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 ‘풍전등화’ 재계는 지금…

‘올스톱’ 대한민국 경제도 비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재계에 ‘신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일요시사>는 코로나19 급증 이후 크고 작은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 공항검역대에 설치된 코로나19 방역 시스템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재계는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변경과 재택근무가 대표적이다. 한정된 공간에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때를 피해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보통 출퇴근 시간 변경은 1시간 정도 시차를 둔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기준으로 한다면 출근 시간을 오전 8시나 오전 10시로 변경하는 것이다. 퇴근 시간 역시 1시간씩 늦은 오후 5시 혹은 오후 8시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서 벗어나 감염 가능성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재택근무]

SK그룹은 서울 서린동 SK 본사와 을지로 T타워에 입주한 계열사 임직원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미뤘다. 공공기관도 이에 동참한다. 서울시는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 출퇴근 시간을 오전 10시와 오후 7시로 각각 늦췄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출퇴근 시간이 비슷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다”며 “불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퇴근 시간이 조정되면서 사람들과 조금이나마 거리를 둘 수 있어 이전보다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로 전환한 기업들도 눈에 띤다. 대표적으로 삼성과 LG, 현대자동차그룹이 있다. 삼성은 계열사 내 임산부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LG그룹은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보살펴야 하는 직원과 임산부 직원에게 시한을 두지 않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은 임산부와 기저질환자 등 면역력이 취약한 이들 중 희망자에 한해 진행했다.

반면 규모가 작은 회사에선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도 있다.

한 중소기업 근무자는 “사무실 근처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다”며 “재택근무가 충분히 가능한 업종인데 굳이 회사로 나와 출근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업장 폐쇄]

아예 사업장을 폐쇄하는 곳들도 있다. LS그룹은 서울 용산 LS타워서 근무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정 판정을 받아 건물을 폐쇄했다. SK텔레콤도 본사 직원이 1차 검진서 양성 판정을 받아 서울 중구 T타워의 문을 닫았다. 하나투어도 코로나19 의심 직원이 발생해 서울 종로구 본사 건물을 임시 폐쇄했다.
 

업계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업장을 폐쇄하고 방역처리를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추가 확진자가 증가하는 만큼 몇 차례 폐쇄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회사 차원서 입는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인 대구와 경북에는 산업통상자원부서 지원에 나선다. 성윤모 산자부장관은 지난달 26일 “산업단지 입주 기업 원자재, 부품 수급 문제 등 애로사항을 유관기관 지원책을 활용해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적 확산 완전 차단 어려움
선제적 대응에도…여전히 불안

코로나19 여파는 구조조정 바람을 불게 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점치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0일부터 명예퇴직을 받았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 직원들이다. 명예퇴직 결정은 2014년 이후 처음이었는데 규모만 2600명에 달한다.

에쓰오일도 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추진할 계획이다. 모기업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는데 최근 사우디 아람코는 실적 악화와 유가 하락 등으로 타격을 입었다.

항공업계는 더욱 심각하다. 앞서 일본 불매 운동이 노선 감소로 이어지면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임금 삭감과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항공업계 전체를 덮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주주총회]

코로나19 여파는 주주총회까지 퍼졌다. 주주들의 참여가 쉽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 기업들이 의결정족수 확보에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한 부담이 컸다. 재무제표 승인 안건도 불투명했다. 대부분 기업이 결산을 12월로 두고 있어 이번 달 31일까지는 주총을 열어야 했다.

주총서 재무제표가 승인되지 못할 경우 상법,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넘길 때는 한국거래소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위험에 저촉될 수 있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 등은 재무제표(연결 포함)와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지연 제출할 경우 회사와 감사인에 대한 행정제재를 면제하기로 했다.

원활한 업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과 감사인은 오는 18일까지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달 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기준은 회사 결산일이 지난해 12월31일이어야 하고, 주요 사업장이 중국이나 국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에 있어야 한다. 동시에 해당 지역서 중요한 영업을 영위해야 한다. 또 재무제표 작성, 외부감사 지연이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경우여야 해당된다. 감사인은 코로나19 또는 방역으로 사무실이 폐쇄돼 외부감사를 정해진 기한 내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여야 한다.

금융위는 이를 신청하지 않은 기업 등이 사업보고서를 미제출하거나 지연할 경우 개별 심사를 통해 제재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제재 면제 대상에 해당된 기업은 1분기 보고서 제출기한인 오는 5월15일까지 사업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공개채용]

기업들의 신입사원 공개채용 일정도 영향을 받았다. 통상 3월 초부터 상반기 채용 일정이 진행되는 점과 코로나19 확산 속도 등을 미뤄봤을 때, 일정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1일 3급 대졸 신입사원 공채서 가산점을 획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를 연기했다. LG그룹 역시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채용 설명회를 취소했다. 신입사원 공채 일정은 4월 이후로 미룰 전망이다.

SK그룹도 공채 일정을 작년에 비해 2주가량 늦췄다. GS그룹과 CJ그룹은 채용 일정을 상황에 따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별로 채용 일정 연기를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채용 일정을 미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다면 계획이 다시 변경될 수 있다”며 “공채가 시작되면 전국 각지서 취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모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속 폐쇄…일손이 없다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구직자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4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1%는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구직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불안한 이유로 채용 연기(25.8%), 채용 전형 중단(24.2%), 채용 규모 감소(21.7%) 등이 꼽혔다.
 

▲ 현대자동차 코로나 선별진료소

각종 시험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영어능력 평가시험 토익 정기시험은 전면 취소됐다. 영어시험 텝스 역시 오는 7일로 예정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결국 취소됐다.

인사혁신처도 지난달 29일 예정이었던 2020년 국가공무원 5급 공채(행정고시)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 1차 시험(외무고시),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선발 필기시험을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나홀로 호황]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외출을 자제하면서 업계 전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피해를 보고 있는 업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 간담회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물 경제 위축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충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가장 크게 위축된 것은 소비다. 관광, 음식·숙박,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1분기에 충격이 상당 부분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대로 비대면 산업 등 ‘찜찜한’ 호황을 맞은 업계도 있다. 온라인쇼핑과 택배, 배달 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집 밖을 나서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홈코노미(주로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이들의 소비)’를 가능하게 만든 기술 발전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배달의민족’은 일주일 만에(지난달 17∼23일) 주문 건수가 4.6% 증가했고,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는 전주 대비 9% 늘어났다. ‘요기요는’ 지난달 1∼23일 동안 주말 전체 평균 주문 건수가 지난달에 비해 17%가량 올랐다.

이면도 있다. 업무량 폭증으로 택배나 배달 노동자들은 하루에 수백명과 마주치는 만큼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동네 구석구석을 책임지는 이들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사태는 꽤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 27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택배·배달 노동 분야서 코로나19 예방과 확산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조차 찾아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온라인 주문이 더욱 증가했는데, 물품을 전달하는 이들도, 받는 이들도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 마스크 지급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노동자 개인 책임으로 전가되기 일쑤”라며 “배송 차량 방역이나 배송 확인용 단말기 소독도 기대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급휴가? 무급휴가?

코로나19로 입원되거나 격리되는 경우 감염병예방법 41조2항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사업주가 국가로부터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 받는다면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해당 유급휴가를 사유로 사업주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때는 가능하다.

고용노동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유급 병가에 관련 규정이 있다면 이를 권고한다.

별도 규정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사업장은 대체로 권고를 따르지만 5인 미만 영세한 사업장은 사실상 사업주의 자의적 판단에 따르는 게 현실이다.

개원 또는 개학 연기로 아이나 학생들을 돌봐야 하는 근로자들은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있다. 근로자 가족이 질병, 사고에 처해 있거나 자녀 양육을 위해서라면 연간 최대 10일을 쓸 수 있다.

가족돌봄휴가는 무급이지만 정부는 휴가 사용 장려를 위해 유급 휴가 전환을 검토 중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달 27일 “가족 돌봄 휴가 유급제가 실시된다면 코로나19 발생 후 어린이집·유치원·학교의 휴원·휴교로 인해 자녀 돌봄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맞벌이 부부 등 양육자들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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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