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법무부’ 제3라운드 관전포인트

법 장군 검 멍군…다음 수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총장 윤석열)과 법무부(장관 추미애)의 갈등이 끝날 듯 끝나지 않고 있다. 잠잠해질 만하면 어디선가 불씨가 날아와 다시 불타오르는 모양새다.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으로 국내외 모든 이슈가 잠식되고 있는 상황서도 그들만의 리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취임했다. 지난해 1014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사표가 수리된 이후 80일 만이다. 당 대표까지 지낸 5선 국회의원 경력의 추 장관이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이 예고됐다.

조국 이어
구원투수로

추 장관은 취임 다음날인 3일 법무부 대강당서 진행된 취임식서 검찰 개혁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이제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검찰 개혁은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됐다우리 법무부는 검찰 개혁의 소관부처로서 역사적인 개혁 완수를 위해 각별한 자세와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개혁은 그 어려움만큼이나 외부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이제는 검찰 안에서도 변화와 개혁을 향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의 성공적 완수를 위해서는 검찰의 안과 밖에서 개혁을 향한 결단과 호응이 병행되는 줄탁동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검찰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검찰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인사권과 기소권으로 공방을 벌였다. 추 장관이 검찰 인사를 단행하면 검찰은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된 관계자들을 기소하는 식이다. 그 사이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되면서 검찰 내부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1라운드 검찰 인사’= 추 장관은 취임 닷새 만인 지난달 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검찰인사위원회를 통해 진행된 인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검찰청 참모진이 모두 교체됐다. ‘윤 총장의 손발이 모두 잘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하던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은 각각 부산고감 차장검사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그 자리에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과 배용원 수원지검 1차장이 왔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맡게 됐고,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총괄한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은 법무부 감찰국장으로 보임됐다. 이 검사장은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문이다. 두 사람 모두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에 파견된 경력이 있다.

검 인사·선거개입 의혹 기소
추 장관 취임 후 연이어 충돌

검찰과 법무부는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이미 충돌 중이었다. 법무부는 법에 명시된 대로 검사 인사안에 대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겠다며 윤 총장에게 법무부 청사로 오라고 했다. 하지만 대검은 구체적인 인사명단을 보여줘야 의견을 낼 수 있다며 거절했다. 두 기관은 각자의 입장을 담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기자들에게 보내는 등 인사 발표 직전까지 갈등을 빚었다.

추 장관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 다음날인 지난달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사위 이후에도 얼마든지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고, 모든 일정을 취소한 채 무려 6시간을 기다렸다그러나 검찰총장은 3의 장소로 인사의 구체적 안을 가지고 오라고 법령에 있을 수 없고 관례에도 없는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2라운드 무더기 기소’=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재판에 넘겼다. 법무부서 검찰 중간간부 인사를 발표하기로 한 날이었다. 이날 인사서 청와대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수사팀의 차장검사는 전원 교체된 반면 부장검사는 대부분 유임됐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최 비서관은 2017년 법무법인 청맥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절, 조 전 장관의 아들 조모씨가 본인 사무실서 인턴을 했다며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하고 입시에 활용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조 전 장관의 아들이 2017110월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서 문서 정리와 영문 번역 업무를 보조하는 인턴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써주고 지도 변호사명의 인장을 찍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최 비서관 기소 과정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의 지시를 거부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항명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수사팀이 이 지검장에게 최 비서관을 기소해야 한다고 거듭 요청했지만 답이 없었고, 윤 총장이 직접 지시했음에도 따르지 않았다는 것.

인사 문제
법무부 선공

검찰의 최 비서관 기소에 법무부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업무방해 사건 날치기 기소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최 비서관의 기소 경위를 감찰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검찰의 기소에 대해 날치기 기소라고 규정했다. 대검은 윤 총장의 지시에 따른 적법한 기소였다고 맞섰다.

법무부는 입장문을 통해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반부패수사2부장은 22일 검찰총장의 지시가 있었다며 검사 인사 발표 전 최 비서관을 기소하겠다고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보고했다서울중앙지검장은 기소를 하지 말자는 취지가 아니라 현재까지의 서면조사만으로는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고, 본인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것은 수사 절차상 문제가 있으므로 소환조사 후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구체적 지시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럼에도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반부패수사2부장이 검사 인사 발표 30분 전에 지검장의 결재와 승인도 받지 않은 채 기소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적법절차의 위반 소지가 있는 업무방해 사건 기소 경위에 대해 감찰의 필요성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감찰의 시기, 주체, 방식 등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청와대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관련자들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이날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기소했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수사와 송 시장 선거공약 논의에 참여한 청와대 인사들도 함께 재판을 받게 됐다.

13명 기소
검도 공격

검찰은 송 시장이 20179월 황 전 청장에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하고, 송 전 부시장은 같은 해 10월 문 전 행정관에게 비위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제보를 토대로 범죄첩보서를 작성한 문 전 행정관, 첩보를 울산경찰청에 전달한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 이를 넘겨받아 수사한 황 전 청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3라운드 수사·기소 분리’= 앞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 비공개 논란으로 한바탕 난리가 난 이후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는 잠시 훈풍이 불었다. 지난 6일 추 장관은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8층 접견실서 윤 총장과 회동했다. 이날 회동에서는 그동안 검찰과 법무부가 충돌했던 사안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회동 뒤 앞으로 권력기관 개혁을 앞두고 법무부와 검찰 사이에 협조할 일이 아주 많다대통령도 각별히 국가수사 총역량을 유지하는 원칙서 기관 간 개혁을 협조하라는 당부 말씀을 전하며 서로 소통해 나가자, 오늘 개소식은 소통하는 의미로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 총장도 공감해줬다고 덧붙였다.
 

▲ 윤석열 검찰총장

하지만 잠잠해지는 듯 했던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은 지난 11일 추 장관의 기자간담회 발언으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일선 검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다가 검사장회의까지 예정돼있어 정면충돌이 예상된다.

추 장관은 지난 11일 과천 법무부 청사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찰 내에서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시키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 직접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범죄 혐의점을 인지한 검사가 직접 수사를 담당하고 기소 결정권까지 갖는 현 체제에서는 검사가 독단과 오류에 빠지기 쉽다는 게 법무부 입장이다.

추 장관은 검사장회의를 소집했다. 법무부장관 주재의 검사장회의는 2003년 강금실 당시 법무부장관 이후 17년 만이다. 윤 총장은 검사장회의 참석 대상이 아닌 만큼 불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추 장관이 꺼내든 수사·기소 주체 분리 카드에 윤 총장을 비롯한 검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지검 방문 당시 직원 간담회서 수사는 형사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소추에 복무하는 개념이라며 컴퓨터 앞에서 조서를 치는 게 수사가 아니다. 소추와 재판을 준비하는 게 수사고, 검사와 수사관의 일이라고 말했다. 수사와 기소는 한 덩어리라는 입장이다.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
일선 검사들까지 집단 반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과 관련해 일선 검사들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일본이 주요 선진국 대비 무죄율이 극도로 낮은 이유는 이른바 정밀 사법이라는 일본의 소극적 기소 관행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추 장관이 수사와 기소 주체를 분리해야 한다는 근거로 일본의 제도를 내세운 것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이수영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는 수사 없는 기소, 기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수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소추라는 행위를 결정하기 위해 수사 절차가 필요불가결한 것인데, 필요불가결한 행위를 마치 칼로 자르듯이 인위적으로 쪼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의 반발은 검사장회의로까지 번졌다. 일선 검사들은 검사장회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김태훈 법무부 검찰과장이 회의록 공개는 전례가 없다고 맞받으면서 논쟁이 가열됐다. 주요 사안이 논의되는 자리인 만큼 회의를 생중계하거나 회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검사들의 입장과, 회의록 공개 불가라는 법무부 방침이 맞선 것이다.
 

▲ 검사장 취임식

추 장관은 검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오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모든 개혁은 누군가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그러나 고민하고 풀어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 내 수사·기소 주체 분리 추진과 관련해 조직적 반발이 있다면서도 국민 중심으로 볼 때 이 개혁의 방향이 옳다고 주장했다.

21일 열릴 예정이던 검사장회의는 연기됐다. 코로나19 국내 확진환자가 하루 사이에 무더기로 늘어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해서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출입기자들에게 전국 검사장회의 연기 결정이라는 제목의 문자를 보냈다.

검사장회의
돌연 연기

그러면서 오늘 대구·경북지역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8(19일 오후8시 기준)이 발생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우려되는 심각한 비상상황이 발생했다일선 검사장들이 관할한 지역서 코로나19 확산 관련 대응에 만전을 기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고 전국 검사장회의를 잠정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염 상황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이후 회의를 반드시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수사·기소 주체 분리 방안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에 부담을 느껴 검사장회의를 연기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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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