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권 ‘비례민주당’ 시나리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02 10:15:25
  • 호수 12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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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수는 꼼수로 막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계획된 수순일까, 불가피한 선택일까, 아니면 둘 다일까. 그동안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 창당에 선을 그어왔던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여론이 심상치 않다. 바로 ‘위성정당 불가피론’이다. <일요시사>는 민주당 내부서 흘러나오는 속칭 ‘비례민주당’ 시나리오에 대해 취재했다.
 

▲ (사진 왼쪽부터)손혜원 무소속 의원,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송영길·민병두(더불어민주당) 의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 창당 문제는 정치권을 줄곧 시끄럽게 만들었다. 거대 양당이 실제 위성정당을 만들게 되면 투표의 비례성을 높이려는 제도의 기존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취지는 오래가지 못했다.

너도 나도

‘비례자유한국당’은 지난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창당준비위원회 결성을 신고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군소정당은 즉각 비판에 나섰다. ‘위장계열사’ ‘떴다방’ ‘괴뢰정부’ 등 자극적인 단어들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관위가 당명에 ‘비례’라는 단어의 사용을 불허하자 ‘미래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꿨다. 지난 5일에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의원을 당 대표로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황교안 대표는 ”미래한국당 창당은 무너지는 나라를 살리기 위한 자유민주세력의 고육지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관위는 지난 13일 미래한국당의 정식 등록을 허용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위기감을 증폭시키는 예상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던 참이었다. 통합당이 현재의 113석을 유지한다는 전제로, 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을 합한 의석이 140석 이상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이 정설처럼 떠돌았다. 일각에선 두 정당을 합쳐 과반인 150석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내놨다.

총선이 다가올수록 민주당 내부에서는 공포가 확산됐다. 비례민주당(가칭) ‘불가피론’이 그 증거다. 통합당과의 대결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비례민주당을 출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핵심이다.

선거법 통과 후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결국에는 비례민주당을 만들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지만, 큰 힘을 받지는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분명하게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비례민주당은 정치권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친문(친 문재인)인 손혜원 의원의 발언 직후 비례민주당에 대한 관심은 들불처럼 번졌다.

앞서 지난 20일 손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손혜원TV’을 통해, 민주당 주도가 아닌 친여 성향의 원외세력이 모여 창당하는 일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려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의 발언까지 더해졌다. 그는 지난 21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서 “장기적으로 보면 원칙의 정치가 꼼수 정치를 이긴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선거에선 민심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만약 그런 비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판단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논란이 되자 그는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은 꼼수 중의 꼼수”라며 “민주당도 원칙대로 가는 게 맞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원내1당 뻿기면…탄핵론 공포
‘불가피론’ 고개 속 총대는 누가?

정치권은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이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그림을 예상해왔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5일 새벽, 자신의 SNS에 “꿈꾸는 자를 참칭하는 자들이 판치는 정치판을 한 번쯤은 바꾸는 게 맞을 것 같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해당 게시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은 “정 전 의원이나 손 의원이 구심점이 돼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정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다. 

한 번 옮겨 붙은 불씨는 크게 확전되는 추세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위성정당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데 이어 같은 당 민병두 의원도 가세해 ‘민병대’ 주도의 위성정당 창당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

손 의원, 민 의원 등이 주장하는 내용의 요지는 민주당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형태가 아닌, 친여 성향의 원외세력이 모여 위성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 의원이 위성정당을 언급하며 ‘민병대’라는 표현을 꺼낸 이유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당 차원의 위성정당 창당에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원외세력이 주도하는 창당을 막을 도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의병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있겠느냐”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위성정당 창당 시나리오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고한석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24일 창당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민주당 내 청년 조직인 ‘전국청년당’을 아예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안이다. 원외세력 주도 창당은 금전적·물리적 한계가 있으니 당내 조직을 활용하자는 얘기다.

민주당은 최근 전국청년위원회를 전국청년당이라는 이름으로 개편했다. 

고 전 부원장은 “(다른 식으로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정의당 등 군소 진보정당들의 극렬한 반발이 예상돼 차기 국회서 ‘연합 정치’가 어려워진다”며 “청년민주당(가칭)이 명분과 현실성이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장경태 청년위원장은 청년 당원 중 일부가 자발적으로 “청년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전국청년당 조직을 청년민주당으로 만들거나 개편하는 일은 논의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위기감↑


위성정당 창당 여론은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감과 비례한다. 최근 통합당서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는 ‘탄핵론’에 대한 위기감이다. 통합당은 민주당으로부터 원내 1당을 빼앗은 뒤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과 윤 전 실장,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국회 정론관에 모여 문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한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를 한 목소리로 비판한 일은, 민주당이 느끼는 위기감이 결코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구 봉쇄’ 조치” 홍익표의 말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이 지난 2018년 8월부터 맡고 있던 당 수석대변인직을 내려놨다.

대구·경북(TK) 지역에 대한 ‘봉쇄 조치’ 발언이 논란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그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서 봉쇄라는 단어를 써가며 코로나19 확산 저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봉쇄라는 표현이 중국 우한 봉쇄처럼 TK 지역 사람들의 이동을 전면 봉쇄한다는 뜻으로 해석돼 파장을 낳았다.

논란이 커지자 홍 의원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도 나서 표현이 부적절했다고 사과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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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