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박근혜 ‘옥중 정치’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09 10:11:11
  • 호수 12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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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건든 선거의 여왕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15 총선을 40여일 앞둔 시점이자, 코로나19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이 시국에 옥중인 ‘선거의 여왕’이 침묵을 깼다. 그의 옥중 메시지는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다. ‘보수 빅텐트’ 주문에 보수 야권은 화답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현실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든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박근혜의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그는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접견을 허용한 사람이다. 이날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쓴 A4 용지 4쪽 분량의 자필 편지를 취재진에게 들어 보였다. 지난 2017년 3월31일 구속 이후 첫 공개 메시지다. 유 변호사가 대독한 자필 편지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옥중 편지
왜? 지금?

‘먼저 중국서 유입된 신종 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천명이 되고 30명이 넘는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앞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중략)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중략) 또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도 많았다.(중략)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한다.’

핵심 키워드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코로나19’ ‘대구·경북’ ‘현 정부’ ‘거대 야당’이 그것이다. 코로나19를 키워드로 국민이 힘들어한다는 점을 지적한 박 전 대통령은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실정이 그 원인임을 언급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짚었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의 어려움을 언급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여기서의 거대 야당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으로 해석된다. 최근 친박(친 박근혜) 세력은 자유공화당(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으로 분열돼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쳐 선거를 치르라는 메시지를 보수 야권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당 중심으로…통합 로드맵
범여권 분노, 선거법 위반 고발

보수야권은 옥중 메시지에 즉각 화답했다. 세력의 중심으로 지목된 통합당 지도부는 ‘절절한 서신’(황교안 대표), ‘의로운 결정’(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등의 단어를 써가며 박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비박(비 박근혜)계도 화답에 동참했다. 통합당 김무성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은 서로 힘을 합칠 때다. 합치지 못하면 총선서 승리하기 어렵고, 총선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을 지키기 어렵다”며 “다시 한 번 박 전 대통령의 ‘우파 보수 대통합’ 메시지를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 유영하 변호사 ⓒ나경식 기자

통합당 외곽서 활동하는 친박 정치인들은 통합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유공화당을 이끄는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같은 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미래통합당 등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제 통합당은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반면 범여권에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서 “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의 정당이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으고 총선 지침을 내리며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들은 없다”고 쏘아붙였다.

보수야권
화답해…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위기를 기회 삼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는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아직까지 감옥에 왜 가 있는지 모르고, 옥중서 한심한 정치나 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고한다. 조용히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것만이 어렵고 힘든 시기, 당신에게 단 하나 허락된 애국심”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의당은 서울중앙지검에 박 전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은 “총선 이슈를 ‘탄핵의 강’으로 몰고 가 탄핵 찬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 반문 연대를 통한 정치적 사면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황 대표 등 보수 야당들의 지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수렴청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노림수가 적중한 모양새다. 선거판은 ‘문재인 대 반문재인’으로 양분됐다. 여기에 더해 총선 전 최대 분열 요인이었던 ‘박근혜 변수’가 사라졌다. 앞서 보수 야권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차로 수차례 변죽만 울리다 통합에 실패한 바 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편지가 나온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편지는 지난 4일 공개됐는데 전날(3일)에는 친박 정치인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서 의원은 자유공화당 합류를 선언했으며, 박근혜정부 행정자치부장관을 역임했던 친박계 정종섭 의원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국경제당 창당을 발표했었다.

친문-반문
대립각 선명

친박이 분열의 조짐을 보이던 상황서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인해 선거판이 통합당에게 유리하게 흘러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편지에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주장한 유승민 의원을 비롯, 새로운보수당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박근혜 지우기’에 힘을 쏟던 통합당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는 통합당이 중도로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에 박 전 대통령이 본인의 정치적 재기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경북과 태극기 세력을 언급한 부분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며, 태극기 세력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외치는 핵심 지지층이다. 일각에선 자신의 구명운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앞서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지난 1월27일 공관위 2차 회의서 “설 연휴를 맞아 박 전 대통령의 석방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가 지난 1월28일 같은 당 황교안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구금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TK·PK 공천 앞두고
‘구명운동’ 노렸나?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은 직후에도 통합당 측의 석방 요구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3·1절 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 그야말로 인도적인 차원”이라며 “이 정권이 박 전 대통령을 만 3년 동안 감옥에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하다. 인권을 존중하는 입장서도 빨리 석방이 되길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통합당 창당을 추인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태극기 세력은 ‘탄핵 5적’이라고 해 통합당 내 일부 의원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왔다. 그런 태극기 세력에게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 하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태극기 세력에게 탄핵 5적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이 유 의원의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간 태극기 세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부정해왔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어디에도 탄핵을 부정한다는 식의 말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하나로 힘을 합쳐 달라”는 요청과 맞물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왔다.

“석방하라!”
“문을 쳐라!”

통합당 공관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공관위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지역 예비후보들과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공관위는 집단 탈당이 우려로 장고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공관위가 탄핵의 강을 건너는 명분으로 친박 측 인사들을 대거 공천서 탈락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일찌감치 나돌았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관위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보수 분열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의 복심’ 유영하 노림수

‘박근혜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정당은 미래한국당이다.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다. 해당 소식은 유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공개한 바로 다음날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구속 수감된 이후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해왔던 사람이다. 이에 유 변호사가 발언할 때면,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지난 4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대독했다. 이 때문에 유 변호사의 미래한국당 입당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의중으로 읽힌다.

유 변호사는 대독 직후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래통합당에 복당하든, 미래한국당에 입당하든 대통령과 상의하고 결정하겠다”며 “진로에 대해서 허락을 받거나 양해를 구할 부분이 있으면 구하거나 허락을 받겠다”고 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당적을 유지해오던 유 변호사는 통합당 출범식 전날인 지난달 17일 탈당했다.

부산 서면 출신인 유 변호사는 지난 1995년 사법연수원(24기) 수료 후 검사로 부임했다. 박 전 대통령과는 지난 2004년 그가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다수의 낙선을 경험했던 바 있는데 지난 17대 총선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군포에 출마했지만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에게 패했다. 18·19대 총선 때도 같은 지역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지난 20대 총선 때는 서울 송파을에 전략공천됐지만, 당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의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출마 기회를 놓쳤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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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