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코앞 ‘총장 장모’ 딜레마

닭(경찰) 쫓던 개(검찰) 지붕 쳐다볼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씨의 의혹 이면에 사위 윤 총장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여전하다. 윤 총장의 법무부 감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결국 검찰은 최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공소시효는 이번 달 말까지로 채 열흘도 남지 않았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달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윤석렬(열)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요청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3월9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보도한 윤석렬(열) 총장과 그와 관련된 주변인들의 의혹이 매우 중대한 비위로 보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직위에 있는 자가 이런 비위 의혹에 있다는 건 검찰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국민에게 정의 실현은 허울이라는 자괴감을 심어준다”며 “보도된 모든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법무부의 감찰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에는 9만7000여명(19일 오전 9시 기준)이 동의했다.

국민청원에
윤석열 비판

13일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당장 파면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MBC채널을 보고 놀랐다. 윤 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 있게, 이걸 지금껏 믿고 버텼는데”라며 “검찰총장으로써 지금껏 했던 일이 본인 측근들은 봐주기식 수사, 비측근은 탈탈 털기 수사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검찰개혁이 물 건너갔다. 지금 파면하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회서 탄핵시키는 것은 불가능하고 임명권자의 책임회피다. 당장 파면해달라”고 적었다. 1만3000여명이 해당 청원(19일 오전 9시 기준)에 힘을 실었다.


두 건의 청원글은 지난 9일 MBC <스트레이트>가 ‘장모님과 검사 사위’ 편을 보도한 이후 올라왔다. <스트레이트>는 윤 총장 장모 최모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9일과 16일 2차례에 걸쳐 비중 있게 다뤘다. 최씨가 여러 사건에 연루됐지만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점을 두고 ‘검사 사위’ 윤 총장과의 연관성에 대해 의혹을 품은 것이다.

최씨를 둘러싼 의혹은 크게 3가지다. 2013년 부동산업자 안모씨는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의 한 야산에 투자하는 과정서 최씨와 손을 잡았다. 이 땅은 2년 전 기준으로 감정가가 170억원에 이른다. 이후 이 땅을 매각하는 문제를 두고 안씨와 최씨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번졌다.

안씨는 땅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대출 받았던 돈을 갚으려고 했지만 공동지분을 갖고 있던 최씨는 매각을 거부했다. 결국 대출금 담보로 잡혀 있던 땅 50%에 대한 지분이 경매로 처분됐다. 공교로운 점은 최씨 아들의 부동산업체가 그 땅을 사들였다는 것.

국정감사·청문회 해묵은 논란
방송 보도 이후 수사요구 높아

최씨가 매각을 거부하면 안씨는 땅을 매각할 수 없는 상황을 이용, 일부러 매각을 거부하고 안씨의 채무상황을 이용해 헐값에 땅을 독점하려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는 예금 잔고증명서의 진위 여부다. 최씨는 총 350억원에 달하는 신안상호저축은행의 예금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최씨는 2016년 4월 서울남부지방법원서 열린 안씨 형사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잔고증명서의 존재와 서류 위조를 시인했다. 김모씨에게 위조를 부탁했다는 증언도 했다.

위조된 예금 잔고증명서는 <스트레이트>서 보도된 것만 4건에 달했다. 위조된 서류는 실제 땅 매입 대금의 잔금 지급일 연장 요청이나 추가 자금 등에 사용됐다. 이 과정서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했다. 최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가 드러난 상황이었지만 당시 검찰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의료재단 영리법인 관련 의혹도 불거졌다. 최씨는 경기도 파주의 한 의료재단 영리법인에 2억원을 투자하고 재단의 초대 공동이사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은 요양급여비 사기·부정수급 사건으로 운영자 부부와 재단 공동이사장이 구속되고 중형을 선고받아 문을 닫았다.
 

▲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

이 건에서도 최씨는 검찰수사를 피해갔다. 검찰수사 1년 전인 2014년 5월 최씨가 공동이사장인 구모씨에게 받아낸 ‘책임면제 각서’가 큰 역할을 했다. 각서에는 ‘최씨는 병원 경영에 전혀 관여를 하지 않아 민·형사적 사항에 모든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최씨는 이 각서를 근거로 결백을 주장했다.

부동산사업자 정대택씨 등 투자자들과의 분쟁 과정서 나온 각종 의혹들도 보도됐다. 최씨와 정씨가 함께 채권투자에 나선 것은 2003년이다. 두 사람은 법무사 백모씨 입회하에 ‘이익을 똑같이 나눈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증명서 위조
시인했는데?

하지만 50억원이 넘는 수익금이 생긴 이후 최씨가 정씨를 강요죄로 고소했다. 약정서 작성 과정서 정씨의 협박과 강요가 있었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었다. 법정  공방이 이어졌고 정씨가 징역2년의 실형을 받았다. 결정적 증거는 법무사 백씨의 증언이었다.

상황이 달라진 건 2008년 8월 정씨가 출소한 이후 백씨가 말을 바꾸면서다. 백씨는 약정서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은 최씨였고, 법정 공방 당시 최씨가 거액의 금전으로 자신을 회유했다는 양심선언을 담은 자수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정씨는 백씨의 자수서를 근거로 최씨를 고소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를 이유로 최씨를 불기소 처분한 반면 정씨는 무고죄로 기소했다.

방송을 통해 언급된 의혹들은 이미 언론보도, 국정감사, 인사청문회 등 다양한 방향서 불거진 바 있다. 정대택씨의 민원 제기로 윤 총장이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 1과장 시절 내부감찰을 받은 사실도 있었다. 정씨는 지난 2012년 3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앞으로 진정서를 넣었다.

그는 “최씨 모녀의 모함으로 누명을 쓰고 2년간 징역을 복역하고 출소한 2008년부터 새로운 사실을 첨부해 최씨 등을 고소한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며 윤 총장(당시 과장)이 12건의 사건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민원은 대검 감찰1과로 이첩됐다. 대검 감찰1과는 진정인 정씨와 윤 총장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혐의없음.

윤 총장은 당시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서 “진정인은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며 “진정 내용은 전부 거짓말”이라고 압력 행사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언급 때마다
“관계없다”

2018년 10월19일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서는 미래통합당(당시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최씨 관련 의혹을 꺼냈다. 윤 총장은 “증거가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장 의원은 “피해자 9명이 저를 찾아와 ‘최씨로부터 사기당해 30억원을 떼였고 장모 대리인이 징역 받아서 살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사기의 주범인 장모는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 윤 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배후에 있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말했다.


또 “잔고증명 위조가 법원서 밝혀진 사건인데 왜 수사를 안 하느냐”며 “중앙지검에 박모 검사가 (담당)하고 있다는데 왜 최씨는 형사처벌을 안 받느냐”고 주장했다. 윤 총장은 “국감장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다”며 “저는 정말 모르는 일이고 중앙지검에는 친인척 관련 사건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3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면 고소가 됐을 텐데 대체 어느 지검에 고소·고발이 들어왔는지 아시느냐”며 “제가 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아무리 국감장이지만 이거 너무하신 거 아닌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최씨를 비롯한 윤 총장의 처가 의혹은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유한국당은 윤 총장의 배우자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와 최씨에 대한 의혹을 두고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작 인사청문회 당일에는 윤 총장 처가에 대한 언급 자체가 거의 되지 않았고, 의혹은 그대로 묻히는 듯했다.

그러나 방송 보도 등을 통해 최씨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검찰은 물론 경찰까지 움직이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법무부 검찰개혁위원회에 접수된 최씨 관련 진정서를 넘겨받은 의정부지검은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검·경 모두 달라붙어
공소시효 쟁점 될 듯

의정부지검은 예금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도 지난 1월 같은 취지의 고발장이 접수됐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부터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에는 최씨가 소송 사기 의혹 등으로 고소·고발돼있다. 최씨를 비롯해 윤 총장과 그의 부인도 고소·고발당한 상태다.


최씨를 소송사기죄 및 무고죄 등으로, 윤 총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접수한 이 사건은 형사1부에 배당된 상태다.

윤 총장은 최씨의 예금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 수사를 맡고 있는 의정부지검에 수사 상황을 일체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의혹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서 불필요한 논란은 만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검 관계자는 윤 총장이 수사에 일절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상태다.

문제는 공소시효다. 가장 앞서 작성된 예금 잔고증명서의 작성일은 2013년 4월1일이다. 이 날짜를 기준으로 할 때 오는 31일이면 공소시효(7년)가 완성된다. 불과 열흘도 남지 않았다.

일각에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사건서 검찰이 공소시효를 이유로 전격 기소한 것과 비교하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공소시효가 최씨 의혹의 면죄부가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최씨의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에 대해 “2주 안에 실체를 밝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검찰총장의 장모 사건 일부 공소시효가 2주밖에 안 남았다. 수사력만 집중하면 사건 실체를 밝히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언급했다.

열흘이냐
6개월이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발족이 머지않은 때라 예전처럼 검찰이 노골적으로 사건을 덮을 수 없을 것”이라며 “검찰총장이 취임사를 통해 천명한 바와 같이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검찰권이 검찰총장 일가나 조직과 같은 특정 세력을 위해 쓰이지 않도록 검찰에 관심 갖고 지켜봐 주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최씨의 사문서 위조 혐의 공소시효가 10월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의 잔고증명서 4장에 적시된 날짜는 각각 2013년 4월·6월·10월로, 경찰은 이 증명서들이 정확히 언제 작성된 것인지 살피고 있다. 문건이 모두 4월에 작성됐다면 오는 31일로 공소시효가 한정된다. 하지만 2013년 10월에 작성됐다면 공소시효는 10월까지 7개월가량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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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