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안군청 수상한 특혜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25 09:19:05
  • 호수 12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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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 축소…명함 보고 봐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 정곡리가 개인 간 소송으로 시끄럽다. 이 지역의 야산 주인인 A씨가 건축주인 B씨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안군청의 행정처리가 부당하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B씨가 특정인이라는 이유로 ‘봐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며 특혜 의혹 주장이 제기됐다. 
 

<일요시사>는 최근 전북 진안군청의 부당한 행정처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 전북 진안군 진안읍 정곡리 임야를 소유하고 있다는 제보자 A씨는 자신의 임야에 건축 과정서 특정인의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음에도 진안군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며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A씨는 2017년 3월 오랜만에 자신의 임야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임야 내 삼림이 훼손돼있는 현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현장을 확인한 A씨는 훨씬 이전부터 공사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A씨는 한국국토정보공사(당시 지적공사)의 측량 표시점을 임의로 옮긴 점, 무단으로 벌채하고 임도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 진안군청에 민원을 넣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전화 통화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진안군청 관계자에게 “7년 이상 자란 것을 마음대로 벤 것도 어이가 없다. 이제 와서 나무 몇 개 심어준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청 관계자는 “재산상으로 손해 난 부분에 대해서는 벌채한 분과 합의를 하거나 합의가 되지 않으면 민사로 가야 한다”며 “그런 부분은 행정상으로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토사 반출과 관련해서는 일괄적으로 산재관리법 위반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A씨는 지적공사 관계자와 경계점이 옮겨져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적공사 관계자는 A씨에게 “그분(B씨)이 분명히 산을 훼손한 것은 맞다. 현장에 갔더니 말뚝을 꼽아놓은 것이 없었다. 산 쪽에 분명히 표시해놨었는데 없어진 것을 보면 그 분이(산 겉면 등을) 분명히 훼손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지적공사서 측량 후 측량 표시점을 정했다. 하지만 건축주였던 B씨가 옮긴 건지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진안군청에 신고할 때는 공사를 중단해준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B씨가 산을 깎아서 평지처럼 만들었으며 산에 있던 흙을 퍼다가 B씨 땅을 메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 임야에 말도 없이 훼손 흔적 발견
타인이 건축 공사로 측량지점 옮겨

3∼4개월이 지나도 진안군청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길래 확인해 보니 해당 건은 고소 처리가 됐다는 말만 들었다. 그는 보다 자세한 처리 내용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진안경찰서로 찾아갔을 땐 이미 조사가 끝났고, 검찰로 이첩돼 벌금 200만원이 나온 상태였다.

A씨는 “우리가 피해자인데 고소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고소장에는 피해자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작 피해를 본 것은 우리 가족인데 왜 아무런 조사도 안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우리에게 ‘공사를 중단한다’는 말만 해놓고는 경찰에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경찰이 진안군청에 전화해 확인한 뒤에야 준공이 허가 난 것을 알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서를 찾아간 A씨는 진안군청서 허가를 내준 이유를 물었다. A씨에 따르면 이때 진안군청 측은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의견과 함께 다른 도로를 포장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공무원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포장공사를 해주겠다고 했다. 관계자에게 ‘B씨가 잘못한 걸 왜 공사까지 하느냐’며 따져 물었지만 뚜렷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해당 예산에 관해 물으니 주민숙원사업으로 한다고 했다. 주위에 주민도 살고 있지도 않은 곳인데 어느 주민이 찬성하겠느냐고 되물었더니 ‘그건 알아서 한다’며 호언장담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8월3일엔 한국국토정보공사 직원이 현장을 찾아 다시 측량지점을 정했다. 이후로 A씨는 현장을 찾아 측량지점이 바뀐 것을 확인했다.

나무 잘라 
항의했더니…

A씨는 “B씨가 또 위치를 바꿔놓은 것 같다. 원래 측량지점이었으면 B씨는 주차장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에 다시 고소했다. B씨가 저지른 경계침범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현장조사 때 진안군청 관계자 3명이 B씨를 보고 ‘선생님’이라고 말하며 깍듯하게 대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길래 처음에는 교육계 종사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서 일하는 사람이었다”고 언급했다.

A씨는 법원으로부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법원의 감정인을 통해 산림훼손에 대해 복구를 위한 비용이 약 2000만원이 넘는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B씨는 무단 잡목 벌목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됐다. 

당시 벌목을 담당했던 C씨는 “예전에는 집을 짓거나 할 때 조금만 경계를 넘어가도 죄가 엄청나게 컸다. 벌목하던 사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수로 경계를 조금만 넘어가도 구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B씨는 A씨의 땅을 파고 나무도 자르고 뿌리까지 다 뽑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그 부분에 대해서 나도) 좀 의아했다”고 말했다.

C씨는 “측량을 부탁받아 현장에 갔는데 마침 런닝셔츠 차림에 문신이 보이는 B씨를 봤다”며 “내게 명함 하나를 건넸다는데 당시 그는 ‘나 이런 사람이며 나랏일 하는 사람이다. 또 전주서 끗발이 조금 있다’고 말했다. 명함 뒷면을 보니 민주평통이라는 것과 함께 대통령 직속기관이라고도 적혀있었다. 자신이 뒷배경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공무원도 
“선생님”

그는 “이후로 벌어진 일들이 참 신기했다. 당시 진안군청 관계자들이 길도 내주겠다고 말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들었지만 그 말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씨만 피해를 본 것”이라며 “진안군청 관계자의 말이 계속 바뀌었다. 했던 말을 안 했다고 하고 안 했던 말을 했다고 하고 거짓말의 연속이었다. 여기 있다 보니 진안군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많이 들었다. 전북서도 진안군은 유별나다. 이 지역은 벌목 허가 기준이 굉장히 모호하고 편차가 심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사건을 담당한 진안군청 감사관은 A씨가 오해하는 부분이 크다고 주장했다.
 

진안군청 감사관 D씨는 “A씨가 해당 공무원의 발언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 해당 공무원이 현장에 갔을 때 삼림이 훼손된 상태였고 전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이라며 “산지 공무원은 사법권이 있는 공무원으로 사법경찰이나 다름없다. 해당 공무원이 말을 잘못하면 반대로 B씨가 피해를 볼 수 있다. A씨가 받아들이기에는 ‘B씨를 봐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적인 이야기지만 A씨가 B씨에게 금전을 요구했다고 전해 들었다. 자기의 산을 건드렸으니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정확한 액수는 모르겠지만 약 2000만원 정도의 보상을 요구했다는 말도 떠돌았다”고 덧붙였다. 

D씨는 “해당 사건은 지난해 10월, 최종판결이 나서 끝난 상황이다. A씨는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고 하는 것이고, (나는)합의를 보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며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원상복구해놨다”고 언급했다.

B씨는 “만약 민주평통만 적혀있는 명함만 건넸다면 갑질 의혹을 받을 수 있지만, 당시 건넨 것은 양면 명함이었다. 한쪽 면에는 내가 하는 일(직종)이 있고 그 뒷면에 민주평통이 적혀 있는데 그걸 보고 오해한 것”이라며 “지난해 9월부터 민주평통서 근무도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준공기준 두고 “편파적” 소문도
“양면 명함일 뿐 갑질 아냐”

이어 “민주평통 사람들 명함은 모두 양면으로 돼있는데 다른 면에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적는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는데 이게 무슨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 양면 명함을 사용하지 않는다. A씨와 합의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나도 정신적으로 피해를 많이 본 상태”라고 항변했다.

지난달 8일 A씨는 해당 사건을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민원을 통해 “과거 위성 영상서도 보이는 임도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모른다’고 답했다. 검찰에서는 공무원이 임도가 있었다는 게 확인돼야 재조사하는데 신고자의 말만 듣고 처벌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임도 인근의 하천과 직원의 이름까지 알려줬는데도 불구하고 산림과는 확인도 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잡목 벌목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고 나머지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B씨가 없앤 임도를 왜 진안군서 복구하겠다고 약속했는지 모르겠고 약속한 것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신문고 담당자는 “B씨는 2017년 7월21일 전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구약식 벌금 200만원 처분을 받았다. 토사 반출 및 경계침범죄 등은 담당자가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사항으로써 고발할 수 없었던 점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민주평통 전북지역회의 관계자는 “자문위원이 800명이 넘는다. 명함을 가지고 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명함을 볼 땐 굉장히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그 분이 높은 직책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개인 간 갈등
조직 간 은폐?

한편 A씨가 문제를 제기한 담당 공무원은 육아휴직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진안군청의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 두 사람 간에 소송이 진행됐던 것으로 안다. 개인끼리의 싸움은 군청서 조율하기 힘들다. 진안군청 입장에서는 불법적인 요소만 봤던 것이다. 또 이 동네가 좁기 때문에 B씨에 대해 알긴 하지만 어느 일을 해서 봐준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평통은? 

헌법기관으로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국민의 통일의지와 역량을 결집해,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하는 시대적 상황과 국민적 여망으로 인해 1980년대 초반에 범국민적 통일기구로 설립됐다. 

자문위원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 부여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다.

임기는 위촉된 날부터 2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신분은 무보수·명예직이나 자문위원에 위촉되면 민주평통 의장인 대통령 명의로 된 위촉장이 수여되며, 신분증과 배지가 제공된다.

법정회의 참석 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소정의 회의 출석 수당 및 여비가 지급된다.

국민화합과 통일기반 조성 활동에 크게 기여하는 등 활동실적이 뛰어난 자문위원에게는 정부훈·포장과 의장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자문위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하며, 직위를 남용한 청탁이나 이권 활동은 금지됐다.

남북관계 개선 및 평화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대한 자문·건의 ▲자문건의를 위한 통일여론 수렴 활동 ▲전체회의·지역회의 등 법정회의 및 각종 회의 참석 ▲지역회의나 지역협의회 단위로 실시하는 ‘평화통일포럼’ ‘통일시대 시민교실’ 등 각종 통일관련 행사 참여 ▲국민화합과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지역협의회가 실시하는 제반활동 참여 등이 있다.

지난해 9월1일 제19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출범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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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