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대표 “언더독의 승리”

칸에 이어 오스카 4관왕까지 ‘놀라운 경험’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부문서 ‘패러사이트’(Parasite)가 울려 퍼지자, 대한민국은 들썩였다. 하나만 받아도 엄청난 성과인데, 영화산업의 종주국인 미국서 4개 부문의 상을 휩쓸었으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국내 영화계 종사자들은 물론 ‘시네필’이라 불리는 영화광들 모두 한 마음이 돼 기뻐했다.
 

▲ ▲▲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CJ엔터테인먼트

그 영광스러운 자리에 제작자로서 이름을 올린 이가 바른손 E&A의 곽신애 대표다. 영화 전문 월간지 <키노>(KINO)의 창간 멤버로 영화계에 발을 디딘 그는 영화 <친구> 곽경택 감독의 동생이자 <은교> 정지우 감독의 아내다. 이처럼 주변에 영화인들로 즐비한 그는 자신을 ‘성공한 덕후’라고 칭한다. 기자 시절부터 팬이었던 봉준호 감독 영화의 제작자가 됐으니 그럴 만도 하다.

우연히 자리에 앉게 된 영화 제작사 바른손 E&A의 대표가 돼 강동원 주연의 <가려진 시간>과 김래원이 나온 <희생 부활자>를 제작했지만, 성공에는 실패한다. 그리고 만든 작품이 <기생충>이다. 자신의 자질에 확신이 없었던 곽 대표는 <기생충>을 통해 세계적인 제작자가 됐다.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오스카 작품상까지 거머쥐며 한국서 유례없었던 경험을 하게 된 그의 놀라운 과정을 들어봤다. 다음은 곽 대표와의 일문일답.

- 오스카 수상 후 소감의 시간이 짧았던 것 같은데 더 할 말이 있다면?

▲곽신애 대표(이하 곽) : 봉준호 감독님 수상 소감을 제가 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 시상식서 제가 받는 상은 작품상이다. 맨 뒤에 하게 되는데, 감독님 수상 소감을 듣고 겹치지 않게 말한다. 감독님이 정말 상을 받을 줄 몰랐었는지, 각본상과 국제영화상서 다 해버렸다. 그래서 남은 게 아카데미 회원밖에 없었다.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고마운 게 사실 이기적으로 생각하면 안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과 영광을 안겨준 상이다. 그것을 굳이 우리처럼 미국 내에 속하지 않은 영화에 준다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의 본질적 가치, 곧 ‘어떤 영화가 본질적으로 좋은 영화냐’라는 것에 제가 생각하는 것과 그들이 생각하는 것이 같았기 때문에 <기생충>을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간 공감대가 느껴져 확 가까워진 느낌이다. 전 영어도 못하고 타지서 와 동떨어진 느낌이었는데, 작품상 받고 나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생각이 같구나’라는 기분이 들었다.

- 수상을 어느 정도 예측했나? 네 개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나?

▲곽 : 많은 매체가 예측 기사를 썼다. 계속 바뀌었는데, 막판까지도 작품상과 감독상은 <1917>이 우세했다. 각본상도 <원스 어폰 어 헐리우드>와 각축전이었다. 근데 모든 상들이 모두 우리에게 와서 정말 놀랐다.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시상식 전까지 평가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하나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렇게 영화가 좋으니까 안 주진 않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다 받을 줄은 몰랐다.

칸에서 황금종려상 받을 땐 ‘와!’하고 놀랄 정도였다. 그때도 심사위원까지는 받겠다고 생각했는데, 최고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 이번에는 어디를 가도 우리가 ‘핫’했다. 봉준호 감독이 인기스타였다. 사람들이 우리만 예쁘게 바라보고 어딜 가나 환호성이었다. 분위기가 좀 이상하고 열정적이라는 게 느껴졌다.

그만큼 국제 장편 영화상 외에 뭐라도 받겠지는 했다. 우리끼리 내기할 때도 다들 감독‧각본‧작품 다 걸긴 했는데, 다 받아버렸는데 그럴 줄은 몰랐다. 송강호 선배랑 저랑 둘이 작품상 걸었다. 제작자인데 작품상 정도는 걸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냥 걸었다.

- 일각에선 <기생충>의 수상이 정치적인 해석으로 인해서라는 의견이 있다. 최근에 무역전쟁이나 트럼프의 신 자유주의와 빈부격차 등에 대해 비판을 하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했다는 예측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곽 : 그런 해석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8000명이 투표했는데, 그런 영향을 받고 투표한 분도 있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일단 영화에 놀랐고 감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이 영화 만든 사람이 누군가 하고 인터뷰나 공식석상서 소감을 전하는 것을 봤을 것이다. ‘봉 하이브’(봉 감독 열성 팬덤)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정말 거대한 팬클럽 같았다. 봉 감독이 멘트만 하면 웃고 <기생충> 작품 설명만 해도 좋아하고, 아무튼 우리를 너무 좋아했다. <기생충>과 봉준호라는 예술가를 너무 사랑한다고 여겼다.


- <기생충>이 오스카를 휩쓴 배경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곽 : 백스테이지서 한진원 작가랑 봉 감독이랑 셋이서 얘기를 나눈 시간이 잠깐 있었다. 그때 봉 감독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더라. 그때 내가 ‘나는 알겠는데요’라고 했다. 뭐냐고 물어보더라. 그때 내가 한 말이 뭐였냐면, 회원들이 언론이나 여론의 예측대로만 하면 봉 감독이 트로피를 들고 가는 걸 장담할 수 없으니 봉준호라는 이름이 들어간 투표용지에 다 찍은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봉준호란 이름이 명기된 상은 다 받았다.

각본이나 감독, 장편, 작품도 다 봉 감독 이름이 들어갔다. 만약 봉 감독이 다 유력했으면 아마 상을 못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 2~3위였다. 일종의 ‘언더독’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 한국서 예측할 때 <기생충>을 안 본 사람들이 많아 수상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체감은 거의 못 했나?

▲곽 : 대부분 우리가 조합상이나 비평가협회를 갔는데, 비평가 쪽은 다 봤다. 맨날 하는 소리가 ‘나는 몇 번 봤다’였다. 한 번 본 게 아니라 두 번, 네 번 이런 식으로 횟수를 얘기했다. 설레발이라고 하는데, 그 이상으로 정말 애정이 극렬했다.
 

▲ ▲ ⓒCJ엔터테인먼트

- 아카데미가 수년간 변화를 해왔는데, 아카데미 내의 변화를 체감한 게 있는가.

▲곽 : 노미네이션 된 다른 작품의 PD가 “일요일에 네가 받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은 작품상을 <기생충>이 받았으면 한다는 말이다.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다. 그녀가 자기 팀에서 욕을 먹을 수도 있기 때문에(웃음). ‘왜 이런 말을 하지?’라는 생각을 해봤다.

정리하면 그 사람들이 원했던 거 같다. 원했던 게 뭘까. 물론 이번에도 좋은 영화가 많았지만, 미국 할리우드 본토서 나온 최고로 좋은 작품이 나온 해에는 다른 나라 작품에 손을 들어주기가 좀 그럴 것 같다. 올해에는 <기생충>이 워낙 탁월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런 상황에 이런 작품이 나왔는데, 지금 아니면 언제 줄 수 있냐는 생각이 미국 내 회원들 전반에 든 것 같다.

- 봉 감독이 오스카 캠페인 초반부에 굉장히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배급사 대표인 톰킨의 설득으로 마무리했다는 말이 나오는데, 옆에서 지켜보기에 어떤 것 같나.

▲곽 : 톰킨의 설득은 아는 바 없다. 옆에서 보니 감독님은 사교에 시간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보통 영화 보거나 시나리오 쓰거나 같이 영화 만드는 사람들하고만 온 시간을 보낸다. 잘 돌아다니지 않고 최소한의 것들만 한다.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라, 오스카 캠페인 초기에는 ‘얘네들은 무슨 파티를 이렇게 좋아하나’며 힘들어하긴 했다.

아마 본인이 보낸 적 없는 것에 시간을 써야 하니 스트레스였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르고 거기서 만난 배우나 감독들과 이야기하면서 ‘영화를 사랑하고 만드는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위안을 찾았던 것 같다.

오스카 캠페인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나 책임감은 있었다. 이 영화를 참여한 사람들을 위해, 영화의 명성을 위해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하긴 했는데, 하는 중에 이 힘겨움을 감내해야 하는 동력은 도저히 못 찾다가 좋은 감독 및 배우들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힘을 얻은 것 같다.


- 오스카 레이스를 마친 지금, 레이스를 처음 겪어본 것에 대한 경험과 소회를 털어놓는다면?

▲곽 : 하면서 ‘이게 도대체 뭐 하는 과정일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웃음) 제 나름대로 정리한 건 미국 영화산업이 몇 십년 동안 자기 산업을 선진화하는 과정이 아닌가 싶었다. 여름이나 텐트폴 시장에 나온 영화를 제외하고 주목할만하고 힘을 실어줄 만한, 또 미래 세대를 위한 작품을 골라내고 검증해서 상을 주고, 그러면서 다시 영광을 안겨주는 시스템이다.

노미네이트 된 영화에 참여한 사람이거나 상을 받거나 하면 명성과 힘을 얻고 주목을 받는데, 그 과정이 매년 있는 것이다. 저도 미국 영화 중에 기억나는 게 텐트폴 영화라 아카데미 수상작이다. 우리나라도 여름 겨울 텐트폴 영화 말고 영화에 힘을 주는 시스템이 없는 것 같은데, 영화산업의 종주국 같은 미국이 스스로 산업을 키워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이미경 부회장이 뒤에서 많은 영화 관계자들과 식사도 하고 로비도 하는 등 100억원을 지원했다고 하는데, 설명한다면.

▲곽 : 부회장님이 식사했으면 얼마나 했을까. 그랬다 하더라도 영화가 애매했다면 뽑혔을까 싶다. 그런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 같다. 사실 CJ 측이 목표를 높게 잡긴 했다. 나는 잘 몰라서 받을 수 있을지 몰랐다. CJ 실무자들은 주요 부문 노미네이션까지 바라봤다. 그 계획을 잡은 것부터가 비전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캠페인 비용은 다 썰이고 그냥 지원하는 건 없었다.

예를 들어 국내서도 마케팅 비용을 잡을 때 이 영화가 500만일 것 같은데, 돈을 좀 더 쓰면 1000만 갈 것 같다 생각되면 돈을 더 쓴다. 오스카 캠페인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내에서 벌어들일 수익을 고려해 비용을 정했다. 스폰이나 지원이 아닌 마케팅 비용이다.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만 되도 스크린 1000개가 더 늘어난다. 받으면 2000개가 늘어나고, 거기에 맞춰서 전략적으로 썼다.
 

▲ ▲▲ 기뻐하는 <기생충> 제작진 ©A.M.P.A.S.®

LA 시내의 대형 TV에 <1917>과 넷플릭스 영화만 걸려있었다. 우리도 그걸 쓰느냐 마느냐를 고민했다. 이따금 걸렸다. 광고비서 차이가 크게 나고, 일반적으로 홍보비는 비슷하게 쓴다. <기생충>이랑 <조조래빗>이 제일 조금 썼다.

그렇다고 이 부회장이 이바지한 바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 판단을 미리 하고 먼저 나서서 해보자고 한 것이다. 실제로 LA에 사시고 아는 사람도 많아 이 영화가 확산하는 데 분명 도움은 있었다고 본다. 한쪽을 너무 강조하면, 한쪽이 무너진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나 이미경 부회장이나 CJ 모두 다 자기 역할 이상을 잘 해냈기에 이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 <기생충>으로 인해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곽 :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나? 김연아가 금메달 땄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저절로 다 잘 되나? 그건 아니라고 본다. 현장서 느낀 건 <기생충>이 좋은 분위기로 인기를 끌고 있을 때 잡지나 유명 블로거, SNS서 <기생충>이 재밌었으면 이것도 보라고 하면서 영화 추천이 활발하게 있었다. 넥스트 봉준호에 관한 기사도 있었고, 국내 한국 영화 감독들이 많이 언급됐다. 분명 좋은 효과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가 되진 않을 것 같다.

- 세계적인 제작자가 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제작자로서 살아가는 데 기준이 생긴 게 있나.

▲곽 : 이렇게 국제적인 커리어를 쌓을 줄 알았으면, 영어를 좀 더 준비하는 건데 쓸 데가 없긴 하다. 어차피 내가 할 일은 다른 감독들과 영화를 디벨롭(Develop)하는 건데, 거기는 또 거기라서 <기생충>하고는 상관이 없다. 홍보할 때도 절대 내 이름 쓰지 말라고 할 거다.

- 국내서 여러 감독과도 작업했었고 봉 감독과도 작업했는데, 봉 감독이 했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좋은 제작 여건서 했다고 생각한다. 다른 감독들과 갭이 있다고 여기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곽 :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 같다. 봉 감독은 지난 6편을 통해 작품도 좋은데 돈도 번다는 인식을 영화인들에게 심어줬다. 게다가 시나리오도 좋았다. 본인이 쌓은 본인의 성과일 뿐이다. 그런데 신인이 와서 ‘봉 감독은 이런 지원을 받았다’고 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시장이 바라보는 사이즈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 그럼에도 그것을 증명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내 시장이 그런 모험을 싫어한다는 인식이 있다.

▲곽 : 꼭 그렇다는 생각은 안 든다. <가려진 시간>의 엄태화 감독이 평가를 받았다. 영화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막히지 않았다. ‘그 사람의 실력에 다음 시나리오가 이 정도면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첫 영화가 결과적으로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투자사로부터 ‘괜찮은 시나리오 나오면 보여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엄 감독은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

- 제작자의 개성이 사라지는 시대라는 말도 있다. 투자배급사 중심으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에 대한 반발이 있다.

▲곽 : 그렇다면 <가려진 시간>도 투자 받지 못했을 수 있다. 아무리 강동원이 캐스팅됐다고 해도 그랬을 수 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하는데 투자배급사라는 덩어리로 혹은 그 로고로만 떠올리면 안 풀리는 부분이 많을 것다. 투자사 중에도 엄청난 시네필들이 있다. 가끔 나한테 어떤 감독을 소개해달라고 하는데, 사실 흥행을 잘한 감독도 아닌데 왜 만나게 해달라고 하냐고 물어보면 그 감독이 좋다고 한다. 그만큼 영화광이 투자사에도 많은데 나보다 더하다.

영화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애매하게 갈등하다가 흥행도 안 되고 평가도 안 좋으면 그때는 진짜 답이 없는 것 같다. 해당 영화 감독을 살려낼 방법이 정말 없는데 그건 제작자의 잘못이다. 나 역시 두 편의 영화로 투자사에 손해를 끼쳤다. 그럼에도 내가 했던 감독들이 차기작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으로 흘러간다. 결국은 시나리오인데 잘 쓰면 의외로 쭉쭉 풀린다. 그 전까지가 힘든 것이다.

- <기생충>과 똑같은 시나리오를 신인 감독이 들고 왔다면, 과연 곽 대표는 작품을 함께 했을 것 같나.

▲곽 : 나라면 했다. 아마 투자사를 설득했을 것이다. 대신에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엑시트>는 돈이 많이 든 영화지만 신인 감독이었다. 결국, 성공까지 했다.
 

▲ ▲ ⓒ문병희 기자

- 봉준호가 아니라 시나리오 때문에 <기생충>을 한 것이라는 말인가.

▲ 무슨 소리냐. 둘 다다. 한국 제작자 모두 봉 감독이 제목만 말해도 다 하자고 할 것이고 백지도 필요 없다. 그 전의 신뢰가 있지 않나. 이미 들은 얘기들은 수도 없이 많다. 봉 감독이면 무슨 작품이라도 한다.

- 봉 감독은 일종의 권력이 됐다. 의견이 부딪혔던 적은 없나.

▲곽 : 권력은 잘 쓰면 좋은 것이고, 휘두르면 나쁜 건데 봉 감독은 월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늘 나한테 상의를 구한다. 게다가 워낙 준비를 잘 해와서 자연스럽게 그 방향으로 하게 된다. 물에 잠기는 동네 컷을 만들 때 이미 본인이 공부를 다 해와 예산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그때 외에도 돈을 계속 줄여준다. 제작자의 고민을 덜어주는 감독이다. 워낙 합리적인 안을 갖고 오기 때문에 다툴 일이 없었다.

가끔 어떤 컷이 이 영화에 도움이 안 된다고 여겨질 때가 있다. 감독이 그 컷을 계속 고수하면 싸우게 된다. 항상 싸우는 게 이런 부분이다. 투자사와 제작사 간 싸울 때도 있고. 봉 감독은 CG며 뭐며 다 공부를 엄청 해서 그럴 일이 없다.

- 옆에서 봉 감독을 오랫동안 지켜봤다. 봉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 곽 : 정말 착하다. 착하다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부분 천재로만 인식한다. 하지만 상대방이 비위 상할만한 말이나 이런 건 절대 하지 않는다. 저랑 (조)여정씨랑 늘 하는 말이 ‘사람이 어떻게 저래?’다. 여정씨가 봉 감독님이랑 일하면서 사람 대하는 방법이나 상황에 대한 태도를 너무 많이 배우고 감동한다고도 했다. 저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좋은 태도를 보인다. 정말 친절한 사람이다.

- 대표님에게 <기생충> 전과 후는?

▲곽 : ‘영화 제작을 계속해서 해도 될까?’라는 지점서 헷갈림이 많았다. 얼떨결에 위에 계시던 대표 프로듀서가 나가서 대표가 됐다. 이후 열심히 하는데도, 제작에 들어간 작품이 없었고, 겨우 <가려진 시간>과 <희생 부활자>를 했는데 둘 다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제작하면서 폐를 끼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기생충>을 하게 됐고, 어쨌든 감독이 큰 역할을 해서 이만큼 왔지만, 적어도 내가 폐는 끼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해봐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 원초적인 질문인데, 오빠와 남편도 감독이다. 또 할 생각은 있나?

▲곽 : 절대 없다. 오빠와도 하고 남편과도 했었는데, 한 바구니에 담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각자 하는 게 훨씬 좋다. 남편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좋은 파트너들이 있으니까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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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