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박근혜 ‘옥중 정치’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09 10:11:11
  • 호수 12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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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건든 선거의 여왕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4·15 총선을 40여일 앞둔 시점이자, 코로나19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이 시국에 옥중인 ‘선거의 여왕’이 침묵을 깼다. 그의 옥중 메시지는 정치권에 파문을 일으켰다. ‘보수 빅텐트’ 주문에 보수 야권은 화답했다. 헌정 사상 최초의 탄핵 대통령이 현실정치의 한복판에 뛰어든 셈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짜 노림수는 무엇일까. 
 

‘박근혜의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4일, 국회 정론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그는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접견을 허용한 사람이다. 이날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쓴 A4 용지 4쪽 분량의 자필 편지를 취재진에게 들어 보였다. 지난 2017년 3월31일 구속 이후 첫 공개 메시지다. 유 변호사가 대독한 자필 편지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옥중 편지
왜? 지금?

‘먼저 중국서 유입된 신종 바이러스감염증 코로나19 확진자가 수천명이 되고 30명이 넘는 사망자까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서 4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고, 앞으로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중략) 많은 분들이 무능하고 위선적이며 독선적인 현 집권세력으로 인해 살기가 점점 더 힘들어졌다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중략) 또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거대야당의 무기력한 모습에 울분이 터진다는 목소리도 많았다.(중략) 서로 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메우기 힘든 간극도 있지만,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여러분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한다.’

핵심 키워드는 네 가지로 요약된다. ‘코로나19’ ‘대구·경북’ ‘현 정부’ ‘거대 야당’이 그것이다. 코로나19를 키워드로 국민이 힘들어한다는 점을 지적한 박 전 대통령은 현 정부와 집권여당의 실정이 그 원인임을 언급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짚었다. 그 와중에도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대구·경북의 어려움을 언급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여기서의 거대 야당은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으로 해석된다. 최근 친박(친 박근혜) 세력은 자유공화당(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으로 분열돼있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통합당을 중심으로 뭉쳐 선거를 치르라는 메시지를 보수 야권에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통합당 중심으로…통합 로드맵
범여권 분노, 선거법 위반 고발

보수야권은 옥중 메시지에 즉각 화답했다. 세력의 중심으로 지목된 통합당 지도부는 ‘절절한 서신’(황교안 대표), ‘의로운 결정’(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등의 단어를 써가며 박 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비박(비 박근혜)계도 화답에 동참했다. 통합당 김무성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대한민국을 위해 지금은 서로 힘을 합칠 때다. 합치지 못하면 총선서 승리하기 어렵고, 총선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을 지키기 어렵다”며 “다시 한 번 박 전 대통령의 ‘우파 보수 대통합’ 메시지를 열렬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 유영하 변호사 ⓒ나경식 기자

통합당 외곽서 활동하는 친박 정치인들은 통합당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유공화당을 이끄는 조원진·김문수 공동대표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같은 날,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박 전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태극기 우파세력과 미래통합당 등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이제 통합당은 하나로 힘을 합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반면 범여권에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국회 정론관서 “통합당이 박 전 대통령의 정당이고 적극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태극기 부대를 다시 모으고 총선 지침을 내리며 정치적 선동을 하는 것에 납득할 국민들은 없다”고 쏘아붙였다.

보수야권
화답해…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위기를 기회 삼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하려는 파렴치한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아직까지 감옥에 왜 가 있는지 모르고, 옥중서 한심한 정치나 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에게 고한다. 조용히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것만이 어렵고 힘든 시기, 당신에게 단 하나 허락된 애국심”이라고 날을 세웠다. 정의당은 서울중앙지검에 박 전 대통령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민생당 김정현 대변인은 “총선 이슈를 ‘탄핵의 강’으로 몰고 가 탄핵 찬반 여론에 다시 불을 붙여 반문 연대를 통한 정치적 사면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황 대표 등 보수 야당들의 지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수렴청정’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의 노림수가 적중한 모양새다. 선거판은 ‘문재인 대 반문재인’으로 양분됐다. 여기에 더해 총선 전 최대 분열 요인이었던 ‘박근혜 변수’가 사라졌다. 앞서 보수 야권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차로 수차례 변죽만 울리다 통합에 실패한 바 있다.

정치권은 박 전 대통령의 편지가 나온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편지는 지난 4일 공개됐는데 전날(3일)에는 친박 정치인들이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서 의원은 자유공화당 합류를 선언했으며, 박근혜정부 행정자치부장관을 역임했던 친박계 정종섭 의원이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국경제당 창당을 발표했었다.

친문-반문
대립각 선명

친박이 분열의 조짐을 보이던 상황서 박 전 대통령이 메시지를 낸 것이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로 인해 선거판이 통합당에게 유리하게 흘러갈지는 장담할 수 없다. 편지에는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반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또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주장한 유승민 의원을 비롯, 새로운보수당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박근혜 지우기’에 힘을 쏟던 통합당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는 통합당이 중도로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이에 박 전 대통령이 본인의 정치적 재기를 노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경북과 태극기 세력을 언급한 부분 때문이다. 대구·경북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며, 태극기 세력은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외치는 핵심 지지층이다. 일각에선 자신의 구명운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라는 해석도 내놓는다.

앞서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지난 1월27일 공관위 2차 회의서 “설 연휴를 맞아 박 전 대통령의 석방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루가 지난 1월28일 같은 당 황교안 대표는 “국민이 바라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의 구금 상태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TK·PK 공천 앞두고
‘구명운동’ 노렸나?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있은 직후에도 통합당 측의 석방 요구가 나왔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3·1절 석방을 요구한 바 있다. 그야말로 인도적인 차원”이라며 “이 정권이 박 전 대통령을 만 3년 동안 감옥에 있도록 하는 것은 너무하다. 인권을 존중하는 입장서도 빨리 석방이 되길 바란다”고 재차 촉구했다.

통합당 창당을 추인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다. 태극기 세력은 ‘탄핵 5적’이라고 해 통합당 내 일부 의원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왔다. 그런 태극기 세력에게 박 전 대통령은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 하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태극기 세력에게 탄핵 5적도 끌어안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이 힘을 받는다.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이 유 의원의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했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그간 태극기 세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부정해왔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어디에도 탄핵을 부정한다는 식의 말을 찾아볼 수 없다. 이는 “하나로 힘을 합쳐 달라”는 요청과 맞물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유 의원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불러왔다.

“석방하라!”
“문을 쳐라!”

통합당 공관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림수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공관위는 대구·경북, 부산·경남 지역 예비후보들과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공관위는 집단 탈당이 우려로 장고에 들어갔다. 정치권에선 공관위가 탄핵의 강을 건너는 명분으로 친박 측 인사들을 대거 공천서 탈락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일찌감치 나돌았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공관위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보수 분열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박의 복심’ 유영하 노림수

‘박근혜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정당은 미래한국당이다.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이다. 해당 소식은 유 변호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공개한 바로 다음날 전해졌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2017년 3월 구속 수감된 이후 유일하게 박 전 대통령을 접견해왔던 사람이다. 이에 유 변호사가 발언할 때면, 박 전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다는 해석이 뒤따랐다.

지난 4일에는 박 전 대통령의 옥중 편지를 대독했다. 이 때문에 유 변호사의 미래한국당 입당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의중으로 읽힌다.

유 변호사는 대독 직후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래통합당에 복당하든, 미래한국당에 입당하든 대통령과 상의하고 결정하겠다”며 “진로에 대해서 허락을 받거나 양해를 구할 부분이 있으면 구하거나 허락을 받겠다”고 한 바 있다.

자유한국당 당적을 유지해오던 유 변호사는 통합당 출범식 전날인 지난달 17일 탈당했다.

부산 서면 출신인 유 변호사는 지난 1995년 사법연수원(24기) 수료 후 검사로 부임했다. 박 전 대통령과는 지난 2004년 그가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 인연을 맺었다. 

그는 다수의 낙선을 경험했던 바 있는데 지난 17대 총선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군포에 출마했지만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에게 패했다. 18·19대 총선 때도 같은 지역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지난 20대 총선 때는 서울 송파을에 전략공천됐지만, 당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의 이른바 ‘옥새 파동’으로 출마 기회를 놓쳤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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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