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안군청 수상한 특혜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25 09:19:05
  • 호수 12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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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 축소…명함 보고 봐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라북도 진안군 진안읍 정곡리가 개인 간 소송으로 시끄럽다. 이 지역의 야산 주인인 A씨가 건축주인 B씨의 불법행위에 대한 진안군청의 행정처리가 부당하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B씨가 특정인이라는 이유로 ‘봐주기’식 행정이 아니냐며 특혜 의혹 주장이 제기됐다. 
 

<일요시사>는 최근 전북 진안군청의 부당한 행정처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았다. 전북 진안군 진안읍 정곡리 임야를 소유하고 있다는 제보자 A씨는 자신의 임야에 건축 과정서 특정인의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음에도 진안군청이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며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평통 
자문위원

A씨는 2017년 3월 오랜만에 자신의 임야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임야 내 삼림이 훼손돼있는 현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현장을 확인한 A씨는 훨씬 이전부터 공사가 진행됐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A씨는 한국국토정보공사(당시 지적공사)의 측량 표시점을 임의로 옮긴 점, 무단으로 벌채하고 임도를 훼손한 행위에 대해 진안군청에 민원을 넣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전화 통화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진안군청 관계자에게 “7년 이상 자란 것을 마음대로 벤 것도 어이가 없다. 이제 와서 나무 몇 개 심어준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청 관계자는 “재산상으로 손해 난 부분에 대해서는 벌채한 분과 합의를 하거나 합의가 되지 않으면 민사로 가야 한다”며 “그런 부분은 행정상으로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다. 토사 반출과 관련해서는 일괄적으로 산재관리법 위반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A씨는 지적공사 관계자와 경계점이 옮겨져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적공사 관계자는 A씨에게 “그분(B씨)이 분명히 산을 훼손한 것은 맞다. 현장에 갔더니 말뚝을 꼽아놓은 것이 없었다. 산 쪽에 분명히 표시해놨었는데 없어진 것을 보면 그 분이(산 겉면 등을) 분명히 훼손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지적공사서 측량 후 측량 표시점을 정했다. 하지만 건축주였던 B씨가 옮긴 건지 위치가 바뀌어 있었다. 진안군청에 신고할 때는 공사를 중단해준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B씨가 산을 깎아서 평지처럼 만들었으며 산에 있던 흙을 퍼다가 B씨 땅을 메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 임야에 말도 없이 훼손 흔적 발견
타인이 건축 공사로 측량지점 옮겨

3∼4개월이 지나도 진안군청으로부터 아무런 소식이 없길래 확인해 보니 해당 건은 고소 처리가 됐다는 말만 들었다. 그는 보다 자세한 처리 내용을 알려달라고 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진안경찰서로 찾아갔을 땐 이미 조사가 끝났고, 검찰로 이첩돼 벌금 200만원이 나온 상태였다.

A씨는 “우리가 피해자인데 고소 내용을 알지 못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고소장에는 피해자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작 피해를 본 것은 우리 가족인데 왜 아무런 조사도 안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우리에게 ‘공사를 중단한다’는 말만 해놓고는 경찰에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경찰이 진안군청에 전화해 확인한 뒤에야 준공이 허가 난 것을 알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서를 찾아간 A씨는 진안군청서 허가를 내준 이유를 물었다. A씨에 따르면 이때 진안군청 측은 방법을 강구하겠다는 의견과 함께 다른 도로를 포장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공무원은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포장공사를 해주겠다고 했다. 관계자에게 ‘B씨가 잘못한 걸 왜 공사까지 하느냐’며 따져 물었지만 뚜렷한 답은 내놓지 않았다. 해당 예산에 관해 물으니 주민숙원사업으로 한다고 했다. 주위에 주민도 살고 있지도 않은 곳인데 어느 주민이 찬성하겠느냐고 되물었더니 ‘그건 알아서 한다’며 호언장담했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8월3일엔 한국국토정보공사 직원이 현장을 찾아 다시 측량지점을 정했다. 이후로 A씨는 현장을 찾아 측량지점이 바뀐 것을 확인했다.

나무 잘라 
항의했더니…

A씨는 “B씨가 또 위치를 바꿔놓은 것 같다. 원래 측량지점이었으면 B씨는 주차장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찰에 다시 고소했다. B씨가 저지른 경계침범죄에 대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경찰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던 그는 “현장조사 때 진안군청 관계자 3명이 B씨를 보고 ‘선생님’이라고 말하며 깍듯하게 대했다. 선생님이라고 부르길래 처음에는 교육계 종사자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이하 민주평통)서 일하는 사람이었다”고 언급했다.

A씨는 법원으로부터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해 법원의 감정인을 통해 산림훼손에 대해 복구를 위한 비용이 약 2000만원이 넘는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B씨는 무단 잡목 벌목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됐다. 

당시 벌목을 담당했던 C씨는 “예전에는 집을 짓거나 할 때 조금만 경계를 넘어가도 죄가 엄청나게 컸다. 벌목하던 사장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실수로 경계를 조금만 넘어가도 구속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B씨는 A씨의 땅을 파고 나무도 자르고 뿌리까지 다 뽑았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렇지도 않았는데(그 부분에 대해서 나도) 좀 의아했다”고 말했다.

C씨는 “측량을 부탁받아 현장에 갔는데 마침 런닝셔츠 차림에 문신이 보이는 B씨를 봤다”며 “내게 명함 하나를 건넸다는데 당시 그는 ‘나 이런 사람이며 나랏일 하는 사람이다. 또 전주서 끗발이 조금 있다’고 말했다. 명함 뒷면을 보니 민주평통이라는 것과 함께 대통령 직속기관이라고도 적혀있었다. 자신이 뒷배경이 있는 것처럼 말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공무원도 
“선생님”

그는 “이후로 벌어진 일들이 참 신기했다. 당시 진안군청 관계자들이 길도 내주겠다고 말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들었지만 그 말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A씨만 피해를 본 것”이라며 “진안군청 관계자의 말이 계속 바뀌었다. 했던 말을 안 했다고 하고 안 했던 말을 했다고 하고 거짓말의 연속이었다. 여기 있다 보니 진안군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을 많이 들었다. 전북서도 진안군은 유별나다. 이 지역은 벌목 허가 기준이 굉장히 모호하고 편차가 심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 사건을 담당한 진안군청 감사관은 A씨가 오해하는 부분이 크다고 주장했다.
 

진안군청 감사관 D씨는 “A씨가 해당 공무원의 발언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 해당 공무원이 현장에 갔을 때 삼림이 훼손된 상태였고 전 상황에 대해 알지 못해서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이라며 “산지 공무원은 사법권이 있는 공무원으로 사법경찰이나 다름없다. 해당 공무원이 말을 잘못하면 반대로 B씨가 피해를 볼 수 있다. A씨가 받아들이기에는 ‘B씨를 봐준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적인 이야기지만 A씨가 B씨에게 금전을 요구했다고 전해 들었다. 자기의 산을 건드렸으니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정확한 액수는 모르겠지만 약 2000만원 정도의 보상을 요구했다는 말도 떠돌았다”고 덧붙였다. 

D씨는 “해당 사건은 지난해 10월, 최종판결이 나서 끝난 상황이다. A씨는 한 푼이라도 더 받아내려고 하는 것이고, (나는)합의를 보려고 했지만 잘 안 됐다”며 “내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원상복구해놨다”고 언급했다.

B씨는 “만약 민주평통만 적혀있는 명함만 건넸다면 갑질 의혹을 받을 수 있지만, 당시 건넨 것은 양면 명함이었다. 한쪽 면에는 내가 하는 일(직종)이 있고 그 뒷면에 민주평통이 적혀 있는데 그걸 보고 오해한 것”이라며 “지난해 9월부터 민주평통서 근무도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준공기준 두고 “편파적” 소문도
“양면 명함일 뿐 갑질 아냐”


이어 “민주평통 사람들 명함은 모두 양면으로 돼있는데 다른 면에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적는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는데 이게 무슨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그 양면 명함을 사용하지 않는다. A씨와 합의하려고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나도 정신적으로 피해를 많이 본 상태”라고 항변했다.

지난달 8일 A씨는 해당 사건을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민원을 통해 “과거 위성 영상서도 보이는 임도에 대해 담당 공무원은 ‘모른다’고 답했다. 검찰에서는 공무원이 임도가 있었다는 게 확인돼야 재조사하는데 신고자의 말만 듣고 처벌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임도 인근의 하천과 직원의 이름까지 알려줬는데도 불구하고 산림과는 확인도 하지 않았다. 결국 B씨는 잡목 벌목 행위에 대해서만 처벌을 받고 나머지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B씨가 없앤 임도를 왜 진안군서 복구하겠다고 약속했는지 모르겠고 약속한 것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신문고 담당자는 “B씨는 2017년 7월21일 전주지방검찰청으로부터 구약식 벌금 200만원 처분을 받았다. 토사 반출 및 경계침범죄 등은 담당자가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사항으로써 고발할 수 없었던 점을 알려드린다”고 밝혔다.

민주평통 전북지역회의 관계자는 “자문위원이 800명이 넘는다. 명함을 가지고 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명함을 볼 땐 굉장히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비춰질 수 있지만, 그 분이 높은 직책을 가진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개인 간 갈등
조직 간 은폐?

한편 A씨가 문제를 제기한 담당 공무원은 육아휴직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진안군청의 한 관계자는 “작년까지 두 사람 간에 소송이 진행됐던 것으로 안다. 개인끼리의 싸움은 군청서 조율하기 힘들다. 진안군청 입장에서는 불법적인 요소만 봤던 것이다. 또 이 동네가 좁기 때문에 B씨에 대해 알긴 하지만 어느 일을 해서 봐준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평통은? 

헌법기관으로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국민의 통일의지와 역량을 결집해, 민족의 염원인 평화통일을 구체적으로 실천하고자하는 시대적 상황과 국민적 여망으로 인해 1980년대 초반에 범국민적 통일기구로 설립됐다. 

자문위원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 부여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책무를 지니고 있다.

임기는 위촉된 날부터 2년이며, 연임이 가능하다.

신분은 무보수·명예직이나 자문위원에 위촉되면 민주평통 의장인 대통령 명의로 된 위촉장이 수여되며, 신분증과 배지가 제공된다.

법정회의 참석 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소정의 회의 출석 수당 및 여비가 지급된다.

국민화합과 통일기반 조성 활동에 크게 기여하는 등 활동실적이 뛰어난 자문위원에게는 정부훈·포장과 의장표창을 수여하고 있다.

자문위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해야 하며, 직위를 남용한 청탁이나 이권 활동은 금지됐다.

남북관계 개선 및 평화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대한 자문·건의 ▲자문건의를 위한 통일여론 수렴 활동 ▲전체회의·지역회의 등 법정회의 및 각종 회의 참석 ▲지역회의나 지역협의회 단위로 실시하는 ‘평화통일포럼’ ‘통일시대 시민교실’ 등 각종 통일관련 행사 참여 ▲국민화합과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 지역협의회가 실시하는 제반활동 참여 등이 있다.

지난해 9월1일 제19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출범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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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