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쥐도 새도 모르는’ 이만희 비밀 아지트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3.02 08:54:23
  • 호수 12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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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위장단체 ‘HWPL’ 실체 추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이하 HWPL)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이 운영하는 사단법인이다. 대표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다. 복수의 기독교 언론과 신천지 탈퇴자는 HWPL이 신천지라는 이름을 숨기고 활동하는 위장 평화단체라고 지적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HWPL의 사무실 역시 그 실체가 불분명했다.
 

HWPL은 지난 2013년 5월에 설립됐다. 각종 평화운동 명목의 행사를 여는 일이 HWPL의 주요 업무다. HWPL은 자신들 법인의 설립 목적을 ‘국제 문화교류 및 개도국 지원을 통해 민간외교를 활성화시키고, 교류국 간 상호 우호적인 관계 정립’이라고 밝힌다. 

이만희가
대표 맡아

홈페이지를 통해 그들은 HWPL이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 지위를 가진 공보국(DGC) 산하 단체이며, 세계 170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고 홍보한다. 특별협의 지위는 보건·위생, 인권 등 유엔 경제 이사회 활동 분야서 전문성을 갖춘 NGO에게 부여된다.

또 HWPL은 외교부 소관 비영리 법인 규칙에 따라 서울시에 정식으로 등록된 NGO 단체다. 이렇듯 화려한 HWPL의 이력이 사실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어온 사람들이 존재한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공문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익명의 한 민원인은 HWPL이 실제 유엔 공보국 산하 단체이자 서울시 등록 단체인지 문의했다. 서울시는 당시 HWPL이 정식 절차를 거쳐 서울시에 등록된 단체인 점은 사실이나, 유엔 공보국의 산하 단체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HWPL의 대표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다. 그는 해당 법인의 이사다. 등기에 ‘이사 이만희 외에는 대표권이 없음’이란 제한규정을 뒀다. HWPL의 사무실은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빌딩 5층에 자리하고 있다.

해당 빌딩 5층에는 HWPL 사무실 외에도 K주택 주식회사, S사라는 회사가 입점해 있다는 사실을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우편함서 K주택 주식회사, S사로 온 3개의 우편물을 확인할 수 있었다(지난달 25일 기준). 

우편물에 적힌 주소 역시 서초동 빌딩 5층으로 HWPL 사무실 주소와 동일했다. K주택 주식회사의 등기상 주소도 서초동 빌딩 5층으로 등재돼있다. S사의 등기는 확인할 수 없었다.
 

K주택 주식회사는 지난 2016년 11월에 법인을 설립했다.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해 있었으나 2017년 4월 현재의 서초동 5층으로 본점을 이전했다. HWPL이 서초동 5층으로 주사무소를 옮긴 시기는 2017년 8월이다. 

서초동 빌딩 5층은 155.65제곱미터로 약 47평 규모다. 출입문은 하나다. 그러나 K주택 주식회사와 S사의 간판은 빌딩 어디서도 확인할 수 없었다. 서초동 빌딩 5층에는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이라고 적힌 HWPL 간판만이 존재했다. 

두 개 회사와
같은 사무실

HWPL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K주택 주식회사와 S사라는 회사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고 밝혔다. 이어 이만희 총회장이 사무실을 자주 방문하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만희 총회장이) 자주 오시는 건 아니다”라며 “여기는 단순히 사무업무를 보는 곳”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사정을 알기 위해 K주택 주식회사와 S사의 연락처를 수소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홈페이지도 존재하지 않았다.


HWPL이 사무실 이전을 서울시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 역시 <일요시사>가 단독 확인했다. 앞서 HWPL 사무실은 서울 용산구 청파동1가에 위치해 있었으며, 지난 2017년 8월 서초동 5층으로 이전했다. 

HWPL은 서울시 등록 단체기 때문에 주사무소를 이전하게 되면 서울시에 비영리법인 허가증 갱신을 신청, 서울시에 해당 사실을 알려야 한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서울시에 문의한 결과 서울시 측이 파악하고 있는 HWPL의 주사무소 주소는 이전 주소인 청파동1가였다(지난달 25일 기준).

서울시 측은 HWPL이 비영리법인 허가증 갱신을 신청하지 않고 주사무소를 옮긴 일에 대해 행정지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우편물 있는데? “첨 들어봐”
서울시 모르게 사무실 이전

석연찮은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국제청년평화그룹(이하 IPYG)은 HWPL의 산하기관이다. IPYG는 지난 2018년부터 ‘피스레터’ 캠페인을 진행해왔다. 각국 청년들이 작성한 평화의 손편지를 세계 지도자들에게 전달하는 캠페인이다. IPYG는 ‘피스이니셔티브(Peace Initiative)’라는 글로벌 저널리스트 네트워크와 협력해 해당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홍보한다. 

피스이니셔티브 홈페이지에는 62명의 국내외 칼럼니스트가 등록돼있다. <일요시사>가 62명의 칼럼니스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두 명의 칼럼니스트 사진이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얀마(Yan Ma)라는 이름의 칼럼니스트는 중국 매체 소속으로 지난 2018년 8월18일 ‘전쟁과 종교’라는 칼럼을 게재했다. 

얀마와 같은 사진을 사용하는 누르 이사니 에카 사푸트리(Nur Ihsani Eka Saputri)라는 여성 칼럼니스트는 인도네시아 매체 소속으로, 지난 2018년 8월23일 ‘인도네시아 외상성 평화 갈등의 증거’라는 칼럼을 썼다고 피스이니셔티브 홈페이지는 소개한다. 즉 사진 도용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사진을 도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또 있다. 2018년 7월5일, 레 하벨 딘 모키 메르(Rehabeldin Mokhimer)라는 칼럼니스트는 피스이니셔티브 홈페이지에 ‘세계 평화의 날’이라는 칼럼을 개제했다. 

말도 없이
사무실 이전

그러나 <일요시사>가 해당 사진을 ‘구글’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알바브뉴스(albawabhnews)’에 다수의 기사를 올린 레 하부 딘 하 와리(Rehab al-Din al-Hawari)으로 검색됐다. 피스이니셔티브 홈페이지의 레 하벨 딘 모키 메르와 알바브뉴스의 레 하부 딘 하 와리의 사진은 같다.
 

복수의 언론은 오랜 기간 HWPL의 순수성을 의심해왔다. <노컷뉴스>는 지난 2016년 3월9일, HWPL이 2014년 9월에 연 ‘종교대통합 만국회의’에 참가했던 한 해외 참가자가 자신이 신천지의 선전도구로 이용당했다고 폭로한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한 청소년 단체 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던 마르틴 버그스마씨는 지난 2014년 11월 자신이 속한 단체 게시판에 ‘한국의 사이비 종교를 벗어난 계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마르틴은 해당 글을 통해 “HWPL의 이만희란 남자가 연설을 했는데 주최 측은 이만희가 젊은이들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이자 평화의 사자라고 소개했다”며 “이만희는 하늘서 온 사자로서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보내졌다는 말을 이상하게 생각해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고 HWPL이 신천지의 위장단체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고 한다.

수상한 칼럼니스트
민원은 많지만…

이어 그는 “우리는 경기장서 수많은 사진이 찍히면서, 한국 사람들에게 이만희가 세계적으로 많은 지지자가 있다는 것을 선전해주는 일에 이용당하게 됐다”며 “HWPL 측에서 우리의 손 모양을 엄지와 검지를 사용한 총 모양으로 해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신천지 집단의 상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도 토로했다.

<국민일보>는 ‘신천지, 숨긴 집회장 429곳 더 있다’는 제하의 단독 보도를 통해 신천지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방역했다고 발표한 1100곳에 HWPL의 사무실 등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매체는 누락된 장소가 집회소를 포함해 신천지 유관단체들의 주요 사무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윤재덕 종말론사무소 소장의 주장을 전하며 “신천지는 HWPL, 세계여성평화그룹(IWPG) 등을 포함한 국제 평화단체를 운영해온다고 광고하고 있다. HWPL의 대표가 교주 이만희일 뿐 아니라 관계자들 역시 대부분 신천지 신도로 알려져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바도 <국민일보>의 의혹과 같이 HWPL 사무실 인근에 대한 통제나 방역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HWPL의 등록을 취소해 달라는 민원이 서울시 측에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 측은 2014년 9월13일 HWPL 측에 사업실적서 및 결산서 등 관련 서류, 2019년 7월10일에는 답변서 및 재발 방지책을 요청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민원 쇄도
그러나…

그러나 서울시 측은 지난달 25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민원이 쇄도하지만, 현재로서는 HWPL의 등록을 취소할 만한 사유가 없으며, 법적 근거도 없어 난감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시 비영리단체로 등록되면 대외적인 활동 사업을 할 수 있으며, 단체명으로 통장개설이 가능하다. 또 회계와 세무 등 관리가 용이하게 되고 활동을 위한 공신력도 인정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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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