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코로나 야전사령관’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하루하루 헌신적 사투 ‘세계가 엄지척’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코로나19 확산세로 국민의 시선은 연일 질병관리본부로 향한다. 하지만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모습이다. 지난 1월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정 본부장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브리핑에 나서고 있다. 24시간 가동되는 긴급상황센터서 대응책 마련을 위해 구성원들과 총력을 쏟는다. 그런 상황서 그의 대응은 침착하다. 확진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서도 다수의 국민이 질본의 이성적인 대응에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중국서 발병한 코로나19의 한국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 방역당국인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매일 초비상 상태를 유지하며 확산을 막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질본을 대표해 매일 언론 앞에 브리핑을 하는 이가 있다. 바로 정부의 야전사령관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다. 정 본부장에 대한 질타보다는 걱정과 격려의 목소리가 훨씬 크다. 이례적인 일이다.  

불철주야 
고군분투

지난 24일 정 본부장은 “체력적인 어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업무의 부담이 크지만 잘 견디고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 내용이 기사와 포털로 전해지면서 국민들의 격려 메시지도 쏟아졌다.

다수 국민이 “온 국민이 질본과 본부장을 지지한다”와 같은 응원의 목소리를 내면서 그 어느 때보다 정 본부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지난달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국민들에게 상황 보고를 시작했다. 그 후 점점 변해가는 정 본부장의 수척한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매일 최일선서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흔적이 그의 얼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피로가 쌓였으며 흰 머리가 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후 한국이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외신 언론 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대구서 무더기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중대한 국면을 맞았다. 이런 상황서도 정 본부장의 성실하고 차분한 대응이 호평을 받고 있다.

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반면, 질본과 정 본부장에 대해서는 대응이 부실하다며 질타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오히려 ‘고맙다’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서 퍼지고 있다. 사망자가 발생하고, 의심환자가 늘어나는데도 ‘책임론’이나 ‘무능론’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

정 본부장에 대한 응원은 그의 전문성과 신뢰감을 주는 태도로부터 나온다. 대구 신천지교회가 감염원으로 등장해 코로나19 의심환자들이 크게 늘어나기 전, 일주일 가까이 확진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시점서도 정 본부장은 “절정이 지났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매일 오전 9시에 직접 브리핑을 하면서도 차분한 목소리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게다가 기자들의 질문이나 궁금증에 대해 성실히 끝까지 답변하는 태도로 신망을 얻었다.

질타보다는 걱정·격려의 목소리 “이례적”
전문성과 신뢰 있는 태도…세계적 호평 일색

정 본부장은 더 고삐를 단단히 쥐고 있다. 응원과 위로는 감사하지만, 방역망이 완전히 통제되지 않는 지금 해야 할 것은 딱 하나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방역 성공’. 정 본부장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미담 기사들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개인에게 쏠리는 관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지난 3일 한 매체에 따르면 정 본부장은 최근 전 직원에게 잇단 국민의 성원과 별개로 분발을 촉구했다. 매체는 정 본부장이 당시 “방역당국의 고생을 알아주는 것은 감사하다”면서도 “하지만 아직 상황 대응에 부족함이 많고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신을 둘러싼 미담에 대해서는 “개인에게 관심이 쏠리거나 미담으로 포장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정 본부장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질본은 정 본부장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인력 대부분이 한 달 가까이 긴급상황센터와 보건복지인력개발원서 숙식을 해결하며 비상근무를 이어오고 있지만, 흔들리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정 본부장 역시 쪽잠을 자청하고 있다. 직원보다 늦게 퇴근하는 날이 많고, 일 처리도 완벽하리만치 꼼꼼하다는 질본 관계자의 전언도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책임지는 그의 신념은 2017년 질본 본부장 취임사에도 잘 녹아있다. “국민의 신뢰와 보건 의료 분야 리더십은 우리의 리더십서 나온다.” 그의 리더십에 또 한 번 온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정 본부장은 감염병 예방 분야 전문가로 질본서만 20년 넘게 근무했다. 정 본부장은 광주 전남여고를 졸업하고 1989년 서울대 의과대학 의학 학사를 취득했다. 의사생활을 하면서 보장된 길을 걸을 수 있었지만, 공중 보건과 예방 의학에 관심을 두며 진로를 급선회했다. 이후 서울대 보건학 석사와 예방의학 박사를 받으면서 공중 보건 연구를 시작했다. 

극복 총력전
진심 통했나

그는 1998년 5월 보건복지부 국립보건원 보건연구관으로 질본에 첫발을 디뎠다. 첫 보직은 2002년 국립보건원 전염병정보관리과장이다. 이후 약 5년간 정책 관련 업무를 맡으면서 주로 국가 질병 정책 마련에 기여했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당시에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으로 업무했지만, 대응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정 본부장이 누구보다 예방과 대응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사태 이후 책임 추궁서 벗어날 수 없었다고 했다.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질병예방센터장, 긴급상황센터장을 역임하던 그는 2017년 7월 질본을 진두지휘할 본부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20년 넘게 질본서 근무하면서 내부 신망도 두텁다. 이혜은 질본 주무관은 “코로나19 발병 이후로 내부서 본부장에 대한 신임이 두터워졌다”며 “질본서만 20년 넘게 있었기 때문에 기관의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 본부장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정기회의와 영상회의를 진행한다.
 

질본 관계자는 “본부장께서 관련 회의와 후속 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선 24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긴급상황센터서 확진 환자 현황 파악과 지자체, 유관기관과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수면시간은 새벽 2시 이후부터 오전 6시 사이로 알려졌으며 식사는 배달된 도시락이다.

올해 기준으로 질본 인력은 866명이다. 현재 컨트롤타워인 질본은 24시간 비상 체제로 운영되면서 현황 파악과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질본은 도심과는 외진 청주시 오송읍에 위치해 대부분의 직원과 연구진이 본부 내부나 인근 숙소서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 질병관리본부를 외청으로 분리해 독립적 권한을 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주장은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에도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조직축소와 업무혼선 등을 우려하는 상급기관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예방 전문가
리더십 주목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질병관리청’ 논의에 탄력이 붙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 공약으로 이를 제시했다. 제1야당 미래통합당도 질병관리본부 격상 필요성에 공감하며 총선 공약으로 내놨다.

특히 정세균 국무총리는 4일 대구시청 기자간담회서 “세계 일류 수준의 방역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질병관리본부의 독립 기구화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의 승격 문제는 총선 이후 새로 구성될 21대 국회서 여야가 관련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합의만 하면 쉽사리 성사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시나 관건은 복지부의 반대다.

2004년 1월 출범한 질병관리본부의 전신은 국립보건원이다. 2003년 상반기 사스(중증급성호흡기질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함에 따라 전염병 관리를 위한 ‘질병 콘트롤타워’ 구축 필요성이 커지면서 국립보건원이 확대·개편됐다.

메르스 사태 이후에는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장을 실장급서 차관급으로 격상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복지부의 반대가 강했다.


정진엽 당시 복지부장관은 “청으로 독립했을 때의 장점도 물론 있다”면서도 “복지부에는 유관기관이 굉장히 많아 긴밀한 협조를 구해야 한다. 처음부터 청으로 독립해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협조와 지원이 가능한 동시에 간섭을 배제한 기구로 만드는 데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민 끝에 차관급으로 격상시켜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고 있는 독립된 기관으로 만들기로 했다. 협조와 지원을 하되 간섭하는 것은 철저히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질병관리 한 우물… 메르스 때 좌절도
차기 청창?…‘외청 분리’ 주장 제기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직후 정부조직 개편 당시 여당서 질병관리본부 승격에 대한 움직임이 다시 일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민주당 의원은 2017년 6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은 국회 안전행정위원회(현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이었다. 국회 복지위는 “질병관리본부가 복지부 소속기관이라는 특성상 여전히 자율성이 부족하고 정책수립 과정서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질병관리청 개정안을 적극 반영해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하지만 안행위 법안 심의 과정서 질병관리청으로의 승격은 무산됐다. 마찬가지로 복지부의 반대가 거셌다. 정춘숙 의원은 “복지부가 질병관리청 승격에 동의하지 않는다. 반대로 인해 법안처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도 복지부의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지난 2일 브리핑서 “청으로의 분리·독립이라는 원칙으로 인해 자칫 보건당국과 방역당국의 유기적 협조 측면서 오히려 저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김 차관은 “위기 시 방역대책본부가 최대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체계와 기능을 보강해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면서도 “의료자원 동원과 의료단체와의 협조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최종 방침이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결국 핵심 ‘키’는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질병관리조직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 의중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 관계자는 “청와대도 현재 상황에서 동의하는 일정 부분이 있다. 복지부가 이번에도 반대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한편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일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5일 0시 기준으로 총 누적 확진자수는 5766명이며 이 중 88명이 격리해제 됐다고 밝혔다. 지난 4일 0시 기준보다 438명 증가한 수치며 2일 685명 이후 3일 600명, 4일 516명 등 감소하는 추세다.

언제 끝나나?
줄어드는 중

대구가 320명 늘어 4326명이, 경북은 87명 증가한 861명이 각각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기가 9명 증가한 110명으로 대구·경북 다음으로 많았으며 서울은 4명 증가, 103명이다. 충남이 4명 늘어나 86명, 경남이 9명 늘어나 74명이 확진자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 대구의 확진자 비중이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북은 14.9% 등 대구·경북 확진자 발생 비율이 90% 가까이 된다. 35명이 사망해 치명률은 0.6%이며 여성 확진자가 3617명으로 62.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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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