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VS 검찰 휴전의 이면

그래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국내외 모든 이슈는 코로나19에 잠식됐다. 정부 또한 모든 행정력을 코로나19에 집중하고 있다. 이 과정서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18일까지 30명대를 유지했던 확진환자 수는 31번 환자를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1일 확진환자 수가 100200명 수준으로 늘었으며 사망자도 계속 나오고 있다.

확 번진
전염병에

정치·경제·사회·문화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의 이슈가 사라졌다. 시민들의 관심은 확진환자 수의 증감과 마스크 가격에 집중됐다. 확진환자 수가 가장 많이 나오고 있는 대구·경북의 경우 도시가 초토화되면서 말 그대로 생존1순위로 떠올랐다.

확진환자 수가 정체기에 접어들던 무렵 살짝 고개를 내밀었던 갈등은 뒷전이 됐다. 시민들의 관심사가 코로나19에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총선을 두 달 앞둔 정치권마저도 숨을 죽이고 있다.

윤석열 총장의 취임과 함께 불거진 검찰발 갈등도 마찬가지다. 윤 총장은 지난해 725일 문재인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취임했다. 박근혜정부서 좌천됐다 특검과 함께 돌아온 그는 문재인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형사 법 집행을 함에 있어 우선적으로 중시해야 하는 가치는 바로 공정한 경쟁질서의 확립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와 평등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과 불법자금 수수, 시장교란 반칙행위를 공정경쟁 질서를 무너뜨리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정치권의 불법행위가 국민 개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방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윤 총장의 존재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등장과 함께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해 89일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후보자로 지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모펀드, 웅동학원 위장소송, 동생 부부 위장이혼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윤, 취임 이후 계속 대치 중
전염병 창궐로 강제 소강상태

가족 논란도 더해졌다. 딸 조모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재학 당시 장학금 논란, 한영외고 재학 당시 논문 논란 등이 거푸 불거졌다. 특히 조씨를 둘러싼 입시 논란은 교육문제에 민감한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면서 정치권을 조국 정국으로 몰고 갔다.

윤 총장 체제의 검찰은 조 전 장관 의혹과 관련된 곳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면서 조국 정국에 뛰어들었다. 법무부장관 후보자와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수사의 시작이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당일인 지난해 96일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사흘 뒤인 지난해 99일 문 대통령이 조 전 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지만 현직 법무부장관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어졌다. 조국 장관의 법무부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안을 쏟아내면서 장외 대결로 번졌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나경식 기자

이 과정서 문 대통령이 검찰을 향한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지난해 927일 문 대통령은 검찰은 국민을 상대로 공권력을 직접적으로 행사하는 기관이므로 엄정하면서도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의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의 압박에도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수사를 멈추지 않았고, 검찰의 칼끝은 조금씩 청와대로 향했다. 결국 조 전 장관은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는 말을 남기고 지난해 1014일 전격 사퇴했다.

조 전 장관의 사퇴로 잠잠해지나 싶던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불붙었다. 지난해 11월 검찰은 조 전 장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또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했다. 동시에 서울동부지검은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검찰 개혁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됐다. 법무부가 검찰 내 직접수사 부서 축소를 추진하자 검찰은 부정부패 수사 역량이 줄어든다며 반발하는 식이다. 문재인정부서 임기 초부터 추진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법안을 두고도 검찰은 반대 입장을 보였다.

갈등도
수면 아래

조 전 장관에 이어 지난 12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하면서 갈등 수위가 높아졌다. 추 장관은 검찰과 사사건건 부딪쳤다. 추 장관이 인사권으로 압박을 가하면 검찰은 기소권으로 맞선 모양새다. 실제 추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검찰 고위간부 인사, 직제개편 등으로 검찰 힘빼기에 돌입했다.

추 장관이 취임 엿새 만인 18일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로 윤 총장의 수족이 전부 잘려 나갔다. 일각에선 “윤석열 사단의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조 전 장관 가족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등을 맡고 있던 한동훈 검사장, 박찬호 검사장 등이 대거 지방으로 전보됐다.

또 법무부는 지난 113일 검찰의 직접수사를 줄이고 민생사건 수사와 공소유지에 집중하기 위해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28일 정부는 직접수사 부서 13곳을 형사부·공판부로 전환하는 검찰직제 개편 개정안을 공포하고 곧바로 시행에 들어갔다.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기소를 두고도 검찰과 법무부는 강하게 충돌했다. 최 비서관은 법무법인 청맥의 변호사로 일하던 201710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의 인턴활동 확인서를 허위로 발급해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지난 123일 최 비서관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법무부는 검찰의 기소를 날치기로 규정하고 크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최 비서관 기소와 관련된 검찰 관계자들에 대한 감찰을 시사했다.

대검은 최 비서관의 기소는 적벌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 사무를 총괄하고 전체 검찰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무에 따라 기소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이 과정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의 최 비서관 기소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팀에선 최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이 지검장이 결재하지 않았고, 윤 총장의 직접 지시에도 불구하고 끝내 따르지 않은 것.

법무부 검찰국장을 지내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온 이 지검장은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다.

129일 청와대의 울산시장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수사 관련자들 기소 과정서도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이 맞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을 재판에 넘겼다.

언제 터질지
일촉즉발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이 주재한 간부회의서 사실상 기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문 수사자문단 등 협의체에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 여부 판단을 맡겨보자는 의견을 냈다. 전날 추 장관이 합리적인 사건 처리와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해 검찰 내·외부의 협의체를 활용하라는 취지의 당부와 같은 맥락이다.

추 장관이 지난달 11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서 언급한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은 또 다른 갈등의 시발점으로 떠올랐다. 추 장관은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전국 검사장회의도 소집했다. 강금실 전 장관 이후 17년 만에 장관 주재 검사장회의가 예고됐다.

윤 총장과 일선 검사들은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윤 총장은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13일 부산지검서 수사는 소추(기소)에 복무하는 개념이고 소추와 재판을 준비하는 게 검사의 일이라며 수사와 기소는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일선 검사들의 의견도 연이어 올라왔다. 추 장관은 지난달 19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검찰이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해 조직적인 반발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국민을 중심으로 놓고 볼 때는 개혁의 방향이 옳다고 말했다.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두고 전국 검사장회의서 검찰과 법무부의 강한 충돌이 예상됐다. 당초 검사장회의에서는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법안 관련 하위법령 제정 검찰수사 관행·조직문화 개선에 대해 의견 수렴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은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부분서 다뤄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추 장관이 코로나19 사태 확산을 이유로 지난달 21일로 예정됐던 검사장회의를 돌연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갈등의 분출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던 검사장회의가 연기되자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추 장관은 검사장회의 연기를 발표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가라앉으면 반드시 재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검사장회의 열리면 다시 시작
임종석 사법처리 여부도 관건

역설적으로 갈등의 불씨가 남은 셈이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단행, 직제개편, 중간간부 인사 단행, 검찰 개혁 법안 국회 통과 등에도 대대적인 반응이 없었던 검찰서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을 두고 일선 검사들이 반발이 터져 나왔다. ‘검사장회의를 생중계하라’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검사장회의에 대한 검사들의 관심이 높다는 뜻이다.

갈등의 불씨는 또 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 관련자 일부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다. 검찰은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일부 관련자에 대한 조치를 4월 총선 이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광철 민정비서관 등이다.

검찰은 20186월 지방선거 과정서 송철호 현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임 전 실장이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또 임 전 실장은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 전 비서실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기 전날인 1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공개로 다녀오라는 만류가 있었지만 저는 이번 사건의 모든 과정을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윤석열 총장과 일부 검사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 객관적인 사실 관계를 쫓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획해서 짜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기재부와 경찰청 등을 서슴없이 압수수색하고 20명이 넘는 청와대 직원들을 집요하게 소환했다”며 “과연 무엇이 나오는지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단…
총력 대응

검찰과 법무부는 당분간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출입국·외국인 관서를 직접 방문하지 않고 체류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또 외국인 근로자 인력 도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이들의 체류기간도 연장하기로 했다. 검찰 역시 코로나19 확산 저지 태세에 돌입했다. 대검은 대검찰청 코로나19 대응 TF’를 가동하고 18개 지검에 대응 팀을 구성했다. 검찰 소환조사를 최소화하고 시민들의 검찰청사 견학 프로그램 등도 연기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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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