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코앞 ‘총장 장모’ 딜레마

닭(경찰) 쫓던 개(검찰) 지붕 쳐다볼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씨의 의혹 이면에 사위 윤 총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여전하다. 윤 총장의 법무부 감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결국 검찰은 최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공소시효는 이번 달 말까지로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달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윤석렬(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3월9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보도한 윤석렬(열) 총장과 그와 관련된 주변인들의 의혹이 매우 중대한 비위로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직위에 있는 자가 이런 비위 의혹에 있다는 건 검찰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국민에게 정의 실현은 허울이라는 자괴감을 심어준다”며 “보도된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법무부의 감찰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에는 9만7000여명(19일 오전 9시 기준)이 동의했다.

국민청원에
윤석열 비판

13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당장 파면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MBC채널을 보고 놀랐다. 윤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이걸 지금껏 믿고 버텼는데”라며 “검찰총장으로써 지금껏 했던 일이 본인 측근들은 봐주기식 수사, 비측근은 탈탈 털기 수사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검찰개혁이 물 건너갔다. 지금 파면하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회서 탄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임명권자의 책임회피다. 당장 파면해달라”고 적었다. 1만3000여명이 해당 청원(19일 오전 9시 기준)에 힘을 실었다.


두 건의 청원글은 지난 9일 MBC <스트레이트>가 ‘장모님과 검사 사위’ 편을 보도한 이후 올라왔다. <스트레이트>는 윤 총장 장모 최모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9일과 16일 2차례에 걸쳐 비중 있게 다뤘다. 최씨가 여러 사건에 연루됐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점을 두고 ‘검사 사위’ 윤 총장과의 연관성에 대해 의혹을 품은 것이다.

최씨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3가지다. 2013년 부동산업자 안모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의 한 야산에 투자하는 과정서 최씨와 손을 잡았다. 이 땅은 2년 전 기준으로 감정가가 170억원에 이른다. 이후 이 땅을 매각하는 문제를 두고 안씨와 최씨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안씨는 땅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대출 받았던 돈을 갚으려고 했지만 공동지분을 갖고 있던 최씨는 매각을 거부했다. 결국 대출금 담보로 잡혀 있던 땅 50%에 대한 지분이 경매로 처분됐다. 공교로운 점은 최씨 아들의 부동산업체가 그 땅을 사들였다는 것.

국정감사·청문회 해묵은 논란
방송 보도 이후 수사요구 높아

최씨가 매각을 거부하면 안씨는 땅을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 일부러 매각을 거부하고 안씨의 채무상황을 이용해 헐값에 땅을 독점하려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예금 잔고증명서의 진위 여부다. 최씨는 총 350억원에 달하는 신안상호저축은행의 예금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최씨는 2016년 4월 서울남부지방법원서 열린 안씨 형사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잔고증명서의 존재와 서류 위조를 시인했다. 김모씨에게 위조를 부탁했다는 증언도 했다.

위조된 예금 잔고증명서는 <스트레이트>서 보도된 것만 4건에 달했다. 위조된 서류는 실제 땅 매입 대금의 잔금 지급일 연장 요청이나 추가 자금 등에 사용됐다. 이 과정서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최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가 드러난 상황이었지만 당시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의료재단 영리법인 관련 의혹도 불거졌다. 최씨는 경기도 파주의 한 의료재단 영리법인에 2억원을 투자하고 재단의 초대 공동이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요양급여비 사기·부정수급 사건으로 운영자 부부와 재단 공동이사장이 구속되고 중형을 선고받아 문을 닫았다.
 

▲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이 건에서도 최씨는 검찰수사를 피해갔다. 검찰수사 1년 전인 2014년 5월 최씨가 공동이사장인 구모씨에게 받아낸 ‘책임면제 각서’가 큰 역할을 했다. 각서에는 ‘최씨는 병원 경영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아 민·형사적 사항에 모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씨는 이 각서를 근거로 결백을 주장했다.

부동산사업자 정대택씨 등 투자자들과의 분쟁 과정서 나온 각종 의혹들도 보도됐다. 최씨와 정씨가 함께 채권투자에 나선 것은 2003년이다. 두 사람은 법무사 백모씨 입회하에 ‘이익을 똑같이 나눈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증명서 위조
시인했는데?

하지만 50억원이 넘는 수익금이 생긴 이후 최씨가 정씨를 강요죄로 고소했다. 약정서 작성 과정서 정씨의 협박과 강요가 있었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었다. 법정  공방이 이어졌고 정씨가 징역2년의 실형을 받았다. 결정적 증거는 법무사 백씨의 증언이었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08년 8월 정씨가 출소한 이후 백씨가 말을 바꾸면서다. 백씨는 약정서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은 최씨였고, 법정 공방 당시 최씨가 거액의 금전으로 자신을 회유했다는 양심선언을 담은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정씨는 백씨의 자수서를 근거로 최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를 이유로 최씨를 불기소 처분한 반면 정씨는 무고죄로 기소했다.

방송을 통해 언급된 의혹들은 이미 언론보도, 국정감사, 인사청문회 등 다양한 방향서 불거진 바 있다. 정대택씨의 민원 제기로 윤 총장이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 시절 내부감찰을 받은 사실도 있었다. 정씨는 지난 2012년 3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앞으로 진정서를 넣었다.

그는 “최씨 모녀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고 2년간 징역을 복역하고 출소한 2008년부터 새로운 사실을 첨부해 최씨 등을 고소한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며 윤 총장(당시 과장)이 12건의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민원은 대검 감찰1과로 이첩됐다. 대검 감찰1과는 진정인 정씨와 윤 총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혐의없음.

윤 총장은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서 “진정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며 “진정 내용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압력 행사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언급 때마다
“관계없다”

2018년 10월19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는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최씨 관련 의혹을 꺼냈다. 윤 총장은 “증거가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장 의원은 “피해자 9명이 저를 찾아와 ‘최씨로부터 사기당해 30억원을 떼였고 장모 대리인이 징역 받아서 살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사기의 주범인 장모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윤 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배후에 있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말했다.


또 “잔고증명 위조가 법원서 밝혀진 사건인데 왜 수사를 안 하느냐”며 “중앙지검에 박모 검사가 (담당)하고 있다는데 왜 최씨는 형사처벌을 안 받느냐”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국감장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고 중앙지검에는 친인척 관련 사건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3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면 고소가 됐을 텐데 대체 어느 지검에 고소·고발이 들어왔는지 아시느냐”며 “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이거 너무하신 거 아닌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씨를 비롯한 윤 총장의 처가 의혹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은 윤 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최씨에 대한 의혹을 두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작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윤 총장 처가에 대한 언급 자체가 거의 되지 않았고, 의혹은 그대로 묻히는 듯했다.

그러나 방송 보도 등을 통해 최씨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검찰은 물론 경찰까지 움직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에 접수된 최씨 관련 진정서를 넘겨받은 의정부지검은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검·경 모두 달라붙어
공소시효 쟁점 될 듯

의정부지검은 예금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도 지난 1월 같은 취지의 고발장이 접수됐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부터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에는 최씨가 소송 사기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돼있다. 최씨를 비롯해 윤 총장과 그의 부인도 고소·고발당한 상태다.


최씨를 소송사기죄 및 무고죄 등으로, 윤 총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접수한 이 사건은 형사1부에 배당된 상태다.

윤 총장은 최씨의 예금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의정부지검에 수사 상황을 일체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서 불필요한 논란은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이 수사에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상태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가장 앞서 작성된 예금 잔고증명서의 작성일은 2013년 4월1일이다. 이 날짜를 기준으로 할 때 오는 31일이면 공소시효(7년)가 완성된다.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다.

일각에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서 검찰이 공소시효를 이유로 전격 기소한 것과 비교하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공소시효가 최씨 의혹의 면죄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최씨의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에 대해 “2주 안에 실체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검찰총장의 장모 사건 일부 공소시효가 2주밖에 안 남았다. 수사력만 집중하면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언급했다.

열흘이냐
6개월이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발족이 머지않은 때라 예전처럼 검찰이 노골적으로 사건을 덮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통해 천명한 바와 같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검찰권이 검찰총장 일가나 조직과 같은 특정 세력을 위해 쓰이지 않도록 검찰에 관심 갖고 지켜봐 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최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10월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의 잔고증명서 4장에 적시된 날짜는 각각 2013년 4월·6월·10월로, 경찰은 이 증명서들이 정확히 언제 작성된 것인지 살피고 있다. 문건이 모두 4월에 작성됐다면 오는 31일로 공소시효가 한정된다. 하지만 2013년 10월에 작성됐다면 공소시효는 10월까지 7개월가량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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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