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새 역사 <미스터트롯>이 남긴 숙제

<미스터트롯>도 마케팅 쇼에 불과할까?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이 11주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시청률 35.7%(닐슨코리아 전국기준)라는 엄청난 기록을 남겼을 뿐 아니라, 40대 이상은 물론 그 이하 세대서도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TV조선 개국 이래 최고의 영광이다.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킨 <미스터트롯>은 조작 논란에 휘말리며,  그 의미가 퇴색된 채 마무리됐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이하 <미스터트롯>)은 트로트 열풍의 최고점을 찍었다. 지난해 <미스트롯>을 시작으로 MBC <놀면 뭐하니?> 유산슬 신드롬에 이어 각종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미스터트롯>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변두리에 있던 트로트는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는 메이저 장르로 우뚝 섰다. 

‘35.7%’
적수가 없다

시청률이 이를 방증한다. 12.5%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5회에 25%를 찍었으며, 11회에 35.7%로 마무리했다. 첫 방송 이후 쉼 없이 수직상승했다. 시청률만 따지면 최근 여타 프로그램 중 <미스터트롯>에 대항할 경쟁 상대가 없다. 불법 다운로드 행태가 있기 전이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이 생기기 전인 약 10년 전 KBS2 <슈퍼선데이 - 1박2일> 정도가 적수에 해당한다.

30%를 넘는 예능프로그램 자체를 찾기 힘든 현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다. 

40대 이상의 연령층은 말할 것도 없고, 1030의 젊은 연령대에서도 <미스터트롯>은 이슈의 중심이었다. 전 세계를 잠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일한 경쟁상대’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미스터트롯>의 신드롬은 대단했다. 


직장인과 현역 가수 등 아마추어와 프로가 뒤섞인 출연자들의 무대는 끊임없이 회자됐다. 구성진 꺾기와 안정된 가창력, 끼가 넘치는 무대 매너 등 출연진이 선보이는 맛깔스러운 퍼포먼스는 광풍 열기를 이어나갔다. 

트롯계의 거장 이건우 작사가는 “스타가 있어야 바람이 분다”고 했다. <미스터트롯>은 스타 발굴의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임영웅과 영탁, 이찬원, 김호중, 장민호, 정동원, 김희재 등 TOP7을 비롯한 많은 출연자는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최고 시청률, 오디션 새 역사 
지상파도 부러운 뜨거운 광풍

특히 임영웅의 ‘배신자’, 영탁의 ‘찐이야’, 이찬원의 ‘18세 순이’ 등이 음원 사이트 내 ‘트롯차트’를 넘어 ‘종합차트’서도 상위권에 등극하는 등 이들의 인기는 곳곳에서 발견됐다. TOP7에 속하지 못한 출연자들 역시 타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높아진 인기를 실감했다. 

MC 김성주의 안정된 진행을 바탕으로 가수 장윤정과 박현빈, 노사연, 박현빈, 방송인 박명수, 조영수 작곡가 등 심사위원진의 진심 섞인 심사평과 익살스러운 입담까지, <미스터트롯>은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 포인트만 쏙 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TOP7이 최종 결승 무대에 오른 출연진의 출중한 무대는 저마다의 개성을 오롯이 지녀 박수 받아 마땅했다. 오디션을 넘어선 7인 7색 콘서트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퀄리티였다. 제작진과 심사위원진의 역량과 별개로 출연진이 보여준 퍼포먼스가 <미스터트롯>이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소위 ‘꽃길’만 걸었던 <미스터트롯>이 오명을 쓴 건 마지막 결승 무대를 앞둔 얼마 전부터였다. 임영웅 밀어주기 논란과 함께 불공정 계약 논란이 수면 위로 올랐으며, 급기야 우승자 발표 연기라는 초유의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제작진이 열심히 차려놓은 거한 상차림에 스스로 재를 뿌린 셈이다.
 


지난 12일 녹화방송에 생방송을 붙인 마지막 방송서 우승자인 진과 2등 격인 선, 3등 미가 결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12일 방송에서는 우승자를 가려내지 못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773만 1781콜이라는 유례없는 문자 투표수가 단시간에 몰려 투표수를 완벽히 집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고, 정확한 집계를 위해 최종 발표를 보류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새벽 1시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좋아하는 가수’의 우승을 보기 위해 기다린 시청자들의 애타는 심정을 배신하는 결과였다.

브랜딩 도구
감춰진 진실

19일에 우승자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제작진은 집계가 완료된 14일 긴급 편성을 통해 우승자를 가려냈다. 진은 임영웅, 선은 영탁, 미는 이찬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논란은 우승자가 가려진 후 더욱 거세졌다. 사전 투표서 1등이었던 이찬원이 문자 투표 발표 후 3위로 내려간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찬원은 임영웅과 더불어 출연진 중 가장 큰 팬덤을 구축한 인물이다. 결승전의 관전포인트는 이찬원 혹은 임영웅 중 누가 1위를 차지하냐는 데 있었다. 선을 차지한 영탁 역시 많은 인기를 얻었지만, 앞선 두 출연자에 비해서는 팬층이 얇은 편이었다. 

그런 가운데 영탁이 이찬원을 문자 투표서 누르고 2위로 올라선 점이 시청자들에게는 선뜻 납득이 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스터트롯>이 조작 논란의 의심을 받는 이유다. 제작진은 “최종 결과가 발표된 후 투명한 결과를 증명하기 위해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냉랭한 여론은 유지되고 있다. 제작진이 앞서 발표한 773만여표 중에 유효 투표수는 542만에 그치기 때문이다. 약 30%의 문자투표가 무용지물이 됐다. 이런 이유로 제작진은 유효 투표 기준에 못 미치는 무효표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이 제시한 무효표의 기준은 여러 명의 이름을 동시에 작성하는 중복 투표, 성이나 이름을 잘못 쓴 경우, 이모티콘이 들어간 경우, 기호와 이름이 같이 들어간 경우 등 총 네 가지였다. 

당초 제작진은 여러 명을 투표하는 다중 투표는 인정하나, 한 문자에 두 명의 이름을 쓰는 중복 투표는 되지 않는다고만 알렸다. 그러다 문자투표 집계 이후 기준을 늘린 것. 

이번에도
출연자와 갈등?

특히 <미스터트롯>은 40대 이상이 주요 연령층이기 때문에 문자투표에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를 간과하고, 문자투표 관련 고지를 단순하게만 정리했다가 뒤늦게야 바꿨다. 제작진의 안이한 대처로 인해 230만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의 무효표가 발생한 것.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님의 문자투표 실수 후기 사례 글이 게재되고 있다.
 

▲ ▲▲ 영탁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으로 인해 특정 출연자가 피해 봤을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가장 피해를 본 인물로 이찬원이 꼽히고 있다. 이 대목은 앞서 <미스터트롯> 한 관계자가 SNS에 올린 임영웅 게시글에 ‘장하다 내 새끼’라고 쓴 부분과 겹쳐지며, 조작 여부를 의심받고 있다. 


제작진은 해당 게시물에 대해 “당시 참가자의 담당 작가가 참가자의 곡이 차트인 된 것에 놀라움을 표현한 것일 뿐, 프로그램과 관련한 일각의 우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임영웅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또 심사위원진의 평가가 뭉뚱그려서 표현되고 있는 점도 조작 의심을 가중시키는 대목이다. 이전까지 <미스터트롯>은 심사위원진이 하트로서 출연자에게 점수를 주는 방식을 활용했다. 어떤 심사위원이 어떤 출연자에게 애정이 있는지, 시청자들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결승 무대에서는 이러한 설명 없이 마스터 투표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명성이 부족한 마스터 점수가 50%나 반영되는 것에 불만을 드러내는 시청자들도 많다. 뚜렷하지 않은 채점을 통해 순위를 조작하려는 수법 아니냐는 의견이 팽배하다. 

결승 무대서 ‘대형사고’
무너진 신뢰…조작 논란도

그런 가운데 CJ계열 출신 방송 관계자 A는 오디션은 ‘마케팅 쇼’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에 처음부터 시작할 때 조작은 자연스러운 관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A는 “오디션에 보면 인기를 얻을 출연자가 눈에 보인다. 실력과 비주얼, 스토리텔링 면에서 출중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 출연자를 편집을 통해 밀어준다. 문자투표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그런 출중한 출연자가 우승해야 잡음도 없고, 프로그램도 각광을 받는다. 우승자는 거의 정해져 있으며, 방송은 이들을 브랜딩하는 도구”라며 “제작진으로서는 꼭 원본 데이터를 공개할 필요가 없으므로 심사위원 투표 등을 통해 진실을 감출 수 있다. 오디션은 애당초 조작이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 직접 스태프로 참여했다는 관계자는 “완벽한 조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 입장서 조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행태들이 있다. 특출한 능력의 출연자를 픽하고 편집으로 교묘히 띄운다. 소위 회의실서 정하는 ‘밀실픽’을 이후에 결과를 끼워맞추는 것. 팬들도 이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문제로 확산되지 않는다. 제작진으로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각종 커뮤니티 및 해당 프로그램 댓글에는 <미스터트롯>이 특정 출연자를 1위로 만들려는 프로젝트로 보인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방송 편집 부분서 다른 참가자와 분명한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도 보이는 것. 아울러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조작이 드러난 시점서 시청자들은 더욱 ‘매의 눈’으로 방송분을 분석하고 있다. 

A는 “오디션이 마케팅 쇼가 된 지는 꽤 됐다. 특히 레이블 회사와 협업하는 오디션은 조작이 불가피하다. 다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오디션 제작자의 능력은 방송을 잘 만드는 것과 더불어 원하는 출연자의 인기를 교묘히 조작하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누군가를 우승시키기 위한 조작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기준을 갑자기 변경해 약 230만가량의 무효표를 발생시킨 부분과 당일 문자 투표 집계에 실패한 대목 등은 아마추어다운 진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통해 오디션에 대한 낮아진 신뢰도가 방송계 전반으로 확산된 가운데,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킨 <미스터트롯>마저 이 같은 의심서 벗어날 수 없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새로운 신화?
오명의 역사?

의심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서 TV조선은 원본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원본 데이터 공개 후 기존의 의심을 잠식하면서 신뢰성을 회복하고, 트로트 오디션의 명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아니면 M.net과 마찬가지로 오명의 역사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미스터트롯’ 광풍은 그대로∼
출연자 향한 끊임없는 러브콜

<미스터트롯>은 비록 잡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광풍 열기를 막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출연자들의 활동은 이제부터다. 

임영웅과 영탁, 이찬원은 지난 16일 방송한 TV조선 <뉴스9>에 출연하며 스타트를 끊었다. 지난 19일을 시작으로 <토크콘서트-미스터트롯의 맛>이 3주간 방송된다.

아울러 <미스터트롯> TOP7은 TV조선 <뽕 따러 가세> 시즌2에서 뭉친다. 또 TOP7은 20일 팬들과 보다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사랑의 콜센터>를 통해 관심을 이어갔다.

특정 시간 동안 전국 각지서 걸려온 전화를 통해 신청자의 사연과 신청곡을 받고, 그 자리서 즉석으로 신청곡을 불러주는 전화 노래방 형식의 재능 기부 이벤트다. TOP7이 현재 사회적인 상황을 고려, 외출을 하지 못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직접 제안한 것이 알려지며 훈훈함을 더하고 있다.

TV조선 뿐 아니라 지상파나 다른 케이블 채널서도 이들을 찾는다. CJ 계열 오디션 프로그램서 활약한 스타들에 장벽을 쳤던 지상파의 변화가 눈에 띈다.

진·선·미, 세 사람과 결승 진출자 장민호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다. 또 JTBC <아는 형님> 등에도 출연하는 등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할 수 없는 엄청난 파급력

방송가에 따르면 <미스터트롯> 대다수 참가자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TOP7 득표수를 보면 TOP3 외의 출연자들도 엄청난 팬덤을 구축한 상태. <미스트롯>이 송가인의 독주체제였다면 <미스터트롯>은 각자 탄탄한 팬층을 형성한 출연자들 모두 방송가를 휘저을 전망이다.

아울러 TOP7에 속하지 못한 노지훈, 김수찬, 나태주, 류지광, 영기, 신인선, 김경민 등도 높은 인기에 힘입어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 출연하는 등 개별 가수들을 향한 인기가 확장되고 있다.

가요계에 따르면 TOP7은 1년 6개월간 TV조선 측이 매니지먼트 위탁 운영을 맡긴 뉴에라프로젝트의 지원 아래 활동을 이어간다.

TV조선 측은 TOP7을 활용해 <미스터트롯>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우려로 전국투어콘서트는 5월로 연기됐다.

TV조선 측은 콘서트의 취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프로듀스 101> 시즌2 워너원이 약 1000억원 가까이 수익을 벌어들였다는 후문이 있는 가운데 그보다도 더 강력한 티켓 파워를 가진 TOP7의 수익은 예측 불가다. 

한 관계자는 “개그우먼 출신으로 <미스트롯>서 최종 5위를 차지한 김나희가 월수익 2억원이라고 알려졌다. 몇 배의 신드롬을 일으킨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이 얼마나 큰 돈을 벌지 상상이 안 간다”고 말했다. <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