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춤 추는’ 김형오 공관위원장 양날의 칼 막전막후

‘싹둑싹둑’ 작두질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부여당의 독선에 몸 던진 적 한 번이라도 있나. 지금은 죽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지난해 8월 연찬회서 했던 말이다. 그로부터 7개월 후 당의 저승사자를 자임한 그의 서릿발 같은 칼날은 정점을 향하면서 당내에선 분열 조짐마저 조금씩 보이고 있다. 그의 칼날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그럴까.
 

▲ 최근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부당공천 주장에 직면해있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21대 총선 승리를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통합당이 쇄신 없이는 이번 총선서 필패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아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칼날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천에 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팽당한
위원장들

하지만 최근 ‘공정’을 강조한 김 위원장의 칼날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당 내부를 통해 새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공천이 아닌 ‘사천’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과 달리 공관위에 의한 인위적인 교체 방식을 선택했다. 공천 배제 지역에 대해선 경선을 원칙으로 내세우거나 전략공천을 추진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어떤 지역이 전략공천 지역이며, 또 어떤 지역이 경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부산 중·영도구를 둘러싼 잡음은 김 위원장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에 방아쇠를 당기는 계기가 됐다. 이 지역에 출마를 희망했던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지역 당협위원장인 곽규택 예비후보 둘 다 배제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이 들어맞으면서다. 공관위 결정에 따라 이 지역은 황보승희 전 부산시의원과 강성운 전 국회의원 정책특보가 경선을 치르게 됐다.


부산 중·영도구는 이 의원이 ‘전략공천’을 약속받았다는 발표로 인해 논란이 됐던 곳이다. 이로 인해 지역구 현역 의원인 김무성 의원까지 나서서 경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고, 곽 예비후보는 삭발까지 강행하면서 공관위에 반발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지난 5일 중·영도구에 두 인물을 모두 배제했다. 이 의원은 부산 남구을에 전략공천이 확정됐고, 곽 예비후보는 부산 서동에 추가공모를 신청했다.

통합당 공관위는 발표 전 곽 예비후보에게 부산 서구·동구의 추가 공모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자리에 자리를 비워놨으니 지역구를 옮겨 경선을 임하라는 제안이었다. 이에 곽 예비후보는 중·영도 지역구를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을 당에 전달했다. 지난 1년 동안 총선을 위해 지역 민심을 잡아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곽 예비후보는 공관위에 의해 중·영도구서 배제되면서 자연스레 활동했던 지역구서의 경선 기회가 박탈됐다.

저승사자 서릿발 같은 칼날 정점
주요 인사들 컷오프…‘사천’ 논란

그런 와중에 추가로 공모한 ‘새 인물’ 황보승희 전 부산시의원이 중·영도구에 도전장을 내면서 경선에 올라가게 됐다. 황 전 시의원은 김 위원장의 측근 인물로, 그의 의원 시절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가에선 그를 ‘김형오 키즈’라고 부른다.

황 전 시의원은 김 위원장이 공관위를 맡은 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의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지난달 12일 곽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는 지지자들을 대표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통합당 부산 중·영도구에 추가 공모에 응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며, 황 전 시의원이 공모 이전 김 위원장과의 사전 교류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 전 시의원은 이 같은 김 위원장과의 교감설에 대해 부인했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나경식 기자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사전 교감설은 사실이 아니다. 김 의장님이 공관위원장이 되신 후 바쁘셔서 연락도 못했다. 독자적으로 제 이름을 걸고 정치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언주 의원이 영도에 온다면서 아주 핫하지 않았나. 당협위원장이 일년 전부터 와 계셨기 때문에 저도 당원으로서 그분하고는 유대감을 가지면서 선거를 지원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정가서 공관위 분위기상 양쪽 다 어렵다는 이상 기류가 나왔다. 저 역시도 16년 동안 이 지역서 구의원과 시의원을 했기 때문에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언론서 지속적으로 김 위원장과의 교감설이 보도되는 점에 대해 억울하지는 않냐는 질문엔 “그렇게 예측하는 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의장님과는 좋은 관계니 ‘김형오 키즈’라고 말을 안 할 수도 없다. 의장님은 여성에 대한 배려가 많으신 분이다. 하지만 전 김형오 키즈이자 김무성의 오른팔이기도 하다. 그분들은 다 스승들”이라고 말했다.

마음대로?
공정하게?

이 외에도 김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들의 단독 공천이 확정되면서 논란이 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서울 강남을에 단독공천을 받은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이다.  최 전 사장은 김 위원장이 19대 총선 당시 영도서 불출마할 때 ‘후계자’로 영입하려 했던 인물이다.

최 전 사장은 부산 영도의 판자촌서 태어나 외할머니 밑에서 홀로 크며 자수성가했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서 부산 영도에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통합당 김무성 의원과의 경선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당시 경쟁자였던 김 의원이 그를 ‘흑진주’라고 일컬을 정도로 인재였다는 전언이다.

경쟁력 있는 인물이지만 최 전 사장은 강남을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받았다.

강남은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는 곳으로 공천만 확정되면 무난하게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최 전 사장은 강남 지역과 연관성도 없다. 이번 전략공천이 ‘낙하산 공천’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공천 신청도 하지 않은 최 전 사장이 전략공천된 것은 낙하산 공천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비공개로 공천 신청을 했다”고 일축했다.

강남을에는 청사진 대표인 정원석 전 당협위원장과 김현기 전 서울시 의원 등이 출사표를 낸 상태였다. 특히 정 전 위원장은 지난해 통합당의 당협위원장 공개 오디션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30대 청년 정치인이다. 하지만 이번 전략공천으로 경선길이 막혀 버렸다.
 

▲ 기자회견 직후 백브리핑 갖는 홍문종 미래통합당 의원 ⓒ나경식 기자

김형오계 인물로 분류되는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과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도 최근 김 위원장의 ‘사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배 이사장은 김 위원장의 국회의장 시절 의장비서실 공보비서관과 국회 부대변인을 지낸 인물이며, 허 전 관장 역시 김 위원장이 의장 시절 국회 대변인을 지냈다. 배 이사장은 지난 20대 총선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서 현역인 안상수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으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 의원에게 패했다.

최근 공관위는 이 지역서만 내리 3선을 지낸 안 의원을 인천 미추홀구로 차출시킨 후 배 이사장을 단독공천했다. 배 이사장이 50대 초반의 원외 인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역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낙하산 공천
교감설 돌아

이뿐 아니다. 최근 김 위원장이 영입한 인물들이 다수 공천되면서 김형오계가 득세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측근뿐만 아니라 그가 공들여 영입한 인재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천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영입한 인물 중 송한섭 검사(서울 양천갑),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서울 서초갑), 이수희 변호사(서울 강동갑), 태영호 전 주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서울 강남갑)가 그런 케이스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발표했던 영입 인사들로, 경선 과정 없이 단수공천 혹은 우선 추천을 받으며 무난하게 지역구에 입성했다.

아울러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성남 분당갑)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대변인과 김 위원장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를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김 전 대변인은 서울 강남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선거구 획정(재조정)으로 강남병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김 위원장이 송파을로 공천을 주려고 했다는 전언이다. 

송파을은 ‘홍준표 키즈’로 꼽히는 배현진 당협위원장이 2년간 지역구를 맡아온 곳이다. 공관위가 지난달 28일 송파을에 대해 추가 후보자를 공모받자 당내에선 ‘배 위원장의 컷오프 수순 아니냐’는 말이 나오며 당내 논란이 계속됐다. 결국 공관위는 배 위원장을 송파을로 공천 확정하면서 김 위원장을 성남 분당갑으로 공천했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나경식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공정한 경선에 대한 요구와 함께 김 위원장의 사퇴 촉구를 주장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김 전 대표와 관련된 개인적인 인연들의 공천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역과 아무 연고도 없는 인물들이 공천되면서 지역구를 지켜왔던 이들로선 경선도 못해보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당사자들 사이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통합당 예비후보자들로 구성된 ‘부당공천 반대모임’은 부당·특혜 공천을 철회하고 최소한 공정하게 경선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통합당 공관위 공천방식은 경선보다 단수공천과 우선 추천이 주류를 이룬다”며 “이는 지역서 활동한 예비후보들에게 경선의 기회마저 상실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키즈, 후계자 …‘뜨는’ 김형오계
총선 코앞에 두고 보수 분열 조짐


통합당 강요식 구로을 전 당협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차기 대선 주도권을 위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강 전 당협위원장은 “지역구서 오래 일한 당협위원장들, 장외투쟁하면서 당을 지켜온 사람들은 다 잘렸다. 집토끼를 내쫓고 충신도 내치는 마이너스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천갑에 공천된 송한섭 검사를 김 위원장이 훌륭한 인재가 있다며 직접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공관위원장이지 인재영입위원장이 아니다. 인재영입위원장은 당 대표 산하기구다.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본인 사람 심고, 차기 대선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셈”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김형오계 인물들을 우대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잘못된 설’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지난 5일, 국회서 공천 결과 발표를 마친 후 “임명하면 전부 김형오계라고 하는데, 거듭 말하지만 끝나고 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계보가 나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계보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런 차원서 누구를 심고 안 심고 하는 것은 조금도 생각 안 한다고 거듭 말씀드린다”며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이번에 전부 배제되고 탈락했다는 사실이 저를 너무 가슴 아프게 한다. 이런 진정성 있는 공관위의 태도에 대해 봐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공천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영·호남권서 탈당과 신당 창당 등 집단행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마다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면서 보수 지지자들의 표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윤상현 의원,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모두 공관위에 의해 컷오프된 가운데 윤 의원과 김 전 지사는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 배준영

역대 총선서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둔 시기에 어김없이 공천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 지난 20대 총선서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김무성 전 대표와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공천 과정서 부딪힌 후 ‘옥새 파동’으로 쓴잔을 마셨던 바 있다. 새누리당은 당시 공천 파동으로 과반은커녕 야당인 민주당의 123석에 못 미치는 122석을 얻으면서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을 불러왔다. 통합당의 텃밭인 영남권서도 65곳 중 17곳을 뺏겼다.

위험한 결정
뒷감당은?

김무성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SNS에 “김형오 위원장의 현재 모습서 과거 이한구 위원장의 모습이 비쳐진다. 이한구 위원장은 당시 늘 공정하고 엄정하게 심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김 위원장의 얘기와 똑같다”고 적었다. 박강수 칼럼리스트는 한 언론을 통해 “김 위원장이 오락가락 행보로 정치권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 번 총선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계파 공천으로 선거를 망친 바 있듯이, 통합당도 이번 공천서 원칙과 기준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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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