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뛰는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서울 관악을 정태호 후보

통째로 확 바꿀 ‘문의 남자’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이 이번 총선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해당 지역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아홉 번째인 더불어민주당 관악을 정태호 후보의 얘기를 들어봤다.
 

▲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서울 관악을 후보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배승환 기자

관악을 지역서 ‘문재인의 남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태호 후보가 미래통합당 오신환 의원과 무려 세 번째 리턴 매치를 갖는다. 관악구는 진보세가 강해 민주당의 깃발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었던 대표적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선거서 정동영 의원의 출마, 국민의당 출범으로 진보 표가 분열되면서 오 의원에게 자리를 내줬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서 관악을을 탈환해 낙후된 관악구를 통째로 확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정 후보와의 일문일답.

-정계 입문 계기는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들어왔다. 그때는 노동자들의 인권 수준이 굉장히 열악했던 시절이었다. 데모도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법 한 조항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1년도에 지금 이해찬 당 대표의 지역연구소 연구원으로 정계에 들어오게 됐다.

-현 정부서 정책기획 비서관과 일자리수석을 지냈다.

▲청와대서 일자리수석으로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했다. 사람들은 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지 않았다. 근데 현재는 실현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좋다. 또 청와대서 대통령을 모시고 일했다. 주민들은 현 정부서 일했던 힘 있는 사람이 지역 발전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청와대 경력이 관악을의 후보로서 도움이 된 점이 있다면

▲주민들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제 저녁에도 이 지역의 소상공인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금융 대출 지원을 했는데 대출 기준이 여전히 까다로워 되는 게 없어 헛걸음했다고 하더라. 주민의 의견을 청와대와 관계부처서 일하시는 분에게 전달했다. 국민 정서를 현장감 있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최대한 잘하려고 하고 있다.

-관악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1982년도에 서울대에 들어가 자취를 하면서 관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1년도에 결혼을 해서 여기서 신혼살림을 했다. 한 번도 이 지역을 떠나본 적이 없다. 내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고향 이상의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당연하다.

-공약을 알려달라

▲창업벤처밸리를 조성하겠다. 신림권을 중심으로 창업벤처밸리를 조성해 일자리와 재정, 자영업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또 신림사거리 상권 르네상스를 만들겠다. 금천경찰서 자리에 들어서는 창업·비즈니스 센터와 연계해 관악구의 창업 벤처밸리와 상권 르네상스를 만들고자 한다. 일종의 트라이앵글이다. 관악구를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고자 한다.
 

▲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서울 관악을 후보 ⓒ배승환 기자

-관악을은 교통소외지역이다


▲특히 난곡 쪽이 그렇다. 경전철 신림선은 공사 중에 있고, 난곡선을 2022년에 착공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실제로 서울시가 국토부에 승인 신청을 한 상태다. 기재부 승인 절차가 남았는데,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이를 앞장서 이끌어내겠다.

-2022년까지 골든타임이라 하셨다

▲그렇다. 향후 2년은 공약들을 실현 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대통령, 서울시장, 구청장 임기와 2년이 겹치는데 세 분 다 민주당이다. 삼각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관악은 재정적으로 열악해 중앙정부와 서울시를 움직이게 하는 게 중요한데, 그걸 내가 해낼 수 있다. 관악구가 큰 변화와 발전을 맞이할 수 있는 2년의 기회를 놓칠 순 없다.

-관악에는 호남 출신 분들이 많다. 민심은 어떤가

▲관악구에 호남 분들이 많이 살고 있어 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인 건 사실이다. 또 젊은 사람들이 많다. 20∼39세가 40%에 육박한다. 서울대도 위치해 있어 전체적으로 아주 진보적인 지역이다. 사실 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지역이었는데 지난 선거서 실패했다. 그래서 우리 지지층 사이서 반드시 탈환해야 한다는 열망이 강한 분위기다.

-미래통합당 오신환 후보와 세 번째 선거다

▲지난번 선거서 지지층의 분열이 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지지층 결집이 제일 중요한 과제다. 지금까지 오신환 후보에게 5년간 기회를 줬다. 주민들은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선거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있나

▲1년2개월 정도 일자리수석을 맡으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성공시켰다. 취임했을 때 3000명 수준까지 감소했던 취업자 증가를 30만명까지 끌어올렸다.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주민 분들이 인정해주신다면, 선거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당 오신환 의원과 세 번째 리턴 매치
일자리수석 역임 ‘광주형 일자리’ 성공

-선거프레이즈는 무엇인가

▲‘관악구를 통째로 바꾸자’다. 대담한 발상이 필요하다. 관악구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정책 시리즈를 1호부터 10호까지 발표했다. 주민들이 잘 만들어서 속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평을 주셨다. 진짜 관악을 확 뒤집고 싶고,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나를 정치인 같지 않다고 한다. 현실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큰 상태다. 우리 지역서 나를 아시는 분들은 내게 진정성이 있어 신뢰감이 간다는 평가를 많이 해주셨다. 또 대체로 일머리가 좋은 편이다. 정책과 관련된 기획을 많이 해서 정책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잘 아는 편이다.

-어떤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표 때문에 발언하기 어려운 현안들이 많다. 그런 문제를 과감하게 얘기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 세금, 노사 갈등, 남북문제 등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 매듭을 짓고 가야갈 문제들이 많다. 무슨 사안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계획해 대안까지 만들어서 제시하고자 한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사회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겠다.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4년의 의미가 있을 거라고 본다.

-어떤 현안에 관심이 많은가

▲예를 들면 세금 문제도 굉장히 예민한 사안이다. 그런 것들은 제대로 정리해 가야 한다. 재정 수요가 많아 정부 재정이 확대되고 있다. 누가 이 세금을 부담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큰데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 또 기업별로 임금격차가 심하다. 중소기업은 돈을 더 줄 여력은 없고 대기업은 상당히 고임금 수준에 가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 정국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관악구에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책과 또 자영업자들을 위한 신속하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선거운동을 거의 못하고 있지만 방역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총선에는 영향이 있을 거라고 본다. 난 집권여당의 후보기 때문에 정부가 잘 해결한다면 표를 더 주실 거고 잘못했다면 덜 주실 가능성이 있다.

-문정부 집권 4년차다. 총평을 한다면

▲문재인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정 지표로 삼고 100대 국정과제 추진하고 있다. 사실 이런 과제는 한순간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문정부는 기존의 정부가 망가뜨려 놓은 것을 정상화 시키는 역할을 해야 함과 동시에 새로운 발전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큰 방향은 잘 잡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정부의 경제 정책은 어떻게 생각하나

▲향후 남은 기간 2년동안 국민의 삶이 향상되는 성과가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환경이 녹록지는 않다. 정책마다 시차가 있다. 과거사 청산 부분은 상당 부분 이룬 게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경제정책은 시간이 꽤 걸린다. 객관적으로 국제 정세가  좋은 상황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재인정부는 어느 정도 선방을 하고 있다고 본다.

-존경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이다. 아직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은 그분의 영향권에 있다고 본다. 그 분의 도전이 지금의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선거서 문재인정부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새로 형성되는 국회는 문재인정부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대로 뒷받침해줄 수 있길 바란다. 문정부가 성공해야 대한민국도 성공하는 거다. 국민들께서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


<sangmi@ilyosisa.co.kr>


[정태호는?]

▲이해찬 서울특별시 부시장 비서관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 행정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후보 정책특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일자리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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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