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 성접대’ 의혹 김학의 차관 8년의 기록

하는 척만? 끝내 면죄부 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설업자 윤중천씨 별장서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검찰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로써 별장 성접대의혹을 둘러싸고 검찰에 제기된 고소와 고발 사건은 모두 마무리됐다. ‘김학의 수사팀이 발족한 뒤 10개월 만이다.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검찰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이하 수사단)은 지난 1월 윤중천씨와 함께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차관과 A씨가 서로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사건도 무혐의로 종결됐다.

법적 책임 피해

자신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지지만 그렇다고 A씨의 진술을 허위라고 입증할 반대 증거 또한 충분치 않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A씨는 20083월 윤씨 소유의 강원 원주 별장 내 옷방서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김 전 차관을 둘러싼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10월 윤씨의 부인은 남편과 권모씨를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 내연 여성으로 지목된 권씨는 윤씨가 자신에게 진 빚을 갚지 않으려고 차에서 약물을 먹이고 성폭행했고, 이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고 윤씨를 고소했다.

이 과정서 별장 성접대 동영상이 등장했다. 이후 2013313일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당시 법사위원장이었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과의 면담 자리서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별장 동영상이 존재한다고 알렸다.


다음날인 314일 별장 성접대 의혹 관련 보도가 나왔고 같은 달 15일, 김 전 차관이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다. 내사에 착수했던 경찰은 동영상을 입수하고 정식수사로 전환했다. 김 전 차관의 실명이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결국 김 전 차관은 임명 6일 만에 자진사퇴했다.

2013년 3월, 6일 만에 차관 낙마
2020년 1월, 성범죄 고소고발 끝

경찰은 2013718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윤씨와 김 전 차관 등 관련자 17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같은 해 1111일 윤씨와 김 전 차관의 합동 강간·성접대 상습 강요 혐의 등에 대해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20151월에도 별장 성접대 혐의를 받고 있던 김 전 차관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147월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해온 여성 이모씨는 두 사람을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문제의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뒷모습과 앞모습만 보여 성폭력을 당했다는 당사자인지 확신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한 건 문재인정부 들어서다. 20184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을 정식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3월 과거사위는 검찰에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등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재수사를 권고했다.
 

또 곽상도 전 민정수석비서관(현 미래통합당 의원), 이중희 전 민정비서관 등 박근혜정부 당시 민정라인의 직권남용 혐의도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 전 차관은 과거사위가 검찰에 재조사를 권고하기 3일 전인 지난해 322일 태국 방콕으로 출국하려다가 법무부의 긴급 출국금지 조치로 나가지 못했다.


같은 해 329일 여환섭 대구지검장을 단장으로 하는 수사단이 출범했다. 수사단은 윤씨를 소환조사하는 한편 김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20133월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난 뒤 무려 6년여 만이다.

수사단은 윤씨에게 13000만원 상당의 금품과 100차례가 넘는 성접대를 받고, 사업가 최모씨에게 4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사흘 뒤인 516일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두 번 무혐의 후 재수사
뇌물수수 혐의로 1심서 무죄

수사단은 지난해 6월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윤씨는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강간등 치상)과 사기, 무고 등의 혐의를 받았다. 김 전 차관 경찰 수사 과정 외압 의혹, 검찰 수사팀의 부실수사 의혹 등은 증거를 찾지 못하거나 공소시효가 지나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해 11월 법원은 김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차관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했다.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68개월 만에 나온 사법부의 판단이다. 구속됐던 김 전 차관은 무죄가 선고되면서 석방됐다.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 원주 별장 등지서 윤씨로부터 받은 13차례의 성접대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 사실에 포함됐다. 재판부는 20032011년 최씨로부터 4900여만원을 받고, 모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인척 명의 계좌로 150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진술의 신빙성이 부족하고 대가성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 건설업자 윤중천씨

20062008년 금품과 성접대 등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것은 모두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만 언급했을 뿐 사실관계 인정 여부 등은 말하지 않았다. 앞서 윤씨는 1심 재판서 모든 성범죄 혐의에 대해 면소 또는 공소기각을 선고받았다. 다만 사기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56개월에 추징금 148730만원을 선고받았다.

뇌물수수 혐의로 진행된 1심 재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검찰 수사단서도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김 전 차관은 법적 책임을 모두 피해가는 모양새다. 그러자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검찰이 부실수사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제 식구 감싸기

정의당은 검찰이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성폭행 고소 사건을 무혐의로 결론낸 것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11“2006년 처음 성폭력 범죄 피해가 발생한 뒤, 두 차례의 검찰 수사와 과거사위 조사, 수사단의 재수사까지 있었지만 결국 검찰은 제대로 죄를 묻지 못했다고 논평했다. 이어 검찰수사는 여러 번 반복됐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처벌 의지도 찾아볼 수 없었다검찰은 가해자가 법무부 차관이라는 이유로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서거나 부실 수사와 늑장 기소로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덧붙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