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VS 검찰 휴전의 이면

그래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외 모든 이슈는 코로나19에 잠식됐다. 정부 또한 모든 행정력을 코로나19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8일까지 30명대를 유지했던 확진환자 수는 31번 환자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일 확진환자 수가 100200명 수준으로 늘었으며 사망자도 계속 나오고 있다.

확 번진
전염병에

정치·경제·사회·문화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의 이슈가 사라졌다. 시민들의 관심은 확진환자 수의 증감과 마스크 가격에 집중됐다. 확진환자 수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대구·경북의 경우 도시가 초토화되면서 말 그대로 생존1순위로 떠올랐다.

확진환자 수가 정체기에 접어들던 무렵 살짝 고개를 내밀었던 갈등은 뒷전이 됐다. 시민들의 관심사가 코로나19에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총선을 두 달 앞둔 정치권마저도 숨을 죽이고 있다.

윤석열 총장의 취임과 함께 불거진 검찰발 갈등도 마찬가지다. 윤 총장은 지난해 725일 문재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박근혜정부서 좌천됐다 특검과 함께 돌아온 그는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 법 집행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과 불법자금 수수, 시장교란 반칙행위를 공정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치권의 불법행위가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윤 총장의 존재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등장과 함께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해 8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후보자로 지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모펀드, 웅동학원 위장소송, 동생 부부 위장이혼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윤, 취임 이후 계속 대치 중
전염병 창궐로 강제 소강상태

가족 논란도 더해졌다. 딸 조모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당시 장학금 논란, 한영외고 재학 당시 논문 논란 등이 거푸 불거졌다. 특히 조씨를 둘러싼 입시 논란은 교육문제에 민감한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면서 정치권을 조국 정국으로 몰고 갔다.

윤 총장 체제의 검찰은 조 전 장관 의혹과 관련된 곳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조국 정국에 뛰어들었다.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수사의 시작이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해 96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사흘 뒤인 지난해 99일 문 대통령이 조 전 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지만 현직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어졌다. 조국 장관의 법무부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안을 쏟아내면서 장외 대결로 번졌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나경식 기자

이 과정서 문 대통령이 검찰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지난해 927일 문 대통령은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압박에도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멈추지 않았고, 검찰의 칼끝은 조금씩 청와대로 향했다. 결국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말을 남기고 지난해 1014일 전격 사퇴했다.

조 전 장관의 사퇴로 잠잠해지나 싶던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불붙었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또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했다. 동시에 서울동부지검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법무부가 검찰 내 직접수사 부서 축소를 추진하자 검찰은 부정부패 수사 역량이 줄어든다며 반발하는 식이다. 문재인정부서 임기 초부터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법안을 두고도 검찰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갈등도
수면 아래

조 전 장관에 이어 지난 12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하면서 갈등 수위가 높아졌다. 추 장관은 검찰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추 장관이 인사권으로 압박을 가하면 검찰은 기소권으로 맞선 모양새다. 실제 추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검찰 고위간부 인사, 직제개편 등으로 검찰 힘빼기에 돌입했다.

추 장관이 취임 엿새 만인 18일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윤 총장의 수족이 전부 잘려 나갔다. 일각에선 “윤석열 사단의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조 전 장관 가족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을 맡고 있던 한동훈 검사장, 박찬호 검사장 등이 대거 지방으로 전보됐다.

또 법무부는 지난 113일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고 민생사건 수사와 공소유지에 집중하기 위해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28일 정부는 직접수사 부서 13곳을 형사부·공판부로 전환하는 검찰직제 개편 개정안을 공포하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기소를 두고도 검찰과 법무부는 강하게 충돌했다. 최 비서관은 법무법인 청맥의 변호사로 일하던 201710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 123일 최 비서관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법무부는 검찰의 기소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크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최 비서관 기소와 관련된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감찰을 시사했다.

대검은 최 비서관의 기소는 적벌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 사무를 총괄하고 전체 검찰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따라 기소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 과정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의 최 비서관 기소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팀에선 최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이 지검장이 결재하지 않았고, 윤 총장의 직접 지시에도 불구하고 끝내 따르지 않은 것.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내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온 이 지검장은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다.

129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 관련자들 기소 과정서도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이 맞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언제 터질지
일촉즉발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이 주재한 간부회의서 사실상 기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문 수사자문단 등 협의체에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 판단을 맡겨보자는 의견을 냈다. 전날 추 장관이 합리적인 사건 처리와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검찰 내·외부의 협의체를 활용하라는 취지의 당부와 같은 맥락이다.

추 장관이 지난달 1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서 언급한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은 또 다른 갈등의 시발점으로 떠올랐다. 추 장관은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회의도 소집했다. 강금실 전 장관 이후 17년 만에 장관 주재 검사장회의가 예고됐다.

윤 총장과 일선 검사들은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윤 총장은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13일 부산지검서 수사는 소추(기소)에 복무하는 개념이고 소추와 재판을 준비하는 게 검사의 일이라며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일선 검사들의 의견도 연이어 올라왔다. 추 장관은 지난달 19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검찰이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해 조직적인 반발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국민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는 개혁의 방향이 옳다고 말했다.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두고 전국 검사장회의서 검찰과 법무부의 강한 충돌이 예상됐다. 당초 검사장회의에서는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법안 관련 하위법령 제정 검찰수사 관행·조직문화 개선에 대해 의견 수렴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은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부분서 다뤄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추 장관이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이유로 지난달 21일로 예정됐던 검사장회의를 돌연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갈등의 분출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검사장회의가 연기되자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추 장관은 검사장회의 연기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으면 반드시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사장회의 열리면 다시 시작
임종석 사법처리 여부도 관건

역설적으로 갈등의 불씨가 남은 셈이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단행, 직제개편, 중간간부 인사 단행, 검찰 개혁 법안 국회 통과 등에도 대대적인 반응이 없었던 검찰서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두고 일선 검사들이 반발이 터져 나왔다. ‘검사장회의를 생중계하라’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검사장회의에 대한 검사들의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갈등의 불씨는 또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관련자 일부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다. 검찰은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일부 관련자에 대한 조치를 4월 총선 이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이다.

검찰은 20186월 지방선거 과정서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임 전 실장이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임 전 실장은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 전 비서실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날인 1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공개로 다녀오라는 만류가 있었지만 저는 이번 사건의 모든 과정을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총장과 일부 검사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쫓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획해서 짜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기재부와 경찰청 등을 서슴없이 압수수색하고 20명이 넘는 청와대 직원들을 집요하게 소환했다”며 “과연 무엇이 나오는지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총력 대응

검찰과 법무부는 당분간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출입국·외국인 관서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또 외국인 근로자 인력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들의 체류기간도 연장하기로 했다. 검찰 역시 코로나19 확산 저지 태세에 돌입했다. 대검은 대검찰청 코로나19 대응 TF’를 가동하고 18개 지검에 대응 팀을 구성했다. 검찰 소환조사를 최소화하고 시민들의 검찰청사 견학 프로그램 등도 연기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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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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