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무방비 사각지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16 12:24:18
  • 호수 12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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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막을 수도 없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코로나 확진자들의 동선이 언론을 통해 샅샅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확진자들이 다녀간 장소가 위험한 곳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코로나로부터 안전하게 보호받지 못하는 공공장소도 남아있다. 하지만 코로나 감염 사각지대도 여전히 존재한다.
 

▲ 서울 구로구 소재의 코리아 빌딩 ⓒ문병희 기자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코리아빌딩 11층 콜센터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가 집단으로 발생했다. 콜센터 상담사라는 직종 자체가 집단 감염에 취약한 사무환경을 갖고 있는데 환기도 잘 되지 않는 사무실 안에서 다수가 밀집해서 근무하는 구조 탓이다. 하루 종일 말로 응대하는 업무기에 마스크 착용을 한다는 것도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불가능하다. 코로나19 무방비 사각지대인 공공장소들을 모아봤다. 

다닥다닥
난감하네∼

▲클럽 =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식당 등 각종 영업점이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지만, 서울 강남과 홍대, 이태원 등 일대 클럽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이곳들은 매주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 따르면 서울 강남과 홍대, 이태원 등에 있는 클럽에는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인 지난달 22∼23일 주말에도 발 디딜 틈 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문전성시를 이뤘다.

SNS 등에 올라온 사진에는 당시 날짜와 시간을 인증하며 휴대폰을 들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서울 강남의 한 클럽 내부 전광판에는 ‘코로나 따위 개나 줘라’ 등의 문구를 게시하기도 했다. 사진 속에 나온 사람 중 일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대부분은 착용하지 않은 채 인파에 휩쓸려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태였다.


클럽뿐 아니라 번화가 술집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골목은 20∼30대 청년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술집 테이블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대화를 나누거나, 일부는 밖으로 나와 길거리에 침을 뱉는 등 비말(침방울)로 인한 코로나19 감염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시간 종로구 세종마을 음식문화 거리 역시 대기표를 작성하고 식당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SNS서 입소문을 탄 한 주점 앞 대기표에는 8팀이 대기를 걸어놓는 등 코로나19의 영향은 받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 강남에선 한 ‘헌팅술집’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젊은이들의 줄이 길게 이어졌다. 헌팅포차는 호프집이나 포장마차처럼 소주, 맥주 등을 파는 일반 술집과 비슷하지만,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테이블의 이성과 즉석만남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다.

입소문 난 술집…8팀 대기
“마스크 착용하기도 힘들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강남을 비롯한 홍대, 이태원 등의 클럽 등이 자발적 휴업이 이어지자, 놀 수 있는 곳을 찾는 젊은이들이 헌팅포차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일종의 ‘클럽 대체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공장 = 서울시 강북구 미아사거리 인근에는 봉제공장들이 밀집해있다. 콜센터처럼 밀집된 환경서 일하는 공장 노동자들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서 “콜센터 집단 감염은 남 일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미아사거리역 근처 지하에 있는 한 봉제공장에 들어가자 마스크를 하지 않고 재봉질을 하는 직원도 있었다. 직원들은 따로 환기를 하거나 방역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온종일 다 같이 붙어서 일하니 한 명 걸리면 모두 걸리는 거라고 우리끼리 말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콜센터서 단체로 코로나19에 걸린 걸 보고 너무 겁이 났다”며 “우리는 줄 서서 마스크 살 시간도 없고, 자가격리되면 생계에 지장도 갈 뿐더러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봐 무섭다”고 토로했다.
 


지하에 위치한 또 다른 봉제공장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직원들이 즐비했다. B씨는 “지금 몸살감기 증상이 있는데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옆 사람이 걸리면 다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뭘 더 주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2층에 위치한 봉제공장은 상황이 심각했다. 환풍기는커녕 아예 창문을 열 수 없는 구조였다. C씨는 “마스크를 못 구하고 있는데, 한 명 걸리면 모두에게 피해가 가니 겨우 구한 사람이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한다”며 “우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기 때문에 자가격리되면 생계가 올스톱 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를 우려해 일용직 노동자를 부르지 않는다는 사업장도 있었다. 한 봉제공장 사장은 “뉴스서 단체로 걸렸다고 보도하는 걸 보면 비슷한 사정인 우리도 걱정이다”며 “따로 체온을 잴 수도 없고 직원들이 열이 안 난다고 하면 믿어야지 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창문도 없는
밀폐된 공간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근무를 할 수 없고, 폐쇄 공간서 여럿이 근무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담당자를 정해 열이 있는지, 호흡기 증상이 있는지, 신천지 신도인지, 확진자 접촉 가능성이 있는지 등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며 “마스크를 쓸 수 없는 상황도 있겠지만 되도록 쓰고 공간 환기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공장 노동자들은 코로나가 두려워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어 착용하지 않거나 몸살감기 증상이 있어도 생계 문제로 함구한다. 또 일용직 노동자를 부르는 사업체의 경우 이들에 대한 관리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약국 앞 = 지난 12일 서울 강동구 한 약국 앞에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마스크를 판매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1시쯤 도착해도 벌써 시민 50여명이 마스크를 쓴 채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앞사람과 뒷사람 얼굴 간격이 50cm도 채 되지 않아 마스크를 쓰지 않고 대화를 하면 충분히 서로 얼굴에 침이 튈 수 있을 만한 간격이었다.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서 있는 게 더 위험하다” “너무 가깝다”며 줄을 서는 동안 감염 위험을 걱정하는 말도 종종 오갔다. 밀폐된 장소는 아니지만, 확진자일지 모르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감염 위험이 있다는 두려움이었다.
 

이날 마스크를 산 50대 홍모씨는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약국 앞에 줄을 선 것인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있었다. 마스크를 사는 게 안전한 행동인지 좀 헷갈리기도 한다. 인파가 많이 있는 밀집 장소에서는 두려움이 먼저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는 협소하고 밀폐된 공간서 다수가 밀집할 경우 전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민들에게 불안함이 생길 수밖에 없다.

▲놀이공원 =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매표소 앞엔 개장과 동시에 놀이공원에 입장하기 위한 사람 100명이 넘었다. 이날 매표소 앞에 줄을 선 이들 중 상당수는 교복을 입고 있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줄을 서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스크 사러 
갔다가 헐∼

이날 오전 11시경 롤러코스터의 종류인 ‘아틀란티스’를 타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22분이었다. 아틀란티스는 보통 휴일엔 2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탈 수 있는 놀이기구로 알려져 있다.


놀이공원에 다녀온 20대 구모씨는 “사람이 없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놀이기구 특성상 사람들이 가까이 붙어 있어야 하며, 줄을 설 때 밀집된 장소서 기다려야 한다. 신경쓰지 않고 놀이공원에 갔지만, 막상 사람들과 부딪히다 보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시국에도 눈치게임 잘하면 누릴 수 있는 건 풀로 누릴 수 있겠네” “경마공원 그 넓은 주차장에 전세 내고 집사람 운전연습시켰다” “이제 이거 보고 사람 몰리는 거 아니냐” “코로나 때문에 사람 없다고 소문나서 갔나 본데, 사람 많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놀이공원 이용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우려의 시각은 오랜 시간 줄을 서야 하고 타인과 함께 놀이기구를 타야 하는 놀이공원 특성상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놀이공원 특성상 줄을 서고 기구를 탈 때 ‘거리두기’가 안 되는 상황이면 피해야 한다”며 “만약 환자 한 명이 있었다고 하면 동선 파악, 접촉자 파악이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들은 분명히 지켜야 한다”면서도 “마스크를 잘 착용한다는 가정 하에 놀이공원 정도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롯데월드 측은 놀이기구 손잡이 등을 소독 분무기와 거즈를 이용해 자주 소독하고 엘리베이터 버튼 등 접촉이 많은 곳에 대해 소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원가 = 공무원 준비생들이 있는 노량진 학원가 역시 분위기가 달라졌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각종 시험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시기로 가장 바쁠 때다.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시험은 연기됐다. 그렇다고 수험생들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일부 학원은 당분간 문을 닫아달라는 교육부의 요청에 따라 수험생들 사이의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강의를 중단하고 건물 전체를 폐쇄하기도 했다. 

놀이공원서 거리두기?
노량진 수험생 노출


하지만 상당수 학원들은 여전히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수험생들도 노량진으로 모여들고 있다. 그렇다고 문을 연 학원들이 코로나19에 대한 걱정과 경계심을 늦추는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확진자가 발생하기라도 하면 그 학원은 정상 운영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확진자는 물론 접촉자도 시험 응시 자격 자체가 박탈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평소에 볼 수 없던 조치들을 진행하면서 ‘조심 또 조심’하는 분위기가 퍼져 있었다.

노량진 학원가에서는 코로나19 초기부터 학생들에게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는 당부가 전달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지난 2일부터 마스크 미착용 시 학원에 들어갈 수 없는 조치까지 취해지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당일 아침 학원 앞에 도착해서야 마스크를 집에 두고 온 사실을 알게 된 수험생 지모씨는 학원을 뒤로 한 채 주변 카페로 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는 “가방에 항상 마스크를 갖고 다니려고 하는데 가끔 까먹을 때가 있다”며 “마스크 때문에 학원서 수업을 듣지 못하는 게 억울하기도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마스크를 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해한다”고 말했다. 

노량진역 6번 출구 앞의 또 다른 학원은 건물 입구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했다. 손 소독제의 경우 엘리베이터 앞, 복도, 창문 틀 등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물론 수험생이 많이 이용하는 교실 앞 손 소독제는 금방 바닥이 드러났다.

수백명의 수강생 앞에서 강의해야 하는 대형 강의 강사들은 현실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의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고려해 한 학원은 하나의 마이크를 여러 강사가 공유하지 않고, 강사별로 개인 마이크를 나눠주고 강의실 스피커에 연결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물론 이런 대비도 수험생들이나 강사들을 안심시키기에는 충분치 않다.

문 닫을 수도
열어놓을 수도

정부는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집단 감염과 관련해 다른 콜센터는 물론, 노래방·PC방·클럽·스포츠센터·학원 등을 집단 감염 고위험군으로 별도 관리키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사람들이 밀집해 비말 감염 우려가 있는 콜센터와 유사한 사업장 등에서 (구로 콜센터 집단감염과)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각 부처·지자체 등과 협조해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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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