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공포> ‘풍전등화’ 재계는 지금…

‘올스톱’ 대한민국 경제도 비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재계에 ‘신 풍속도’가 그려지고 있다.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일요시사>는 코로나19 급증 이후 크고 작은 변화에 대해 살펴봤다.
 

▲ 공항검역대에 설치된 코로나19 방역 시스템 ⓒ사진공동취재단

코로나19 피해 최소화를 위해 재계는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다. 출퇴근 시간 변경과 재택근무가 대표적이다. 한정된 공간에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때를 피해 감염 가능성을 낮추는 방법이다.

보통 출퇴근 시간 변경은 1시간 정도 시차를 둔다.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을 기준으로 한다면 출근 시간을 오전 8시나 오전 10시로 변경하는 것이다. 퇴근 시간 역시 1시간씩 늦은 오후 5시 혹은 오후 8시다. 혼잡한 출퇴근 시간서 벗어나 감염 가능성을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재택근무]

SK그룹은 서울 서린동 SK 본사와 을지로 T타워에 입주한 계열사 임직원 출근 시간을 오전 10시로 미뤘다. 공공기관도 이에 동참한다. 서울시는 공무원과 산하기관 직원 출퇴근 시간을 오전 10시와 오후 7시로 각각 늦췄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출퇴근 시간이 비슷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다”며 “불안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출퇴근 시간이 조정되면서 사람들과 조금이나마 거리를 둘 수 있어 이전보다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로 전환한 기업들도 눈에 띤다. 대표적으로 삼성과 LG, 현대자동차그룹이 있다. 삼성은 계열사 내 임산부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LG그룹은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보살펴야 하는 직원과 임산부 직원에게 시한을 두지 않고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그룹은 임산부와 기저질환자 등 면역력이 취약한 이들 중 희망자에 한해 진행했다.

반면 규모가 작은 회사에선 ‘그림의 떡’이라는 불만도 있다.

한 중소기업 근무자는 “사무실 근처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다”며 “재택근무가 충분히 가능한 업종인데 굳이 회사로 나와 출근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사업장 폐쇄]

아예 사업장을 폐쇄하는 곳들도 있다. LS그룹은 서울 용산 LS타워서 근무하는 직원이 코로나19 확정 판정을 받아 건물을 폐쇄했다. SK텔레콤도 본사 직원이 1차 검진서 양성 판정을 받아 서울 중구 T타워의 문을 닫았다. 하나투어도 코로나19 의심 직원이 발생해 서울 종로구 본사 건물을 임시 폐쇄했다.
 

업계 관계자는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업장을 폐쇄하고 방역처리를 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추가 확진자가 증가하는 만큼 몇 차례 폐쇄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만큼 회사 차원서 입는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지역인 대구와 경북에는 산업통상자원부서 지원에 나선다. 성윤모 산자부장관은 지난달 26일 “산업단지 입주 기업 원자재, 부품 수급 문제 등 애로사항을 유관기관 지원책을 활용해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적 확산 완전 차단 어려움
선제적 대응에도…여전히 불안

코로나19 여파는 구조조정 바람을 불게 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를 점치면서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0일부터 명예퇴직을 받았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 직원들이다. 명예퇴직 결정은 2014년 이후 처음이었는데 규모만 2600명에 달한다.

에쓰오일도 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추진할 계획이다. 모기업 상황이 배경으로 작용했는데 최근 사우디 아람코는 실적 악화와 유가 하락 등으로 타격을 입었다.

항공업계는 더욱 심각하다. 앞서 일본 불매 운동이 노선 감소로 이어지면서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임금 삭감과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항공업계 전체를 덮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주주총회]

코로나19 여파는 주주총회까지 퍼졌다. 주주들의 참여가 쉽지 않은 가운데 대부분 기업들이 의결정족수 확보에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한 부담이 컸다. 재무제표 승인 안건도 불투명했다. 대부분 기업이 결산을 12월로 두고 있어 이번 달 31일까지는 주총을 열어야 했다.

주총서 재무제표가 승인되지 못할 경우 상법,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위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업보고서 제출 기한을 넘길 때는 한국거래소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위험에 저촉될 수 있다.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불거진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법무부는 지난달 26일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금융위 등은 재무제표(연결 포함)와 감사보고서,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거나 지연 제출할 경우 회사와 감사인에 대한 행정제재를 면제하기로 했다.

원활한 업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과 감사인은 오는 18일까지 금융감독원과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증권선물위원회가 이달 말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기준은 회사 결산일이 지난해 12월31일이어야 하고, 주요 사업장이 중국이나 국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에 있어야 한다. 동시에 해당 지역서 중요한 영업을 영위해야 한다. 또 재무제표 작성, 외부감사 지연이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경우여야 해당된다. 감사인은 코로나19 또는 방역으로 사무실이 폐쇄돼 외부감사를 정해진 기한 내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여야 한다.

금융위는 이를 신청하지 않은 기업 등이 사업보고서를 미제출하거나 지연할 경우 개별 심사를 통해 제재 수준을 결정할 방침이다. 제재 면제 대상에 해당된 기업은 1분기 보고서 제출기한인 오는 5월15일까지 사업보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공개채용]


기업들의 신입사원 공개채용 일정도 영향을 받았다. 통상 3월 초부터 상반기 채용 일정이 진행되는 점과 코로나19 확산 속도 등을 미뤄봤을 때, 일정 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1일 3급 대졸 신입사원 공채서 가산점을 획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역량 테스트를 연기했다. LG그룹 역시 이공계 석·박사 유학생 채용 설명회를 취소했다. 신입사원 공채 일정은 4월 이후로 미룰 전망이다.

SK그룹도 공채 일정을 작년에 비해 2주가량 늦췄다. GS그룹과 CJ그룹은 채용 일정을 상황에 따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별로 채용 일정 연기를 검토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채용 일정을 미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된다면 계획이 다시 변경될 수 있다”며 “공채가 시작되면 전국 각지서 취직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모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속 폐쇄…일손이 없다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구직자들은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44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1%는 ‘코로나19 여파로 상반기 구직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불안한 이유로 채용 연기(25.8%), 채용 전형 중단(24.2%), 채용 규모 감소(21.7%) 등이 꼽혔다.
 

▲ 현대자동차 코로나 선별진료소

각종 시험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열릴 예정이었던 영어능력 평가시험 토익 정기시험은 전면 취소됐다. 영어시험 텝스 역시 오는 7일로 예정됐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결국 취소됐다.

인사혁신처도 지난달 29일 예정이었던 2020년 국가공무원 5급 공채(행정고시) 및 외교관 후보자 선발 1차 시험(외무고시), 지역인재 7급 수습직원 선발 필기시험을 잠정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나홀로 호황]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외출을 자제하면서 업계 전체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피해를 보고 있는 업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기자 간담회서 “코로나19 영향으로 실물 경제 위축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과거 어느 때보다 충격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가장 크게 위축된 것은 소비다. 관광, 음식·숙박, 도소매업 등 서비스업이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며 “1분기에 충격이 상당 부분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대로 비대면 산업 등 ‘찜찜한’ 호황을 맞은 업계도 있다. 온라인쇼핑과 택배, 배달 업체 등이 대표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집 밖을 나서지 않는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홈코노미(주로 집에서 여가를 보내는 이들의 소비)’를 가능하게 만든 기술 발전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배달의민족’은 일주일 만에(지난달 17∼23일) 주문 건수가 4.6% 증가했고,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는 전주 대비 9% 늘어났다. ‘요기요는’ 지난달 1∼23일 동안 주말 전체 평균 주문 건수가 지난달에 비해 17%가량 올랐다.

이면도 있다. 업무량 폭증으로 택배나 배달 노동자들은 하루에 수백명과 마주치는 만큼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동네 구석구석을 책임지는 이들 중 확진자가 발생하면 사태는 꽤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배달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지난달 27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택배·배달 노동 분야서 코로나19 예방과 확산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조차 찾아보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온라인 주문이 더욱 증가했는데, 물품을 전달하는 이들도, 받는 이들도 무엇을 어찌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 마스크 지급 정도에 그치고 나머지는 노동자 개인 책임으로 전가되기 일쑤”라며 “배송 차량 방역이나 배송 확인용 단말기 소독도 기대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급휴가? 무급휴가?

코로나19로 입원되거나 격리되는 경우 감염병예방법 41조2항에 따라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줄 수 있다. 의무사항은 아니다.

다만 사업주가 국가로부터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 받는다면 근로자에게 유급휴가를 줘야 한다.

해당 유급휴가를 사유로 사업주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때는 가능하다.

고용노동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유급 병가에 관련 규정이 있다면 이를 권고한다.

별도 규정이 없더라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사업장은 대체로 권고를 따르지만 5인 미만 영세한 사업장은 사실상 사업주의 자의적 판단에 따르는 게 현실이다.

개원 또는 개학 연기로 아이나 학생들을 돌봐야 하는 근로자들은 가족돌봄휴가를 쓸 수 있다. 근로자 가족이 질병, 사고에 처해 있거나 자녀 양육을 위해서라면 연간 최대 10일을 쓸 수 있다.

가족돌봄휴가는 무급이지만 정부는 휴가 사용 장려를 위해 유급 휴가 전환을 검토 중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난달 27일 “가족 돌봄 휴가 유급제가 실시된다면 코로나19 발생 후 어린이집·유치원·학교의 휴원·휴교로 인해 자녀 돌봄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맞벌이 부부 등 양육자들이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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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