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새 역사 <미스터트롯>이 남긴 숙제

<미스터트롯>도 마케팅 쇼에 불과할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11주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시청률 3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을 뿐 아니라, 40대 이상은 물론 그 이하 세대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TV조선 개국 이래 최고의 영광이다.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킨 <미스터트롯>은 조작 논란에 휘말리며,  그 의미가 퇴색된 채 마무리됐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은 트로트 열풍의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MBC <놀면 뭐하니?> 유산슬 신드롬에 이어 각종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미스터트롯>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변두리에 있던 트로트는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는 메이저 장르로 우뚝 섰다. 

‘35.7%’
적수가 없다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12.5%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5회에 25%를 찍었으며, 11회에 35.7%로 마무리했다. 첫 방송 이후 쉼 없이 수직상승했다. 시청률만 따지면 최근 여타 프로그램 중 <미스터트롯>에 대항할 경쟁 상대가 없다. 불법 다운로드 행태가 있기 전이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생기기 전인 약 10년 전 KBS2 <슈퍼선데이 - 1박2일> 정도가 적수에 해당한다.

30%를 넘는 예능프로그램 자체를 찾기 힘든 현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다. 

40대 이상의 연령층은 말할 것도 없고, 1030의 젊은 연령대에서도 <미스터트롯>은 이슈의 중심이었다. 전 세계를 잠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일한 경쟁상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미스터트롯>의 신드롬은 대단했다. 


직장인과 현역 가수 등 아마추어와 프로가 뒤섞인 출연자들의 무대는 끊임없이 회자됐다. 구성진 꺾기와 안정된 가창력, 끼가 넘치는 무대 매너 등 출연진이 선보이는 맛깔스러운 퍼포먼스는 광풍 열기를 이어나갔다. 

트롯계의 거장 이건우 작사가는 “스타가 있어야 바람이 분다”고 했다. <미스터트롯>은 스타 발굴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임영웅과 영탁, 이찬원, 김호중,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 TOP7을 비롯한 많은 출연자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최고 시청률, 오디션 새 역사 
지상파도 부러운 뜨거운 광풍

특히 임영웅의 ‘배신자’, 영탁의 ‘찐이야’, 이찬원의 ‘18세 순이’ 등이 음원 사이트 내 ‘트롯차트’를 넘어 ‘종합차트’서도 상위권에 등극하는 등 이들의 인기는 곳곳에서 발견됐다. TOP7에 속하지 못한 출연자들 역시 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높아진 인기를 실감했다. 

MC 김성주의 안정된 진행을 바탕으로 가수 장윤정과 박현빈, 노사연, 박현빈, 방송인 박명수, 조영수 작곡가 등 심사위원진의 진심 섞인 심사평과 익살스러운 입담까지, <미스터트롯>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 포인트만 쏙 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TOP7이 최종 결승 무대에 오른 출연진의 출중한 무대는 저마다의 개성을 오롯이 지녀 박수 받아 마땅했다. 오디션을 넘어선 7인 7색 콘서트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퀄리티였다. 제작진과 심사위원진의 역량과 별개로 출연진이 보여준 퍼포먼스가 <미스터트롯>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소위 ‘꽃길’만 걸었던 <미스터트롯>이 오명을 쓴 건 마지막 결승 무대를 앞둔 얼마 전부터였다. 임영웅 밀어주기 논란과 함께 불공정 계약 논란이 수면 위로 올랐으며, 급기야 우승자 발표 연기라는 초유의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제작진이 열심히 차려놓은 거한 상차림에 스스로 재를 뿌린 셈이다.
 


지난 12일 녹화방송에 생방송을 붙인 마지막 방송서 우승자인 진과 2등 격인 선, 3등 미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12일 방송에서는 우승자를 가려내지 못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773만 1781콜이라는 유례없는 문자 투표수가 단시간에 몰려 투표수를 완벽히 집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정확한 집계를 위해 최종 발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새벽 1시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좋아하는 가수’의 우승을 보기 위해 기다린 시청자들의 애타는 심정을 배신하는 결과였다.

브랜딩 도구
감춰진 진실

19일에 우승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제작진은 집계가 완료된 14일 긴급 편성을 통해 우승자를 가려냈다. 진은 임영웅, 선은 영탁, 미는 이찬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논란은 우승자가 가려진 후 더욱 거세졌다. 사전 투표서 1등이었던 이찬원이 문자 투표 발표 후 3위로 내려간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찬원은 임영웅과 더불어 출연진 중 가장 큰 팬덤을 구축한 인물이다. 결승전의 관전포인트는 이찬원 혹은 임영웅 중 누가 1위를 차지하냐는 데 있었다. 선을 차지한 영탁 역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앞선 두 출연자에 비해서는 팬층이 얇은 편이었다. 

그런 가운데 영탁이 이찬원을 문자 투표서 누르고 2위로 올라선 점이 시청자들에게는 선뜻 납득이 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스터트롯>이 조작 논란의 의심을 받는 이유다. 제작진은 “최종 결과가 발표된 후 투명한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냉랭한 여론은 유지되고 있다. 제작진이 앞서 발표한 773만여표 중에 유효 투표수는 542만에 그치기 때문이다. 약 30%의 문자투표가 무용지물이 됐다. 이런 이유로 제작진은 유효 투표 기준에 못 미치는 무효표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이 제시한 무효표의 기준은 여러 명의 이름을 동시에 작성하는 중복 투표, 성이나 이름을 잘못 쓴 경우, 이모티콘이 들어간 경우, 기호와 이름이 같이 들어간 경우 등 총 네 가지였다. 

당초 제작진은 여러 명을 투표하는 다중 투표는 인정하나, 한 문자에 두 명의 이름을 쓰는 중복 투표는 되지 않는다고만 알렸다. 그러다 문자투표 집계 이후 기준을 늘린 것. 

이번에도
출연자와 갈등?

특히 <미스터트롯>은 40대 이상이 주요 연령층이기 때문에 문자투표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를 간과하고, 문자투표 관련 고지를 단순하게만 정리했다가 뒤늦게야 바꿨다. 제작진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23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무효표가 발생한 것.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님의 문자투표 실수 후기 사례 글이 게재되고 있다.
 

▲ ▲▲ 영탁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으로 인해 특정 출연자가 피해 봤을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가장 피해를 본 인물로 이찬원이 꼽히고 있다. 이 대목은 앞서 <미스터트롯> 한 관계자가 SNS에 올린 임영웅 게시글에 ‘장하다 내 새끼’라고 쓴 부분과 겹쳐지며, 조작 여부를 의심받고 있다. 


제작진은 해당 게시물에 대해 “당시 참가자의 담당 작가가 참가자의 곡이 차트인 된 것에 놀라움을 표현한 것일 뿐,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각의 우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임영웅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또 심사위원진의 평가가 뭉뚱그려서 표현되고 있는 점도 조작 의심을 가중시키는 대목이다. 이전까지 <미스터트롯>은 심사위원진이 하트로서 출연자에게 점수를 주는 방식을 활용했다. 어떤 심사위원이 어떤 출연자에게 애정이 있는지, 시청자들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결승 무대에서는 이러한 설명 없이 마스터 투표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명성이 부족한 마스터 점수가 50%나 반영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는 시청자들도 많다. 뚜렷하지 않은 채점을 통해 순위를 조작하려는 수법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하다. 

결승 무대서 ‘대형사고’
무너진 신뢰…조작 논란도

그런 가운데 CJ계열 출신 방송 관계자 A는 오디션은 ‘마케팅 쇼’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에 처음부터 시작할 때 조작은 자연스러운 관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A는 “오디션에 보면 인기를 얻을 출연자가 눈에 보인다. 실력과 비주얼, 스토리텔링 면에서 출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출연자를 편집을 통해 밀어준다. 문자투표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런 출중한 출연자가 우승해야 잡음도 없고, 프로그램도 각광을 받는다. 우승자는 거의 정해져 있으며, 방송은 이들을 브랜딩하는 도구”라며 “제작진으로서는 꼭 원본 데이터를 공개할 필요가 없으므로 심사위원 투표 등을 통해 진실을 감출 수 있다. 오디션은 애당초 조작이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 직접 스태프로 참여했다는 관계자는 “완벽한 조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 입장서 조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행태들이 있다. 특출한 능력의 출연자를 픽하고 편집으로 교묘히 띄운다. 소위 회의실서 정하는 ‘밀실픽’을 이후에 결과를 끼워맞추는 것. 팬들도 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문제로 확산되지 않는다. 제작진으로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커뮤니티 및 해당 프로그램 댓글에는 <미스터트롯>이 특정 출연자를 1위로 만들려는 프로젝트로 보인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방송 편집 부분서 다른 참가자와 분명한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도 보이는 것. 아울러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조작이 드러난 시점서 시청자들은 더욱 ‘매의 눈’으로 방송분을 분석하고 있다. 

A는 “오디션이 마케팅 쇼가 된 지는 꽤 됐다. 특히 레이블 회사와 협업하는 오디션은 조작이 불가피하다. 다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오디션 제작자의 능력은 방송을 잘 만드는 것과 더불어 원하는 출연자의 인기를 교묘히 조작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누군가를 우승시키기 위한 조작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기준을 갑자기 변경해 약 230만가량의 무효표를 발생시킨 부분과 당일 문자 투표 집계에 실패한 대목 등은 아마추어다운 진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오디션에 대한 낮아진 신뢰도가 방송계 전반으로 확산된 가운데,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킨 <미스터트롯>마저 이 같은 의심서 벗어날 수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로운 신화?
오명의 역사?

의심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서 TV조선은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원본 데이터 공개 후 기존의 의심을 잠식하면서 신뢰성을 회복하고, 트로트 오디션의 명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아니면 M.net과 마찬가지로 오명의 역사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스터트롯’ 광풍은 그대로∼
출연자 향한 끊임없는 러브콜

<미스터트롯>은 비록 잡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광풍 열기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연자들의 활동은 이제부터다. 

임영웅과 영탁, 이찬원은 지난 16일 방송한 TV조선 <뉴스9>에 출연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19일을 시작으로 <토크콘서트-미스터트롯의 맛>이 3주간 방송된다.

아울러 <미스터트롯> TOP7은 TV조선 <뽕 따러 가세> 시즌2에서 뭉친다. 또 TOP7은 20일 팬들과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사랑의 콜센터>를 통해 관심을 이어갔다.

특정 시간 동안 전국 각지서 걸려온 전화를 통해 신청자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고, 그 자리서 즉석으로 신청곡을 불러주는 전화 노래방 형식의 재능 기부 이벤트다. TOP7이 현재 사회적인 상황을 고려, 외출을 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직접 제안한 것이 알려지며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TV조선 뿐 아니라 지상파나 다른 케이블 채널서도 이들을 찾는다. CJ 계열 오디션 프로그램서 활약한 스타들에 장벽을 쳤던 지상파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진·선·미, 세 사람과 결승 진출자 장민호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다. 또 JTBC <아는 형님> 등에도 출연하는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할 수 없는 엄청난 파급력

방송가에 따르면 <미스터트롯> 대다수 참가자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TOP7 득표수를 보면 TOP3 외의 출연자들도 엄청난 팬덤을 구축한 상태. <미스트롯>이 송가인의 독주체제였다면 <미스터트롯>은 각자 탄탄한 팬층을 형성한 출연자들 모두 방송가를 휘저을 전망이다.

아울러 TOP7에 속하지 못한 노지훈, 김수찬, 나태주, 류지광, 영기, 신인선, 김경민 등도 높은 인기에 힘입어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 출연하는 등 개별 가수들을 향한 인기가 확장되고 있다.

가요계에 따르면 TOP7은 1년 6개월간 TV조선 측이 매니지먼트 위탁 운영을 맡긴 뉴에라프로젝트의 지원 아래 활동을 이어간다.

TV조선 측은 TOP7을 활용해 <미스터트롯>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우려로 전국투어콘서트는 5월로 연기됐다.

TV조선 측은 콘서트의 취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프로듀스 101> 시즌2 워너원이 약 1000억원 가까이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후문이 있는 가운데 그보다도 더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TOP7의 수익은 예측 불가다. 

한 관계자는 “개그우먼 출신으로 <미스트롯>서 최종 5위를 차지한 김나희가 월수익 2억원이라고 알려졌다. 몇 배의 신드롬을 일으킨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이 얼마나 큰 돈을 벌지 상상이 안 간다”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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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