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 전략

‘다 메뉴 소 판매’ 가격을 낮춰라!

서울 논현동 영동시장 먹자골목에 있는 ‘역전할머니맥주’ 매장은 연일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금요일 오후 7시30분경, 주말인데도 코로나19 사태로 주변 상가는 대부분 썰렁했다. 그런데 딱 한 군데, 165㎡ 규모의 역전할머니맥주 매장은 만원이었고 대기 손님도 있었다. 꽉 들어찬 2030 젊은 남녀들은 코로나19의 공포도 잊은 듯 신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야말로 ‘나 홀로’ 대박이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은 호프집 비수기인 데다 전국을 강타한 코로나 여파도 비껴가는 이곳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흔히 호프집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맥주 500cc 한 잔과 1만5000원~2만원 내외의 안주다. 마른안주, 치킨, 탕 및 볶음 요리 등 거의 대부분 안주 가격이 동일하다. 때론 인기 있는 치킨 브랜드 호프나 인테리어 차별화로 고객을 유인하기도 하지만, 가격만은 대부분 비슷한 것이 특징이었다. 그러한 고정 관념을 탈피한 것이 바로 ‘역전할머니맥주’다. 

살얼음 맥주

역전할머니맥주는 ‘가격은 낮추고, 메뉴는 쪼개는’ 전략으로 통하고 있다. 살얼음 맥주로 젊은층을 끌어들이고, 안주 메뉴 쪼개기로 가격을 대폭 낮추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유일하게 제조 특허 기술을 갖고 있는 살얼음 맥주로 차별화에 성공한 데다, 안주 메뉴 단가를 낮춰 가성비 좋은 다양한 안주를 제공하는 것이다. 

오징어입, 먹태 등 각 구워낸 마른안주와 소시지, 치킨, 튀김류, 오뎅 라면 등 국물 안주류  30여가지 메뉴를 갖췄다. 500cc 호프 가격은 3500원, 안주류 가격 또한 평균 7000~8000원이기 때문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로써 고객은 안주를 두세 개 시켜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기존 치킨호프집에서는 안주의 객단가가 높아 추가 안주를 주문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고객의 마음을 잘 간파한 전략이다. 

비수기인 데다 코로나 공포도 만연한데…
‘가격 낮추고 메뉴 쪼개는’ 전략 성공


물론 이렇게 하려면 메뉴 하나하나의 맛도 좋아야 한다. 역전할머니맥주는 맛 또한 경쟁력을 갖췄다. 특히 소주 안주 메뉴도 인기가 높아 소주 판매량도 꽤 많은 편이다. 이러한 메뉴 구성은 남성보다 섬세하고 개성이 강한 여성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다. 고객의 60~70% 정도가 여성이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역전할머니맥주는 매장 분위기 또한 주 고객층인 2030에 맞췄다. 어둠침침한 조명에 빠른 박자의 음악이 쿵쿵거린다. 마치 나이트클럽에 온 것 같은 분위기다. 이리저리 생활에 찌든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들이 현실 도피처로 부담없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올여름, 역전할머니맥주가 얼마나 많은 젊은층을 사로잡고, 창업시장의 돌풍을 일으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인기 방송인 백종원씨가 운영하는 ‘백스비어’ 역시 메뉴를 쪼개고 가격을 낮춰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많은 점포가 지하 혹은 2층 이상으로 입점해 있지만, 백씨의 유명세를 보고 찾아오는 고객이 많다. 서울 지하철 사당역 먹자골목 상권에 위치하고 있는 지하 200㎡ 규모의 백스비어 매장은 피크타임이 되면 언제나 만원이다. 치킨, 피자, 스테이크, 튀김, 탕, 무침 요리와 값싼 맥주를 즐기려는 고객들로 넘쳐난다. 이 점포 역시 가격을 낮추고 메뉴를 다양하게 한 것이 인기 요인이다. 

500cc 호프 가격은 3900원이고 안주 메뉴의 가격은 4500원에서 1만5000원까지 다양하다. 주 메뉴가 1만원을 넘지 않는다. 메뉴의 품질은 백씨의 명성만큼 우수하다. 특히 백스비어는 수제맥주와 과일맥주를 3900원에서 4500원대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여성 고객과 직장인 단체 회식 장소로 선호된다.

사실 메뉴를 쪼개고 가격을 낮춘 시도는 백스비어가 오래 전부터 먼저 시작했다. 역시 백종원이라는 평판을 들으면서 지금은 많은 점포가 ‘다 메뉴 소량 판매’로 가격을 낮추고 다양한 고객 맞춤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저가 와인카페 ‘오늘 와인한잔’도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다. 이는 맛과 안주 메뉴의 다양성, 그리고 인테리어까지 젊은 여성 고객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와인 한 병의 가격은 1만8000원에서 4만~5만원대까지 저렴한 편이다. 와인의 대표 안주인 ‘모듬치즈&크래커’를 1만2900원에 즐길 수 있다. 수제맥주 역시 3900~5900원으로 여성 고객들이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또한 오늘 와인한잔은 ‘와라와라’의 창업주 유재용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브랜드로 알려지면서 와인 프랜차이즈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변화와 혁신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을 정도로 외식업 창업시장이 어렵다. 과거의 타성에 젖어 있으면 고객들이 하나둘 소리 소문 없이 떠난다. 메뉴를 쪼개면 객단가가 낮아질 것을 염려하는 점주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걸 겁내서 변화하지 않으면 고객의 외면을 받기 쉽다. 요즘 고객들은 다양한 메뉴를 골고루 먹기 원한다. 부담없이 메뉴를 추가하고 시킬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다 메뉴 소량 판매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불황 시대의 생존전략임을 깊이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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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