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속 리더십 ‘해부’

괴짜 주인공들의 진짜 정의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요즘 ‘라떼 꼰대’라는 말이 유행이다. 무슨 말만 나오면 ‘나 때는 말이야’라며 과거의 자신을 자화자찬하는 일부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나이 많은 어른을 무조건 꺼리는 것이 아닌, 무용담을 늘어놓는 데 급급한 어른을 싫어하는 요즘 세대의 인식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대중은 종종 드라마 캐릭터를 통해 그런 갈증을 해소한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고 가는 듯, 카타르시스를 던져주는 드라마 속 인물은 누가 있을까.
 

▲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 ⓒJTBC

최근 종영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2>(이하 <김사부2>)와 <스토브리그>, 현재 방영 중인 JTBC <이태원 클라쓰>(이하 <이태원>)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김사부2>와 <스토브리그>는 최고 시청률 27.1%(닐슨코리아), 19.1%로 종영했으며, <이태원>은 12.6%를 기록 중이다. 시청률 5%를 넘기는 것조차 버거울 뿐 아니라, 15%가 엄청난 ‘대박’이라 평가받는 현 드라마 시장서 남긴 놀라운 결과다.

3인의 리더십

세 드라마의 공통점은 현실서 보기 힘든 리더가 존재한다는 점. <낭만닥터 김사부> 김사부(한석규 분) 과장, <스토브리그>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박서준 분) 사장이 그 인물들이다. 

세 사람은 뚜렷한 소신과 신념을 앞세워 동료들을 이끌고 나간다. 힘 있는 자들의 불의 앞에서 굴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약자 앞에서는 포용력을 발휘한다. 마치 주머니 속 송곳처럼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이미지의 인물들이다. 

답답한 현실에 순응하기보다 소신에 따라 맞서고 싸운다. 아울러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책임질 줄 알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비전을 제시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모난 돌이 되어 세상의 비바람을 견뎌낸다. 


그 반대로 일에 미쳐서 개인적인 시간을 즐길 줄도 모르며 사회성은 어딘가 부족한 듯 보이고, 매번 누군가에게 퍼주기만 하는 기질처럼 분명한 약점과 결핍도 존재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타고난 리더인 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자신은 물론 주변도 성장시키는 캐릭터인 것. 인물의 기질이 현실감이 있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세 인물은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강렬한 파급력을 보인다. 

김사부 : 신뢰의 리더십

<김사부2>의 돌담병원 외과과장 김사부는 그야말로 낭만적이다. 국내에 견줄 자 없는 엄청난 실력을 갖춘 ‘천재 의사’지만, 비즈니스 마인드로 병원을 운영하는 본원에 맞서 시골 병원서 은둔하면서도 최고급 의술을 펼친다. 사회성은 심히 떨어져 보이며 괴팍하고 거칠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환자의 생명’ 뿐이다. 의사의 본분 외에 어떤 것도 타협하지 않는다. 

망한 병원의 내부고발자로 찍혔거나 이론은 뛰어나지만 수술실에선 울렁증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등 일반적인 시선서 부족함이 있는 후배 의사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곤 기회를 제공한다. 답을 먼저 알려주기보다는 생각하게 만들고, 끝까지 신뢰하며 희망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후배가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비로소 중심을 잡아준다.

‘사부’를 자처하면서도 자리에 주어진 칼을 휘두르지 않고, 오히려 솔선수범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김사부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낭만적인 리더다. 

끝까지 믿어주고 남이 우선 가치 
손해 보더라도 안고 가는 아량도

완벽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춰보면 완벽하지 않다. 개인적 삶이 없는 워커홀릭인 데다 아픈 걸 숨기면서까지 일에 매달려 주위를 걱정시키는 인물이다. 워커홀릭 대부분이 그렇듯 옆에 있는 동료들도 일하게 만들어 피곤하다. ‘미움받을 용기’ 따윈 없는지,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정을 주는 행동들은 김사부만의 매력 포인트다.


아울러 본원서 짜놓은 함정의 판을 모두 읽고 대비책을 마련해 두거나 기회를 얻은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기는 김사부의 리더십은 이 드라마의 제목이 왜 ‘낭만 닥터’인지 충분히 짐작케 한다. 

백승수 : 효율의 리더십

만년 꼴찌 프로야구 팀 ‘드림즈’ 단장으로 부임한 백승수에게 주어진 숙제는 꼴찌 탈출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승 후 해체’다. 지역민심 때문에 억지로 야구팀을 끌어안은 모기업은 애물단지 드림즈를 타 기업에 팔거나 해체하길 바란다. 

그런 상황서 백승수는 드림즈의 곪고 부패한 인물들을 콕 짚어 처단하거나 18승 선발투수 강두기(하도권 분)나 몸은 성치 않지만 타고난 분석능력을 갖고 있는 백영수(윤선우 분)를 영입하고, 진심으로 팀을 위해 일하는 양원섭(윤병희 분)을 승진시키는 등 철저히 능력 중심의 인사를 기용한다. 
 

▲ 낭만닥터 김사부2 한석규 ⓒSBS

백승수 역시 빈틈이 존재한다. 트레이드부터 전지훈련 등 구단 업무 전반의 회의자료를 직접 완벽하게 만들어버리니 주변 동료들이 초라해진다. 본인을 위해 회식 자리를 준비한 동료들에게 “저는 빠지겠습니다”라며 ‘백승수 없는 백승수를 위한 회식’을 만들기도 한다. “핑계 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 또 지게 됩니다” 등 돌려 말할 줄 모르는 화법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신임 단장으로 여겨질 수 없을 정도로 능수능란할 뿐 아니라 신출귀몰하게 대안을 마련하는 능력으로 모래알 같던 프런트와 선수, 코칭 스태프를 똘똘 뭉치게 한다. 결국 자신은 드림즈서 빠져 나오게 되지만, 그 희생은 드림즈를 지켜낸다. 백승수로 인해 올바른 시스템을 갖추게 된 드림즈는 일취월장한 결과를 얻는다. 

“어쭙잖은 신뢰 때문에 더 큰 손실을 야기하는 것도 부조리”라며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목적을 둔 백승수의 효율의 리더십은, 현 직장인들이 가장 바라는 리더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박새로이 - 포용의 리더십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는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 고집과 객기로 맞서는 인물이다. 아버지가 정해준 ‘소신 있게 살자’를 삶의 기준으로 정하고 산다. 그러다가 인생이 심하게 꼬여버린 케이스다. 재벌가의 악행과 이에 동조한 경찰로 인해 고등학교를 퇴학당하고 감옥살이를 했으며,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상황서도 굴복하지 않는다.

15년짜리 계획을 세우고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국내 최대 요식업 기업 ‘장가’에 맞서기 위해 이태원에 포차를 차린다. 

미성년자임을 속인 손님에게 술을 팔았다가 2개월 영업정지를 당했음에도 훌훌 털어버릴 줄 알며, 요리를 못하는 요리사를 내쫓자는 매니저의 의견을 뒤로하고, 더 많은 월급을 주며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달라’는 요구만 한다. 박새로이가 운영하는 단밤의 건물을 사버린 장대희(유재명 분) 회장이 아들 장근수(김동희 분)를 돌려보내고 ‘무릎 꿇고 사과하면 계속 장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협박에도 꿋꿋하게 대응하며, 장근수를 내보내자는 조이서(김다미 분)에게 매니저 자격이 없다며 일갈하기도 한다. 

당장은 손해를 좀 보더라도 미래를 내다보며, 강자 앞에서는 강하게, 약자 앞에서는 누구보다도 수용적으로 대하는 박새로이의 태도에 시청자들은 ‘새로이 앓이’를 하고 있다. 주류 사회서 부족하게 볼 수밖에 없는 조폭 출신, 트렌스젠더, 고졸 출신 매니저는 물론 악연을 가진 라이벌 회장의 아들까지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낸다. 그의 포용력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흔히 볼 수 있는 이기심의 반대편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세 주인공은 꾸밈없이 소통할 줄 아는,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은 어른이다. 그들은 정의롭지 못한 부조리에 맞서며, 대의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책임감도 갖고 있다. 딱히 뚜렷한 러브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세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요즘 대중이 보고 싶은 리더상을 제공함은 물론 설렘도 안겨주는 점 때문이다.

현실과 대립

대중은 소신 있고도 따뜻하게 막막한 현실과 대립하며, 힘이 들어도 끝내 극복해내는 인물을 통해 쾌감을 만끽한다. 앞서 “<기생충>이 혁명을 제시하냐”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답변처럼, 세상이 너무 복잡해져서 ‘척결의 대상’이 불분명해지는 이 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세 사람이 보여준 신뢰와 포용을 중심으로 한 인간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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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