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쥐도 새도 모르는’ 이만희 비밀 아지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02 08:54:23
  • 호수 12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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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위장단체 ‘HWPL’ 실체 추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이하 HWPL)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 운영하는 사단법인이다. 대표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다. 복수의 기독교 언론과 신천지 탈퇴자는 HWPL이 신천지라는 이름을 숨기고 활동하는 위장 평화단체라고 지적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HWPL의 사무실 역시 그 실체가 불분명했다.
 

HWPL은 지난 2013년 5월에 설립됐다. 각종 평화운동 명목의 행사를 여는 일이 HWPL의 주요 업무다. HWPL은 자신들 법인의 설립 목적을 ‘국제 문화교류 및 개도국 지원을 통해 민간외교를 활성화시키고, 교류국 간 상호 우호적인 관계 정립’이라고 밝힌다. 

이만희가
대표 맡아

홈페이지를 통해 그들은 HWPL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 지위를 가진 공보국(DGC) 산하 단체이며, 세계 170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고 홍보한다. 특별협의 지위는 보건·위생, 인권 등 유엔 경제 이사회 활동 분야서 전문성을 갖춘 NGO에게 부여된다.

또 HWPL은 외교부 소관 비영리 법인 규칙에 따라 서울시에 정식으로 등록된 NGO 단체다. 이렇듯 화려한 HWPL의 이력이 사실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어온 사람들이 존재한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공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익명의 한 민원인은 HWPL이 실제 유엔 공보국 산하 단체이자 서울시 등록 단체인지 문의했다. 서울시는 당시 HWPL이 정식 절차를 거쳐 서울시에 등록된 단체인 점은 사실이나, 유엔 공보국의 산하 단체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HWPL의 대표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다. 그는 해당 법인의 이사다. 등기에 ‘이사 이만희 외에는 대표권이 없음’이란 제한규정을 뒀다. HWPL의 사무실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빌딩 5층에 자리하고 있다.

해당 빌딩 5층에는 HWPL 사무실 외에도 K주택 주식회사, S사라는 회사가 입점해 있다는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우편함서 K주택 주식회사, S사로 온 3개의 우편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지난달 25일 기준). 

우편물에 적힌 주소 역시 서초동 빌딩 5층으로 HWPL 사무실 주소와 동일했다. K주택 주식회사의 등기상 주소도 서초동 빌딩 5층으로 등재돼있다. S사의 등기는 확인할 수 없었다.
 

K주택 주식회사는 지난 2016년 11월에 법인을 설립했다.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해 있었으나 2017년 4월 현재의 서초동 5층으로 본점을 이전했다. HWPL이 서초동 5층으로 주사무소를 옮긴 시기는 2017년 8월이다. 

서초동 빌딩 5층은 155.65제곱미터로 약 47평 규모다. 출입문은 하나다. 그러나 K주택 주식회사와 S사의 간판은 빌딩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서초동 빌딩 5층에는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이라고 적힌 HWPL 간판만이 존재했다. 

두 개 회사와
같은 사무실

HWPL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K주택 주식회사와 S사라는 회사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고 밝혔다. 이어 이만희 총회장이 사무실을 자주 방문하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만희 총회장이) 자주 오시는 건 아니다”라며 “여기는 단순히 사무업무를 보는 곳”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사정을 알기 위해 K주택 주식회사와 S사의 연락처를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홈페이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HWPL이 사무실 이전을 서울시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앞서 HWPL 사무실은 서울 용산구 청파동1가에 위치해 있었으며, 지난 2017년 8월 서초동 5층으로 이전했다. 

HWPL은 서울시 등록 단체기 때문에 주사무소를 이전하게 되면 서울시에 비영리법인 허가증 갱신을 신청, 서울시에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서울시에 문의한 결과 서울시 측이 파악하고 있는 HWPL의 주사무소 주소는 이전 주소인 청파동1가였다(지난달 25일 기준).

서울시 측은 HWPL이 비영리법인 허가증 갱신을 신청하지 않고 주사무소를 옮긴 일에 대해 행정지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편물 있는데? “첨 들어봐”
서울시 모르게 사무실 이전

석연찮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청년평화그룹(이하 IPYG)은 HWPL의 산하기관이다. IPYG는 지난 2018년부터 ‘피스레터’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각국 청년들이 작성한 평화의 손편지를 세계 지도자들에게 전달하는 캠페인이다. IPYG는 ‘피스이니셔티브(Peace Initiative)’라는 글로벌 저널리스트 네트워크와 협력해 해당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피스이니셔티브 홈페이지에는 62명의 국내외 칼럼니스트가 등록돼있다. <일요시사>가 62명의 칼럼니스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두 명의 칼럼니스트 사진이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얀마(Yan Ma)라는 이름의 칼럼니스트는 중국 매체 소속으로 지난 2018년 8월18일 ‘전쟁과 종교’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얀마와 같은 사진을 사용하는 누르 이사니 에카 사푸트리(Nur Ihsani Eka Saputri)라는 여성 칼럼니스트는 인도네시아 매체 소속으로, 지난 2018년 8월23일 ‘인도네시아 외상성 평화 갈등의 증거’라는 칼럼을 썼다고 피스이니셔티브 홈페이지는 소개한다. 즉 사진 도용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또 있다. 2018년 7월5일, 레 하벨 딘 모키 메르(Rehabeldin Mokhimer)라는 칼럼니스트는 피스이니셔티브 홈페이지에 ‘세계 평화의 날’이라는 칼럼을 개제했다. 

말도 없이
사무실 이전

그러나 <일요시사>가 해당 사진을 ‘구글’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알바브뉴스(albawabhnews)’에 다수의 기사를 올린 레 하부 딘 하 와리(Rehab al-Din al-Hawari)으로 검색됐다. 피스이니셔티브 홈페이지의 레 하벨 딘 모키 메르와 알바브뉴스의 레 하부 딘 하 와리의 사진은 같다.
 

복수의 언론은 오랜 기간 HWPL의 순수성을 의심해왔다. <노컷뉴스>는 지난 2016년 3월9일, HWPL이 2014년 9월에 연 ‘종교대통합 만국회의’에 참가했던 한 해외 참가자가 자신이 신천지의 선전도구로 이용당했다고 폭로한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한 청소년 단체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던 마르틴 버그스마씨는 지난 2014년 11월 자신이 속한 단체 게시판에 ‘한국의 사이비 종교를 벗어난 계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마르틴은 해당 글을 통해 “HWPL의 이만희란 남자가 연설을 했는데 주최 측은 이만희가 젊은이들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평화의 사자라고 소개했다”며 “이만희는 하늘서 온 사자로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보내졌다는 말을 이상하게 생각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고 HWPL이 신천지의 위장단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수상한 칼럼니스트
민원은 많지만…

이어 그는 “우리는 경기장서 수많은 사진이 찍히면서, 한국 사람들에게 이만희가 세계적으로 많은 지지자가 있다는 것을 선전해주는 일에 이용당하게 됐다”며 “HWPL 측에서 우리의 손 모양을 엄지와 검지를 사용한 총 모양으로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신천지 집단의 상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도 토로했다.

<국민일보>는 ‘신천지, 숨긴 집회장 429곳 더 있다’는 제하의 단독 보도를 통해 신천지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방역했다고 발표한 1100곳에 HWPL의 사무실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매체는 누락된 장소가 집회소를 포함해 신천지 유관단체들의 주요 사무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윤재덕 종말론사무소 소장의 주장을 전하며 “신천지는 HWPL,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등을 포함한 국제 평화단체를 운영해온다고 광고하고 있다. HWPL의 대표가 교주 이만희일 뿐 아니라 관계자들 역시 대부분 신천지 신도로 알려져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바도 <국민일보>의 의혹과 같이 HWPL 사무실 인근에 대한 통제나 방역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HWPL의 등록을 취소해 달라는 민원이 서울시 측에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 측은 2014년 9월13일 HWPL 측에 사업실적서 및 결산서 등 관련 서류, 2019년 7월10일에는 답변서 및 재발 방지책을 요청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민원 쇄도
그러나…

그러나 서울시 측은 지난달 25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민원이 쇄도하지만, 현재로서는 HWPL의 등록을 취소할 만한 사유가 없으며, 법적 근거도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 비영리단체로 등록되면 대외적인 활동 사업을 할 수 있으며, 단체명으로 통장개설이 가능하다. 또 회계와 세무 등 관리가 용이하게 되고 활동을 위한 공신력도 인정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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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