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신화’ 예림당 승자의 저주 빛과 그림자

코끼리 삼킨 보아뱀 ‘터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모기업이 계열사 하나에 휘청거렸다. 예림당 이야기다. 티웨이항공은 성장가도를 달리며 예림당의 몸집을 키워줬다. 예림당 사업 비중은 항공 분야로 편중됐다. 최근 LCC 업계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티웨이항공은 큰 손실을 봤다. 동시에 예림당도 적자회사가 됐다.
 

‘예림당’은 국내의 중견 출판회사로 학습만화 시리즈 ‘와이(Why)?’로 유명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책이다. 와이 시리즈는 베스테디셀러(best steady seller)로 지난해 10월말 기준 누적판매량은 7850만부다. 해외서도 인기를 끌면서 13개국서 번역됐고, 50여개국으로 수출됐다.

7850만부
중견 출판사

예림당은 지난 2009년 코스닥에 상장된 후로 회사 규모는 꾸준히 늘었다. 3년간(2016~2018) 연결 기준 매출액은 오름세였다. 4527억원, 6433억원, 7611억원 등이다. 지난해 매출도 9.8% 증가한 8358억원이었다. 속사정은 달랐다. 예림당은 적자 회사가 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248억원, 498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직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모두 100% 이상 ‘폭락’했다.

원인은 계열사 ‘티웨이항공’이었다. 사측은 실적 변동 요인으로 ‘티웨이항공 유류비 등 여객운송원가 증가 및 환율상승’을 꼽았다. 계열사 하나가 회사 전체를 흔든 셈이다. 흑자 행진을 이어가던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고꾸라졌다. 478억원 영업이익은 -192억원이 됐다. 당기순이익도 378억원에서 -433억원이 됐다.


예림당은 지난 2012년 LCC(저비용항공사) 사업에 진출했다. 그해 12월 티웨이항공 인수가 결정됐다. 당시 업계 안팎에선 예림당의 이 같은 결정에 ‘물음표’를 찍었다. 무엇보다도 인수 이유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출판사가 항공사를 품은 격이었다. 사업 연관성과 시너지를 예측할 수 없었다.

투자자 심리는 시장서 드러났다.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 예림당 주가는 티웨이항공 인수 결정 이후 급락세를 보였다.

당시 티웨이항공 재무건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2012년 티웨이항공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자산은 190억원인 반면 부채가 358억원이었다. 순손실도 130억원에 가까웠다.

일반적으로 항공 사업은 대규모 자금을 요한다. 항공기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대부분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빌리지만 리스료 역시 만만치 않다. 항공사 모기업 부채비율이 높은 까닭이다. 결국 자금 조달 능력이 관건으로 꼽힌다.

주력계열 티웨이항공 부진으로 적자
출판 실적 한 자릿수, 나머지는 항공

자본잠식 회사 티웨이항공은 수혈 자금을 더 필요로 한 사례였다. 자칫 티웨이항공 인수가 악수일 공산이 컸다. 예림당 자체 성적마저 깎아내릴 수 있었다. 예림당은 분위기를 단숨에 바꿨다. 인수 1년 만에 티웨이항공은 흑자 회사가 됐다. 당기순손실 157억원은 ‘플러스’ 140억원이 됐다.

사업 환경은 흑자 전환에 마중물을 부었다. LCC 산업은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항공여행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국제노선이 연달아 확보됐다.


2011년 LCC 이용객은 1000만명을 넘었다. 인수가 타결된 2012년 LCC 시장점유율은 18.8%로 상승했다. 이후 LCC 국내선 점유율은 50%로 치솟았고, 전체 실적은 37.6%로 성장했다. 2016년에는 업계서 항공기 20대를 추가로 들여왔다. 이듬해 항공여객은 1억명을 돌파했다.

티웨이항공은 부지런히 내공을 쌓았다. 마침내 재무 건전성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2017년 자산이 부채를 넘어섰다. 5대에 불과했던 항공기는 20대로 늘어났다. 티웨이항공은 어느 틈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회사는 2018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 티웨이항공

나춘호 예림당 회장은 그해 <조선비즈>와 인터뷰서 티웨이항공 인수 이유를 밝혔다. 나 회장은 “예림당 실적이 꾸준히 증가했고 자금 여력이 생겼다”며 “다른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티웨이항공이 경매에 나온 것을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

인수 뒤에는 “나보다 항공업을 더 잘 알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다”면서도 “최대주주로서 항공기 투입 등 중요한 투자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세를 넓히던 티웨이항공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발발한 일본 불매운동이 결정적이었다. 불매운동 슬로건은 ‘사지도 말고 가지도 말자’였다. LCC 업계는 일본 노선이 많았다. 직격탄을 맞는 건 시간문제였다.

우려는 기우?
단숨에 개선

곧 위기가 찾아왔다.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LCC는 피해주로 찍히며 줄줄이 저가를 찍었다. 티웨이항공도 불똥을 피할 수 없었다. 회사가 보유한 국제선 53개 중 일본 노선만 23개였다.

티웨이항공은 ‘노선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본 노선을 줄이는 대신 중국 노선을 확충했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악화일로였다. 일본 불매 운동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다. 일본 노선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노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회사는 비상 경영체제로 진입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은 지난달 사내 게시판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항공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과거 국내 항공 산업 성장 과정을 돌이켜보면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연속된 악재가 겹쳐 퇴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티웨이항공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대표이사와 임원 임금을 20∼30% 삭감했으며 임직원 희망휴직도 실시할 계획이다. 다수 국제노선이 중단되면서 유휴인력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인천∼우한’ 노선을 신규 취항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노선 6개 운항과 함께 잠정 중단됐다.

티웨이항공 부진은 예림당에게 치명적이다. 사업 구조상 그렇다. 예림당은 ‘티웨이항공 의존도’가 상당하다. 2012년(티웨이항공 인수 전) 예림당 매출액은 513억원에 그쳤다. 2013년(티웨이항공 인수 후) 매출은 60% 이상 올랐다.
 

▲ 나춘호 예림당 회장

예림당 본 사업은 도서출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출판사업은 내리막을 탔고, 항공 사업은 상승세를 탔다. 예림당서 항공 부문 매출 비중은 매년 늘었다. 2013∼2017년까지 62.1%, 74.6%, 83.6%, 84.5%, 90.8% 등이었다. 2018년에는 무려 96.1%에 달했다.


반면 출판 부문의 매출은 하락이 지속됐다. 같은 기간 43%에서 24.5%, 13.5%, 12.3%, 5.2%, 3.1%로 떨어졌다. 판매제품도 같은 양상이었다. 2013년 출판제품은 전체 판매제품서 35.3%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4∼2018년 동안 19.2%, 9.4%, 8.8%, 4.5%, 3%까지 줄었다. 빈자리는 항공 사업이 차지했다.

결국 지난 2018년 연결 기준 예림당 전체 매출액 7611억원서 항공 부문 매출이 7319억원에 달했다. 무려 90%를 훌쩍 뛰어넘는다. 출판 부문 매출은 236억원에 그쳤다.

출판 3%
항공 96%

출판 매출은 지속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출판 부문 매출액은 직전년도 보다 40% 이상 감소한 136억원이었다. 전체 판매제품서 출판제품 비중은 약 2%에 불과했다. 계열사 사업이 모기업 사업을 밀어낸 형국이다.

출판사업에 힘이 실릴 가능성은 적다. 예림당 성장 발판은 티웨이항공으로 넘어갔다. 티웨이항공은 예림당 전체 실적을 좌우할 만큼 비대해졌다. 최근 티웨이항공은 가시밭길에 놓여있다. 결국 예림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림당은 창업주와 오너 2세가 각각 사업을 분담한다. 나춘호 회장은 예림당 대표이사로 출판 경영을 진두지휘한다. 앞서 나 회장은 지난 2005년 장남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그는 경영 일선서 물러났지만 13년 만에 복귀를 선언했다. 인터넷·모바일시장 발달로 국내 출판업계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오너 2세는 장남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으로 부친이 경영 복귀를 선언하면서 항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 회장은 언론 인터뷰서 “나 부회장은 전문경영인과 함께 티웨이항공 경영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며 “출판보다는 항공업이 젊은 사람에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규모도 항공업이 훨씬 크다”며 “난 한 평생을 바친 예림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나 부회장은 항공 계열사를 책임진다. 그는 지난 2018년 8월 티웨이항공 부회장에 올랐다. 현재 티웨이항공 경영 총괄을 맡고 있다. 동시에 티웨이홀딩스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나 부회장은 티웨이항공 경영 정상화에 전념할 전망이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이미 큰 적자를 봤다. 첩첩산중으로 올해 업황 역시 깜깜하다. 코로나19 역시 종식을 가늠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LCC는 재도약이 사치로 여겨질 정도”라며 “당장 생존이 급한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LCC 긴급 지원책’을 내놨다. 긴급 대출 3000억원과 공항 사용료 3개월 납부 유예 등이었다. 그 달 28일 LCC 6곳 대표들은 오히려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티웨이항공도 이름을 올렸다.

지나치게 쏠린 사업구조로 흔들
‘애물단지’에 모기업 운명 달려 

이들은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떤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위기가 특정 항공사만의 위기가 아닌 국내 LCC 산업 전체 위기”라며 “산업기반의 공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LCC 매각설이 불거졌다. 지난해 적자 발생과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 여파가 ‘삼중고’로 작용했다. 티웨이항공도 매각설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예림당 실적이 티웨이항공으로 흔들린 점을 간과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매각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예림당 기존 사업은 사실상 힘을 잃었다. 성장 동력은 티웨이항공이다. 또 예림당 2세가 티웨이항공 부회장에 취임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

<일요시사>는 예림당 측에 티웨이항공 등 관련 사안을 질의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예림당 관계자는 “공시자료 외에 따로 답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현재 예림당은 나 회장 일가가 지배 중이며 최대주주는 나 회장으로 31.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뒤이어 나 부회장(9.63%), 부인 김순례씨(6.29%), 차남 나도연씨(3.15%) 등이다.

오너 일가는 예림당 ‘정점’서 계열사를 주무른다. 지난해 9월 기준 계열사는 모두 8개로 항공 부문은 ▲티웨이홀딩스 ▲티웨이항공 ▲티웨이에어서비스 등이다. 나머지 계열사는 ▲예림랜드 ▲예림문고 ▲행간 ▲성원디앤아이 ▲예림융합교육 등이다.

삼중고
매각설?

출판 계열사는 ‘예림문고’와 ‘행간’이다. 예림문고는 도서 도·소매업을 영위한다. 행간은 출판과 광고대행업을 맡고 있으며 두 회사 최대주주는 나 부회장이다. 각각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대표이사기도 하다. 사실상 오너 2세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 ‘예림랜드’는 동물원과 식물원을 운영하는데 나 회장은 이곳의 최대주주다. 차남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성원디앤아이’는 시설관리 용역업체다. ‘예림융합교육’은 포털 및 기타 인터넷 정보 매게 서비스업을 수행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제주항공 품에 안긴 이스타항공 운명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2일,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를 545억원에 매매한 주식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양해각서 체결 당시 매각 예정 금액은 695억원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 전체가 흔들리면서 인수 금액이 150억원 하향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양해각서 체결과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하고 430억원이 다음달 29일 납입될 예정이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5위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항공업계 최초 동종사업자 간 결합인 만큼 의미가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로 원가절감과 노선 활용 유연성 확보, 가격경쟁력 확보 등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계획이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리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은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함께 도전하자”고 강조했다.

시장 기대는 높았다. 제주항공 주가는 이스타항공 인수 발표 다음날인 지난 3일 급등했다. LCC 업계들이 역대 최악의 불황에 빠진 만큼 리스크가 상당하지만 주가 상승으로 이목이 쏠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국내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월대비 47%나 급감했다”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각각 51%, 64% 역성장해 1분기 대규모 영업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인수만으로 제주항공이 LCC 재편의 승자라는 확신은 아직 부족하다”며 “이스타항공을 정상화시킬 만큼 재무 체력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향후 주가 반등을 위한 선결 과제”라고 전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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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