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코앞 ‘총장 장모’ 딜레마

닭(경찰) 쫓던 개(검찰) 지붕 쳐다볼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씨의 의혹 이면에 사위 윤 총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여전하다. 윤 총장의 법무부 감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결국 검찰은 최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공소시효는 이번 달 말까지로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달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윤석렬(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3월9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보도한 윤석렬(열) 총장과 그와 관련된 주변인들의 의혹이 매우 중대한 비위로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직위에 있는 자가 이런 비위 의혹에 있다는 건 검찰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국민에게 정의 실현은 허울이라는 자괴감을 심어준다”며 “보도된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법무부의 감찰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에는 9만7000여명(19일 오전 9시 기준)이 동의했다.

국민청원에
윤석열 비판

13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당장 파면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MBC채널을 보고 놀랐다. 윤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이걸 지금껏 믿고 버텼는데”라며 “검찰총장으로써 지금껏 했던 일이 본인 측근들은 봐주기식 수사, 비측근은 탈탈 털기 수사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검찰개혁이 물 건너갔다. 지금 파면하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회서 탄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임명권자의 책임회피다. 당장 파면해달라”고 적었다. 1만3000여명이 해당 청원(19일 오전 9시 기준)에 힘을 실었다.


두 건의 청원글은 지난 9일 MBC <스트레이트>가 ‘장모님과 검사 사위’ 편을 보도한 이후 올라왔다. <스트레이트>는 윤 총장 장모 최모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9일과 16일 2차례에 걸쳐 비중 있게 다뤘다. 최씨가 여러 사건에 연루됐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점을 두고 ‘검사 사위’ 윤 총장과의 연관성에 대해 의혹을 품은 것이다.

최씨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3가지다. 2013년 부동산업자 안모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의 한 야산에 투자하는 과정서 최씨와 손을 잡았다. 이 땅은 2년 전 기준으로 감정가가 170억원에 이른다. 이후 이 땅을 매각하는 문제를 두고 안씨와 최씨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안씨는 땅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대출 받았던 돈을 갚으려고 했지만 공동지분을 갖고 있던 최씨는 매각을 거부했다. 결국 대출금 담보로 잡혀 있던 땅 50%에 대한 지분이 경매로 처분됐다. 공교로운 점은 최씨 아들의 부동산업체가 그 땅을 사들였다는 것.

국정감사·청문회 해묵은 논란
방송 보도 이후 수사요구 높아

최씨가 매각을 거부하면 안씨는 땅을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 일부러 매각을 거부하고 안씨의 채무상황을 이용해 헐값에 땅을 독점하려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예금 잔고증명서의 진위 여부다. 최씨는 총 350억원에 달하는 신안상호저축은행의 예금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최씨는 2016년 4월 서울남부지방법원서 열린 안씨 형사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잔고증명서의 존재와 서류 위조를 시인했다. 김모씨에게 위조를 부탁했다는 증언도 했다.

위조된 예금 잔고증명서는 <스트레이트>서 보도된 것만 4건에 달했다. 위조된 서류는 실제 땅 매입 대금의 잔금 지급일 연장 요청이나 추가 자금 등에 사용됐다. 이 과정서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최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가 드러난 상황이었지만 당시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의료재단 영리법인 관련 의혹도 불거졌다. 최씨는 경기도 파주의 한 의료재단 영리법인에 2억원을 투자하고 재단의 초대 공동이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요양급여비 사기·부정수급 사건으로 운영자 부부와 재단 공동이사장이 구속되고 중형을 선고받아 문을 닫았다.
 

▲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이 건에서도 최씨는 검찰수사를 피해갔다. 검찰수사 1년 전인 2014년 5월 최씨가 공동이사장인 구모씨에게 받아낸 ‘책임면제 각서’가 큰 역할을 했다. 각서에는 ‘최씨는 병원 경영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아 민·형사적 사항에 모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씨는 이 각서를 근거로 결백을 주장했다.

부동산사업자 정대택씨 등 투자자들과의 분쟁 과정서 나온 각종 의혹들도 보도됐다. 최씨와 정씨가 함께 채권투자에 나선 것은 2003년이다. 두 사람은 법무사 백모씨 입회하에 ‘이익을 똑같이 나눈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증명서 위조
시인했는데?

하지만 50억원이 넘는 수익금이 생긴 이후 최씨가 정씨를 강요죄로 고소했다. 약정서 작성 과정서 정씨의 협박과 강요가 있었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었다. 법정  공방이 이어졌고 정씨가 징역2년의 실형을 받았다. 결정적 증거는 법무사 백씨의 증언이었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08년 8월 정씨가 출소한 이후 백씨가 말을 바꾸면서다. 백씨는 약정서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은 최씨였고, 법정 공방 당시 최씨가 거액의 금전으로 자신을 회유했다는 양심선언을 담은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정씨는 백씨의 자수서를 근거로 최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를 이유로 최씨를 불기소 처분한 반면 정씨는 무고죄로 기소했다.

방송을 통해 언급된 의혹들은 이미 언론보도, 국정감사, 인사청문회 등 다양한 방향서 불거진 바 있다. 정대택씨의 민원 제기로 윤 총장이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 시절 내부감찰을 받은 사실도 있었다. 정씨는 지난 2012년 3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앞으로 진정서를 넣었다.

그는 “최씨 모녀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고 2년간 징역을 복역하고 출소한 2008년부터 새로운 사실을 첨부해 최씨 등을 고소한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며 윤 총장(당시 과장)이 12건의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민원은 대검 감찰1과로 이첩됐다. 대검 감찰1과는 진정인 정씨와 윤 총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혐의없음.

윤 총장은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서 “진정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며 “진정 내용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압력 행사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언급 때마다
“관계없다”

2018년 10월19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는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최씨 관련 의혹을 꺼냈다. 윤 총장은 “증거가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장 의원은 “피해자 9명이 저를 찾아와 ‘최씨로부터 사기당해 30억원을 떼였고 장모 대리인이 징역 받아서 살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사기의 주범인 장모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윤 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배후에 있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말했다.


또 “잔고증명 위조가 법원서 밝혀진 사건인데 왜 수사를 안 하느냐”며 “중앙지검에 박모 검사가 (담당)하고 있다는데 왜 최씨는 형사처벌을 안 받느냐”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국감장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고 중앙지검에는 친인척 관련 사건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3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면 고소가 됐을 텐데 대체 어느 지검에 고소·고발이 들어왔는지 아시느냐”며 “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이거 너무하신 거 아닌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씨를 비롯한 윤 총장의 처가 의혹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은 윤 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최씨에 대한 의혹을 두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작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윤 총장 처가에 대한 언급 자체가 거의 되지 않았고, 의혹은 그대로 묻히는 듯했다.

그러나 방송 보도 등을 통해 최씨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검찰은 물론 경찰까지 움직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에 접수된 최씨 관련 진정서를 넘겨받은 의정부지검은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검·경 모두 달라붙어
공소시효 쟁점 될 듯

의정부지검은 예금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도 지난 1월 같은 취지의 고발장이 접수됐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부터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에는 최씨가 소송 사기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돼있다. 최씨를 비롯해 윤 총장과 그의 부인도 고소·고발당한 상태다.


최씨를 소송사기죄 및 무고죄 등으로, 윤 총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접수한 이 사건은 형사1부에 배당된 상태다.

윤 총장은 최씨의 예금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의정부지검에 수사 상황을 일체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서 불필요한 논란은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이 수사에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상태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가장 앞서 작성된 예금 잔고증명서의 작성일은 2013년 4월1일이다. 이 날짜를 기준으로 할 때 오는 31일이면 공소시효(7년)가 완성된다.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다.

일각에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서 검찰이 공소시효를 이유로 전격 기소한 것과 비교하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공소시효가 최씨 의혹의 면죄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최씨의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에 대해 “2주 안에 실체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검찰총장의 장모 사건 일부 공소시효가 2주밖에 안 남았다. 수사력만 집중하면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언급했다.

열흘이냐
6개월이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발족이 머지않은 때라 예전처럼 검찰이 노골적으로 사건을 덮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통해 천명한 바와 같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검찰권이 검찰총장 일가나 조직과 같은 특정 세력을 위해 쓰이지 않도록 검찰에 관심 갖고 지켜봐 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최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10월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의 잔고증명서 4장에 적시된 날짜는 각각 2013년 4월·6월·10월로, 경찰은 이 증명서들이 정확히 언제 작성된 것인지 살피고 있다. 문건이 모두 4월에 작성됐다면 오는 31일로 공소시효가 한정된다. 하지만 2013년 10월에 작성됐다면 공소시효는 10월까지 7개월가량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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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