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천외’ 신천지 표적 포교법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3.09 14:29:08
  • 호수 12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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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걸려도…발끝부터 세뇌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존재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일각에선 신천지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가운데 어마어마한 신천지 신도 수도 충격을 주고 있다. 기상천외한 이들의 포교 수법을 <일요시사>가 알아봤다.
 

 

코로나19 확산에 결정적 계기가 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최근 10년 간 신도 수가 무려 4배 증가하면서 지난해 24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신천지 특유의 교리와 함께, 젊은 층에 대한 ‘맞춤형 전도’가 신도 수 급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천천히
치밀하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신천지는 전체 신도 수가 수천명에 불과한 작은 단체에 불과했다. 1980년부터 포교를 시작했던 것을 생각하면 20년 넘게 1만명도 미혹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후 신천지는 급격히 신도 수를 늘려 현재에 이르렀다. 여기엔 아래와 같은 다양한 수법들이 동원된 것으로 파악된다. 

▲익명의 편지 = 낭만을 그리워하는 청년들에게 ‘익명으로부터 온 편지’를 전달해주겠다며 접근한다. 예를 들어 신도들은 대학교 입구 근처서 지나가는 20대 중후반의 행인을 붙잡는다. 연애 관련 웹툰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하면서 “얼마나 연애해봤나?” “선호하는 연애 스타일이 있느냐” 등 비교적 간단한 질문으로 시작한다. 또 인근 학교의 동문이라고 속이며 친밀감을 조성한다. 이후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전화번호를 묻는 식이다. 

열흘이 지난 뒤, 신도는 행인에게 전화를 걸어 ‘지역연합 동아리원’이라고 소개한다. 그러면서 “누군가가 익명으로 편지를 남겼다.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쑥스러워서 편지를 쓴 것 같다. 편지를 전해줄 테니 그 대가로 인터뷰를 해달라”고 요구한다. 2년째 임용고시를 준비한 탓에 몸과 마음이 지친 행인은 편지를 받고 싶어 인터뷰에 응할 마음을 갖는다. 


신도들은 인터뷰 약속 날짜를 계속 바꾸며 애를 태운다. 결국 약속 장소를 신천지 관련 장소로 잡은 뒤 본심을 드러내는 수법이다. 익명을 요구한 포교 피해자는 “요즘 청년들이 힘든 시기다 보니 포교활동도 점차 낭만적으로 하는 것 같다”며 “사이비라고 해도 사람 마음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을 경험하니, 정말 기분이 나쁘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연애 포교 = 신천지 포교 방식 중 가장 오래된 방식이고 단순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남성에게 여성 신도들이 접근해 연인 관계로 발전하면서 포교하는 방식이다. 신천지는 남녀 성비가 3:7일 정도로 여성 신도 비율이 매우 높다. 건전한 이성교제로 시작해 신천지 포교까지 이어졌다는 피해담이 속출한다.

여성 신도들은 거리서 맘에 든다며 행인 남성에게 번호를 묻는다. 교제를 시작한 뒤 평상시처럼 데이트를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대화 도중 은연 중에 신천지에 관한 얘기를 가볍게 꺼낸다. 신천지가 나쁘지 않은 것이라며 남자친구를 세뇌시킨다. 이후 신천지센터까지 남자친구를 유도해 정상적으로 공부하는 것처럼 모여 포교하는 방식이다. 

심리상담 활용 지속적 만남 유도
정서적 교감 뒤 신천지센터 소개

익명을 요구한 한 연애 포교 피해자는 “연애 시작 단계에선 정말 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천지에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을 알게 됐다. 신천지를 강요하지 는 않았지만 은연 중에 이야기를 꺼냈다. 신천지만 제외하면 정상적인 사람인데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뒤 이별을 통보했다. 당시 여자친구는 개인사보다 신천지 공부를 더 중요하게 여겼으며, 헤어지고 나서도 전 여자친구를 비롯해 다른 신천지 신도들로부터 연락이 왔다”고 언급했다.

▲설문·상담 = 신천지서 전통적으로 오늘날까지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방법으로 길거리 포교서 활용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관심을 끌고 차후 만남을 약속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아이템이 심리검사다. 
 

대화를 나누기에도 적당한 소재인데다 심리검사 결과를 설명해주겠다는 구실로 다음번 만남을 약속하기도 쉬운 만큼 비교적 성공률이 높다. 특히 이 방법은 대학생들에게 효과적인데, 주로 심리학과 학생으로 위장해 과제를 도와달라거나 리서치 단체를 사칭해 설문에 응한 이들에게 무료로 전문가를 통한 심리검사를 해준다는 식의 방법을 사용한다. 


실제 심리학과 대학생들이 과제로 자신의 상담 녹취록을 제출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자연스러울 수 있다. 다시 만난 자리에선 상담 결과를 이야기해 주고 신천지에 대한 교리를 전하면서 마음을 움직인다. 물론 아무에게나 접근하지 않고 설문 과정서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종교를 확인한다. 십자가 모양의 목걸이나 귀걸이 등을 확인한 후 접근하기도 한다. 기독교 서점이나 백화점을 출입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취미활동 = 동아리나 동호회 활동으로 침투하는 것이다. 선교단체나 대학의 기독교 동아리 같은 경우에는 교회서와 동일하게 활동한다. 동호회는 탁구, 낚시, 자전거, 등산 등과 같이 종교적 성격이 없고 단순한 취미생활을 공유하는 모임이나 사전에 기독교인 비율을 조사한 뒤 대상자가 있다고 판단되면 자연스럽게 가입해 활동한다. 이 경우 동호회 내에서 교회에 다니는 사람과 의도적으로 친해진 뒤 정보를 캐내는 방식의 활동을 한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일 년 이상 활동한 신천지 신도들은 지인들을 이미 포섭했기 때문에 새로운 기독교인들을 지속적으로 사귈 방법이 필요하다. 취미활동을 공유하는 동호회에 가입해 활동하면 새로운 사람을 자연스럽게 사귈 수 있기에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독교인 비율이 높은 동호회들이 있는데 이런 단체들은 신천지 신도들의 좋은 타깃이 된다.

단체에 침입한 신천지 신도는 열심히 활동하며 친분을 쌓고 자신의 영향력을 넓힌 뒤 신천지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단체 내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는 식이다.

▲자원봉사 =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사람 중에는 기독교인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고정적으로 자원봉사활동을 하면 기독교인들을과 접촉하거나 사귀기 수월하다. 혹은 자원봉사단체를 사칭하기도 하는데 이때 대상자는 자연스럽게 신천지 사람들이 많은 자원봉사 현장으로 인도된다. 실제로 자원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사회복지학과 학생에게 해당 지역종합사회복지관의 사회복지사를 사칭해 접근한 경우가 있었다. 

신천지 신도는 자원봉사활동을 연결해주겠다며 복지관 앞에서 만나 자원봉사활동에 대한 기본교육을 진행했다. 편부모 가정에 방문해 아이를 돌보고 학습지도를 해주는 봉사활동으로 학습지도를 하며 친분을 쌓는 식이다. 하지만 이들 사회복지사, 방문 가정, 아이의 이모, 심지어 아이까지 모두 신천지 신도인 것. 위장된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포교 대상자와 친분을 쌓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봉사활동 포교에 당한 한 대학생은 “‘맹인에게 책 읽어주기’라는 봉사활동에 등록했는데, 봉사활동은 못하고 신천지센터에 유인돼 신천지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미경 대전종교문제연구소 실장은 “결국 신천지는 문화예술봉사단체를 운영해 포교에 나서고 외연 확장을 위한 수단으로 단체를 활용한다. 전국에 신천지 위장 문화단체가 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더라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서관 = 시립도서관 등에서 고정적으로 공부하러 나오는 사람을 노린다. 먼저 도서관 열람실서 자리를 찾는 것처럼 한 바퀴를 돌며, 자리에 성경책을 올려둔 사람을 찾는다. 성경책을 가지고 있다면 기독교 신자일 확률이 높다. 

신원 감추고 
큰 그림 접근

특히 시험공부 전에 성경책을 잠깐 보고 기도하며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의도적으로 옆자리에 앉은 뒤, 자연스럽게 지우개나 연필 등을 빌리기도 하고, 가끔은 너무 읽고 싶은데 가져오지 않았다며 성경책을 빌리기도 한다. 하루 종일 시험 공부하는 사람들은 몇 시간 정도 집중해 공부하다가 쉬는데, 이때 자연스럽게 따라 나가 우연히 마주친 척 음료수를 하나 뽑아주고 “아까 정말 감사했다”며 인사를 건넨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매일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냈으면, 서두르지 않고 매일 도서관에 들른다. 얼굴 도장을 찍고 간단한 인사를 건넨다. 가끔은 휴게실서 만나 말을 건네기도 한다. 그러면서 “지금 공부 중인 것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혹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겠냐”며 연락처를 교환하고, 실제로 정보도 공유하며 친분을 쌓는다. 
 

혹은 도서관 내에서 스터디를 만들어 진행하기도 한다. 스터디 모집을 통해 사람들을 모은 뒤, 기독교인이 있으면 그대로 위장 스터디를 진행하고, 없다면 스터디를 기획한 사람이 잠수를 했다는 핑계 등으로 스터디 모임을 중단하고 진행하지 않는다.

▲아르바이트 = 금전이 필요한 청년들은 좋은 타깃이 된다. 선교단체 등으로 위장한 신천지센터서 강의를 듣고 필기해주면 강의 당 일정한 비용을 주겠다며, 아르바이트 희망자를 유혹한다. 아르바이트를 빌미로 신천지 교리를 주입하는 방법이다. 혹은 신학생이나 선교사 준비생인데 말씀을 가르치는 연습을 하고 싶다며 듣고 평가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기도 한다. 

노골적인 유도는 요즘에는 거의 사용하지는 않는 방식이지만 수월해보이는 아르바이트는 대학생들에게 매우 매력적인 요소라 여러 가지 내용을 섞어 유인하는 것이다. 이 방식은 지금도 진화를 거듭하며 활용되고 있다. 아르바이트 내용은 무엇이든 가능하기에, 청소년들은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도 조심해야 한다.

▲위장 교회 = 신천지의 위장 교회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신천지에는 2010년 기준으로 목회자 출신 신천지 교인이 약 350명가량이다. 물론 대부분 군소교단 출신이지만 장로교 합동이나 통합 등 규모 있는 출신의 목회자들도 있다.

기독교 신자 노려 접근해서 위장
초등학생 포교 위해 교대 진학도


또 전략적으로 꾸준히 신천지 사람들을 신학교로 침투시켜 목사안수를 받게 하는데, 신학교를 다니는 기간 동안 들키지 않고 무사히 졸업하게 되면 그 사람을 통해 신천지 위장 교회를 개척하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목사안수도 받지 않은 신천지 교인이 정통교단 이름으로 교회를 만들어놓고 목사 행세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간판만 보고 속아서 위장 교회에 출석한 사람이 교회에 정착하게 되면, 교회 모임과 교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신천지 성경을 공부하게 되고 신천지로 쉽게 인도되는 것이다.

▲해외 포교 = 신천지는 국내 포교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되자, 해외로 눈을 돌렸다. 해외 포교팀서 활동했다 이탈한 신도에 따르면, 기본으로 갖춰야 할 언어 교육의 미비를 지적해 비행기 내에서 언어 교육을 한다. 예를 들면, 터키에 포교하러 가는 도중에 출국 비행기 안과 길거리서 대화하며 언어를 배우게 한다는 것이다. 신천지에선 해외 파견자 언어 교육을 한다 해도 교육 시 정신 교육, 복음방 교육, 섭외 교육과 병행하면서 포교를 진행한다.

또 해외 포교를 위해 신천지 측에서는 UN NGO단체 모임을 이용한다. 처음 다문화 모임을 만들어 UN NGO단체 모임에 참가하게 해 해외 파견을 나간다. 예를 들어 발칸반도 지부를 맡은 국제부장이 인사들을 섭외하던 중 각 나라에 팀을 꾸려달라고 부탁할 경우 팀 단위로 파견하는 것. 현지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로 활동하게 되면 의심을 살 수 있기 때문에 해외파견 사업을 기획하게 되는데, 바로 한류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 신천지 수료식

신천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서도 한국문화원을 개강해 한국어 수업을 통해 현지인들을 포교하거나 언어 교환, 독서 실태 조사, 남북 분단 문제 논의, 행복 프로젝트, 소통 논문 작성, 도형 상담 등을 이용해 포교하고 있다. 매주 주말에는 문화행사를 통해 한국에 관심 있는 이들을 섭외하고 있다.

이외에도 탁지원 이단 신흥종교 전문가는 SBS 뉴스와의 인터뷰서 “초등학생들도 포교 대상으로 삼는다. 교대에 강의를 하러 갔다. 학생들이 이야기하는데 교대나 사범대에도 신천지 신도가 있다더라. 그 사람들이 선생님이 되고자 하는 목적이, 합법적인 학교 안에서 아이들을 포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신천지는 점점 목적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포교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신천지의 포교 전략은 다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많으며, 지금도 신천지의 포교 전략팀은 매일같이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만들어내고 있다. 전략을 알고 있어도 당할 수 있는 게 신천지 포교 방식이다.

봉사인 척
신도인 척

모든 전략은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고 그들을 신천지 센터로 유도하기 위한 방법에 불과하다. 위에서 소개한 방식들은 신천지서 오랫동안 사용했으며, 실제로 새로운 사람들을 접촉하는 데 손쉬운 방법들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7조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외부단체의 학교 내 포교활동을 금지하겠다”며 “금지 현수막을 걸고 현장 조사단을 꾸려 수시로 점검하고 포교활동 시 강제 퇴교 조치하는 등 엄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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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