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춤 추는’ 김형오 공관위원장 양날의 칼 막전막후

‘싹둑싹둑’ 작두질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정부여당의 독선에 몸 던진 적 한 번이라도 있나. 지금은 죽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지난해 8월 연찬회서 했던 말이다. 그로부터 7개월 후 당의 저승사자를 자임한 그의 서릿발 같은 칼날은 정점을 향하면서 당내에선 분열 조짐마저 조금씩 보이고 있다. 그의 칼날이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정말 그럴까.
 

▲ 최근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부당공천 주장에 직면해있다.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 위원장은 21대 총선 승리를 위해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통합당이 쇄신 없이는 이번 총선서 필패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아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칼날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대한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천에 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팽당한
위원장들

하지만 최근 ‘공정’을 강조한 김 위원장의 칼날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가 당 내부를 통해 새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공천이 아닌 ‘사천’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시스템 공천’과 달리 공관위에 의한 인위적인 교체 방식을 선택했다. 공천 배제 지역에 대해선 경선을 원칙으로 내세우거나 전략공천을 추진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어떤 지역이 전략공천 지역이며, 또 어떤 지역이 경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부산 중·영도구를 둘러싼 잡음은 김 위원장의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에 방아쇠를 당기는 계기가 됐다. 이 지역에 출마를 희망했던 무소속 이언주 의원과 지역 당협위원장인 곽규택 예비후보 둘 다 배제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이 들어맞으면서다. 공관위 결정에 따라 이 지역은 황보승희 전 부산시의원과 강성운 전 국회의원 정책특보가 경선을 치르게 됐다.


부산 중·영도구는 이 의원이 ‘전략공천’을 약속받았다는 발표로 인해 논란이 됐던 곳이다. 이로 인해 지역구 현역 의원인 김무성 의원까지 나서서 경선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했고, 곽 예비후보는 삭발까지 강행하면서 공관위에 반발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지난 5일 중·영도구에 두 인물을 모두 배제했다. 이 의원은 부산 남구을에 전략공천이 확정됐고, 곽 예비후보는 부산 서동에 추가공모를 신청했다.

통합당 공관위는 발표 전 곽 예비후보에게 부산 서구·동구의 추가 공모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해당 자리에 자리를 비워놨으니 지역구를 옮겨 경선을 임하라는 제안이었다. 이에 곽 예비후보는 중·영도 지역구를 움직일 수 없다는 뜻을 당에 전달했다. 지난 1년 동안 총선을 위해 지역 민심을 잡아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곽 예비후보는 공관위에 의해 중·영도구서 배제되면서 자연스레 활동했던 지역구서의 경선 기회가 박탈됐다.

저승사자 서릿발 같은 칼날 정점
주요 인사들 컷오프…‘사천’ 논란

그런 와중에 추가로 공모한 ‘새 인물’ 황보승희 전 부산시의원이 중·영도구에 도전장을 내면서 경선에 올라가게 됐다. 황 전 시의원은 김 위원장의 측근 인물로, 그의 의원 시절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가에선 그를 ‘김형오 키즈’라고 부른다.

황 전 시의원은 김 위원장이 공관위를 맡은 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의 의사를 거듭 밝혀왔다. 지난달 12일 곽 예비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는 지지자들을 대표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갑자기 통합당 부산 중·영도구에 추가 공모에 응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그의 행보가 석연치 않다며, 황 전 시의원이 공모 이전 김 위원장과의 사전 교류가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 전 시의원은 이 같은 김 위원장과의 교감설에 대해 부인했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나경식 기자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사전 교감설은 사실이 아니다. 김 의장님이 공관위원장이 되신 후 바쁘셔서 연락도 못했다. 독자적으로 제 이름을 걸고 정치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언주 의원이 영도에 온다면서 아주 핫하지 않았나. 당협위원장이 일년 전부터 와 계셨기 때문에 저도 당원으로서 그분하고는 유대감을 가지면서 선거를 지원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정가서 공관위 분위기상 양쪽 다 어렵다는 이상 기류가 나왔다. 저 역시도 16년 동안 이 지역서 구의원과 시의원을 했기 때문에 도전하게 됐다”고 전했다.


언론서 지속적으로 김 위원장과의 교감설이 보도되는 점에 대해 억울하지는 않냐는 질문엔 “그렇게 예측하는 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의장님과는 좋은 관계니 ‘김형오 키즈’라고 말을 안 할 수도 없다. 의장님은 여성에 대한 배려가 많으신 분이다. 하지만 전 김형오 키즈이자 김무성의 오른팔이기도 하다. 그분들은 다 스승들”이라고 말했다.

마음대로?
공정하게?

이 외에도 김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인물들의 단독 공천이 확정되면서 논란이 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서울 강남을에 단독공천을 받은 최홍 전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사장이다.  최 전 사장은 김 위원장이 19대 총선 당시 영도서 불출마할 때 ‘후계자’로 영입하려 했던 인물이다.

최 전 사장은 부산 영도의 판자촌서 태어나 외할머니 밑에서 홀로 크며 자수성가했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서 부산 영도에 예비후보로 나섰다가 통합당 김무성 의원과의 경선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당시 경쟁자였던 김 의원이 그를 ‘흑진주’라고 일컬을 정도로 인재였다는 전언이다.

경쟁력 있는 인물이지만 최 전 사장은 강남을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천을 받았다.

강남은 ‘보수의 텃밭’이라 불리는 곳으로 공천만 확정되면 무난하게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최 전 사장은 강남 지역과 연관성도 없다. 이번 전략공천이 ‘낙하산 공천’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공천 신청도 하지 않은 최 전 사장이 전략공천된 것은 낙하산 공천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비공개로 공천 신청을 했다”고 일축했다.

강남을에는 청사진 대표인 정원석 전 당협위원장과 김현기 전 서울시 의원 등이 출사표를 낸 상태였다. 특히 정 전 위원장은 지난해 통합당의 당협위원장 공개 오디션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한 30대 청년 정치인이다. 하지만 이번 전략공천으로 경선길이 막혀 버렸다.
 

▲ 기자회견 직후 백브리핑 갖는 홍문종 미래통합당 의원 ⓒ나경식 기자

김형오계 인물로 분류되는 배준영 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과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도 최근 김 위원장의 ‘사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배 이사장은 김 위원장의 국회의장 시절 의장비서실 공보비서관과 국회 부대변인을 지낸 인물이며, 허 전 관장 역시 김 위원장이 의장 시절 국회 대변인을 지냈다. 배 이사장은 지난 20대 총선 인천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서 현역인 안상수 의원을 제치고 공천을 받았으나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 의원에게 패했다.

최근 공관위는 이 지역서만 내리 3선을 지낸 안 의원을 인천 미추홀구로 차출시킨 후 배 이사장을 단독공천했다. 배 이사장이 50대 초반의 원외 인사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역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낙하산 공천
교감설 돌아

이뿐 아니다. 최근 김 위원장이 영입한 인물들이 다수 공천되면서 김형오계가 득세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측근뿐만 아니라 그가 공들여 영입한 인재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천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영입한 인물 중 송한섭 검사(서울 양천갑),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서울 서초갑), 이수희 변호사(서울 강동갑), 태영호 전 주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서울 강남갑)가 그런 케이스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직접 발표했던 영입 인사들로, 경선 과정 없이 단수공천 혹은 우선 추천을 받으며 무난하게 지역구에 입성했다.

아울러 김은혜 전 청와대 대변인(성남 분당갑)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대변인과 김 위원장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인수위를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김 전 대변인은 서울 강남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선거구 획정(재조정)으로 강남병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김 위원장이 송파을로 공천을 주려고 했다는 전언이다. 

송파을은 ‘홍준표 키즈’로 꼽히는 배현진 당협위원장이 2년간 지역구를 맡아온 곳이다. 공관위가 지난달 28일 송파을에 대해 추가 후보자를 공모받자 당내에선 ‘배 위원장의 컷오프 수순 아니냐’는 말이 나오며 당내 논란이 계속됐다. 결국 공관위는 배 위원장을 송파을로 공천 확정하면서 김 위원장을 성남 분당갑으로 공천했다.
 

▲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나경식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내에서는 공정한 경선에 대한 요구와 함께 김 위원장의 사퇴 촉구를 주장하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김 전 대표와 관련된 개인적인 인연들의 공천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역과 아무 연고도 없는 인물들이 공천되면서 지역구를 지켜왔던 이들로선 경선도 못해보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당사자들 사이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통합당 예비후보자들로 구성된 ‘부당공천 반대모임’은 부당·특혜 공천을 철회하고 최소한 공정하게 경선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통합당 공관위 공천방식은 경선보다 단수공천과 우선 추천이 주류를 이룬다”며 “이는 지역서 활동한 예비후보들에게 경선의 기회마저 상실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키즈, 후계자 …‘뜨는’ 김형오계
총선 코앞에 두고 보수 분열 조짐


통합당 강요식 구로을 전 당협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차기 대선 주도권을 위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강 전 당협위원장은 “지역구서 오래 일한 당협위원장들, 장외투쟁하면서 당을 지켜온 사람들은 다 잘렸다. 집토끼를 내쫓고 충신도 내치는 마이너스 정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천갑에 공천된 송한섭 검사를 김 위원장이 훌륭한 인재가 있다며 직접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공관위원장이지 인재영입위원장이 아니다. 인재영입위원장은 당 대표 산하기구다. 명백한 월권행위”라며 “본인 사람 심고, 차기 대선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셈”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김형오계 인물들을 우대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잘못된 설’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지난 5일, 국회서 공천 결과 발표를 마친 후 “임명하면 전부 김형오계라고 하는데, 거듭 말하지만 끝나고 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계보가 나오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계보는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런 차원서 누구를 심고 안 심고 하는 것은 조금도 생각 안 한다고 거듭 말씀드린다”며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들이 이번에 전부 배제되고 탈락했다는 사실이 저를 너무 가슴 아프게 한다. 이런 진정성 있는 공관위의 태도에 대해 봐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공천 방식에 대한 불만으로 영·호남권서 탈당과 신당 창당 등 집단행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역마다 무소속 후보가 난립하면서 보수 지지자들의 표가 갈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윤상현 의원,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경남지사 모두 공관위에 의해 컷오프된 가운데 윤 의원과 김 전 지사는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 배준영

역대 총선서 선거를 한 달 정도 앞둔 시기에 어김없이 공천 갈등이 불거져 나왔다. 지난 20대 총선서 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김무성 전 대표와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공천 과정서 부딪힌 후 ‘옥새 파동’으로 쓴잔을 마셨던 바 있다. 새누리당은 당시 공천 파동으로 과반은커녕 야당인 민주당의 123석에 못 미치는 122석을 얻으면서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을 불러왔다. 통합당의 텃밭인 영남권서도 65곳 중 17곳을 뺏겼다.

위험한 결정
뒷감당은?

김무성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SNS에 “김형오 위원장의 현재 모습서 과거 이한구 위원장의 모습이 비쳐진다. 이한구 위원장은 당시 늘 공정하고 엄정하게 심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김 위원장의 얘기와 똑같다”고 적었다. 박강수 칼럼리스트는 한 언론을 통해 “김 위원장이 오락가락 행보로 정치권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지난 번 총선 당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계파 공천으로 선거를 망친 바 있듯이, 통합당도 이번 공천서 원칙과 기준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