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새 역사 <미스터트롯>이 남긴 숙제

<미스터트롯>도 마케팅 쇼에 불과할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11주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시청률 3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을 뿐 아니라, 40대 이상은 물론 그 이하 세대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TV조선 개국 이래 최고의 영광이다.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킨 <미스터트롯>은 조작 논란에 휘말리며,  그 의미가 퇴색된 채 마무리됐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은 트로트 열풍의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MBC <놀면 뭐하니?> 유산슬 신드롬에 이어 각종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미스터트롯>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변두리에 있던 트로트는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는 메이저 장르로 우뚝 섰다. 

‘35.7%’
적수가 없다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12.5%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5회에 25%를 찍었으며, 11회에 35.7%로 마무리했다. 첫 방송 이후 쉼 없이 수직상승했다. 시청률만 따지면 최근 여타 프로그램 중 <미스터트롯>에 대항할 경쟁 상대가 없다. 불법 다운로드 행태가 있기 전이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생기기 전인 약 10년 전 KBS2 <슈퍼선데이 - 1박2일> 정도가 적수에 해당한다.

30%를 넘는 예능프로그램 자체를 찾기 힘든 현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다. 

40대 이상의 연령층은 말할 것도 없고, 1030의 젊은 연령대에서도 <미스터트롯>은 이슈의 중심이었다. 전 세계를 잠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일한 경쟁상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미스터트롯>의 신드롬은 대단했다. 


직장인과 현역 가수 등 아마추어와 프로가 뒤섞인 출연자들의 무대는 끊임없이 회자됐다. 구성진 꺾기와 안정된 가창력, 끼가 넘치는 무대 매너 등 출연진이 선보이는 맛깔스러운 퍼포먼스는 광풍 열기를 이어나갔다. 

트롯계의 거장 이건우 작사가는 “스타가 있어야 바람이 분다”고 했다. <미스터트롯>은 스타 발굴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임영웅과 영탁, 이찬원, 김호중,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 TOP7을 비롯한 많은 출연자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최고 시청률, 오디션 새 역사 
지상파도 부러운 뜨거운 광풍

특히 임영웅의 ‘배신자’, 영탁의 ‘찐이야’, 이찬원의 ‘18세 순이’ 등이 음원 사이트 내 ‘트롯차트’를 넘어 ‘종합차트’서도 상위권에 등극하는 등 이들의 인기는 곳곳에서 발견됐다. TOP7에 속하지 못한 출연자들 역시 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높아진 인기를 실감했다. 

MC 김성주의 안정된 진행을 바탕으로 가수 장윤정과 박현빈, 노사연, 박현빈, 방송인 박명수, 조영수 작곡가 등 심사위원진의 진심 섞인 심사평과 익살스러운 입담까지, <미스터트롯>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 포인트만 쏙 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TOP7이 최종 결승 무대에 오른 출연진의 출중한 무대는 저마다의 개성을 오롯이 지녀 박수 받아 마땅했다. 오디션을 넘어선 7인 7색 콘서트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퀄리티였다. 제작진과 심사위원진의 역량과 별개로 출연진이 보여준 퍼포먼스가 <미스터트롯>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소위 ‘꽃길’만 걸었던 <미스터트롯>이 오명을 쓴 건 마지막 결승 무대를 앞둔 얼마 전부터였다. 임영웅 밀어주기 논란과 함께 불공정 계약 논란이 수면 위로 올랐으며, 급기야 우승자 발표 연기라는 초유의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제작진이 열심히 차려놓은 거한 상차림에 스스로 재를 뿌린 셈이다.
 


지난 12일 녹화방송에 생방송을 붙인 마지막 방송서 우승자인 진과 2등 격인 선, 3등 미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12일 방송에서는 우승자를 가려내지 못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773만 1781콜이라는 유례없는 문자 투표수가 단시간에 몰려 투표수를 완벽히 집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정확한 집계를 위해 최종 발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새벽 1시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좋아하는 가수’의 우승을 보기 위해 기다린 시청자들의 애타는 심정을 배신하는 결과였다.

브랜딩 도구
감춰진 진실

19일에 우승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제작진은 집계가 완료된 14일 긴급 편성을 통해 우승자를 가려냈다. 진은 임영웅, 선은 영탁, 미는 이찬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논란은 우승자가 가려진 후 더욱 거세졌다. 사전 투표서 1등이었던 이찬원이 문자 투표 발표 후 3위로 내려간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찬원은 임영웅과 더불어 출연진 중 가장 큰 팬덤을 구축한 인물이다. 결승전의 관전포인트는 이찬원 혹은 임영웅 중 누가 1위를 차지하냐는 데 있었다. 선을 차지한 영탁 역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앞선 두 출연자에 비해서는 팬층이 얇은 편이었다. 

그런 가운데 영탁이 이찬원을 문자 투표서 누르고 2위로 올라선 점이 시청자들에게는 선뜻 납득이 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스터트롯>이 조작 논란의 의심을 받는 이유다. 제작진은 “최종 결과가 발표된 후 투명한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냉랭한 여론은 유지되고 있다. 제작진이 앞서 발표한 773만여표 중에 유효 투표수는 542만에 그치기 때문이다. 약 30%의 문자투표가 무용지물이 됐다. 이런 이유로 제작진은 유효 투표 기준에 못 미치는 무효표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이 제시한 무효표의 기준은 여러 명의 이름을 동시에 작성하는 중복 투표, 성이나 이름을 잘못 쓴 경우, 이모티콘이 들어간 경우, 기호와 이름이 같이 들어간 경우 등 총 네 가지였다. 

당초 제작진은 여러 명을 투표하는 다중 투표는 인정하나, 한 문자에 두 명의 이름을 쓰는 중복 투표는 되지 않는다고만 알렸다. 그러다 문자투표 집계 이후 기준을 늘린 것. 

이번에도
출연자와 갈등?

특히 <미스터트롯>은 40대 이상이 주요 연령층이기 때문에 문자투표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를 간과하고, 문자투표 관련 고지를 단순하게만 정리했다가 뒤늦게야 바꿨다. 제작진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23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무효표가 발생한 것.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님의 문자투표 실수 후기 사례 글이 게재되고 있다.
 

▲ ▲▲ 영탁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으로 인해 특정 출연자가 피해 봤을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가장 피해를 본 인물로 이찬원이 꼽히고 있다. 이 대목은 앞서 <미스터트롯> 한 관계자가 SNS에 올린 임영웅 게시글에 ‘장하다 내 새끼’라고 쓴 부분과 겹쳐지며, 조작 여부를 의심받고 있다. 


제작진은 해당 게시물에 대해 “당시 참가자의 담당 작가가 참가자의 곡이 차트인 된 것에 놀라움을 표현한 것일 뿐,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각의 우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임영웅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또 심사위원진의 평가가 뭉뚱그려서 표현되고 있는 점도 조작 의심을 가중시키는 대목이다. 이전까지 <미스터트롯>은 심사위원진이 하트로서 출연자에게 점수를 주는 방식을 활용했다. 어떤 심사위원이 어떤 출연자에게 애정이 있는지, 시청자들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결승 무대에서는 이러한 설명 없이 마스터 투표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명성이 부족한 마스터 점수가 50%나 반영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는 시청자들도 많다. 뚜렷하지 않은 채점을 통해 순위를 조작하려는 수법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하다. 

결승 무대서 ‘대형사고’
무너진 신뢰…조작 논란도

그런 가운데 CJ계열 출신 방송 관계자 A는 오디션은 ‘마케팅 쇼’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에 처음부터 시작할 때 조작은 자연스러운 관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A는 “오디션에 보면 인기를 얻을 출연자가 눈에 보인다. 실력과 비주얼, 스토리텔링 면에서 출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출연자를 편집을 통해 밀어준다. 문자투표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런 출중한 출연자가 우승해야 잡음도 없고, 프로그램도 각광을 받는다. 우승자는 거의 정해져 있으며, 방송은 이들을 브랜딩하는 도구”라며 “제작진으로서는 꼭 원본 데이터를 공개할 필요가 없으므로 심사위원 투표 등을 통해 진실을 감출 수 있다. 오디션은 애당초 조작이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 직접 스태프로 참여했다는 관계자는 “완벽한 조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 입장서 조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행태들이 있다. 특출한 능력의 출연자를 픽하고 편집으로 교묘히 띄운다. 소위 회의실서 정하는 ‘밀실픽’을 이후에 결과를 끼워맞추는 것. 팬들도 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문제로 확산되지 않는다. 제작진으로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커뮤니티 및 해당 프로그램 댓글에는 <미스터트롯>이 특정 출연자를 1위로 만들려는 프로젝트로 보인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방송 편집 부분서 다른 참가자와 분명한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도 보이는 것. 아울러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조작이 드러난 시점서 시청자들은 더욱 ‘매의 눈’으로 방송분을 분석하고 있다. 

A는 “오디션이 마케팅 쇼가 된 지는 꽤 됐다. 특히 레이블 회사와 협업하는 오디션은 조작이 불가피하다. 다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오디션 제작자의 능력은 방송을 잘 만드는 것과 더불어 원하는 출연자의 인기를 교묘히 조작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누군가를 우승시키기 위한 조작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기준을 갑자기 변경해 약 230만가량의 무효표를 발생시킨 부분과 당일 문자 투표 집계에 실패한 대목 등은 아마추어다운 진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오디션에 대한 낮아진 신뢰도가 방송계 전반으로 확산된 가운데,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킨 <미스터트롯>마저 이 같은 의심서 벗어날 수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로운 신화?
오명의 역사?

의심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서 TV조선은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원본 데이터 공개 후 기존의 의심을 잠식하면서 신뢰성을 회복하고, 트로트 오디션의 명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아니면 M.net과 마찬가지로 오명의 역사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스터트롯’ 광풍은 그대로∼
출연자 향한 끊임없는 러브콜

<미스터트롯>은 비록 잡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광풍 열기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연자들의 활동은 이제부터다. 

임영웅과 영탁, 이찬원은 지난 16일 방송한 TV조선 <뉴스9>에 출연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19일을 시작으로 <토크콘서트-미스터트롯의 맛>이 3주간 방송된다.

아울러 <미스터트롯> TOP7은 TV조선 <뽕 따러 가세> 시즌2에서 뭉친다. 또 TOP7은 20일 팬들과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사랑의 콜센터>를 통해 관심을 이어갔다.

특정 시간 동안 전국 각지서 걸려온 전화를 통해 신청자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고, 그 자리서 즉석으로 신청곡을 불러주는 전화 노래방 형식의 재능 기부 이벤트다. TOP7이 현재 사회적인 상황을 고려, 외출을 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직접 제안한 것이 알려지며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TV조선 뿐 아니라 지상파나 다른 케이블 채널서도 이들을 찾는다. CJ 계열 오디션 프로그램서 활약한 스타들에 장벽을 쳤던 지상파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진·선·미, 세 사람과 결승 진출자 장민호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다. 또 JTBC <아는 형님> 등에도 출연하는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할 수 없는 엄청난 파급력

방송가에 따르면 <미스터트롯> 대다수 참가자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TOP7 득표수를 보면 TOP3 외의 출연자들도 엄청난 팬덤을 구축한 상태. <미스트롯>이 송가인의 독주체제였다면 <미스터트롯>은 각자 탄탄한 팬층을 형성한 출연자들 모두 방송가를 휘저을 전망이다.

아울러 TOP7에 속하지 못한 노지훈, 김수찬, 나태주, 류지광, 영기, 신인선, 김경민 등도 높은 인기에 힘입어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 출연하는 등 개별 가수들을 향한 인기가 확장되고 있다.

가요계에 따르면 TOP7은 1년 6개월간 TV조선 측이 매니지먼트 위탁 운영을 맡긴 뉴에라프로젝트의 지원 아래 활동을 이어간다.

TV조선 측은 TOP7을 활용해 <미스터트롯>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우려로 전국투어콘서트는 5월로 연기됐다.

TV조선 측은 콘서트의 취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프로듀스 101> 시즌2 워너원이 약 1000억원 가까이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후문이 있는 가운데 그보다도 더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TOP7의 수익은 예측 불가다. 

한 관계자는 “개그우먼 출신으로 <미스트롯>서 최종 5위를 차지한 김나희가 월수익 2억원이라고 알려졌다. 몇 배의 신드롬을 일으킨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이 얼마나 큰 돈을 벌지 상상이 안 간다”고 말했다.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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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단독] 국방부 TF, 정보사 못 뒤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국방부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해소하지 못한 건을 발본색원하려 했다. 특별수사본부 외에도 TF팀을 꾸렸으나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상규명 핵심 기관인 정보사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의혹의 상당수가 근거가 빈약해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인사도 문제다. 내란에 연루된 핵심 기관임에도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본부에 조사관들이 상주까지 했는데 밝혀진 게 없다.” 한 정보사령부 영관급 장교의 말이다. 정보사를 둘러싼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와 헌법존중 TF(테스크포스)만으론 어림도 없다는 지적이 거세다. 제보와 투서 내란 특별검사팀의 후신인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보사에는 대북공작 전문가들인 휴민트(HUMINT·인간정보·820)가 있다. 휴민트 부대인 HID(북파공작부대)와 이들을 지휘하는 100여단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이들은 대북공작 실행 부대로 전략·기획은 특수사업처가 담당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사 특수처는 최근 특수·대외·훈련평가 등 3개의 부서를 특수·대외로 개편했다. 신임 정보사령관에는 1988년 이진백 사령관 이후 38년 만에 처음으로 비육사 출신인 조선대학교 학군장교(ROTC)출신 박민영 육군정보학교장이 임명됐다. 참모장은 육사 출신 한모 준장, 정보단장은 하모 준장(3사)이 맡게 됐다. 100여단장이던 육사 출신 정모 준장은 제2작전사령부로 전보됐다. 국방부는 당분간 100여단장 자리를 공석 상태로 놔두기로 했다. 휴민트 조직이 12·3 내란에 깊숙하게 연루된 만큼 특수본의 수사가 끝난 이후 진급 심사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보사는 검찰과 경찰, 내란 특검팀 수사에 의해 부서명이 노출돼 기밀이 새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홍도 격화되고 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에 제보와 투서가 빗발치고 있는 점이 정보사 내부 분위기가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 군 관계자는 “‘진급 시즌’ 때문이라고 해도 의혹에 그치는 제보가 많다. 중요한 내용도 있지만 타 부서의 간부를 언급하며 ‘문제가 있어 강도 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약물 공작’ 문건 본거지 특수처 압수수색 패스 논란의 인물들 되레 진급 “장군 인사로도 거론”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을 통해 드러난 ‘약물 공작 문건’ 이후에는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건 작성자인 이모 대령(현 속초 HID 부대장)과 군무원 외에도 당시 특수처장이던 A 대령과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박 의원이 확보한 해당 문건은 정보사 특수처 산하 대외 담당실에 존안돼있었다. 문건 작성 및 책임자인 A 대령과 이 대령 모두 특검팀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다만 특검팀의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던 터라 어떤 목적으로 문건을 작성하게 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특검팀에 파견됐던 한 경찰 관계자는 “특수처 간부 중 일부는 수사에 협조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지시로 작성하게 됐다는 것 외에는 확인된 사실이 없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의 연결고리가 의심됐으나 정황을 포착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국방부 특수본과 TF는 관련 의혹을 면밀하게 들여다봤다. 실제 담당 조사관들은 정보사 안양 본부에 상주하면서까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물 공작 문건 외에도 지난해 2월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준장)이 국회에서 증언했던 ‘2016 계획(가칭)’도 조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 준장은 국회 청문회에서 “2016년 속초 HID 부대장으로 있을 때 당시 노상원의 지시가 일반적이지 않았다”며 “대북 중요 임무를 6개월간 준비한 적이 있었는데, 여러 불합리한 지시가 많았지만 특히 요원들을 폭사시키라던 지시가 생각난다. 노상원은 요원들에게 ‘원격 폭파 조끼’를 입혀 보낸 뒤 임무를 끝내면 폭사시키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 계획은 노상원 전 사령관이 취임 이후 자신의 비서실장과 특수처장, 사업단장을 해임한 이후 모의됐다. 일반적 공작처럼 북한 내 쿠데타를 야기하거나 우회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이었다. 실제 수십명의 공작관들이 강제로 동원돼 노 전 사령관의 비상식적 계획을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상원 폭사 지시 ‘2016 계획’도 조사 바짝 붙었는데 빈손…진상규명 어려울 듯 한 국방부 관계자는 “TF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했던 건 사실”이라며 “차후 어디서 수사하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복수의 전·현직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2016 계획’이 2차 종합 특검이 출범한 이후에도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문건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소실됐을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 전 사령관은 2016 계획 외에도 대북공작 관련 보고서를 ‘특수’가 아닌 ‘일반’ 문서로 만들도록 지시했고 제한된 공간에 보관한 후 통제했다고 한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담당자들이 안양 본부에 가서 보고하는 절차에서 노상원이 직접 100여단을 방문해 보고를 받았다. 시스템이 이상하게 바뀌었는데 문상호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일반 문서로 분류한 대북공작 문건들은 김용현에게 따로 보고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노상원은 사실상 수년간 김용현에게 휴민트들이 작성한 첩보를 갖다 바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군 정보기관 간 갈등도 폭발 직전이다. 또 다른 군 정보기관인 777사령부에 대한 ‘인사 차별’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앞서 777사령부에 소속된 시긴트(SIGINT·신호정보·820) 전문가들은 휴민트와 같은 820 정보병과다. 다만 ‘인간’과 ‘신호’로 구별될 정도로 업무 자체가 전혀 다르다. 정보사는 관행대로 육군 소장이 신임 정보사령관을 맡게 됐지만 777사령부는 공군 준장으로 격하 보직된 데 이어 지휘관의 군종까지 뒤집히는 전례 없는 조치가 단행됐다. 777사령부는 정보사와 다르게 내란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바 없다. 인사만 놓고 보면 두 군 정보기관 간 인사에 차이가 있다는 건 명확하다고 볼 수 있다. 주먹구구 인사 국방부 인사를 담당하던 한 소식통은 “777 입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라며 “정보사 육사 출신들의 진급이 대거 배제됐다고 해도 외형적으로만 그럴듯해 보이지 속사정은 다르다. 실질적 지휘 체계는 뒤바뀌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적 쇄신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TF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했다. 16일 조사를 마무리한 TF는 조만간 결과를 검토해 다음 달 13일까지 승진 취소 및 징계성 전보 등 인사 조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적어도 이날까지는 군 정보기관 내 파열음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