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킹 프로젝트’ 전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17 07:59:36
  • 호수 12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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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빠지기 전에 ‘새 피 수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대권을 정조준한 모양새다. 그가 후원회장을 맡은 예비후보만 21명이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정치권은 이들을 잠재적 친이낙연계로 보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자타공인의 차기 대권주자다. 더불어민주당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기도 한 이 전 총리는 과연 총선 승리와 계파 확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대권에 가장 근접한 정치인이다. 실제로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오랜 기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이 전 총리에게 종로 출마를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전 총리는 현 시점서 민주당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계파 외연
확장할까?

민주당 내에서 그의 위치를 잘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바로 이 대표와 함께 당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해찬·이낙연’이라는 투톱 체제다. 당초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이 전 총리에게 원로들이 맡아온 ‘특별선대위원장직’을 줄 것이라 예상했다. 대한민국 ‘정치1번지’라는 종로에 출마하는 만큼, 전국 단위의 선거 지원이라는 부담을 지우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이 전 총리에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겼는데 그의 위상을 격상시키는 결정이었다. 이 대표가 이 전 총리에게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 내부에서는 곧바로 이 전 총리를 예우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전 총리의 주요 역할은 전국구 선거 지원유세인데 그의 전국적 인지도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원유세가 힘든 상황서도 이 전 총리는 나름의 대책으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바로 ‘온라인 지원유세’다. 


지원유세 창구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이낙연TV’다. 후보자들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본인에 대한 홍보도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난 1일 그는 해당 채널을 통해 경기 용인정에 전략공천된 이탄희 전 판사를 칭찬했다. 해당 영상서 이 전 총리는 이 전 판사에 대해 “(이 전 판사는)정의로운 법조인이었고, 이제 정의로운 국회의원이 될 자격을 갖춘 분”이라며 홍보했다.

지난 10일에는 같은 당 백혜련 의원을 응원하며 “(백 의원은)대단히 강단 있는 분이다. 검사에 재직하다 검찰이 공정성, 중립성 의심을 받는 것을 보고 과감히 사표를 내고 나온, 심지가 굳은 분이다. 국회에 들어와서도 검찰 개혁의 맨 선봉에 섰다. 백 의원이 새롭게 개척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에 늘 기대를 갖고 있다”고 지원했다. 

21명의 후원회장…계파 확장
숙청된 기존 가신들 어쩌나∼

‘이낙연 마케팅’은 이번 21대 총선을 관통하는 흐름 중 하나다. 민주당 후보 다수가 이 전 총리와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넣는가 하면, 지원유세를 요청하고 있다.

지난 1월22일에 열린 민주당 총선 입후보자 전·현직 의원 교육연수 현장이 대표적이다. 당시 현장에 교육을 들으러 온 다수의 입후보자들이 이 전 총리 곁으로 몰렸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는데 해당 사진들은 입후보자들의 페이스북 등에 곧바로 게재됐다. 

이낙연 마케팅은 특히 이 전 총리의 고향인 전남 지역서 강세다. 이 전 총리는 전남 영광서 태어나 전남 함평·영광·장성서 4선 국회의원으로 지낸 뒤 전남도지사로 올라섰다. 이 정도면 전남의 터줏대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 후보들의 ‘이낙연 활용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전 총리를 자신들의 후원회장으로 영전하고 있다. 앞서 이 전 총리는 현역 국회의원 다수의 후원회장을 맡았다고 발표했다. 강훈식·김병관·김병욱·백혜련·박정 의원 등이다. 
 

▲ (사진 왼쪽부터)백혜련·이개호·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재정 전 대변인

총선에 출마하는 원외 인사들의 후원회장직도 수락하고 있다.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서울 광진을), 이탄희 전 판사(경기 용인정), 김용민 변호사(경기 남양주병), 김주영 전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경기 김포갑), 김현정 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위원장(경기 평택을) 등이 주인공이다.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충북 증평·진천·음성 지역구에 출마한 임호선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임 예비후보는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며 “경찰청 차장 재직 당시 총리로 모셨던 인연이 있다”며 “이 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현역 국회의원을 포함해 이 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고 있는 인사는 모두 21명이다(지난 13일 기준). 그 수는 총선이 다가올수록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후원회장직은 이 전 총리 입장서도 반길 만한 일이다. 정치권은 이 전 총리의 대권도전에 걸림돌로 당내 부족한 기반을 꼽는다. 지난 2014년 7월 전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이 전 총리는 중앙당서 멀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서 속칭 ‘이낙연계’로 통하는 의원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줄줄이
공천 불발

만약 이 전 총리가 후원회장을 맡은 인사들이 대거 21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이 전 총리는 든든한 ‘우군’을 다수 확보하게 된다. 일각에선 이 전 총리가 21명이나 되는 인사들의 후원회장을 자청한 이유가, 오는 2022년에 있을 대선에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한다. 즉, 대권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기존 ‘이낙연계’는 민주당 공천서 쓴맛을 봤다. 7명의 이낙연계 핵심 인사 중 단 3명만 공천장을 받았거나 경선서 승리했다. 본선에 진출한 이낙연계 핵심 인사는 단 3명이다. 부산 사상에 출마해 해당 지역 단수공천을 받은 민주당 배재정 전 의원은 이낙연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출신이다. 

20대 국회서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현역인 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 단수공천됐다.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은 이 의원이 오기 전 이 전 총리가 내리 4선을 한 지역구다. 이 의원과 마찬가지로 20대 국회서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경선서 승리, 제주을 후보로 결정됐다. 

반면 광주 서을 지역구에 출마한 이남재 전 전남도지사 정무특보는 양향자 전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장에게 패했다. 전남 목포에 도전했던 우기종 전 전남도지사 정무부지사는 경선서 ‘박원순계’ 김원이 후보와의 대결서 고배를 마셨다. 

서울 동대문을에 나선 지용호 전 국무총리실 정무실장은 해당 지역구가 ‘청년우선전략선거구’로 지정되면서 공천서 배제됐다. 경기 의정부을에 출사표를 던진 문은숙 전 국무총리실 시민사회비서관도 김민철 대통령직속 자치분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과의 경선서 쓴잔을 마셨다. 
 

이들은 모두 이 전 총리와 손발을 맞춘 측근들이다. 즉 이들의 본선 진출 여부는 이낙연계의 외연 확장에 중요한 포인트였다. 결과적으로 이 전 총리 측근들의 본선 진출이 연이어 좌절됨에 따라 이 전 총리의 후원회장직 수락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낙연계 확장의 전제 조건은 이 전 총리 자신의 생환이다. 한국 ‘정치1번지’ 서울 종로에 출마한 그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와의 진검승부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복수의 여론조사서 대선주자 선호도 1, 2위를 달리는 만큼 사실상의 미니 대선이다.

첩첩산중
변수도 산적

여기에 손학규 전 대표라는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등장했다. 손 전 대표는 종로와 인연이 깊다. 학창시절을 보낸 매동초·경기중·경기고·서울대(연건캠퍼스 시절)는 모두 종로에 위치해 있다. 현재 거주지도 종로로 알려져 있다. 지난 18대 총선 때 손 전 대표는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종로에 출마해 당시 한나라당 박진 후보에게 3.9%포인트 차로 석패한 바 있다.

이 전 총리와 손 전 대표는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왔다. 지난 2010년 당내 비주류였던 이 전 총리를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한 사람이 바로 손 전 대표다. 손 전 대표가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을 때의 일이다. 이 때문에 당시 정치권은 이 전 총리를 ‘손학규계’로 분류했다. 

손 전 대표가 전남 강진 만덕산에 칩거(2014∼2016년)할 때 그를 자주 찾은 사람이 바로 이 전 총리다. 당시 이 전 총리는 전남도지사를 역임하고 있었다.

방정식은 상당히 복잡해졌다. 손 전 대표의 등장으로 이 전 총리, 황 대표 중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예상하기 힘들다. 일각에선 이 전 총리가 황 대표보다 중도층서 우위를 보이는 만큼 손 전 대표가 이 전 총리의 중도층을 일부 흡수, 황 대표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손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 대표를 역임하던 시절 꾸준히 ‘문재인정부 심판론’을 제기해온 만큼 황 대표의 핵심 지지층을 일부 흡수, 이 전 총리가 유리해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이 전 총리는 자신의 생환뿐 아니라 민주당의 총선 승리라는 중책을 짊어지고 있다. 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의 또 다른 직책은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다. 코로나19를 저지하느냐, 못하느냐는 이 전 총리뿐 아니라 민주당의 명운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 전 총리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연일 강도 높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서 열린 제2차 코로나19 대응 당정청 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총리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이하 추경)만으로는 현장의 위기가 진정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추경 이상의 추가적인 대책 마련 계획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지원 유세로 영향력↑
종로 선거 변수는?

이 같은 강단 있는 모습은 총리직을 역임하던 시절에 빛을 발했던 바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018년 정부서울청사에서 있은 국무회의에 참석해 가짜뉴스에 대한 전방위적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가짜뉴스가 창궐한다. 유튜브, SNS 등 온라인서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짜뉴스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며 “개인의 사생활이나 민감한 정책현안은 물론, 남북관계를 포함한 국가안보나 국가원수와 관련한 턱없는 가짜뉴스까지 나돈다”고 지적했다.

기자 출신으로 평소 정제된 표현을 해왔던 이 전 총리는 이날만큼은 ‘표현의 자유 뒤에 숨은 사회의 공적’ ‘공동체 파괴범’ ‘나와 다른 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증오를 야기해 사회통합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민주주의 교란범’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가짜뉴스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소신 있는 발언도 이 전 총리의 존재감 부각에 한몫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에 “문제가 없다”는 청와대 발언에 대해 “아쉽다”고 평가하는 등 균형 잡힌 언행을 보여줬다.
 

▲ 이탄희 전 판사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 때는 서울 아파트값 폭등과 관련해선 “그동안 많이 올랐던 곳은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정기국회 때마다 야당 의원들의 집중 공세에 막힘없는 답변을 해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은 이 전 총리가 짊어진 숙제로 꼽힌다. 민주당은 지난 8일,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대응하기 위한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에 참여할지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당시 이 전 총리는 “비난은 잠시지만, 책임은 4년 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 미래한국당에 대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지난 11일 자신의 발언과 관련해 이 전 총리는 “그 앞에 더 중요한 얘기를 했는데 그 얘기는 다 빠졌다”며 한 걸음 물러섰지만, 연합정당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 전 총리도 공감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찬반 극명
존재감 부각

민주당의 연합정당 참여 여부는 당 의원들 사이서도 여전히 ‘갑론을박’이다. 찬성론자들은 미래통합당의 제1당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지금 상황서 선거를 치른다면 비례대표서만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의석 수가 20석 가까이 차이가 날 것이란 위기감이 깔려 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민심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을 ‘꼼수’라고 비판했던 바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특히 수도권 중도층의 민심이반을 우려 중인데 어떤 결과가 나오든 민주당의 총선 승리와 맞물려 이 전 총리의 대권가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선 탈락’ 금태섭

당내 ‘소신파’로 분류됐던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서울 강서갑 경선서 탈락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비판은 물론 윤석열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서 거짓말 논란에 대해 윤 총장의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조국 사태’ 때는 공정성 가치 훼손을 이유로 조국 법무부장관에 대한 임명을 반대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 극렬 지지층으로부터 ‘문자 폭탄’을 받는 등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민주당은 금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하는 과정에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앞서 민주당은 후보자 공모가 끝난 서울 강서갑에 이례적으로 추가 공모를 결정한 바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당에 쓴소리를 내온 금 의원을 찍어냈다고 해석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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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