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신화’ 예림당 승자의 저주 빛과 그림자

코끼리 삼킨 보아뱀 ‘터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모기업이 계열사 하나에 휘청거렸다. 예림당 이야기다. 티웨이항공은 성장가도를 달리며 예림당의 몸집을 키워줬다. 예림당 사업 비중은 항공 분야로 편중됐다. 최근 LCC 업계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티웨이항공은 큰 손실을 봤다. 동시에 예림당도 적자회사가 됐다.
 

‘예림당’은 국내의 중견 출판회사로 학습만화 시리즈 ‘와이(Why)?’로 유명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한 번쯤 들어봤을 책이다. 와이 시리즈는 베스테디셀러(best steady seller)로 지난해 10월말 기준 누적판매량은 7850만부다. 해외서도 인기를 끌면서 13개국서 번역됐고, 50여개국으로 수출됐다.

7850만부
중견 출판사

예림당은 지난 2009년 코스닥에 상장된 후로 회사 규모는 꾸준히 늘었다. 3년간(2016~2018) 연결 기준 매출액은 오름세였다. 4527억원, 6433억원, 7611억원 등이다. 지난해 매출도 9.8% 증가한 8358억원이었다. 속사정은 달랐다. 예림당은 적자 회사가 됐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248억원, 498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직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모두 100% 이상 ‘폭락’했다.

원인은 계열사 ‘티웨이항공’이었다. 사측은 실적 변동 요인으로 ‘티웨이항공 유류비 등 여객운송원가 증가 및 환율상승’을 꼽았다. 계열사 하나가 회사 전체를 흔든 셈이다. 흑자 행진을 이어가던 티웨이항공은 지난해 고꾸라졌다. 478억원 영업이익은 -192억원이 됐다. 당기순이익도 378억원에서 -433억원이 됐다.


예림당은 지난 2012년 LCC(저비용항공사) 사업에 진출했다. 그해 12월 티웨이항공 인수가 결정됐다. 당시 업계 안팎에선 예림당의 이 같은 결정에 ‘물음표’를 찍었다. 무엇보다도 인수 이유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출판사가 항공사를 품은 격이었다. 사업 연관성과 시너지를 예측할 수 없었다.

투자자 심리는 시장서 드러났다. 기대보다 우려가 앞섰다. 예림당 주가는 티웨이항공 인수 결정 이후 급락세를 보였다.

당시 티웨이항공 재무건전성이 도마에 올랐다. 2012년 티웨이항공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자산은 190억원인 반면 부채가 358억원이었다. 순손실도 130억원에 가까웠다.

일반적으로 항공 사업은 대규모 자금을 요한다. 항공기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대부분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빌리지만 리스료 역시 만만치 않다. 항공사 모기업 부채비율이 높은 까닭이다. 결국 자금 조달 능력이 관건으로 꼽힌다.

주력계열 티웨이항공 부진으로 적자
출판 실적 한 자릿수, 나머지는 항공

자본잠식 회사 티웨이항공은 수혈 자금을 더 필요로 한 사례였다. 자칫 티웨이항공 인수가 악수일 공산이 컸다. 예림당 자체 성적마저 깎아내릴 수 있었다. 예림당은 분위기를 단숨에 바꿨다. 인수 1년 만에 티웨이항공은 흑자 회사가 됐다. 당기순손실 157억원은 ‘플러스’ 140억원이 됐다.

사업 환경은 흑자 전환에 마중물을 부었다. LCC 산업은 그야말로 호황이었다. 항공여행 수요가 크게 증가했고, 국제노선이 연달아 확보됐다.


2011년 LCC 이용객은 1000만명을 넘었다. 인수가 타결된 2012년 LCC 시장점유율은 18.8%로 상승했다. 이후 LCC 국내선 점유율은 50%로 치솟았고, 전체 실적은 37.6%로 성장했다. 2016년에는 업계서 항공기 20대를 추가로 들여왔다. 이듬해 항공여객은 1억명을 돌파했다.

티웨이항공은 부지런히 내공을 쌓았다. 마침내 재무 건전성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2017년 자산이 부채를 넘어섰다. 5대에 불과했던 항공기는 20대로 늘어났다. 티웨이항공은 어느 틈에 업계 2위로 올라섰다. 회사는 2018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 티웨이항공

나춘호 예림당 회장은 그해 <조선비즈>와 인터뷰서 티웨이항공 인수 이유를 밝혔다. 나 회장은 “예림당 실적이 꾸준히 증가했고 자금 여력이 생겼다”며 “다른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고민하던 중 티웨이항공이 경매에 나온 것을 알게 됐다”고 언급했다.

인수 뒤에는 “나보다 항공업을 더 잘 알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인에게 회사 경영을 맡겼다”면서도 “최대주주로서 항공기 투입 등 중요한 투자 결정에 관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세를 넓히던 티웨이항공은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발발한 일본 불매운동이 결정적이었다. 불매운동 슬로건은 ‘사지도 말고 가지도 말자’였다. LCC 업계는 일본 노선이 많았다. 직격탄을 맞는 건 시간문제였다.

우려는 기우?
단숨에 개선

곧 위기가 찾아왔다. 후폭풍은 만만치 않았다. LCC는 피해주로 찍히며 줄줄이 저가를 찍었다. 티웨이항공도 불똥을 피할 수 없었다. 회사가 보유한 국제선 53개 중 일본 노선만 23개였다.

티웨이항공은 ‘노선 구조조정’에 나섰다. 일본 노선을 줄이는 대신 중국 노선을 확충했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자구책이었다. 하지만 악화일로였다. 일본 불매 운동 여파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서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다. 일본 노선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노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회사는 비상 경영체제로 진입했다.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은 지난달 사내 게시판을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항공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과거 국내 항공 산업 성장 과정을 돌이켜보면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처럼 연속된 악재가 겹쳐 퇴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티웨이항공은 허리띠를 졸라맸다. 대표이사와 임원 임금을 20∼30% 삭감했으며 임직원 희망휴직도 실시할 계획이다. 다수 국제노선이 중단되면서 유휴인력이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인천∼우한’ 노선을 신규 취항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노선 6개 운항과 함께 잠정 중단됐다.

티웨이항공 부진은 예림당에게 치명적이다. 사업 구조상 그렇다. 예림당은 ‘티웨이항공 의존도’가 상당하다. 2012년(티웨이항공 인수 전) 예림당 매출액은 513억원에 그쳤다. 2013년(티웨이항공 인수 후) 매출은 60% 이상 올랐다.
 

▲ 나춘호 예림당 회장

예림당 본 사업은 도서출판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출판사업은 내리막을 탔고, 항공 사업은 상승세를 탔다. 예림당서 항공 부문 매출 비중은 매년 늘었다. 2013∼2017년까지 62.1%, 74.6%, 83.6%, 84.5%, 90.8% 등이었다. 2018년에는 무려 96.1%에 달했다.


반면 출판 부문의 매출은 하락이 지속됐다. 같은 기간 43%에서 24.5%, 13.5%, 12.3%, 5.2%, 3.1%로 떨어졌다. 판매제품도 같은 양상이었다. 2013년 출판제품은 전체 판매제품서 35.3%를 차지했다. 하지만 2014∼2018년 동안 19.2%, 9.4%, 8.8%, 4.5%, 3%까지 줄었다. 빈자리는 항공 사업이 차지했다.

결국 지난 2018년 연결 기준 예림당 전체 매출액 7611억원서 항공 부문 매출이 7319억원에 달했다. 무려 90%를 훌쩍 뛰어넘는다. 출판 부문 매출은 236억원에 그쳤다.

출판 3%
항공 96%

출판 매출은 지속 감소할 전망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출판 부문 매출액은 직전년도 보다 40% 이상 감소한 136억원이었다. 전체 판매제품서 출판제품 비중은 약 2%에 불과했다. 계열사 사업이 모기업 사업을 밀어낸 형국이다.

출판사업에 힘이 실릴 가능성은 적다. 예림당 성장 발판은 티웨이항공으로 넘어갔다. 티웨이항공은 예림당 전체 실적을 좌우할 만큼 비대해졌다. 최근 티웨이항공은 가시밭길에 놓여있다. 결국 예림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림당은 창업주와 오너 2세가 각각 사업을 분담한다. 나춘호 회장은 예림당 대표이사로 출판 경영을 진두지휘한다. 앞서 나 회장은 지난 2005년 장남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그는 경영 일선서 물러났지만 13년 만에 복귀를 선언했다. 인터넷·모바일시장 발달로 국내 출판업계가 하락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오너 2세는 장남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으로 부친이 경영 복귀를 선언하면서 항공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나 회장은 언론 인터뷰서 “나 부회장은 전문경영인과 함께 티웨이항공 경영에 보다 집중할 것”이라며 “출판보다는 항공업이 젊은 사람에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업 규모도 항공업이 훨씬 크다”며 “난 한 평생을 바친 예림당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전했다.

나 부회장은 항공 계열사를 책임진다. 그는 지난 2018년 8월 티웨이항공 부회장에 올랐다. 현재 티웨이항공 경영 총괄을 맡고 있다. 동시에 티웨이홀딩스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나 부회장은 티웨이항공 경영 정상화에 전념할 전망이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지난해 이미 큰 적자를 봤다. 첩첩산중으로 올해 업황 역시 깜깜하다. 코로나19 역시 종식을 가늠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LCC는 재도약이 사치로 여겨질 정도”라며 “당장 생존이 급한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LCC 긴급 지원책’을 내놨다. 긴급 대출 3000억원과 공항 사용료 3개월 납부 유예 등이었다. 그 달 28일 LCC 6곳 대표들은 오히려 공동 건의문을 발표했다. 티웨이항공도 이름을 올렸다.

지나치게 쏠린 사업구조로 흔들
‘애물단지’에 모기업 운명 달려 

이들은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 이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떤 자구책도 소용없고 퇴로도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이어 “지금 위기가 특정 항공사만의 위기가 아닌 국내 LCC 산업 전체 위기”라며 “산업기반의 공멸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고 강조했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LCC 매각설이 불거졌다. 지난해 적자 발생과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 여파가 ‘삼중고’로 작용했다. 티웨이항공도 매각설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예림당 실적이 티웨이항공으로 흔들린 점을 간과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매각은 쉽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예림당 기존 사업은 사실상 힘을 잃었다. 성장 동력은 티웨이항공이다. 또 예림당 2세가 티웨이항공 부회장에 취임한 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 나성훈 티웨이항공 부회장

<일요시사>는 예림당 측에 티웨이항공 등 관련 사안을 질의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예림당 관계자는 “공시자료 외에 따로 답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현재 예림당은 나 회장 일가가 지배 중이며 최대주주는 나 회장으로 31.4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뒤이어 나 부회장(9.63%), 부인 김순례씨(6.29%), 차남 나도연씨(3.15%) 등이다.

오너 일가는 예림당 ‘정점’서 계열사를 주무른다. 지난해 9월 기준 계열사는 모두 8개로 항공 부문은 ▲티웨이홀딩스 ▲티웨이항공 ▲티웨이에어서비스 등이다. 나머지 계열사는 ▲예림랜드 ▲예림문고 ▲행간 ▲성원디앤아이 ▲예림융합교육 등이다.

삼중고
매각설?

출판 계열사는 ‘예림문고’와 ‘행간’이다. 예림문고는 도서 도·소매업을 영위한다. 행간은 출판과 광고대행업을 맡고 있으며 두 회사 최대주주는 나 부회장이다. 각각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데 대표이사기도 하다. 사실상 오너 2세 개인회사로 볼 수 있다. ‘예림랜드’는 동물원과 식물원을 운영하는데 나 회장은 이곳의 최대주주다. 차남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성원디앤아이’는 시설관리 용역업체다. ‘예림융합교육’은 포털 및 기타 인터넷 정보 매게 서비스업을 수행한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제주항공 품에 안긴 이스타항공 운명은?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2일,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를 545억원에 매매한 주식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양해각서 체결 당시 매각 예정 금액은 695억원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 전체가 흔들리면서 인수 금액이 150억원 하향 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양해각서 체결과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하고 430억원이 다음달 29일 납입될 예정이다.

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은 5위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특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는 항공업계 최초 동종사업자 간 결합인 만큼 의미가 있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인수로 원가절감과 노선 활용 유연성 확보, 가격경쟁력 확보 등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계획이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리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은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함께 도전하자”고 강조했다.

시장 기대는 높았다. 제주항공 주가는 이스타항공 인수 발표 다음날인 지난 3일 급등했다. LCC 업계들이 역대 최악의 불황에 빠진 만큼 리스크가 상당하지만 주가 상승으로 이목이 쏠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국내 국제선 여객 수는 전년 동월대비 47%나 급감했다”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각각 51%, 64% 역성장해 1분기 대규모 영업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 인수만으로 제주항공이 LCC 재편의 승자라는 확신은 아직 부족하다”며 “이스타항공을 정상화시킬 만큼 재무 체력에 문제가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향후 주가 반등을 위한 선결 과제”라고 전했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