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뛰는 사람들> 미래통합당 송파갑 김웅 후보

‘정치인’ 김웅을 말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이 총선서 판가름이 나기 때문이다. <일요시사>는 해당 지역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여덟 번째인 미래통합당 송파갑 김웅 예비후보의 얘기를 들어봤다.
 

▲ 미래통합당 송파갑 김웅 후보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순하고 명랑한데 이른바 ‘똘끼’가 있다. 그래서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그때는 누구보다 잘 싸운다.” 21대 총선서 송파갑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김웅 후보는 현 정부의 검찰 개혁을 사기극이라 칭하며 검사직을 박차고 나왔다. 이후 김 후보는 변호사 개업을 위해 사무실까지 얻은 상태였지만, 새로운보수당의 깜짝 영입 제안으로 여의도에 발을 들이게 됐다. 누구보다 잘 싸운다는 그는 인터뷰서 최전선에 나가 당의 승리를 이끌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일요시사>인간김웅, ‘정치인김웅을 조명해봤다. 아래는 김 후보와의 일문일답.

-학창시절 어떤 학생이었는가.

어렸을 때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병원에 오래있었다. 친구들과 어울리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금하고 다르게 소심했고 나서지 않는 성격이었다. 특별히 공부를 잘하거나 이런 건 아니었다. 수업에도 거의 관심이 없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 책을 많이 읽었다.

-공부를 잘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 후에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때부터 열심히 했다. 극적으로 성적이 올랐던 케이스다.


-평소 성격은 어떤가.

순하고 명랑한데 이른바 똘끼가 있다. 그래서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게 있으면 그때는 누구보다 잘 싸운다. 하지만 평상시는 굉장히 순하고 착한 편이다.

-학부 때 정치학을 전공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있었는가.

고등학교 선배 중 한 분이 정치학과 출신이셨다. 정치학과는 거의 공부 안하는 과로 주로 시골 애들이 많다고 해서 갔는데 플라톤이나 홉스, 마키아벨리 등과 같은 정치 철학을 주로 배웠다. 나름 재밌었긴 했는데 현실 정치와는 다른 부분이 있다.

-법조인을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학부 때 수업보다는 사회에 관심이 많았다. 졸업할 때는 시민단체에도 기웃거렸다. 친구들하고 매일 농구하면서 인생을 허비하고 있었는데 판사가 된 친구가 찾아왔다. 나중에 어떤 활동을 하게 되더라도 좋은 옵션이 생기니 사법시험을 보라고 하더라. 그 친구가 책을 물려줘서 그걸로 공부를 했다. 특별한 계기는 없다.

-검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경험 삼아 한 게 컸다.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면 판·검사, 변호사 중에 무엇이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두 달 정도 검찰서 실무 실습을 했는데 밖에서 검찰을 본 것과 달랐다. 재밌는 면도 많았고, 장점도 많은 활동적인 직업이었다. 또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결과를 바꿀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검찰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는데, 실제 검사생활을 하며 끈끈한 동료애를 느꼈다. 열심히 하고 노력하면 선배들이 후배들을 아끼고 도와주는 그런 문화, 그런 부분이 참 좋았다.

-검사 생활에 적응을 못했다고 했다.

▲1-2년 정도만 검사 생활 하면 평생 검찰 출신이 되기 때문에 시작했는데 잘 적응을 못했다. 지금 상태서 그만두면 항상 꼴찌 검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검사로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난 후에 사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좋은 검사 모습을 만들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웃음)

-<검사내전>의 저자다. 책에서 생활형 검사라고 했다.

검사도 다른 직업들과 다르지 않다. 검사는 직업윤리가 중요한 것이지, 마치 정의의 화신인 것처럼 살아선 안 된다. 직업으로서 충실하게 지내는 게 가장 좋다뭔가 특별한 일을 하면서 세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기본권을 침해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사실 생활형 검사는 출판사 사장님과 치킨을 먹다가 만들어진 이름이다. 사장님이 내게 평소 꿈이 뭐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냥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근무지를 발령받았으면 좋겠고, 딸이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 가는 게 꿈이라고 대답하니 생활형 검사라고 지어주셨다.

-‘정치 검사라는 비판도 있다.

통상적으로 정치 검사, 정치 판사라고 하는 것은 정부여당의 권력을 그대로 쫓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난 권력을 따라가지 않았다. 지금 정부여당서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 업무에 대해서 검사 시절부터 반대했고, 나와서도 여전히 같은 입장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역시 판사 출신으로 야당에 들어가 국회의원이 되셨다. 그렇다고 그를 정치 판사라고 비판하진 않는다.

조국이 사느냐 윤석열이 죽느냐 기로
“평소 스타일대로 명랑하게 싸울 것”

-대검 미래기획단장으로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좌천됐다. 심정은 어땠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스갯소리지만 검사 생활하다가 법무연수원 교수가 됐는데 출세한 거 아니냐. 난 출세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일을 제대로 했구나 싶었다. 내 출세나 보직을 위해 권력과 타협한 게 아니고 제대로 싸웠다는 훈장이라 생각한다. 좌천 후에도 동료들과 재밌게 잘 지냈다.

-새보수당의 영입 인재로 정계에 입문했다. 새보수당을 선택한 이유는.

새보수당은 소신 있고 늘 반성하며 개혁하고자 했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중요시 여겼기에 나와 맞다고 생각했다. 난 지금 집권당이 보이고 있는 모습에 대해 굉장히 실망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설득과 토론을 통한 이견 조정이란 게 아무 의미가 없음을 느꼈다. 결론을 내면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이고, 이견들은 전부 다 날려버리는 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정부여당이 하고 있는 방식이나 방향에 대해 분명히 경고를 하고, 그 부분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적합한 당이라고 생각했다.
 

▲ 김웅 미래통합당 송파갑 후보 ⓒ문병희 기자

-갑작스런 정치 입문이다.

사표를 내고 변호사 개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무실까지 이미 얻어놓은 상태다. 동업하기로 한 친구는 현재 망연자실 상태다.(웃음) 가족에게 미안하고, 두 번째로는 동업하기로 했던 친구에게 미안하다. 동업자도, 어머니도 입당식 방송을 보고 그날 아셨다.

-정치를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저렇게 참혹한 인사를 받고 수사를 받는 상황이 돼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위기 상황이라 생각한다. 이번에는 들고 일어나야 한다.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새보수당 이혜훈, 유승민 의원 쪽에서 함께하면 어떻겠냐는 그런 제의가 왔는데 크게 고민하지 않았다. 2~3일 생각하고 하겠다고 했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민주당 인사와 더 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아무래도 훨씬 친했으며 정서적으로도 교감이 됐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모두까기스타일이었다. 민주당 인사를 만났을 때도 민주당 정책을 자주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서도 러브콜이 있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그건 아니다. 문자는 왔는데 그게 진짜인지는 모른다. 공식적으로 만나보자는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

-이후 새보수당과 미래통합당이 합쳐졌다. 총선 전 보수통합을 예상 했는가.

입당 전 유 대표가 통합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판단했다.

-통합이 되면서 순식간에 거대정당의 정치신인이 됐다.

▲내 가치관은 거대정당서의 ‘One of them’이 아니다당에서 가장 중도에 가까운 쪽이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있는데 국민들이 누구에게 더 힘을 실어주실지가 중요한 문제다. 만약에 그런 가치관을 버리게 되면 나의 효용성이 사라지게 된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 이후 두 차례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인사였다. 절차나 전례나 방법에 있었을 때 어느 것 하나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인사다. 오죽하면 언론서 인사 학살이라는 표현을 썼겠나. 20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해왔지만 이 정도의 막무가내, 조폭식 인사는 처음이다. 장관이 나서서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검사를 비난하고 좌천시켰다. 게다가 청와대 최강욱 비서관은 본인이 기소됐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을 공수처서 수사하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이런 나라가 있을 수 있나. 내가 세상을 살아왔던 상식에 비춰봤을 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통합당 전신인 자유한국당서 공약 1호를 공수처 폐지로 정했다. 공수처에 대해서는 찬성하고 있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 통과시킨 공수처법에 대해 전면 반대다. 공수처는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은 공수처는 윤석열 수사처이자, 조국 방패 수사처다.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나 다른 수사기관이 하고 있으면 뺏어가서 수사를 중단 시킬 수 있다. 당하고는 특별히 의견이 다른 건 아니다.

-21대 총선서 송파갑에 공천 확정됐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를 선택한 이유는.

처음에는 정치라는 걸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발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 같은 경우는 조국이 다시 살아오느냐, 윤석열이 죽느냐, 국민이 승리하느냐 그런 판국이다. 직접 최전선에 나가서 싸워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 능력이 부족하고 경험이 없다고 한다 해도, 정치 신인으로서 국민들에게 직접 심판을 한 번 받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지역구 중 송파갑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송파는 총선서 승리하기에 상당히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다. 송파갑은 전문직들이 주민들에게 선택을 받아왔던 곳인 점도 고려했다. 게다가 송파서 살아보고 싶었다. 여유가 있는 지역이다.

-송파갑 지역 현황에는 어떤 것이 있나.

부동산과 교육에 대한 중산층의 기본적인 니즈가 높은 곳이다. 재건축 문제들도 산적해있다. 정부의 부동책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송파 분들은 그런 점에 대한 불만이 높다. 풍납동 같은 경우에는 풍납토성 때문에 개발이 제한되고 있는 부분들이 있어, 제반 여건에 비해 재산권 행사의 제약이 있다. 잠실동 같은 경우는 재건축을 하면서도 옛날 건물이다 보니 철거 과정서 석면 노출의 우려가 있다.

-송파갑은 보수 지지세가 높은 곳이다. 승산이 있다고 보나.

▲사실 현재의 민심은 정확하게는 모른다.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우리 정당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공천 작업을 통해 국민들에게 진심을 보여드려야 한다.

“검사는 과거를 좇고
정치인은 미래 제시”

-검사와 정치인의 차이는 무엇인가.

검사는 과거를 좇는 사람들이다. 과거에 얼마나 접근하는지가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인은 정반대로 과거는 별 의미가 없다. 미래를 제시해야 한다. 지금 하는 말들을 국민들이 미래에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아직은 그런 부분에 대해 익숙하지 않아 그런 감각을 익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하나의 목소리로 통일되는 것이다. 이견은 저항이고 개혁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프레임을 짜는 것은 민주주의서 상당히 위험한 요소다. 정부여당이라고 하면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시간을 갖고 설득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예컨데 참여연대서도 검찰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하는데 그걸 반대하고 있으면 검찰 개혁에 저항하는 것이라고 한다. 검찰들이 자기들 권한을 내놓기 싫은 것이라고 프레임을 만든다. 프레임 전쟁으로 끌고 가 선악으로 구분하게 만드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아주 치명적이다.
 

▲ 김웅 미래통합당 송파갑 후보 ⓒ문병희 기자

-한국 정치 지형의 현주소를 알려달라.

대화나 타협, 소통 같은 게 사라졌다. 선동으로 모든 권력을 다 쥘 수 있는 그런 형태가 된 것인데 강력한 팬덤이 생겨나 결국 유사 전체주의로 가고 있다. 결국 정치라는 건 효용성이 중요하다. 정의를 내세우는 건 의미가 없다. 서로 다른 의견과 갈등과 분쟁이 있을 때 이를 어떻게 경제적으로 타협하고 조정할 것인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보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면.

첫째로는 반성해야 한다. 급격히 변화하면 약자 층에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는 위험하다. 근데 과거 보수정부는 헌법적 가치를 오히려 무시하고 가장 보호받아야 하는 사람들을 내팽개쳤다. 보수를 똑같이 권력을 잡는 도구로만 활용한 것이다. 세상을 어떻게 해석하고 세상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도구가 아니었다.

두 번째는 재발 방지책이 있어야 한다. 권력을 잡았을 때 다시는 옛날처럼 국가기관을 이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약한 사람을 뭉개버릴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

세 번째는 진보적 가치에 대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무조건 진보가 나쁘다고 생각할 게 아니다. 진보가 던지고 있는 화두들, 세상을 바꿔나가자 하는 것들 중에는 분명히 미래에 대한 솔루션이 있다. 그런 것들을 연구하고, 진보가 제시하고 있는 솔루션들 중에 부작용이 있으면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지금은 진보나 보수나 다 위기다. 같이 가야하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은가.

예전에 검사 생활할 때도 선배들이 말하는 검사상 대로 하니 잘 안 됐다스타일대로 명랑하게 싸울 때는 싸울 것이다. 국회의원이 돼도 국회의원 같지 않은, 변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공약 1호는 무엇인가.

권력기관의 분산이다. 권력자가 꼴보기 싫은 사람을 마음껏 해코지할 수 있는 그런 구조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 총선은 정말 중요하다. 민주주의라는 게 시간이 갈수록 성장하고 발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인류 역사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민주주의는 잠시 반짝 빛났다가 금세 묻힌다. 늘 갈고 닦아야 한다. 국민들이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생각하면 준엄하게 꾸짖어서 심판해주셨으면 한다지금 진보진영 쪽에서도 유사 전체주의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을 정도로 정부여당의 방향이 일방적이고 폭압적이다. 이번 선거서 제대로 심판되지 않으면 조국 같은 사람이 살아나고, 윤석열 같이 자기 일 하는 사람이 구속되는 그런 세상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sangmi@ilyosisa.co.kr>


[김웅은?]
▲제39회 사법시험 합격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법무보좌관
▲광주지방검찰청 해남지청 지청장
▲인천지방검찰청 공안부 부장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법무연수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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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