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곰상 감독상’ 수상한 홍상수 ‘찌질의 역사’

스캔들 전후로 변해온 작품 세계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코로나19 관련 이슈가 한국을 지배한 가운데 영화계서 낭보가 들려왔다. 국내 대표적인 작가주의 감독으로 꼽히는 홍상수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로 불리는 ‘제70회 베를린 영화제’서 은곰상 감독상을 수상한 것.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찌질함’은 홍 감독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숨기고 싶은 내면의 부끄러운 지점을 여과 없이 벗겨왔던 홍 감독이 밟아온 작품의 역사를 살펴봤다.
 

▲ ▲▲ 홍상수 감독 ⓒ베를린 영화제

영화계서 “정치와 종교, 홍상수는 대화 주제로 삼으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홍 감독의 영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기꺼이 숨기고 싶은 인간의 찌그러진 내면을 마구 벗겨버리는 홍 감독의 영화를 통해 누군가는 카타르시스를 만끽하고, 혹자는 불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홍상수 월드

좋든 싫든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을 만든 홍상수 감독은 유학파 출신이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가 중퇴한 뒤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국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시카고 예술대학원서 영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한국으로 돌아와 1996년 개봉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영화계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네 명의 인물의 일상을 다룬 이 영화는 시공간을 독특하고 유려하게 포착하며, 홍상수 미학의 시발점이 된다. 기존의 영화 공식을 완전히 비튼 연출은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1998년 두 번째 작품인 <강원도의 힘>이나 2000년 <오! 수정> 등에서 평범한 남녀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내밀한 위선과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홍상수 월드’의 초석을 다진다. 최근 봉준호 감독이 ‘봉준호 장르’라는 평가를 받는데, 홍 감독은 이미 20여년 전부터 리얼리티를 넘어선 극사실주의로 ‘홍상수 장르’를 구축했다. 


홍상수 장르는 그의 독특한 연출 방식으로부터 기인한다. 데뷔할 당시에는 투자 여부로 인해 다른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완성도 있는 시나리오와 대본이 있었지만, 네 번째 작품인 <생활의 발견>부터 전날 밤이나 촬영 아침에 대본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의 발견>부터는 시놉시스만 줘도 투자가 가능해지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

<옥희의 영화>(2010)부터는 영화의 얼개 자체도 없이 촬영에 돌입했다. 그의 독특한 연출 방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홍 감독의 머리 속에 무엇을 전달할지가 분명히 구축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 ⓒ영화 포스터

그의 영화가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이 찌질함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김의성이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의 유지태는 물론, 이후 작품에 자주 등장한 김상경, 유준상, 김태우, 이선균 등 모든 인물들이 찌질하다. 말투부터 행동, 사고(思考) 등 모두가 보통 사람 이하로 여겨진다. 여성 인물들도 찌질함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른 드라마나 영화서처럼 똑똑하면서 멋있는 인물은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홍 감독은 “흔히들 찌질한 캐릭터라고 하는데, 남자 캐릭터들의 행동이 진짜 찌질하기보다는, 우리가 영화서 보는 인물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이상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자신을 조금만 돌아보면 누구든지 내면에 어두운 구석과 찌그러진 모습이 있다. 그 모습이 싫으니까 어떤 하나의 이상을 자꾸 자기에게 제시한다. 사람들이 내 인물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이해한다. 그 사람의 처지가 너무 힘들면 자신을 직시할 힘이 없다. 그런 상황에선 내 영화를 편히 보는 게 무리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초기 작품 대부분은 베드신이 등장했고 여성의 노출 장면이 나왔다. 기교가 가미된 베드신이 아닌 현실적인 느낌의 베드신이었던 만큼 그렇게 야한 영화로 기억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극장전> 이후로는 베드신이 중단된다. <해변의 여인> 이후로 그의 영화서 노출성 베드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홍 감독 인터뷰에 따르면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베드신을 찍을 때 불쾌감을 느꼈으나 그 불쾌감이 온전히 채워지지는 않았는지 다음 작품인 <극장전>서도 베드신을 촬영했고, 다시 한 번 불쾌감을 느낀 뒤로는 노출성 베드신을 찍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밥 먹는 것이나 섹스하는 것이나 뭐가 다르냐는 그런 전복서 오는 쾌감이 있었는데, 노출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나 의미 부여가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베를린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자전적인 이야기로 보이는, 찌질한 남성과 여성의 만남과 이별 과정을 통해 인간이 가진 본질을 두고 질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그의 영화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서도 극찬을 받는다.

<북촌방향>서 두 여자와 잠자리를 가진 뒤 다음 날 아침이 돼서는 ‘다시는 연락하지 말자’면서 또 미련을 보이는 한 남자의 모습을 통해 쉽게 고쳐지지 않는 습관의 본질을 그려내며 다양한 생각을 유도하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다. 그 과정서 다른 감독에게서는 절대 보이지 않는 그만의 색채감이 ‘홍상수 월드’의 핵심 요소다. 

특히 배우 김민희가 홍 감독 영화에 처음으로 등장한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는 마치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것처럼 거의 동일한 1부와 2부 형식으로 만들며 연출력의 역량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주 작은 차이서 완전히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형태의 이 영화는 전 세계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홍 감독의 작품들은 마치 ‘자기 복제’를 하듯 각 영화가 엇비슷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주제 의식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은 조금씩 차이를 보여왔다. 마치 인간의 본질을 통찰한 듯, 비현실적인 상황서 벌어지는 대사와 행동들은 관객들의 공감을 사 왔다. 이는 그의 영화가 매우 독특하면서도 보편성을 갖췄다는 의미다.

보편적인 인간의 본질을 탐구
스캔들로 파생된 감정과 생각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이후 김민희와의 스캔들이 불거지며, 홍 감독의 영화는 변화를 일으킨다. 스캔들 이후에는 스캔들을 통해 받았던 감정과 상처, 생각을 토로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작품으로 바뀐다. <밤에 해변에서 혼자>는 유부남과 사랑을 나눈 뒤 혼란스러워하는 여성 주인공의 심리를 묘사했으며 <클레어의 카메라>는 중년 남성과 사랑을 나눈 뒤 회사서 해고된 여성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마치 자신과 만나게 된 후 엄청난 변화를 겪은 김민희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 ⓒ&lt;도망친 여자&gt; 포스터

<그 후>는 바람을 피운 뒤 고뇌에 빠진 중년 남성을 통해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듯 보이며 <풀잎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쉽게 비난하는 여인을 통해 스캔들을 둘러싸고 자신을 비난하는 대중을 향한 일침으로 해석된다. 가장 최근작인 <강변 호텔>은 죽음을 앞둔 한 시인이 두 아들을 불러놓고 이혼을 하게 된 이유를 가감 없이 토로한 뒤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를 통해 현실서 자신이 버린 가족에게 미안함을 드러냄과 동시에 스캔들 이후의 사회적 통념서 벗어나겠다는 일종의 다짐도 엿보인다. 

<도망친 여자>는?

이번 베를린 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받은 <도망친 여자>는 주인공 감희(김민희 분)가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세 명의 친구를 만나는 내용을 담는다. 아직 국내서 공개되지 않아 베일에 감춰져 있다. 베를린이 인정한 <도망친 여자>서 홍 감독은 스캔들 굴레서 벗어나 이전의 영화들처럼 좀 더 확장된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았을까. 연출하는 영화만큼 영화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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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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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