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코앞 ‘총장 장모’ 딜레마

닭(경찰) 쫓던 개(검찰) 지붕 쳐다볼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씨의 의혹 이면에 사위 윤 총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여전하다. 윤 총장의 법무부 감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결국 검찰은 최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공소시효는 이번 달 말까지로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달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윤석렬(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3월9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보도한 윤석렬(열) 총장과 그와 관련된 주변인들의 의혹이 매우 중대한 비위로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직위에 있는 자가 이런 비위 의혹에 있다는 건 검찰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국민에게 정의 실현은 허울이라는 자괴감을 심어준다”며 “보도된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법무부의 감찰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에는 9만7000여명(19일 오전 9시 기준)이 동의했다.

국민청원에
윤석열 비판

13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당장 파면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MBC채널을 보고 놀랐다. 윤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이걸 지금껏 믿고 버텼는데”라며 “검찰총장으로써 지금껏 했던 일이 본인 측근들은 봐주기식 수사, 비측근은 탈탈 털기 수사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검찰개혁이 물 건너갔다. 지금 파면하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회서 탄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임명권자의 책임회피다. 당장 파면해달라”고 적었다. 1만3000여명이 해당 청원(19일 오전 9시 기준)에 힘을 실었다.


두 건의 청원글은 지난 9일 MBC <스트레이트>가 ‘장모님과 검사 사위’ 편을 보도한 이후 올라왔다. <스트레이트>는 윤 총장 장모 최모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9일과 16일 2차례에 걸쳐 비중 있게 다뤘다. 최씨가 여러 사건에 연루됐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점을 두고 ‘검사 사위’ 윤 총장과의 연관성에 대해 의혹을 품은 것이다.

최씨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3가지다. 2013년 부동산업자 안모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의 한 야산에 투자하는 과정서 최씨와 손을 잡았다. 이 땅은 2년 전 기준으로 감정가가 170억원에 이른다. 이후 이 땅을 매각하는 문제를 두고 안씨와 최씨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안씨는 땅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대출 받았던 돈을 갚으려고 했지만 공동지분을 갖고 있던 최씨는 매각을 거부했다. 결국 대출금 담보로 잡혀 있던 땅 50%에 대한 지분이 경매로 처분됐다. 공교로운 점은 최씨 아들의 부동산업체가 그 땅을 사들였다는 것.

국정감사·청문회 해묵은 논란
방송 보도 이후 수사요구 높아

최씨가 매각을 거부하면 안씨는 땅을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 일부러 매각을 거부하고 안씨의 채무상황을 이용해 헐값에 땅을 독점하려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예금 잔고증명서의 진위 여부다. 최씨는 총 350억원에 달하는 신안상호저축은행의 예금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최씨는 2016년 4월 서울남부지방법원서 열린 안씨 형사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잔고증명서의 존재와 서류 위조를 시인했다. 김모씨에게 위조를 부탁했다는 증언도 했다.

위조된 예금 잔고증명서는 <스트레이트>서 보도된 것만 4건에 달했다. 위조된 서류는 실제 땅 매입 대금의 잔금 지급일 연장 요청이나 추가 자금 등에 사용됐다. 이 과정서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최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가 드러난 상황이었지만 당시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의료재단 영리법인 관련 의혹도 불거졌다. 최씨는 경기도 파주의 한 의료재단 영리법인에 2억원을 투자하고 재단의 초대 공동이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요양급여비 사기·부정수급 사건으로 운영자 부부와 재단 공동이사장이 구속되고 중형을 선고받아 문을 닫았다.
 

▲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이 건에서도 최씨는 검찰수사를 피해갔다. 검찰수사 1년 전인 2014년 5월 최씨가 공동이사장인 구모씨에게 받아낸 ‘책임면제 각서’가 큰 역할을 했다. 각서에는 ‘최씨는 병원 경영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아 민·형사적 사항에 모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씨는 이 각서를 근거로 결백을 주장했다.

부동산사업자 정대택씨 등 투자자들과의 분쟁 과정서 나온 각종 의혹들도 보도됐다. 최씨와 정씨가 함께 채권투자에 나선 것은 2003년이다. 두 사람은 법무사 백모씨 입회하에 ‘이익을 똑같이 나눈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증명서 위조
시인했는데?

하지만 50억원이 넘는 수익금이 생긴 이후 최씨가 정씨를 강요죄로 고소했다. 약정서 작성 과정서 정씨의 협박과 강요가 있었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었다. 법정  공방이 이어졌고 정씨가 징역2년의 실형을 받았다. 결정적 증거는 법무사 백씨의 증언이었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08년 8월 정씨가 출소한 이후 백씨가 말을 바꾸면서다. 백씨는 약정서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은 최씨였고, 법정 공방 당시 최씨가 거액의 금전으로 자신을 회유했다는 양심선언을 담은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정씨는 백씨의 자수서를 근거로 최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를 이유로 최씨를 불기소 처분한 반면 정씨는 무고죄로 기소했다.

방송을 통해 언급된 의혹들은 이미 언론보도, 국정감사, 인사청문회 등 다양한 방향서 불거진 바 있다. 정대택씨의 민원 제기로 윤 총장이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 시절 내부감찰을 받은 사실도 있었다. 정씨는 지난 2012년 3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앞으로 진정서를 넣었다.

그는 “최씨 모녀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고 2년간 징역을 복역하고 출소한 2008년부터 새로운 사실을 첨부해 최씨 등을 고소한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며 윤 총장(당시 과장)이 12건의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민원은 대검 감찰1과로 이첩됐다. 대검 감찰1과는 진정인 정씨와 윤 총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혐의없음.

윤 총장은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서 “진정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며 “진정 내용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압력 행사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언급 때마다
“관계없다”

2018년 10월19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는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최씨 관련 의혹을 꺼냈다. 윤 총장은 “증거가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장 의원은 “피해자 9명이 저를 찾아와 ‘최씨로부터 사기당해 30억원을 떼였고 장모 대리인이 징역 받아서 살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사기의 주범인 장모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윤 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배후에 있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말했다.


또 “잔고증명 위조가 법원서 밝혀진 사건인데 왜 수사를 안 하느냐”며 “중앙지검에 박모 검사가 (담당)하고 있다는데 왜 최씨는 형사처벌을 안 받느냐”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국감장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고 중앙지검에는 친인척 관련 사건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3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면 고소가 됐을 텐데 대체 어느 지검에 고소·고발이 들어왔는지 아시느냐”며 “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이거 너무하신 거 아닌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씨를 비롯한 윤 총장의 처가 의혹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은 윤 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최씨에 대한 의혹을 두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작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윤 총장 처가에 대한 언급 자체가 거의 되지 않았고, 의혹은 그대로 묻히는 듯했다.

그러나 방송 보도 등을 통해 최씨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검찰은 물론 경찰까지 움직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에 접수된 최씨 관련 진정서를 넘겨받은 의정부지검은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검·경 모두 달라붙어
공소시효 쟁점 될 듯

의정부지검은 예금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도 지난 1월 같은 취지의 고발장이 접수됐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부터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에는 최씨가 소송 사기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돼있다. 최씨를 비롯해 윤 총장과 그의 부인도 고소·고발당한 상태다.


최씨를 소송사기죄 및 무고죄 등으로, 윤 총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접수한 이 사건은 형사1부에 배당된 상태다.

윤 총장은 최씨의 예금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의정부지검에 수사 상황을 일체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서 불필요한 논란은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이 수사에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상태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가장 앞서 작성된 예금 잔고증명서의 작성일은 2013년 4월1일이다. 이 날짜를 기준으로 할 때 오는 31일이면 공소시효(7년)가 완성된다.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다.

일각에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서 검찰이 공소시효를 이유로 전격 기소한 것과 비교하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공소시효가 최씨 의혹의 면죄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최씨의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에 대해 “2주 안에 실체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검찰총장의 장모 사건 일부 공소시효가 2주밖에 안 남았다. 수사력만 집중하면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언급했다.

열흘이냐
6개월이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발족이 머지않은 때라 예전처럼 검찰이 노골적으로 사건을 덮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통해 천명한 바와 같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검찰권이 검찰총장 일가나 조직과 같은 특정 세력을 위해 쓰이지 않도록 검찰에 관심 갖고 지켜봐 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최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10월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의 잔고증명서 4장에 적시된 날짜는 각각 2013년 4월·6월·10월로, 경찰은 이 증명서들이 정확히 언제 작성된 것인지 살피고 있다. 문건이 모두 4월에 작성됐다면 오는 31일로 공소시효가 한정된다. 하지만 2013년 10월에 작성됐다면 공소시효는 10월까지 7개월가량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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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