는 금지 대상을 수사·재판기관뿐 아니라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등 조사기관으로까지 확대한다.

일단 법무부는 실태 조사부터 나선다. 이를 위해 각 검찰청의 감찰담당 검사가 맡는 행동강령책임관을 ‘전관특혜방지 담당책임관’으로 지정, 업무를 맡겼다. 또 법조비리 신고센터를 만들어 상시 운영한다.

21대 국회
입법 목표

TF 팀장을 맡은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내에 위치한 법무부 대변인실 사무실 의정관서 브리핑을 열고 “사건 수임 단계부터 징계·제재 단계까지 아우르는 대책을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며 “한쪽을 규제하면 다른 쪽에서 문제가 커지는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 촘촘하게 연결된 특혜 근절 방안들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이번 방안은 단계별로 진행된다. 첫 번째가 수사 단계서의 전관 특혜 근절이다. 법무부 훈령이나 대검 예규 개정으로도 시행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임 제한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방안 등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변호사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아 이번 20대 국회에선 개정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법무부는 21대 국회 입법을 목표로 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반부패정책협의회서 전관 특혜에 대해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공정 영역”으로 지목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해당 자리에 참석했다. 윤 총장은 협의회 참석 이후 대한변협과 관련 논의를 이어가는 등 전관 특혜 근절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전관 특혜 근절의 종착지는 공수처다. 수임 제한 기간을 연장하는 등 변호사법이 21대 국회서 개정되면, 법무부는 이에 준용해 공수처 관련 전관특혜를 근절하기 위한 논의에 착수할 방침이다. 

공수처, 전관의 온상지?
준비단장이 부른 논란

법조계 안팎에서는 공수처가 ‘전관의 온상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발단이었다. 남기명 공수처 준비단장이 부른 전관예우 논란이다.

앞서 남 단장은 공수처가 출범하기 전 한 시중은행의 사외이사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시중은행의 사외이사직은 ‘전관들의 놀이터’란 지적을 받는 자리로 시중은행은 그간 정권과 닿아 있는 주요 인사들을 자신들의 사외이사로 들여 이득을 취해왔다.

논란이 일자 남 단장은 지난 10일, 이사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남 단장은 당시 “공수처 준비단장 자리의 무거움을 느끼며 재직 중에는 단장 외의 어떤 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번 켜진 불씨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 분위기다. 공수처가 가진 특수성·희소성으로 인해 전관 특혜에 쉽게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25명이다. 

공수처 검사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자격 10년 이상 보유 ▲수사와 재판 또는 수사처 규칙이 정한 조사 업무 경력이 5년 이상이어야 하며 현직 검사도 공수처 검사에 지원할 수 있다.

해당 법률이 정한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이다. 여기에 3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이는 3년의 임기를 채우면 특수수사 전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수수사 전관의 몸값은 일반수사보다 약 2배가량 높다. 즉 공수처 경험만으로도 대형로펌 등에서 모셔 가려는 전관 변호사가 될 수 있다.

3년이면
몸값 뛰어

법조계에선 공수처 준비단이 먼저 관련 내규부터 만들어 공수처 검사의 전관 특혜를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21대 총선이 열리지도 않은 시점서 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내규부터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0일 공수처 준비단 첫 자문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주요 의제를 자문위원회에 설명하고 법령 등을 정비하는 자리다. 그러나 공수처의 전관 특혜를 방지하기 위한 법령 논의는 당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수처 준비단은 오는 7월15일까지 공수처 설립을 마쳐야 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검찰 갈등 재점화?

청와대-검찰 간 갈등이 재점화될 조짐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건’ 수사가 본격적으로 청와대를 겨냥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라임 사건은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등 시간이 지날수록 사안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검찰은 라임 관련 펀드 투자금을 집중적으로 유치한 A씨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출신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문제 해결에 개입했다”는 취지로 말한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또 검찰은 라임 투자 피해자 측으로부터 전직 청와대 행정관의 관여 의혹이 언급된 녹취록 등도 제출받아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

녹취에는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라임 펀드의 자산 매각 계획, 금감원 조사 무마 등에 개입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지난 16일 돌연 사의를 표명하자, 일각에선 라임 사건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6일은 라임 사건에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됐다는 의혹 보도가 쏟아지던 시점이다.

라임 사건은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 재직 당시 일어난 사안으로 만약 지금의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청와대의 공직기강 시스템에 대한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청와대는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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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