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최대 격전지> 서울 광진을 고민정 VS 오세훈 맞짱 인터뷰

대통령의 입이냐 보수 잠룡이냐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21대 총선서 종로, 광진을, 동작을은 거대 양당의 맞대결로 압축되는 이른바 ‘서울 3대첩’ 지역구로 통한다. 이들 중 서울 광진을 지역서 ‘대통령의 입’이었던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보수 잠룡’으로 꼽히는 미래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치열한 혈투를 벌일 예정이다. <일요시사>는 두 후보의 맞짱 인터뷰를 진행했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

패기의 고민정이냐, 관록의 오세훈이냐. 광진을 지역서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고민정 후보와 서울 시장 출신인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오세훈 후보가 만났다. 서울 광진을은 호남층과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대표적 민주당 ‘텃밭’이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선 야권의 대권 후보 출마와 추미애 법무부장관(5선)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각종 여론조사서도 두 후보는 초접전 양상이다. 광진을은 고 후보의 데뷔 무대가 될 것인가, 오 후보의 복귀 무대가 될 것인가. 아래는 두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광진을’에 출사표를 냈다. 광진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고)광진은 고향과 같은 곳이다.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살았고 KBS 입사하고 나서도 살았기에 십여년 살았다. 유년시절의 기억이 있기에 주민들을 볼 때 더 강한 유대감이 있다. 당으로부터 광진으로 가는 것이 결정 지어졌을 때 ‘운명’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오)2011년에 광진으로 이사 와 벌써 9년이 됐다. 태어난 곳이라 평소 애착이 많다. 서울시장을 하며 체화된 경험을 살려 광진구의 발전을 이뤄내고 싶어 이곳에 출마했다. 1년 전부터 열심히 골목골목을 다니면서 지역 현안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광진을은 민주당의 오래된 텃밭이다. 민심은 실제로 어떤가.

▲(고)“드디어 왔구나” “이제 왔구나” “왜 이제서야 왔나” “진작에 모습 좀 보여주지” 이런 반응들이 많다. 사실 오세훈 후보보다 공천 발표가 한참 늦게 나와 마음이 조급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반겨주시는 걸 보니 고향 사람이 왔다는 반가움이 있으신 것 같다. 새로운 정치인이 광진을 좀더 활력 있게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강하시다.

▲(오) “IMF 때 보다 더 살기 힘들다” “광진이 너무 낙후돼있다” “최저 임금이 높아 가게를 운영할 수 없다” “알바 자리가 없다”는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있다. 다행히도 “일 하나만큼은 오세훈이 잘하지 않겠느냐”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이 많다.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 활동한 지 1년이 넘었는데, 과거와 비교해 보면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다.

-광진을에는 청년 인구비율이 높다. 청년 표심을 공략할 만한 전략에는 무엇이 있는가.

▲(고)광진은 1인 가구 비율이 높다. 특히 화양동에는 청년 1인 가구들이 밀집돼있다. 1인 가구 비율이 서울 평균 30.9%인데 광진구는 37.1%가 조금 넘는다. 청년들의 주거,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는 게 중요하다. 더불어 편의시설과 같은 환경이 그들의 생활패턴에 맞게 형성이 되도록 주거·일자리·환경 세가지를 패키지로 점검하고자 한다.

젊은 패기? 노련한 관록? 여론은 ‘초박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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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진은 2030 유권자인구가 43.1%에 달하는 젊은 지역이다. 화양동, 구의동에 원룸촌이 상당히 발달해있는데 여기 사시는 분들이 불편한 게 많다. 아파트로 치면 관리사무소 같은 역할을 하는 안심센터를 원룸촌에 만들어 치안에 대한 불안감도 해소하고, 주거환경을 쾌적하게 만들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3040 여성을 위한 공약을 포함해 생활밀접 정책들을 하나씩 내놓을 생각이다.


-광진을의 현안에는 무엇이 있는가.

▲(고)동부지법 이전 부지를 활성화해야 할 과제가 있다. 구의역 일대에 있었던 동부지법이 송파구로 이전하면서 주변의 상권 기지가 많이 죽었기 때문이다.

▲(오)3∼4년 전 구의역 일대에 있었던 법원검찰청이 송파구로 옮겨가면서 먹자골목 매상이 참혹한 수준으로 줄었다. 국회의원, 구청장도 손놓고 있다가 이제야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많은 주민분들이 실망하고 계신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고)이 부지를 도시재생 차원서 활성화하고 혁신적인 첨단산업단지로 만들 생각이다. 이를 위해 광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을 물은 후 의견을 수렴할 것이다. 광진에는 오랜 세월동안 삶의 터전으로 잡고 사는 분들이 많다. 단순히 ‘황제식 개발’을 하게 되면 오래 사셨던 분들이 쫒겨나게 된다. 광진의 역사와 특성을 버무린 발전을 도모해, 이질적인 곳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 ⓒ문병희 기자

▲(오)현재 KT가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오피스텔·아파트· 업무시설이 들어오고 그와 연계해 여러 변화가 예정돼있는데 아무 것도 진행이 안 되고 있다. 제가 당선이 된다면 가장 우선적으로 KT를 만나서 빠른 진행을 주문함과 동시에, 어떤 문제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해 빨리 해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고)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평가하기는 사실 이르다. 다만 지금까지의 상황들을 봤을 때, 아직은 상황 관리가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수의 외신들도 한국의 방역체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위기에 굉장히 강한 정부다.

▲(오)최근 코로나 정국서 정부의 오락가락한 마스크 지침과 수급 대책 때문에 국민들의 원성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는 요구를 듣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가 이 지경까지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많다. 그런데 자화자찬 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허탈감에 실망하고 계신다.

-문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총평은.

▲(고)추진력이 있고 위기에 강하다. 그러면서 좌고우면 하지 않고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정부다. 지난 3년동안 한국에는 남북정상회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 중대사들이 많았다. 국가의 큰 이슈들이 터졌을 때 문정부는 굉장히 꼼꼼하고 면밀하게 모든 사안을 다뤘다. 지난번 강릉 산불이 있었을 때에도 빠르게 대처가 됐다. 당시 청와대는 굉장히 긴박하게 돌아갔다. 위기관리시스템이 잘 구축돼있는 곳임을 단적으로 느꼈다. 화이트리스트 국면서도 국가의 산업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들어 수출 지역을 오히려 다면화시키는 성과를 냈다.

▲(오)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라고 했다. 하지만 문정부는 집권 3년 만에 총체적인 위기에 빠뜨렸다. 서민들은 더 살기 힘들어졌다. 경제도 민생도 안보도 실패했다. 내로남불의 정점인 조국 사태로 청년들에게 큰 실망을 안겼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 사법 및 언론 장악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한·미외교는 악화일로며, 북한 눈치만 보며 끌려 다니고 있다. 문제는 임기가 2년 정도 남았는데 국정운영 방향이나 태도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오만과 독선이 도를 넘었다고 본다.


-고 후보님, 상대 후보는 ‘야권 잠룡’으로 꼽힌다.

▲(고)자신 있다. 난 정치 신인이지만, 이 점이 약점이 된다면 이 세상에는 어떤 신인도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일 수 없을 것이다. 시대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작 새로운 사람들이 발을 들여놓으려 할 때는 기존의 기득권 세력들과 부딪히게 된다. 그렇다고 기득권 세력들이 모두 다 좋은 결과물을 내진 않았다. 아무리 경력을 오래 가지고 있다 해도, 가진 성과에 대해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했는지가 더 중요하다. 단순한 경력만으로는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 후보님, 상대 후보는 ‘집권 여당’의 대표 인물이다.

▲(오)고민정 후보의 강점은 아무래도 청와대 대변인 출신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연결된다는 것 아니겠나. 하지만 문재인정부 집권 3년의 성적표가 나와 있기 때문에 정권심판에 대한 책임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지금 고 후보는 구청장, 시장, 대통령까지 연결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그 점은 얼마까지 여기 계셨던 추미애 장관도 마찬가지였다. 광진 개발이 지지부진한데 추 장관은 그럼 왜 못했나. 결국 정치인은 본인 경쟁력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자리다.

-고 후보님, '폴리널리스트'라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기본적으로 정치라는 건 뭐든 사람들이 꿈꿀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들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셨기 때문에 안 좋은 시선들이 있을 뿐이다. 그분들이 반성하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나 같은 언론인 출신들이 그들을 반면교사로 삼으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을 선택해서 KBS 나갔을 때 언론 개혁과 관련해 공감대가 있었다. 
 

▲ 오세훈 미래통합당 광진을 후보

-오 후보님, 선거를 앞두고 보수통합이 이뤄졌다.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오)이번 총선의 승패는 중도층의 표심에 달렸다. 통합당은 보수중도의 새로운 가치와 대안 및 정책을 제시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무자비한 경쟁이 아니라 경쟁서 뒤처진 분들을 잘 보듬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게 진정한 합리적 보수라고 생각한다. 양립하기 어려운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후보 시절 이전의 경력이 현재 정치인으로서 경쟁력이 된 점은 무엇인가.

▲(고)KBS 아나운서 생활을 14년 하면서 ‘공감’과 ‘소통’을 배울 수 있었다. 청와대 대변인실에선 3년 가까이 있었다. 그곳은 한국의 안보·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정보가 다 몰리는 곳이다. 대통령 곁에서 국정운영을 했기에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해결책을 모색했던 경험들이 축적돼있다.

▲(오)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등의 경력으로 1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하면서 시행착오도 겪었고 체화된 노하우도 있다. ‘일머리’는 다른 후보와 상대적 비교 우위에 있을 것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진짜 ‘광용성’(광진·용산·성동구)을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

고, 청 출신 강점 살려 ‘공감과 소통’
오, 10년 정치 시행착오 끝 기지개 펴나

-선거 슬로건은 무엇인가.

▲(고)‘느낌 있는 정치, 느껴지는 정치’ ‘광진 사람 고민정, 이제 광진이 뜬다’이다. 광진구가 경제·사회 분야서 서울의 중심이 될 수 있게끔 띄우겠다는 자신감을 표현했다. 느껴지는 정치는 주민들과 소통하겠다는 것으로 ‘느낌표’의 강한 의지를 담기도 했다. 젊은 사람답게 강한 추진력을 보여드리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오)‘낮은 자세로 섬기는 일꾼’이라는 모토로 지역 민심을 파고들고 있다. 아침에는 출근길에 한 분이라도 더 뵙기 위해 한 곳에 서 있는게 아니라, 이러 저리 돌아다니며 인사를 드리고 있다. 낮에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 골목골목을 돌고, 퇴근길에는 호프집과 음식점 등 상가를 돌며 뚜벅이 유세를 하고 있다.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고)공감과 소통을 잘하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모든 광진 주민분들을 만나뵐 수는 없지만, 최소한 제가 만났던 분들로부터 “그래도 고민정이 내 얘기는 들어주더라” “말하고 나니깐 조금 속이 풀리네”라는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작은 것부터 주민분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

▲(오)내게 정치란 ‘너무나도 하고 싶은 것’이다. 어느 덧 정치 휴지기가 9년 정도 되고 있다. 오래 쉬었는데 이번엔 꼭 재기하고 싶다. 한국 정치에 대해 많이 실망하시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국민분들이 많다. 국회에 입성하면 대한민국의 정치가 진일보하는 데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국회에 입성한다면 어떤 정책에 주력하고 싶은가.

▲(고)언론인 출신이기 때문에 가짜뉴스나 왜곡된 언론시장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또 아이 엄마이기 때문에 보육과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국회에 들어가서 뭘 해야겠다는 것보다, 광진 주민분들이 원하는 것을 법으로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자 한다.

▲(오)‘오세훈법’은 정치 선거자금의 투명화를 위해 제정됐다. 이제는 정치하는 국회의원의 투명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오세훈법2’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다. 국회의원의 특수활동비나 해외출장비가 알뜰하게 쓰일 수 있도록 일조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광진을 후보 ⓒ문병희 기자

-광진을에서 반드시 선출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고)누구보다 광진을 사랑하는 광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정치의 문화를 바꾸고 광진을 활력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정치인이 필요하다.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실행력이 있는 사람이다.

▲(오) 지금 광진에는 프로 일꾼의 ‘관록’이 필요하다. 여기서 더 뒤처지면 광진 발전은 요원해질 것이다. 지역개발은 여러 난제가 얽혀 있는 복잡한 종합행정이기에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 정치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달라.

▲(고)주민분들께 늘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리를 돌 때마다 과분하게 사랑을 해주시는 것 같다. 제가 응원을 해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응원을 받고 온다. 더더욱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청와대서 일했던 만큼을 광진에 쏟아 붓는다면, 광진을 멋진 곳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개발이 지지부진하지만, 광진은 한강변에 위치하고 있는 등 입지조건이 서울서 최상위권이다. 개발만 잘 진행된다면 굉장히 살기 좋은 지역이 될 수 있다. 남은 기간 동안 정책발표를 통해 광용성 시대를 만들기 위한 비전과 계획을 설명 드릴 생각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국민들께서 선거로 심판해주실 것이라 믿고 있다.


<sangmi@ilyosisa.co.kr>
 

[고민정은?]

▲KBS 아나운서실 아나운서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선임행정관)
▲대통령비서실 부대변인(비서관)
▲대통령비서실 대변인

 

[오세훈은?]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제16대 국회의원(강남구을)
▲제33·34대 서울특별시 시장
▲자유한국당 서울특별시당 광진구을 당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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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