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좌충우돌’ 미래통합당 총선 시나리오

김형오 칼날에 성적표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중도·보수 세력이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뭉쳤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전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낼 과제도 남았다. 아울러 중도층을 공략해야 총선서 승산이 있다. <일요시사>는 총선 전 미래통합당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예상해봤다.
 

▲ 미래통합당 출범식 갖는 지도부 ⓒ나경식 기자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이하 전진당)을 비롯해 중도·보수세력이 합당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지난 17일 출범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분열한 이후 3년여 만이다. 이번 통합으로 범보수 세력들이 다시 뭉치면서 21대 총선의 정치 지형이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거용
대통합?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출범식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통합당은 당일 출범과 동시에 총선 체제로 전환, 선거 준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출범식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며 “이제 하나의 목표, 정권 심판의 고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자”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정당 통합을 넘어 이젠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우리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담은 것이 미래통합당”이라고 했다.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 공동위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뜨거운 명령으로 통합당을 출범시키고 정권 심판의 길에 나서게 됐다”며 “통합의 키워드는 혁신, 확장, 미래”라고 강조했다.

통합당의 상징색은 ‘해피 핑크’로 정해졌다. 해피 핑크에는 자유를 원하는 국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당이 국민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통합당의 설명이다. 아울러 당의 로고는 한 사람의 가슴에 모여 국민들의 행복과 희망을 끌어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통합당 홍보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인인 나 한 사람의 소중한 땀방울이 모여 국민의 땀방울이 되고, 모든 것은 국민의 입장서 출발해야 한다는 미래통합당의 변화된 관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보수통합은 지난해 11월6일 황 대표가 공식석상서 제안한 이후 104일 만에 이뤄졌다. 통합당의 총 의석수는 한국당 105석, 새보수당 7석, 전진당 1석 등 총 113석이다.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5석을 합하면 118석이다. 129석의 민주당에 이어 원내 2당의 자격을 갖게 된다. 총선에선 통합당과 민주당과 민주통합당(가칭), 정의당, 국민의당(가칭) 등 5개 정당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탄핵 3년 만에 뭉친 중도·보수
전략공천 이언주, 컷오프 이혜훈

통합당 지도부로는 황 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전 최고위원이었던 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정책위의장, 조경태·정미경·김광림·김순례·신보라 최고위원이 그대로 합류하게 됐다. 아울러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와 전 새보수당 이준석 젊은정당비전위원장, 김원성 전진당 최고위원, 김영환 전 의원 등 4명이 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통합당의 출범으로 뿔뿔이 흩여졌던 중도·보수 세력이 하나로 규합된 듯 보이지만 곳곳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은 현재 한국당과 새보수당, 전진당을 비롯해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구 안철수계 인사, 친이명박계 등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모두 한국당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당의 실권은 사실상 한국당이 꽉 잡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총선 전 당을 좌지우지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천관리위원회 역시 한국당 출신인 김형오 위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통합당이 새누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일제히 혹평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새 인물도, 새로운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돌고 돌아 결국 ‘도로 새누리당’을 선택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통합당이 보수의 혁신과 개혁을 추구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원한다면 오직 총선용으로 급조된 이합집산 정당, 탄핵을 불러온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도권을 둘러싼 새보수당과 한국당의 기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출범식서 새보수당 출신인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하태경, 지상욱 의원이 불참한 점이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유 의원과 황 대표가 출범식서 연출하는 모습이 보수통합의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예상 밖의 행보로 볼 수 있다. 이는 새보수당이 보수통합 방식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도권
신경전

새보수당 출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출범식부터 한국당 중심으로 계획된 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 외에도 통합당 첫 의원총회서 새보수당과 한국당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이 새보수당을 ‘흡수 통합’한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의원총회 앞쪽 좌석에는 통합당 최고위원들과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 이언주 의원 등의 자리가 마련됐으며 각자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반면 옛 한국당 의원들의 자리에는 이름표가 없었다. 이에 새보수당 출신 정병국 의원이 따로 자리를 만든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새보수당은 그동안 통합의 형태가 ‘흡수 통합’이 아닌 양당이 동등한 입장서 신설 합당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첫 의총서 새보수당 세력들이 한국당에 합류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대놓고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총선은 정치 생명이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공천을 둘러싼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하다. 양당 간 크고 작은 기싸움이 계속되는 배경에는 총선 전 공천서 밀리지 않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우려됐던 양당의 공천 갈등은 통합당 이혜훈 의원의 문제 메시지가 보도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이혜훈 의원에게 공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유 의원이 새보수당 출신 현역이나 원외인사의 공천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항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발표되자 통합당 공관위는 유감을 표명하며 엄중 경고에 나섰다. 공관위는 “최근 공관위의 원칙과 방향을 흔들려는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기존의 관행과 이해관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책임과 헌신을 망각하는 일부의 일탈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며 반복될 경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

이후 공관위는 지난 21일 이 의원에 대한 컷오프를 결정했다.

아울러 전진당 출신 이언주 의원의 영도 ‘전략 공천’ 논란도 내홍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통합당 김무성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구에 이 의원의 전략공천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공천 문제는 공관위 소관사항이고 불출마하신 분께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신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기득권을 주장하고 뒤에서 공관위원도 아니면서 아직도 막후정치 하고자하는 행태는 매우 심각한 구태 정치”라며 정면 반박했다.

통합당 내에선 김 의원을 두둔하는 기류가 강하다. 당이 통합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서 이 의원이 너무 과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SNS를 통해 “이 의원은 자중하기 바란다. 통합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거망동은 삼가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공천 관련으로 당 내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흘러 나오자 황 대표는 “우리 안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총선 압승이라는 최종 목표 앞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며 논란 불식에 나섰다.
 

▲ 대화 나누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이언주 의원

통합당의 또 다른 관건은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극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이번 총선서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역할이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역대 총선 결과를 돌이켜보면 인적 쇄신과 물갈이에 성공한 정당이 승리를 거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합당은 탄핵 정국 이후 처음 치루는 총선이기에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의 인적 쇄신 요구에 직면해있다.

공관위의 인적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김 위원장의 행보가 힘을 받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칼날이 어느 때보다 매섭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에 이어 비박·친박계 불출마 선언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시중일관 버티던 TK(대구·경북) 지역서도 서서히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도로 새누리당? 김의 선택 주목
안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 높아

인적 쇄신의 핵심 지역은 통합당의 지지 기반인 영남권이다. 공관위 주변에서는 TK 지역의 현역 절반을 교체하고, PK(부산·경남) 지역까지 확장해 불출마 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TK 지역의 통합당 의원 20명 중 15명을 차지하는 초·재선 의원 상당수가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 PK는 현역 28명 중 현재 10명이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그러나 통합당 내 공천 불만이 ‘내분’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천심사서 배제된 영남권 인사들이 탈당 후 친박신당과 연대해 선거판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인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은 합당을 발표한 상태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다음 주부터 여러 의원이 우리 당으로 입당할 것”이라며 “총선 전까지 30명의 의원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미래통합당의 친박 세력은 TK가 낙천됐을 때 절대 그대로 있지 않는다”며 “그들이 뭉쳐서 더 큰 위력을 영남에서는 발휘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도층 확장 여부도 통합당의 중요 이슈다. 통합당은 외연 확장을 위해 바른미래당서 탈당한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일부에게 입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은 대표적인 안철수계 사람으로 꼽히는 무소속 이동섭 의원인데, 지난 21일 통합당 입당 의사를 밝혔다. 보수진영 통합으로 4·15 총선 구도서 안철수계의 제3 지대 독자 생존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탈락자들
또 딴살림?

만일 이들이 또 다른 안철수계 인물들이 통합당에 합류한다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선거 연대’ 형식으로 통합당과 손을 잡을 공산이 높다. 통합당 역시 중도 확장을 위한 차원서 안 전 대표를 받아들인다면 중도층 확장에도 어느 정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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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