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의 기막힌 사중고

검찰도 무서운데 소송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국산 보톡스 1호 회사’인 메디톡스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경쟁사와의 지리멸렬한 소송전만 해도 골치 아픈 판국에, 회사 수장을 겨냥한 검찰의 칼날이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이 와중에 주주들마저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회사 신뢰도는 한없이 추락하고 있다.
 

▲ 정현호 메디톡스 회장

지난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청주지방검찰청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메디톡스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의 휴대폰, 개인 컴퓨터, 일지 등을 주요 증거물로 압수하고 생산공장 자료 일체를 추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서운 검날

추가 압수수색이 이뤄지자 제약업계서는 메디톡스의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이 확실한 혐의를 잡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 대표가 메디톡신 불법 제조 사안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한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 카드를 꺼냈다는 시각이다. 

정 대표가 압수수색 대상이 된 만큼 혐의 일부가 사실로 드러나면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추가 압수수색에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오창 1공장을 대상으로 최초 압수수색에 나섰고, 몇몇 임직원을 차례로 소환해 수사했다. 일단 무균 기준에 부적합한 오창 1공장의 구조적 문제가 있음에도 메디톡스가 제품 제조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메디톡스 주주들과 환자들이 집단행동을 예고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법무법인 오킴스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메디톡스와 주요 임원들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 또는 주주대표소송 등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오킴스는 “메디톡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 최근 구속된 생산본부장, 기타 불법행위에 적극 가담한 임원들을 상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고소 제기 시점은 메디톡스와 정 대표이사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 이후로 예정돼있다”고 설명했다.

오킴스에 따르면 앞서 메디톡스 생산본부장 A씨는 약사법 위반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지난달 20일 구속됐다. A씨는 생산 업무를 총괄하면서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을 허가 전에 불법 유통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눈여겨볼 부분은 오킴스 측이 A씨의 불법 행위를 개인적인 일탈이 아닌, 경영진까지 연루된 조직적인 범죄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오킴스는 “이번 범행은 일부 직원의 일탈행위를 넘어 회사의 영리추구를 위해 정 대표를 정점으로 조직적·전사적 차원서 저질러진 불법행위일 가능성이 높다”며 “철저한 수사를 통해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허가·품질 조작 덜미?
커져만 가는 불확실성

메디톡스 측은 아직까지 오킴스의 보도내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파악했지만 아직까지 오킴스서 회사를 상대로 별다른 내용을 전달하지 않은 상태”라며 “회사서도 아직은 따로 입장을 건넬 게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메디톡스를 향한 기대는 차츰 수그러드는 분위기다. 지난 3일 삼성·대신증권 등은 보고서를 통해 일제히 메디톡스 목표가를 하향 조정했다. 메디톡스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 여파로 메디톡신 파이프라인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가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해석한 셈이다.

실제로 메디톡스 영업이익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메디톡스의 2019회계연도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59억원으로 전년보다 0.2% 증가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69.9% 감소한 257억원에 머물렀다. 영업이익은 2년 연속 감소세를 나타낸 것도 모자라 2013년 이후 최저치다. 
 

회사 측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비용 증가를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ITC 소송이 단시일에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만큼 소송에 따른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일 메디톡스는 지난달 4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기술 도용 미국 ITC 재판서 ITC 소속 스태프 변호사(Staff Attorney)가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를 사용하고 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웅제약과 분쟁서 ITC가 사실상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스태프 변호사는 ITC 재판부가 별도 지정한 제3의 당사자로서, 두 회사가 논의를 공정하게 진행하는지 등을 살피는 동시에, 제3자로서 독립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일종의 배심원 역할을 병행한다. 스태프 변호사의 발언은 판사가 반드시 수용할 의무는 없지만 소송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재만 잔뜩

반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 주장에 전면 반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태프 변호사가 의견서를 권고할 수 있는 수준의 효력일 뿐 법적 구속력은 없는 데다 ITC 재판서 다수의 위조된 서류가 메디톡스의 증거로 포함된 만큼 향후 ITC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heat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메디톡스 어떤 회사?

메디톡스는 ‘보톡스 국내 1호 박사’로 꼽히는 정현호 대표가 2000년 창업한 기업이다.

정 대표는 대학원 시절부터 보툴리눔 톡신 연구에 매진해 국내 보톡스 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2006년 국내 최초, 세계서 4번째로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품 ‘메디톡신’을 시장에 선보였고 이로 인해 메디톡스는 ‘국내 보톡스시장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었다. 현재 메디톡신은 전 세계 60여개 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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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