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 ‘풍전등화’ 재계는 지금…

‘올스톱’ 대한민국 경제도 비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재계에 ‘신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일요시사>는 코로나19 급증 이후 크고 작은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 공항검역대에 설치된 코로나19 방역 시스템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재계는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변경과 재택근무가 대표적이다. 한정된 공간에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때를 피해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보통 출퇴근 시간 변경은 1시간 정도 시차를 둔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기준으로 한다면 출근 시간을 오전 8시나 오전 10시로 변경하는 것이다. 퇴근 시간 역시 1시간씩 늦은 오후 5시 혹은 오후 8시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서 벗어나 감염 가능성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재택근무]

SK그룹은 서울 서린동 SK 본사와 을지로 T타워에 입주한 계열사 임직원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미뤘다. 공공기관도 이에 동참한다. 서울시는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 출퇴근 시간을 오전 10시와 오후 7시로 각각 늦췄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출퇴근 시간이 비슷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다”며 “불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퇴근 시간이 조정되면서 사람들과 조금이나마 거리를 둘 수 있어 이전보다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로 전환한 기업들도 눈에 띤다. 대표적으로 삼성과 LG, 현대자동차그룹이 있다. 삼성은 계열사 내 임산부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LG그룹은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보살펴야 하는 직원과 임산부 직원에게 시한을 두지 않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은 임산부와 기저질환자 등 면역력이 취약한 이들 중 희망자에 한해 진행했다.

반면 규모가 작은 회사에선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도 있다.

한 중소기업 근무자는 “사무실 근처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다”며 “재택근무가 충분히 가능한 업종인데 굳이 회사로 나와 출근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업장 폐쇄]

아예 사업장을 폐쇄하는 곳들도 있다. LS그룹은 서울 용산 LS타워서 근무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정 판정을 받아 건물을 폐쇄했다. SK텔레콤도 본사 직원이 1차 검진서 양성 판정을 받아 서울 중구 T타워의 문을 닫았다. 하나투어도 코로나19 의심 직원이 발생해 서울 종로구 본사 건물을 임시 폐쇄했다.
 

업계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업장을 폐쇄하고 방역처리를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추가 확진자가 증가하는 만큼 몇 차례 폐쇄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회사 차원서 입는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인 대구와 경북에는 산업통상자원부서 지원에 나선다. 성윤모 산자부장관은 지난달 26일 “산업단지 입주 기업 원자재, 부품 수급 문제 등 애로사항을 유관기관 지원책을 활용해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적 확산 완전 차단 어려움
선제적 대응에도…여전히 불안

코로나19 여파는 구조조정 바람을 불게 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점치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0일부터 명예퇴직을 받았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 직원들이다. 명예퇴직 결정은 2014년 이후 처음이었는데 규모만 2600명에 달한다.

에쓰오일도 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추진할 계획이다. 모기업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는데 최근 사우디 아람코는 실적 악화와 유가 하락 등으로 타격을 입었다.

항공업계는 더욱 심각하다. 앞서 일본 불매 운동이 노선 감소로 이어지면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임금 삭감과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항공업계 전체를 덮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주주총회]

코로나19 여파는 주주총회까지 퍼졌다. 주주들의 참여가 쉽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 기업들이 의결정족수 확보에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한 부담이 컸다. 재무제표 승인 안건도 불투명했다. 대부분 기업이 결산을 12월로 두고 있어 이번 달 31일까지는 주총을 열어야 했다.

주총서 재무제표가 승인되지 못할 경우 상법,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넘길 때는 한국거래소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위험에 저촉될 수 있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 등은 재무제표(연결 포함)와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지연 제출할 경우 회사와 감사인에 대한 행정제재를 면제하기로 했다.

원활한 업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과 감사인은 오는 18일까지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달 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기준은 회사 결산일이 지난해 12월31일이어야 하고, 주요 사업장이 중국이나 국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에 있어야 한다. 동시에 해당 지역서 중요한 영업을 영위해야 한다. 또 재무제표 작성, 외부감사 지연이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경우여야 해당된다. 감사인은 코로나19 또는 방역으로 사무실이 폐쇄돼 외부감사를 정해진 기한 내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여야 한다.

금융위는 이를 신청하지 않은 기업 등이 사업보고서를 미제출하거나 지연할 경우 개별 심사를 통해 제재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제재 면제 대상에 해당된 기업은 1분기 보고서 제출기한인 오는 5월15일까지 사업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공개채용]


기업들의 신입사원 공개채용 일정도 영향을 받았다. 통상 3월 초부터 상반기 채용 일정이 진행되는 점과 코로나19 확산 속도 등을 미뤄봤을 때, 일정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1일 3급 대졸 신입사원 공채서 가산점을 획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를 연기했다. LG그룹 역시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채용 설명회를 취소했다. 신입사원 공채 일정은 4월 이후로 미룰 전망이다.

SK그룹도 공채 일정을 작년에 비해 2주가량 늦췄다. GS그룹과 CJ그룹은 채용 일정을 상황에 따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별로 채용 일정 연기를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채용 일정을 미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다면 계획이 다시 변경될 수 있다”며 “공채가 시작되면 전국 각지서 취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모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속 폐쇄…일손이 없다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구직자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4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1%는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구직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불안한 이유로 채용 연기(25.8%), 채용 전형 중단(24.2%), 채용 규모 감소(21.7%) 등이 꼽혔다.
 

▲ 현대자동차 코로나 선별진료소

각종 시험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영어능력 평가시험 토익 정기시험은 전면 취소됐다. 영어시험 텝스 역시 오는 7일로 예정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결국 취소됐다.

인사혁신처도 지난달 29일 예정이었던 2020년 국가공무원 5급 공채(행정고시)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 1차 시험(외무고시),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선발 필기시험을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나홀로 호황]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외출을 자제하면서 업계 전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피해를 보고 있는 업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 간담회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물 경제 위축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충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가장 크게 위축된 것은 소비다. 관광, 음식·숙박,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1분기에 충격이 상당 부분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대로 비대면 산업 등 ‘찜찜한’ 호황을 맞은 업계도 있다. 온라인쇼핑과 택배, 배달 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집 밖을 나서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홈코노미(주로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이들의 소비)’를 가능하게 만든 기술 발전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배달의민족’은 일주일 만에(지난달 17∼23일) 주문 건수가 4.6% 증가했고,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는 전주 대비 9% 늘어났다. ‘요기요는’ 지난달 1∼23일 동안 주말 전체 평균 주문 건수가 지난달에 비해 17%가량 올랐다.

이면도 있다. 업무량 폭증으로 택배나 배달 노동자들은 하루에 수백명과 마주치는 만큼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동네 구석구석을 책임지는 이들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사태는 꽤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 27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택배·배달 노동 분야서 코로나19 예방과 확산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조차 찾아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온라인 주문이 더욱 증가했는데, 물품을 전달하는 이들도, 받는 이들도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 마스크 지급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노동자 개인 책임으로 전가되기 일쑤”라며 “배송 차량 방역이나 배송 확인용 단말기 소독도 기대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급휴가? 무급휴가?

코로나19로 입원되거나 격리되는 경우 감염병예방법 41조2항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사업주가 국가로부터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 받는다면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해당 유급휴가를 사유로 사업주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때는 가능하다.

고용노동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유급 병가에 관련 규정이 있다면 이를 권고한다.

별도 규정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사업장은 대체로 권고를 따르지만 5인 미만 영세한 사업장은 사실상 사업주의 자의적 판단에 따르는 게 현실이다.

개원 또는 개학 연기로 아이나 학생들을 돌봐야 하는 근로자들은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있다. 근로자 가족이 질병, 사고에 처해 있거나 자녀 양육을 위해서라면 연간 최대 10일을 쓸 수 있다.

가족돌봄휴가는 무급이지만 정부는 휴가 사용 장려를 위해 유급 휴가 전환을 검토 중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달 27일 “가족 돌봄 휴가 유급제가 실시된다면 코로나19 발생 후 어린이집·유치원·학교의 휴원·휴교로 인해 자녀 돌봄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맞벌이 부부 등 양육자들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