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박근혜 ‘옥중 정치’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09 10:11:11
  • 호수 12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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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건든 선거의 여왕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15 총선을 40여일 앞둔 시점이자, 코로나19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이 시국에 옥중인 ‘선거의 여왕’이 침묵을 깼다. 그의 옥중 메시지는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다. ‘보수 빅텐트’ 주문에 보수 야권은 화답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현실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든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박근혜의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그는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접견을 허용한 사람이다. 이날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쓴 A4 용지 4쪽 분량의 자필 편지를 취재진에게 들어 보였다. 지난 2017년 3월31일 구속 이후 첫 공개 메시지다. 유 변호사가 대독한 자필 편지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옥중 편지
왜? 지금?

‘먼저 중국서 유입된 신종 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천명이 되고 30명이 넘는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앞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중략)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중략) 또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도 많았다.(중략)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한다.’

핵심 키워드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코로나19’ ‘대구·경북’ ‘현 정부’ ‘거대 야당’이 그것이다. 코로나19를 키워드로 국민이 힘들어한다는 점을 지적한 박 전 대통령은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실정이 그 원인임을 언급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짚었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의 어려움을 언급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여기서의 거대 야당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으로 해석된다. 최근 친박(친 박근혜) 세력은 자유공화당(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으로 분열돼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쳐 선거를 치르라는 메시지를 보수 야권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당 중심으로…통합 로드맵
범여권 분노, 선거법 위반 고발

보수야권은 옥중 메시지에 즉각 화답했다. 세력의 중심으로 지목된 통합당 지도부는 ‘절절한 서신’(황교안 대표), ‘의로운 결정’(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등의 단어를 써가며 박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비박(비 박근혜)계도 화답에 동참했다. 통합당 김무성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은 서로 힘을 합칠 때다. 합치지 못하면 총선서 승리하기 어렵고, 총선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을 지키기 어렵다”며 “다시 한 번 박 전 대통령의 ‘우파 보수 대통합’ 메시지를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 유영하 변호사 ⓒ나경식 기자

통합당 외곽서 활동하는 친박 정치인들은 통합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유공화당을 이끄는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같은 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미래통합당 등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제 통합당은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반면 범여권에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서 “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의 정당이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으고 총선 지침을 내리며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들은 없다”고 쏘아붙였다.

보수야권
화답해…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위기를 기회 삼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는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아직까지 감옥에 왜 가 있는지 모르고, 옥중서 한심한 정치나 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고한다. 조용히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것만이 어렵고 힘든 시기, 당신에게 단 하나 허락된 애국심”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의당은 서울중앙지검에 박 전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은 “총선 이슈를 ‘탄핵의 강’으로 몰고 가 탄핵 찬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 반문 연대를 통한 정치적 사면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황 대표 등 보수 야당들의 지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수렴청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노림수가 적중한 모양새다. 선거판은 ‘문재인 대 반문재인’으로 양분됐다. 여기에 더해 총선 전 최대 분열 요인이었던 ‘박근혜 변수’가 사라졌다. 앞서 보수 야권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차로 수차례 변죽만 울리다 통합에 실패한 바 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편지가 나온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편지는 지난 4일 공개됐는데 전날(3일)에는 친박 정치인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서 의원은 자유공화당 합류를 선언했으며, 박근혜정부 행정자치부장관을 역임했던 친박계 정종섭 의원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국경제당 창당을 발표했었다.

친문-반문
대립각 선명

친박이 분열의 조짐을 보이던 상황서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인해 선거판이 통합당에게 유리하게 흘러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편지에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주장한 유승민 의원을 비롯, 새로운보수당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박근혜 지우기’에 힘을 쏟던 통합당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는 통합당이 중도로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에 박 전 대통령이 본인의 정치적 재기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경북과 태극기 세력을 언급한 부분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며, 태극기 세력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외치는 핵심 지지층이다. 일각에선 자신의 구명운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앞서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지난 1월27일 공관위 2차 회의서 “설 연휴를 맞아 박 전 대통령의 석방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가 지난 1월28일 같은 당 황교안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구금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TK·PK 공천 앞두고
‘구명운동’ 노렸나?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은 직후에도 통합당 측의 석방 요구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3·1절 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 그야말로 인도적인 차원”이라며 “이 정권이 박 전 대통령을 만 3년 동안 감옥에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하다. 인권을 존중하는 입장서도 빨리 석방이 되길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통합당 창당을 추인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태극기 세력은 ‘탄핵 5적’이라고 해 통합당 내 일부 의원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왔다. 그런 태극기 세력에게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 하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태극기 세력에게 탄핵 5적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이 유 의원의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간 태극기 세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부정해왔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어디에도 탄핵을 부정한다는 식의 말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하나로 힘을 합쳐 달라”는 요청과 맞물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왔다.

“석방하라!”
“문을 쳐라!”

통합당 공관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공관위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지역 예비후보들과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공관위는 집단 탈당이 우려로 장고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공관위가 탄핵의 강을 건너는 명분으로 친박 측 인사들을 대거 공천서 탈락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일찌감치 나돌았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관위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보수 분열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의 복심’ 유영하 노림수

‘박근혜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정당은 미래한국당이다.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다. 해당 소식은 유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공개한 바로 다음날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구속 수감된 이후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해왔던 사람이다. 이에 유 변호사가 발언할 때면,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지난 4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대독했다. 이 때문에 유 변호사의 미래한국당 입당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의중으로 읽힌다.

유 변호사는 대독 직후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래통합당에 복당하든, 미래한국당에 입당하든 대통령과 상의하고 결정하겠다”며 “진로에 대해서 허락을 받거나 양해를 구할 부분이 있으면 구하거나 허락을 받겠다”고 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당적을 유지해오던 유 변호사는 통합당 출범식 전날인 지난달 17일 탈당했다.

부산 서면 출신인 유 변호사는 지난 1995년 사법연수원(24기) 수료 후 검사로 부임했다. 박 전 대통령과는 지난 2004년 그가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다수의 낙선을 경험했던 바 있는데 지난 17대 총선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군포에 출마했지만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에게 패했다. 18·19대 총선 때도 같은 지역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지난 20대 총선 때는 서울 송파을에 전략공천됐지만, 당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의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출마 기회를 놓쳤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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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