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높이는 ‘다세권’의 힘

규제가 몰리는 주택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입지 4대 요소로 꼽히는 역세권·학세권·몰세권·숲세권을 다 갖춘 단지들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로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수요자들의 아파트 선택기준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수요자들이 단지를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요 요소로는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 공원, 산 등이 있다. 이전에는 이중 한 가지만 제대로 충족해도 가치가 높은 아파트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규제 강화로 수요자들이 예전보다 청약통장을 신중히 사용하면서 실거주 여건은 물론, 가치상승 여력까지 꼼꼼히 살피는 추세다.

한 가지만?
많을수록~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다양한 요소를 갖춘 아파트는 집값 상승이 가파르다. KB부동산 시세 자료를 보면 ‘래미안 대치 팰리스 2단지’(15년 9월 입주) 전용면적 84㎡의 경우 매매가 시세는 지난해 1년간(18년 4월~19년 4월) 16.25%(20억원→23억2500만원) 상승했다. 지하철 3호선 대치역, 분당선·3호선 도곡역, 분당선 한티역 쿼드러플 역세권에 강남8학군, 각종 생활편의시설, 한티근린공원 등을 누릴 수 있는 다세권 단지다.

신규 분양시장에서도 다세권의 가치가 인기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서울시 노원구에서 분양한 ‘노원 꿈에그린’은 92가구 모집에 5877건이 접수돼 1순위 평균 97.95대 1의 경쟁률로 지난해 서울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하철 4·7호선 노원역 역세권에 초·중·고 도보통학이 가능하다. 노원문화의거리 상권과 수락산, 온수근린공원 등이 가까운 다세권 단지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같은 해 10월 부산시 동래구에서 분양한 ‘동래 래미안 아이파크’는 2485가구 모집에 2만2468건이 접수돼 1순위 평균 17.26대 1의 경쟁률로 전 주택형이 마감됐다. 부산지하철 3·4호선 미남역 역세권에 온천초, 동래중 등을 도보통학 가능하다. 롯데백화점, 홈플러스 등 편의시설과 금정산이 가까이 있는 다세권 단지다. 


다세권 단지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입지적 여건이 까다로운 만큼 희소성이 높고, 투자가치를 높이는 여러 조건을 갖췄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아, 실수요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다세권을 갖춘 아파트의 최대 장점은 입주민 입장에서 살기가 매우 편리하다는 점이다. 역이 가까우면 타 지역으로 이동하기가 수월하고, 학교가 가까우면 어린아이들이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어 부모 입장에서도 마음이 놓인다. 

좋은 아파트 입지를 따질 때 고려하는 주요 요소는 크게 교통, 교육, 편의시설 세 가지가 있다. 먼저 편리한 교통은 예나 지금이나 좋은 입지의 가장 큰 기준이다. 교통 편의는 일반적으로 도시철도 접근성으로 따지는데, 도보 5분 이내 거리의 아파트를 ‘역세권’에 있다고 말한다. 역세권 단지는 전·월세 수요가 많고, 불황 속에도 매매·임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규제 몰린 주택시장 위축
‘다다익선’ 아파트 각광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교육 여건은 주거지를 선택할 때 여전히 중요한 척도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아파트를 고를 때 도보로 안전하게 통학할 수 있는지를 따진다. 또 명문 학군이 있는 지역을 선호하는데, 이런 교육 여건을 갖춘 곳을 ‘학세권’이라고 한다. 학세권 아파트들은 학부모들의 수요가 집중되고 거래도 활발하다. 일시적 거주 수요도 많아 전셋값도 높게 형성된다. 도로와 토지이용을 체계적으로 계획해 조성하는 신도시, 택지지구의 경우에도 건설사들이 분양을 추진할 때 신설 학교 인접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웰빙, 힐링, 건강, 자연환경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공세권’과 ‘숲세권’이라는 용어도 많이 쓰이고 있다. 공세권은 공원과 인접한 지역을 말하는데 산과 강, 바다를 타고난 입지가 아닌 경우에는 공원 유무가 쾌적한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다. 숲세권은 산과 가까워 언제나 숲을 볼 수 있고, 등산할 수 있으며,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몰세권’ 바람도 강하게 불고 있다. 몰세권은 백화점, 마트, 복합쇼핑몰 등의 대형 상업시설을 가까운 거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을 말한다. 이 밖에도 병원이 인근에 있는 ‘의세권’, 법원과 검찰청 등 법조타운이 형성된 ‘법세권’ 등이 있다.

입지는 일반적으로 역세권, 학세권이 중요하고, 공세권, 숲세권, 몰세권 등은 후순위로 선호한다. 이는 입주자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교육이 중요한 학부모라면 학세권이, 출퇴근이 중요한 직장인이라면 역세권을 먼저 따진다. 소득과 연령별로 선호하는 입지에 다소 차이가 있다.


가치 높이는 
여러 조건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민층과 중산층은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있고 매매, 임대가 잘되는 역세권을 선호하지만, 고소득층은 숲과 공원 등 자연환경과 바다 조망 등을 갖춘 대형 평수를 선호한다”며 “연령별로는 젊은 층은 생활 인프라가 우수한 역세권, 몰세권을 선호하는 반면 장노년층은 전원주택으로 가려다 멈추고 도심 쪽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는 숲세권, 공세권 단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숲세권과 역세권은 공생할 수 없고, 역세권은 주로 상업지역에 있어 몰세권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수도권에 분양(예정) 중인 다세권 아파트.
 

▲등촌역 퀸즈포디엄 삼익=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511-4번지 일대에 즉시 입주 가능한 소형 아파트인 ‘퀸즈포디엄 삼익’이 공급 중이다. 지하 2층에서 지상 최고 14층, 총 2개동으로 구성 예정이다. 총 104세대로 전용면적은 31.82㎡ 26세대, 32.07㎡ 26세대, 46.33㎡ 26세대, 47.77㎡ 26세대로 구성된다.

소득·연령별
선호 입지 차이

서울 지하철 9호선 등촌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우수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여의도까지는 10분대, 강남은 20분대에 도착이 가능하다. 봉제산의 숲세권 안에 들어 쾌적한 환경을 자랑하며, 특히 목동문화체육센터와 목동종합운동장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강서구 및 양천구, 마포구 일대의 생활 인프라를 누리기에 적합하고 김포국제공항도 멀지 않다. 공항대로로 올림픽대로까지 차량 10분이면 진입할 수 있으며, 편리한 교통 외 생활 편의성도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1㎞ 이내에 이마트, 홈플러스, NC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인접해 있어 생활 인프라가 안정적이다. 등촌초등학교, 백석중학교, 영일고등학교가 모두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학세권을 형성하고 있다. 

교통 및 개발호재도 풍부하다. 강북횡단선(목동~청량리 2021년 착공예정)과 원종홍대선 개발 예정이다. 인근 양천구 목3동은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되었다. 입주는 2020년 4월 예정.

역세권, 학세권, 몰세권, 숲세권…
다 갖춘 단지들 여전히 높은 인기

▲양주 옥정신도시 제일풍경채= 올 4월 중 제일건설㈜이 ‘양주 옥정신도시 제일풍경채’ 아파트를 분양한다. 단지는 양주 옥정신도시 동측인 A10-1·2블록에 들어서며 전용면적 74~101㎡ 총 2474가구 규모다. 양주 옥정신도시에서 규모가 가장 큰 대단지다. 

우선 2017년 개통한 구리~포천 고속도로 이용 시 구리까지 20분대, 강남권까지 약 40분대로 이동 가능하다. 사업지가 위치하는 옥정신도시는 지하철 7호선 연장선인 옥정역(예정)이 들어설 예정인 데다 인근을 따라 GTX-C노선(예정), 제2외곽순환도로(예정) 다양한 교통망 개발이 예정돼 있어 교통 및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지 바로 앞에는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는 중앙호수공원이 위치해 있다. 호수공원 내 유비쿼터스 도서관과 수영장 등 편리한 시설 등이 갖춰진 점도 눈길을 끈다. 도보 통학권에 초·중·고(예정)가 조성될 계획이어서 자녀 교육여건이 좋다. 단지 앞에 중심 상업 및 문화시설 등이 자리해 생활 인프라가 뛰어난 점도 특징이다.
 

▲힐스테이트 부평= 현대건설이 인천시 부평구 백운2구역에 들어서는 ‘힐스테이트 부평’을 분양한다. 지하 3층~지상 최고 39층 9개 동, 총 1409가구로 조성된다. 이 중 837가구가 일반분양 된다. 전용면적별로는 46㎡ 8가구, 59㎡A 165가구, 59㎡B 186가구, 75㎡ 216가구, 84㎡ 262가구다.


백운역 주변은 최근 정비사업이 활발해 사업지 주변 2㎞ 이내 향후 약 2만여 가구가 공급 예정(사업시행인가 완료 단지)이어서 미니신도시급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또 인근 미군부대가 이전 중이며 해당 부지는 향후 공원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단지와 가까운 부평역에는 GTX -B(수도권광역급행철도)가 연결된다. GTX-B 노선은 인천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용산~서울역~청량리 등을 거쳐 경기 남양주(마석)를 잇는 약 80.1㎞(13개 정거장)의 급행철도다. 

쾌적한 환경
탁월한 생활

이 외에도 백운초, 신촌초, 부평서여중, 부평서중, 부광고, 인천제일고 등 초·중·고가 모두 도보 거리에 있다. 부평역, 간석오거리 등에 위치한 학원가 이용도 편리하고 부평도서관도 아파트와 가깝다. 잔디광장과 수목이 어우러진 부평공원도 인접해 있으며 백운공원, 함봉산, 동암산 등도 인근에 있다. 입주는 2023년 6월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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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