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권 ‘비례민주당’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02 10:15:25
  • 호수 12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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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는 꼼수로 막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계획된 수순일까, 불가피한 선택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그동안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 창당에 선을 그어왔던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여론이 심상치 않다. 바로 ‘위성정당 불가피론’이다. <일요시사>는 민주당 내부서 흘러나오는 속칭 ‘비례민주당’ 시나리오에 대해 취재했다.
 

▲ (사진 왼쪽부터)손혜원 무소속 의원,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영길·민병두(더불어민주당) 의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 문제는 정치권을 줄곧 시끄럽게 만들었다. 거대 양당이 실제 위성정당을 만들게 되면 투표의 비례성을 높이려는 제도의 기존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취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너도 나도

‘비례자유한국당’은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군소정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위장계열사’ ‘떴다방’ ‘괴뢰정부’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당명에 ‘비례’라는 단어의 사용을 불허하자 ‘미래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지난 5일에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을 당 대표로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황교안 대표는 ”미래한국당 창당은 무너지는 나라를 살리기 위한 자유민주세력의 고육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관위는 지난 13일 미래한국당의 정식 등록을 허용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예상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던 참이었다. 통합당이 현재의 113석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을 합한 의석이 140석 이상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정설처럼 떠돌았다. 일각에선 두 정당을 합쳐 과반인 150석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 내부에서는 공포가 확산됐다. 비례민주당(가칭) ‘불가피론’이 그 증거다. 통합당과의 대결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비례민주당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선거법 통과 후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결국에는 비례민주당을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큰 힘을 받지는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분명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비례민주당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친문(친 문재인)인 손혜원 의원의 발언 직후 비례민주당에 대한 관심은 들불처럼 번졌다.

앞서 지난 20일 손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손혜원TV’을 통해, 민주당 주도가 아닌 친여 성향의 원외세력이 모여 창당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려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의 발언까지 더해졌다. 그는 지난 2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장기적으로 보면 원칙의 정치가 꼼수 정치를 이긴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민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만약 그런 비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논란이 되자 그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꼼수 중의 꼼수”라며 “민주당도 원칙대로 가는 게 맞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원내1당 뻿기면…탄핵론 공포
‘불가피론’ 고개 속 총대는 누가?

정치권은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그림을 예상해왔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새벽, 자신의 SNS에 “꿈꾸는 자를 참칭하는 자들이 판치는 정치판을 한 번쯤은 바꾸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해당 게시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정 전 의원이나 손 의원이 구심점이 돼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다. 

한 번 옮겨 붙은 불씨는 크게 확전되는 추세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위성정당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데 이어 같은 당 민병두 의원도 가세해 ‘민병대’ 주도의 위성정당 창당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손 의원, 민 의원 등이 주장하는 내용의 요지는 민주당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형태가 아닌, 친여 성향의 원외세력이 모여 위성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 의원이 위성정당을 언급하며 ‘민병대’라는 표현을 꺼낸 이유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당 차원의 위성정당 창당에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원외세력이 주도하는 창당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의병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있겠느냐”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위성정당 창당 시나리오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고한석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4일 창당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민주당 내 청년 조직인 ‘전국청년당’을 아예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안이다. 원외세력 주도 창당은 금전적·물리적 한계가 있으니 당내 조직을 활용하자는 얘기다.

민주당은 최근 전국청년위원회를 전국청년당이라는 이름으로 개편했다. 

고 전 부원장은 “(다른 식으로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정의당 등 군소 진보정당들의 극렬한 반발이 예상돼 차기 국회서 ‘연합 정치’가 어려워진다”며 “청년민주당(가칭)이 명분과 현실성이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장경태 청년위원장은 청년 당원 중 일부가 자발적으로 “청년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전국청년당 조직을 청년민주당으로 만들거나 개편하는 일은 논의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위기감↑


위성정당 창당 여론은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감과 비례한다. 최근 통합당서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는 ‘탄핵론’에 대한 위기감이다. 통합당은 민주당으로부터 원내 1당을 빼앗은 뒤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과 윤 전 실장,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에 모여 문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한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를 한 목소리로 비판한 일은,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감이 결코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구 봉쇄’ 조치” 홍익표의 말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지난 2018년 8월부터 맡고 있던 당 수석대변인직을 내려놨다.

대구·경북(TK) 지역에 대한 ‘봉쇄 조치’ 발언이 논란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서 봉쇄라는 단어를 써가며 코로나19 확산 저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봉쇄라는 표현이 중국 우한 봉쇄처럼 TK 지역 사람들의 이동을 전면 봉쇄한다는 뜻으로 해석돼 파장을 낳았다.

논란이 커지자 홍 의원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도 나서 표현이 부적절했다고 사과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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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