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뛰는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서울 관악을 정태호 후보

통째로 확 바꿀 ‘문의 남자’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이 이번 총선서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해당 지역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아홉 번째인 더불어민주당 관악을 정태호 후보의 얘기를 들어봤다.
 

▲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서울 관악을 후보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배승환 기자

관악을 지역서 ‘문재인의 남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태호 후보가 미래통합당 오신환 의원과 무려 세 번째 리턴 매치를 갖는다. 관악구는 진보세가 강해 민주당의 깃발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었던 대표적 지역이다. 하지만 지난 선거서 정동영 의원의 출마, 국민의당 출범으로 진보 표가 분열되면서 오 의원에게 자리를 내줬다. 정 후보는 이번 선거서 관악을을 탈환해 낙후된 관악구를 통째로 확 바꾸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정 후보와의 일문일답.

-정계 입문 계기는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정치권에 들어왔다. 그때는 노동자들의 인권 수준이 굉장히 열악했던 시절이었다. 데모도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노동법 한 조항을 바꾸는 게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1년도에 지금 이해찬 당 대표의 지역연구소 연구원으로 정계에 들어오게 됐다.

-현 정부서 정책기획 비서관과 일자리수석을 지냈다.

▲청와대서 일자리수석으로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했다. 사람들은 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지 않았다. 근데 현재는 실현한 성과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좋다. 또 청와대서 대통령을 모시고 일했다. 주민들은 현 정부서 일했던 힘 있는 사람이 지역 발전을 이끌어줬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청와대 경력이 관악을의 후보로서 도움이 된 점이 있다면

▲주민들의 의견을 청와대에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제 저녁에도 이 지역의 소상공인 한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금융 대출 지원을 했는데 대출 기준이 여전히 까다로워 되는 게 없어 헛걸음했다고 하더라. 주민의 의견을 청와대와 관계부처서 일하시는 분에게 전달했다. 국민 정서를 현장감 있게 전달해주는 역할을 최대한 잘하려고 하고 있다.

-관악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1982년도에 서울대에 들어가 자취를 하면서 관악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1991년도에 결혼을 해서 여기서 신혼살림을 했다. 한 번도 이 지역을 떠나본 적이 없다. 내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고향 이상의 지역에 출마하는 것이 당연하다.

-공약을 알려달라

▲창업벤처밸리를 조성하겠다. 신림권을 중심으로 창업벤처밸리를 조성해 일자리와 재정, 자영업을 살리겠다는 구상이다. 또 신림사거리 상권 르네상스를 만들겠다. 금천경찰서 자리에 들어서는 창업·비즈니스 센터와 연계해 관악구의 창업 벤처밸리와 상권 르네상스를 만들고자 한다. 일종의 트라이앵글이다. 관악구를 미국의 실리콘밸리로 만들고자 한다.
 

▲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서울 관악을 후보 ⓒ배승환 기자

-관악을은 교통소외지역이다


▲특히 난곡 쪽이 그렇다. 경전철 신림선은 공사 중에 있고, 난곡선을 2022년에 착공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실제로 서울시가 국토부에 승인 신청을 한 상태다. 기재부 승인 절차가 남았는데,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이를 앞장서 이끌어내겠다.

-2022년까지 골든타임이라 하셨다

▲그렇다. 향후 2년은 공약들을 실현 시킬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이다. 대통령, 서울시장, 구청장 임기와 2년이 겹치는데 세 분 다 민주당이다. 삼각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관악은 재정적으로 열악해 중앙정부와 서울시를 움직이게 하는 게 중요한데, 그걸 내가 해낼 수 있다. 관악구가 큰 변화와 발전을 맞이할 수 있는 2년의 기회를 놓칠 순 없다.

-관악에는 호남 출신 분들이 많다. 민심은 어떤가

▲관악구에 호남 분들이 많이 살고 있어 당의 지지세가 강한 지역인 건 사실이다. 또 젊은 사람들이 많다. 20∼39세가 40%에 육박한다. 서울대도 위치해 있어 전체적으로 아주 진보적인 지역이다. 사실 늘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는 지역이었는데 지난 선거서 실패했다. 그래서 우리 지지층 사이서 반드시 탈환해야 한다는 열망이 강한 분위기다.

-미래통합당 오신환 후보와 세 번째 선거다

▲지난번 선거서 지지층의 분열이 있었지만 이번엔 다르다. 지지층 결집이 제일 중요한 과제다. 지금까지 오신환 후보에게 5년간 기회를 줬다. 주민들은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는 못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선거를 이길 수 있는 전략이 있나

▲1년2개월 정도 일자리수석을 맡으면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성공시켰다. 취임했을 때 3000명 수준까지 감소했던 취업자 증가를 30만명까지 끌어올렸다.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을 주민 분들이 인정해주신다면, 선거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당 오신환 의원과 세 번째 리턴 매치
일자리수석 역임 ‘광주형 일자리’ 성공

-선거프레이즈는 무엇인가

▲‘관악구를 통째로 바꾸자’다. 대담한 발상이 필요하다. 관악구를 통째로 바꿀 수 있는 정책 시리즈를 1호부터 10호까지 발표했다. 주민들이 잘 만들어서 속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평을 주셨다. 진짜 관악을 확 뒤집고 싶고,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본인의 강점은 무엇인가

▲사람들은 나를 정치인 같지 않다고 한다. 현실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워낙 큰 상태다. 우리 지역서 나를 아시는 분들은 내게 진정성이 있어 신뢰감이 간다는 평가를 많이 해주셨다. 또 대체로 일머리가 좋은 편이다. 정책과 관련된 기획을 많이 해서 정책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잘 아는 편이다.

-어떤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싶은가

▲표 때문에 발언하기 어려운 현안들이 많다. 그런 문제를 과감하게 얘기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겠다. 세금, 노사 갈등, 남북문제 등 장기적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 매듭을 짓고 가야갈 문제들이 많다. 무슨 사안이 벌어지기 전에 미리 계획해 대안까지 만들어서 제시하고자 한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 사회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겠다.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4년의 의미가 있을 거라고 본다.

-어떤 현안에 관심이 많은가

▲예를 들면 세금 문제도 굉장히 예민한 사안이다. 그런 것들은 제대로 정리해 가야 한다. 재정 수요가 많아 정부 재정이 확대되고 있다. 누가 이 세금을 부담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큰데 사회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 또 기업별로 임금격차가 심하다. 중소기업은 돈을 더 줄 여력은 없고 대기업은 상당히 고임금 수준에 가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 정국이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까

▲관악구에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책과 또 자영업자들을 위한 신속하고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선거운동을 거의 못하고 있지만 방역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총선에는 영향이 있을 거라고 본다. 난 집권여당의 후보기 때문에 정부가 잘 해결한다면 표를 더 주실 거고 잘못했다면 덜 주실 가능성이 있다.

-문정부 집권 4년차다. 총평을 한다면

▲문재인정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다.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국정 지표로 삼고 100대 국정과제 추진하고 있다. 사실 이런 과제는 한순간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문정부는 기존의 정부가 망가뜨려 놓은 것을 정상화 시키는 역할을 해야 함과 동시에 새로운 발전에 대한 비전을 실현하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큰 방향은 잘 잡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문정부의 경제 정책은 어떻게 생각하나

▲향후 남은 기간 2년동안 국민의 삶이 향상되는 성과가 나타나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환경이 녹록지는 않다. 정책마다 시차가 있다. 과거사 청산 부분은 상당 부분 이룬 게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경제정책은 시간이 꽤 걸린다. 객관적으로 국제 정세가  좋은 상황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문재인정부는 어느 정도 선방을 하고 있다고 본다.

-존경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노무현 대통령이다. 아직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은 그분의 영향권에 있다고 본다. 그 분의 도전이 지금의 발전에 어느 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선거서 문재인정부가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새로 형성되는 국회는 문재인정부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제대로 뒷받침해줄 수 있길 바란다. 문정부가 성공해야 대한민국도 성공하는 거다. 국민들께서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


<sangmi@ilyosisa.co.kr>


[정태호는?]

▲이해찬 서울특별시 부시장 비서관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 행정관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
▲노무현 대통령비서실 정무비서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후보 정책특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일자리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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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