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드라마 속 리더십 ‘해부’

괴짜 주인공들의 진짜 정의감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요즘 ‘라떼 꼰대’라는 말이 유행이다. 무슨 말만 나오면 ‘나 때는 말이야’라며 과거의 자신을 자화자찬하는 일부 사람들을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나이 많은 어른을 무조건 꺼리는 것이 아닌, 무용담을 늘어놓는 데 급급한 어른을 싫어하는 요즘 세대의 인식이 담겨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어른은 어디에 있을까? 대중은 종종 드라마 캐릭터를 통해 그런 갈증을 해소한다. 현실과 판타지를 오고 가는 듯, 카타르시스를 던져주는 드라마 속 인물은 누가 있을까.
 

▲ 이태원 클라쓰 박서준 ⓒJTBC

최근 종영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2>(이하 <김사부2>)와 <스토브리그>, 현재 방영 중인 JTBC <이태원 클라쓰>(이하 <이태원>)가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김사부2>와 <스토브리그>는 최고 시청률 27.1%(닐슨코리아), 19.1%로 종영했으며, <이태원>은 12.6%를 기록 중이다. 시청률 5%를 넘기는 것조차 버거울 뿐 아니라, 15%가 엄청난 ‘대박’이라 평가받는 현 드라마 시장서 남긴 놀라운 결과다.

3인의 리더십

세 드라마의 공통점은 현실서 보기 힘든 리더가 존재한다는 점. <낭만닥터 김사부> 김사부(한석규 분) 과장, <스토브리그> 백승수(남궁민 분) 단장, <이태원 클라쓰> 박새로이(박서준 분) 사장이 그 인물들이다. 

세 사람은 뚜렷한 소신과 신념을 앞세워 동료들을 이끌고 나간다. 힘 있는 자들의 불의 앞에서 굴복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약자 앞에서는 포용력을 발휘한다. 마치 주머니 속 송곳처럼 툭 튀어나온 것 같은 이미지의 인물들이다. 

답답한 현실에 순응하기보다 소신에 따라 맞서고 싸운다. 아울러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책임질 줄 알며,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비전을 제시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모난 돌이 되어 세상의 비바람을 견뎌낸다. 

그 반대로 일에 미쳐서 개인적인 시간을 즐길 줄도 모르며 사회성은 어딘가 부족한 듯 보이고, 매번 누군가에게 퍼주기만 하는 기질처럼 분명한 약점과 결핍도 존재한다.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타고난 리더인 게 아니라,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자신은 물론 주변도 성장시키는 캐릭터인 것. 인물의 기질이 현실감이 있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세 인물은 신드롬에 가까울 정도로 강렬한 파급력을 보인다. 

김사부 : 신뢰의 리더십

<김사부2>의 돌담병원 외과과장 김사부는 그야말로 낭만적이다. 국내에 견줄 자 없는 엄청난 실력을 갖춘 ‘천재 의사’지만, 비즈니스 마인드로 병원을 운영하는 본원에 맞서 시골 병원서 은둔하면서도 최고급 의술을 펼친다. 사회성은 심히 떨어져 보이며 괴팍하고 거칠기도 하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는 ‘환자의 생명’ 뿐이다. 의사의 본분 외에 어떤 것도 타협하지 않는다. 

망한 병원의 내부고발자로 찍혔거나 이론은 뛰어나지만 수술실에선 울렁증 때문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등 일반적인 시선서 부족함이 있는 후배 의사들의 잠재력을 발견하곤 기회를 제공한다. 답을 먼저 알려주기보다는 생각하게 만들고, 끝까지 신뢰하며 희망적인 시선을 유지한다. 후배가 올바르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비로소 중심을 잡아준다.

‘사부’를 자처하면서도 자리에 주어진 칼을 휘두르지 않고, 오히려 솔선수범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김사부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낭만적인 리더다. 

끝까지 믿어주고 남이 우선 가치 
손해 보더라도 안고 가는 아량도

완벽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춰보면 완벽하지 않다. 개인적 삶이 없는 워커홀릭인 데다 아픈 걸 숨기면서까지 일에 매달려 주위를 걱정시키는 인물이다. 워커홀릭 대부분이 그렇듯 옆에 있는 동료들도 일하게 만들어 피곤하다. ‘미움받을 용기’ 따윈 없는지,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정을 주는 행동들은 김사부만의 매력 포인트다.

아울러 본원서 짜놓은 함정의 판을 모두 읽고 대비책을 마련해 두거나 기회를 얻은 후배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남기는 김사부의 리더십은 이 드라마의 제목이 왜 ‘낭만 닥터’인지 충분히 짐작케 한다. 

백승수 : 효율의 리더십

만년 꼴찌 프로야구 팀 ‘드림즈’ 단장으로 부임한 백승수에게 주어진 숙제는 꼴찌 탈출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승 후 해체’다. 지역민심 때문에 억지로 야구팀을 끌어안은 모기업은 애물단지 드림즈를 타 기업에 팔거나 해체하길 바란다. 

그런 상황서 백승수는 드림즈의 곪고 부패한 인물들을 콕 짚어 처단하거나 18승 선발투수 강두기(하도권 분)나 몸은 성치 않지만 타고난 분석능력을 갖고 있는 백영수(윤선우 분)를 영입하고, 진심으로 팀을 위해 일하는 양원섭(윤병희 분)을 승진시키는 등 철저히 능력 중심의 인사를 기용한다. 
 

▲ 낭만닥터 김사부2 한석규 ⓒSBS

백승수 역시 빈틈이 존재한다. 트레이드부터 전지훈련 등 구단 업무 전반의 회의자료를 직접 완벽하게 만들어버리니 주변 동료들이 초라해진다. 본인을 위해 회식 자리를 준비한 동료들에게 “저는 빠지겠습니다”라며 ‘백승수 없는 백승수를 위한 회식’을 만들기도 한다. “핑계 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 또 지게 됩니다” 등 돌려 말할 줄 모르는 화법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신임 단장으로 여겨질 수 없을 정도로 능수능란할 뿐 아니라 신출귀몰하게 대안을 마련하는 능력으로 모래알 같던 프런트와 선수, 코칭 스태프를 똘똘 뭉치게 한다. 결국 자신은 드림즈서 빠져 나오게 되지만, 그 희생은 드림즈를 지켜낸다. 백승수로 인해 올바른 시스템을 갖추게 된 드림즈는 일취월장한 결과를 얻는다. 

“어쭙잖은 신뢰 때문에 더 큰 손실을 야기하는 것도 부조리”라며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목적을 둔 백승수의 효율의 리더십은, 현 직장인들이 가장 바라는 리더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박새로이 - 포용의 리더십

동명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박새로이는 불합리한 세상 속에서 고집과 객기로 맞서는 인물이다. 아버지가 정해준 ‘소신 있게 살자’를 삶의 기준으로 정하고 산다. 그러다가 인생이 심하게 꼬여버린 케이스다. 재벌가의 악행과 이에 동조한 경찰로 인해 고등학교를 퇴학당하고 감옥살이를 했으며,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상황서도 굴복하지 않는다.

15년짜리 계획을 세우고 아버지의 목숨을 앗아간 국내 최대 요식업 기업 ‘장가’에 맞서기 위해 이태원에 포차를 차린다. 

미성년자임을 속인 손님에게 술을 팔았다가 2개월 영업정지를 당했음에도 훌훌 털어버릴 줄 알며, 요리를 못하는 요리사를 내쫓자는 매니저의 의견을 뒤로하고, 더 많은 월급을 주며 ‘더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달라’는 요구만 한다. 박새로이가 운영하는 단밤의 건물을 사버린 장대희(유재명 분) 회장이 아들 장근수(김동희 분)를 돌려보내고 ‘무릎 꿇고 사과하면 계속 장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협박에도 꿋꿋하게 대응하며, 장근수를 내보내자는 조이서(김다미 분)에게 매니저 자격이 없다며 일갈하기도 한다. 

당장은 손해를 좀 보더라도 미래를 내다보며, 강자 앞에서는 강하게, 약자 앞에서는 누구보다도 수용적으로 대하는 박새로이의 태도에 시청자들은 ‘새로이 앓이’를 하고 있다. 주류 사회서 부족하게 볼 수밖에 없는 조폭 출신, 트렌스젠더, 고졸 출신 매니저는 물론 악연을 가진 라이벌 회장의 아들까지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낸다. 그의 포용력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흔히 볼 수 있는 이기심의 반대편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세 주인공은 꾸밈없이 소통할 줄 아는, 기대고 싶고 의지하고 싶은 어른이다. 그들은 정의롭지 못한 부조리에 맞서며, 대의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책임감도 갖고 있다. 딱히 뚜렷한 러브라인이 존재하지 않는 세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요즘 대중이 보고 싶은 리더상을 제공함은 물론 설렘도 안겨주는 점 때문이다.

현실과 대립

대중은 소신 있고도 따뜻하게 막막한 현실과 대립하며, 힘이 들어도 끝내 극복해내는 인물을 통해 쾌감을 만끽한다. 앞서 “<기생충>이 혁명을 제시하냐”는 한 외신기자의 질문에 대한 봉준호 감독의 답변처럼, 세상이 너무 복잡해져서 ‘척결의 대상’이 불분명해지는 이 시대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은 세 사람이 보여준 신뢰와 포용을 중심으로 한 인간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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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