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좌충우돌’ 미래통합당 총선 시나리오

김형오 칼날에 성적표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중도·보수 세력이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뭉쳤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전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낼 과제도 남았다. 아울러 중도층을 공략해야 총선서 승산이 있다. <일요시사>는 총선 전 미래통합당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예상해봤다.
 

▲ 미래통합당 출범식 갖는 지도부 ⓒ나경식 기자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이하 전진당)을 비롯해 중도·보수세력이 합당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지난 17일 출범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분열한 이후 3년여 만이다. 이번 통합으로 범보수 세력들이 다시 뭉치면서 21대 총선의 정치 지형이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거용
대통합?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출범식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통합당은 당일 출범과 동시에 총선 체제로 전환, 선거 준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출범식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며 “이제 하나의 목표, 정권 심판의 고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자”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정당 통합을 넘어 이젠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우리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담은 것이 미래통합당”이라고 했다.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 공동위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뜨거운 명령으로 통합당을 출범시키고 정권 심판의 길에 나서게 됐다”며 “통합의 키워드는 혁신, 확장, 미래”라고 강조했다.


통합당의 상징색은 ‘해피 핑크’로 정해졌다. 해피 핑크에는 자유를 원하는 국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당이 국민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통합당의 설명이다. 아울러 당의 로고는 한 사람의 가슴에 모여 국민들의 행복과 희망을 끌어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통합당 홍보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인인 나 한 사람의 소중한 땀방울이 모여 국민의 땀방울이 되고, 모든 것은 국민의 입장서 출발해야 한다는 미래통합당의 변화된 관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보수통합은 지난해 11월6일 황 대표가 공식석상서 제안한 이후 104일 만에 이뤄졌다. 통합당의 총 의석수는 한국당 105석, 새보수당 7석, 전진당 1석 등 총 113석이다.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5석을 합하면 118석이다. 129석의 민주당에 이어 원내 2당의 자격을 갖게 된다. 총선에선 통합당과 민주당과 민주통합당(가칭), 정의당, 국민의당(가칭) 등 5개 정당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탄핵 3년 만에 뭉친 중도·보수
전략공천 이언주, 컷오프 이혜훈

통합당 지도부로는 황 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전 최고위원이었던 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정책위의장, 조경태·정미경·김광림·김순례·신보라 최고위원이 그대로 합류하게 됐다. 아울러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와 전 새보수당 이준석 젊은정당비전위원장, 김원성 전진당 최고위원, 김영환 전 의원 등 4명이 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통합당의 출범으로 뿔뿔이 흩여졌던 중도·보수 세력이 하나로 규합된 듯 보이지만 곳곳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은 현재 한국당과 새보수당, 전진당을 비롯해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구 안철수계 인사, 친이명박계 등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모두 한국당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당의 실권은 사실상 한국당이 꽉 잡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총선 전 당을 좌지우지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천관리위원회 역시 한국당 출신인 김형오 위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통합당이 새누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일제히 혹평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새 인물도, 새로운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돌고 돌아 결국 ‘도로 새누리당’을 선택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통합당이 보수의 혁신과 개혁을 추구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원한다면 오직 총선용으로 급조된 이합집산 정당, 탄핵을 불러온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도권을 둘러싼 새보수당과 한국당의 기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출범식서 새보수당 출신인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하태경, 지상욱 의원이 불참한 점이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유 의원과 황 대표가 출범식서 연출하는 모습이 보수통합의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예상 밖의 행보로 볼 수 있다. 이는 새보수당이 보수통합 방식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도권
신경전

새보수당 출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출범식부터 한국당 중심으로 계획된 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 외에도 통합당 첫 의원총회서 새보수당과 한국당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이 새보수당을 ‘흡수 통합’한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의원총회 앞쪽 좌석에는 통합당 최고위원들과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 이언주 의원 등의 자리가 마련됐으며 각자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반면 옛 한국당 의원들의 자리에는 이름표가 없었다. 이에 새보수당 출신 정병국 의원이 따로 자리를 만든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새보수당은 그동안 통합의 형태가 ‘흡수 통합’이 아닌 양당이 동등한 입장서 신설 합당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첫 의총서 새보수당 세력들이 한국당에 합류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대놓고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총선은 정치 생명이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공천을 둘러싼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하다. 양당 간 크고 작은 기싸움이 계속되는 배경에는 총선 전 공천서 밀리지 않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우려됐던 양당의 공천 갈등은 통합당 이혜훈 의원의 문제 메시지가 보도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이혜훈 의원에게 공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유 의원이 새보수당 출신 현역이나 원외인사의 공천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항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발표되자 통합당 공관위는 유감을 표명하며 엄중 경고에 나섰다. 공관위는 “최근 공관위의 원칙과 방향을 흔들려는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기존의 관행과 이해관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책임과 헌신을 망각하는 일부의 일탈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며 반복될 경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


이후 공관위는 지난 21일 이 의원에 대한 컷오프를 결정했다.

아울러 전진당 출신 이언주 의원의 영도 ‘전략 공천’ 논란도 내홍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통합당 김무성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구에 이 의원의 전략공천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공천 문제는 공관위 소관사항이고 불출마하신 분께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신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기득권을 주장하고 뒤에서 공관위원도 아니면서 아직도 막후정치 하고자하는 행태는 매우 심각한 구태 정치”라며 정면 반박했다.

통합당 내에선 김 의원을 두둔하는 기류가 강하다. 당이 통합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서 이 의원이 너무 과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SNS를 통해 “이 의원은 자중하기 바란다. 통합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거망동은 삼가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공천 관련으로 당 내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흘러 나오자 황 대표는 “우리 안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총선 압승이라는 최종 목표 앞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며 논란 불식에 나섰다.
 

▲ 대화 나누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이언주 의원

통합당의 또 다른 관건은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극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이번 총선서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역할이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역대 총선 결과를 돌이켜보면 인적 쇄신과 물갈이에 성공한 정당이 승리를 거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합당은 탄핵 정국 이후 처음 치루는 총선이기에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의 인적 쇄신 요구에 직면해있다.

공관위의 인적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김 위원장의 행보가 힘을 받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칼날이 어느 때보다 매섭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에 이어 비박·친박계 불출마 선언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시중일관 버티던 TK(대구·경북) 지역서도 서서히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도로 새누리당? 김의 선택 주목
안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 높아


인적 쇄신의 핵심 지역은 통합당의 지지 기반인 영남권이다. 공관위 주변에서는 TK 지역의 현역 절반을 교체하고, PK(부산·경남) 지역까지 확장해 불출마 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TK 지역의 통합당 의원 20명 중 15명을 차지하는 초·재선 의원 상당수가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 PK는 현역 28명 중 현재 10명이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그러나 통합당 내 공천 불만이 ‘내분’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천심사서 배제된 영남권 인사들이 탈당 후 친박신당과 연대해 선거판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인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은 합당을 발표한 상태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다음 주부터 여러 의원이 우리 당으로 입당할 것”이라며 “총선 전까지 30명의 의원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미래통합당의 친박 세력은 TK가 낙천됐을 때 절대 그대로 있지 않는다”며 “그들이 뭉쳐서 더 큰 위력을 영남에서는 발휘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도층 확장 여부도 통합당의 중요 이슈다. 통합당은 외연 확장을 위해 바른미래당서 탈당한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일부에게 입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은 대표적인 안철수계 사람으로 꼽히는 무소속 이동섭 의원인데, 지난 21일 통합당 입당 의사를 밝혔다. 보수진영 통합으로 4·15 총선 구도서 안철수계의 제3 지대 독자 생존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탈락자들
또 딴살림?

만일 이들이 또 다른 안철수계 인물들이 통합당에 합류한다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선거 연대’ 형식으로 통합당과 손을 잡을 공산이 높다. 통합당 역시 중도 확장을 위한 차원서 안 전 대표를 받아들인다면 중도층 확장에도 어느 정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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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