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무릎 꿇은 교주’ 이만희

잠적했다 나타나 ‘이배사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음지의 종교’ 신천지의 실체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에 신천지 교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이후부터다. 교주, 총회장으로 불리는 이만희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신천지 책임론’에도 불구하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이만희는 최근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국민 앞에 섰다.
 

▲ 이만희 신천지 예수교 총회장 ⓒ신천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 때아닌 유명세를 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실제 신천지 교인으로 확인된 31번 확진 환자의 등장 이후 증가세가 커졌다. 특히 대구·경북의 경우 신천지발 확진 환자가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코로나 확산
진원지 됐다

지난달 18일까지 코로나19의 확진 환자 수는 30명대에 머물렀다. 120일 국내서 첫 번째 확진 환자가 나오고 한 달가량 하루 1명꼴로 늘어난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달 18일 대구서 31번째 확진 환자가 나오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지역감염이 시작되자 확진 환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31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고 열흘도 채 안 돼 확진 환자 수가 1000(226일 기준)을 넘어섰다. 31번 확진 환자의 동선을 확인하는 과정서 그가 예배를 본 대구교회가 신천지 교회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날 31번 확진 환자와 함께 예배를 보는 등 접촉한 사람 수가 1000명이 넘는다는 내용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구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대구를 기점으로 전국 각지에서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신천지 교인이 나타났다. 검사를 거부하거나 신천지 교인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확진판정 이후에야 밝히는 등의 사례가 연이어 나왔다.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 청도 대남병원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형이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해 장례식이 치러진 사실도 드러났다.


신천지 대구교회에 따르면 이만희의 친형 이모씨는 127일 저녁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119 구급차를 타고 청도 대남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그는 일반병실에 있다가 131일 새벽 사망했다. 이씨가 사망 전 폐렴을 앓은 것으로 드러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따로 부검을 진행하지 않아 확인되진 않았다.

이후 청도 대남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무더기로 나왔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청도 대남병원 관련 확진자는 총 114(226일 기준)이다. 폐쇄 정신병동 입원환자 102명 중 101명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사망자도 7명이나 나왔다. 현재 청도 대남병원은 코호트 격리 중이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을 그 안에 있는 환자와 의료진까지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를 말한다.

이씨의 장례식은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된 매개로 지목되고 있다. 경찰은 당시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의 행적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조문객 명단에는 170여명가량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조계에는 교인, 포항교회, 경주교회 등 조문객의 신원사항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정부들은 신천지 관련 시설 폐쇄 등 조치에 나섰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내 신천지 관련 시설 353곳을 강제 폐쇄하는 긴급명령을 발동했다. 다음날에는 신천지 총회본부를 찾아 신천지 과천교회 예배 참석자 명단을 제출받았다. 경기도 신천지 신도는 33840명에 이른다. 이중 지난달 16일 과천서 예배를 본 신도는 9930명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난 폭주
사실혼 관계 2인자 폭로까지

정부는 전국 신천지 신도의 명단을 확보하고 발열 등 증상이 있는 사람을 우선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시행 중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지난달 26일 정부세종청사 정례 브리핑서 “(2)25일 신천지 교회로부터 전체 신도 212000명의 명단을 확보했다지자체에 명단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지방정부의 조치로 신천지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이 과정서 중국 우한 지역에 소속 교회가 없다는 신천지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의혹까지 나왔다. 유튜브 채널 종말론 연구소는 지난달 26신천지 지도부의 구속수사를 요청합니다라는 영상서 신천지 총회 산하 12지파 중 하나인 부산 야고보 지파장의 설교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 ▲청도 대남병원

녹취록에 따르면 야고보 지파장은 지난달 9일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설교서 지금 우한 폐렴 있잖아. 거기가 우리 지교회가 있는 곳이라며 중국이 지금 보니까 700명 넘게 죽었잖아요. 확진자가 3만명이 넘잖아요. 그 발원지가 우리 지교회가 있는 곳이라니까라며 우한에 교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우리 성도는 한 명도 안 걸렸어라고 말하자 신도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아멘을 외치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신천지 측은 그동안 우한에 지교회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또 성도가 있다는 자료가 공개된 뒤에도 중국 정부가 교회당을 허가하지 않아 교회를 세우지 못했다는 입장이었다.

신천지 측은 여전히 우한에는 신도만 있을 뿐 교회당이라는 물리적 실체는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신천지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부산 야고보 지파서 기도하고 연락도 하면서 신앙 관리를 위해 소속감도 주고 용기를 불어넣을 수는 있다면서도 지난해 12월부터 현재까지 우한교회 신천지 성도가 한국에 입국한 적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알려드린다고고 주장했다.

고립에 가까울 정도로 도시가 죽어버린 대구는 물론이고, 신천지는 전 국민의 공적이 돼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서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 참석하는 7대 종단 지도자들을 만나 신천지는 일종의 확진자 소굴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만희는 지난달 21일 신천지 관련 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온 총회장님 특별편지라는 제목의 글로 공식입장을 내놨다. 그는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임을 안다면서 모든 시험에서, 미혹에서 이기자고 강조했다.

이어 당국 지시에 협조해야 한다전도와 교육은 통신으로 하고 당분간 모임은 피하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지금 병마로 인한 피해자는 신천지 성도들이라며 어떤 풍파도 우리 마음과 믿음을 빼앗아 가지 못한다. 승리하자고 맺었다.

친형 장례식
슈퍼 전파자?

신천지 측은 지난달 25일 이만희의 두 번째 특별편지를 공개했다. 이만희는 “신천지 전 성도 명단을 제공하고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아울러 교육생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것은 정부서 성도들의 개인정보를 유지 및 보안 방안을 마련하는 전제 하에 진행할 것”이라며 “정부 시책에 적극 협조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성도가 되자”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극복을 위해 정부에 적극 협조해왔다. 특히 대구교회 성도님들이 많은 피해를 입어 마음이 아프다”고도 했다.

신천지는 1984314일 창립된 이래 35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같은 상황서도 이만희의 모습이 보이질 않아 그의 소재와 상황을 두고 궁금증이 증폭됐다. 경기도 가평 칩거설, 건강 이상설, 심지어 자연사설까지 퍼졌다. 또 그가 청도 대남병원서 진행된 친형 장례식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로나19 감염여부에도 관심이 쏠렸다.

손수호 변호사는 지난달 27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만희의 행방을 두고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 건강상의 이유로 어디선가 치료받고 있을 가능성 국내 어느 곳에 칩거하고 있을 가능성 등이다.
 

 


손 변호사는 신천지는 교주를 보위하는 12지파장, 그리고 그 아래 24장로가 조직의 핵심인데, 24명의 장로 중 1명인 A씨가 얼마 전 CBS 취재팀에게 이만희 총회장이 친형 장례식에 참석하는데 총회서 총회장을 따라간 사람이 1명도 없다는 말을 했다김남희씨가 이만희씨의 비리를 공개하면서 공격하고 있다. 이런 걸 보면 이만희가 이미 사망했거나 또는 적어도 사망에 임박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고 제시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치료를 받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90세에 다다른 이만희의 나이를 근거로 들었다. 손 변호사는 이만희씨는 최근 몇 년간 큰 행사 외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2017년에도 척추 수술을 받고 한동안 모습을 감춘 적 있다무엇보다 친형 장례식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여럿 나왔다. 이만희씨도 감염 의심 상태 또는 감염 상태로 숨어 있는 중 아닌지 짐작한다고 말했다.

지방정부
시설 폐쇄

그러면서 이만희가 경기도 가평 쪽에 숨어있는 게 아닌지 추측했다. 가평에는 신천지 연수원 일명 평화의 궁전이 있다. 신천지의 큰 행사를 진행하던 곳이다. 손 변호사는 경기도 모처의 또 다른 주택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재 CBS서 추적 중이라 구체적인 장소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만희는 19319월 경북 청도서 태어났다. 가족력이 있는 한센병을 치료하기 위해 1957년 전도관에 입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식으로 신학공부를 하지는 않았다. 장막성전의 교주 유재열을 추종하다 1975년 유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된 후 1978년 솔로몬 창조교회의 12사도 조직에 몸담았다

이후 여러 단체를 거쳐 지식을 습득한 이만희는 19843월 신천지를 만들고 경기 과천시에 본부를 세웠다. 신천지 교리서인 <신탄>지상에 천국이 임하며 신천지가 바로 그 천국이라는 지상천국론 사람이 죽으면 그 몸이 다시 환생한다는 부활론 믿음이 있으면 육체가 영원히 산다는 영생론 등을 전파하고 있다.


이만희는 신천지 신도들에게 선생님, 이긴자, 보혜사, 만희왕 등으로 불린다. 1984년 창립연도를 기점으로 신천기라는 연호와 국기, 국가, 국새까지 있다. 자체 의장대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최근 신천지 2인자이자 이만희와 사실혼 관계였다는 김남희씨가 신천지와 이만희에 대한 지속적인 폭로를 예고하면서 신천지 내부갈등이 표면화됐다. 김씨의 입을 통해 이 회장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는 중이다. 신천지 측에서는 김씨의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씨는 최근 유튜브 채널 존존테레비에 출연해 이만희는 구원자도, 하나님도 아니다. 하나님과 종교를 이용한 완전 사기꾼이라며 이만희 교주를 구원자로 믿는 종교 사기 집단 신천지는 이 땅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는 걸 알리기 위해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천지 입문 전 가톨릭 신자였던 김씨는 2002년 신천지 수료식서 이만희가 자신을 처음 봤을 때 올 줄 알고 있었다. 과연 꿈에서 본 그 얼굴이라며 노골적으로 접근했고, 이만희에게 세뇌돼 두 아이와 남편이 있었지만 그와 혼인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저에게는 이만희 교주가 하는 말이 법이었다. 저뿐만 아니라 교리에 세뇌되고 중독됐다면 누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며 이만희 교주의 마각을 알지 못했다. 그 마수에 걸려 들어갔다. 저는 그날 이후부터 여러분이 아는 영적 배필이 아니라 육적 배필이 됐다고 폭로했다.

“이미 사망했을 수도” 주장도
특별편지 이후 칩거했다 나타나

이어 지금 생각하면 처음부터 제게 계획적 접근을 한 것이라 생각이 든다당시 압구정동 큰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이런 내용이)미리 이만희 교주한테 상세히 보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계룡시에 평수 넓고 전망 좋은 아파트가 있었는데 이만희 교주가 책도 쓰고 머리 쉬고 그럴 데가 필요한데 여기가 딱 좋다, 쓸 수 있게 해달라고 해 열쇠를 넘겨줬다”며 그러다 저한테 계룡으로 오라고 전화가 와서 갔더니 아무도 없고 이만희 혼자 있었다고 했다.

이만희와 김씨는 신천지 행사인 제6회 세계평화 광복 하늘문화 예술체전서 결혼식을 올렸다. 김씨에 따르면 이만희는 당시 본처가 있었고 본처와 이혼한 후 김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김씨에 따르면 이만희는 김씨에게 아들을 낳아달라고 요구하고, 하나님의 씨라는 뜻의 이천종이라는 이름까지 지어놨다.

김씨는 아마 이 얘기를 듣는 사람은 어떻게 저런 비상식적인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할 텐데 이 안에 들어오면 세뇌가 되고 중독된다이만희 교주에 대한 것을 너무 잘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천지 떠나면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뇌와 중독이 무섭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만희와의 관계가 틀어진 이유로 돈을 들었다. 이만희가 4000억원이 필요하다면서 김씨에게 1000억원을 마련해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김남희에게 모든 돈이 흘러 들어간다’ ‘김남희가 신천지 후계자다라는 소문 때문에 억울한 마음을 (이만희가) 풀어주지 않고 1000억원을 요구해 모든 정나미가 떨어져 2017년에 집을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만희 교주는 돈밖에 모르는 고도의 사기꾼이라며 지금 와서 보니 제 돈이 목적이었다. 항상 부부는 네 것 내 것이 없다며 저한테 이거 사라 저거 해라 지시했다. 한쪽은 돈을 모으고 한쪽은 돈을 쓰고 산 것이다. 당시엔 거절할 생각도 못했다. 이만희 교주 말이라면 무조건 복종했다고 폭로했다.

신천지 관계자는 <중앙일보>김남희씨가 신천지를 탈퇴할 때 약 20명의 신천지 사람들이 함께 나갔다. 그들은 대부분 일반 신자가 아니라 나름대로 교회 내 직책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라며 김씨가 신천지 내부자료를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총회서도 김씨의 향후 폭로 행보에 주목하고 있고 법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신도 두고
어디에?

코로나19 사태, 신천지 2인자 김남희의 폭로에도 두문불출하던 이만희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자처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신천지 연수원인 경기 가평군 평화의 궁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말 죄송하다. 뭐라고 사죄 말씀을 드려야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국서 최선의 노력을 했다”며 우리도 즉각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나 정말 면목 없다. 여러분들께 엎드려 사죄를 구하겠다며 취재진 앞에서 큰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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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