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좌충우돌’ 미래통합당 총선 시나리오

김형오 칼날에 성적표 달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중도·보수 세력이 ‘미래통합당’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뭉쳤다. 미래통합당은 총선 전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을 지혜롭게 풀어나가야 한다. 과감한 인적 쇄신으로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낼 과제도 남았다. 아울러 중도층을 공략해야 총선서 승산이 있다. <일요시사>는 총선 전 미래통합당이 가질 수 있는 여러 시나리오를 예상해봤다.
 

▲ 미래통합당 출범식 갖는 지도부 ⓒ나경식 기자

총선을 두달여 앞두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 미래를향한전진4.0(이하 전진당)을 비롯해 중도·보수세력이 합당한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지난 17일 출범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분열한 이후 3년여 만이다. 이번 통합으로 범보수 세력들이 다시 뭉치면서 21대 총선의 정치 지형이 얼마나 변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선거용
대통합?

국회 의원회관서 열린 출범식은 인산인해를 이루며 축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통합당은 당일 출범과 동시에 총선 체제로 전환, 선거 준비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을 밝혔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출범식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며 “이제 하나의 목표, 정권 심판의 고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자”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정당 통합을 넘어 이젠 국민 대통합을 이뤄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겠다는 우리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담은 것이 미래통합당”이라고 했다.

박형준 통합신당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 공동위원장은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성원과 뜨거운 명령으로 통합당을 출범시키고 정권 심판의 길에 나서게 됐다”며 “통합의 키워드는 혁신, 확장, 미래”라고 강조했다.


통합당의 상징색은 ‘해피 핑크’로 정해졌다. 해피 핑크에는 자유를 원하는 국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당이 국민 행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통합당의 설명이다. 아울러 당의 로고는 한 사람의 가슴에 모여 국민들의 행복과 희망을 끌어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통합당 홍보본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민국의 주인인 나 한 사람의 소중한 땀방울이 모여 국민의 땀방울이 되고, 모든 것은 국민의 입장서 출발해야 한다는 미래통합당의 변화된 관점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보수통합은 지난해 11월6일 황 대표가 공식석상서 제안한 이후 104일 만에 이뤄졌다. 통합당의 총 의석수는 한국당 105석, 새보수당 7석, 전진당 1석 등 총 113석이다. 비례대표 전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5석을 합하면 118석이다. 129석의 민주당에 이어 원내 2당의 자격을 갖게 된다. 총선에선 통합당과 민주당과 민주통합당(가칭), 정의당, 국민의당(가칭) 등 5개 정당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탄핵 3년 만에 뭉친 중도·보수
전략공천 이언주, 컷오프 이혜훈

통합당 지도부로는 황 대표를 포함해 한국당 전 최고위원이었던 심재철 원내대표, 김재원 정책위의장, 조경태·정미경·김광림·김순례·신보라 최고위원이 그대로 합류하게 됐다. 아울러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와 전 새보수당 이준석 젊은정당비전위원장, 김원성 전진당 최고위원, 김영환 전 의원 등 4명이 통합당 최고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통합당의 출범으로 뿔뿔이 흩여졌던 중도·보수 세력이 하나로 규합된 듯 보이지만 곳곳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통합당은 현재 한국당과 새보수당, 전진당을 비롯해 보수성향 시민사회단체, 구 안철수계 인사, 친이명박계 등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모두 한국당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당의 실권은 사실상 한국당이 꽉 잡고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총선 전 당을 좌지우지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천관리위원회 역시 한국당 출신인 김형오 위원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통합당이 새누리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일제히 혹평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새 인물도, 새로운 비전도 보이지 않는다. 돌고 돌아 결국 ‘도로 새누리당’을 선택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통합당이 보수의 혁신과 개혁을 추구하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 원한다면 오직 총선용으로 급조된 이합집산 정당, 탄핵을 불러온 도로 새누리당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주도권을 둘러싼 새보수당과 한국당의 기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출범식서 새보수당 출신인 유승민 의원을 포함해 하태경, 지상욱 의원이 불참한 점이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유 의원과 황 대표가 출범식서 연출하는 모습이 보수통합의 ‘시너지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 속에서 예상 밖의 행보로 볼 수 있다. 이는 새보수당이 보수통합 방식에 대해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도권
신경전

새보수당 출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출범식부터 한국당 중심으로 계획된 점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이 외에도 통합당 첫 의원총회서 새보수당과 한국당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당이 새보수당을 ‘흡수 통합’한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의원총회 앞쪽 좌석에는 통합당 최고위원들과 새보수당 출신 의원들, 이언주 의원 등의 자리가 마련됐으며 각자 이름표가 붙어 있었다. 반면 옛 한국당 의원들의 자리에는 이름표가 없었다. 이에 새보수당 출신 정병국 의원이 따로 자리를 만든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시하면서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새보수당은 그동안 통합의 형태가 ‘흡수 통합’이 아닌 양당이 동등한 입장서 신설 합당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첫 의총서 새보수당 세력들이 한국당에 합류된 듯한 분위기가 연출되자 대놓고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총선은 정치 생명이 직결되는 문제기 때문에 공천을 둘러싼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하다. 양당 간 크고 작은 기싸움이 계속되는 배경에는 총선 전 공천서 밀리지 않겠다는 속셈이 깔려있다. 우려됐던 양당의 공천 갈등은 통합당 이혜훈 의원의 문제 메시지가 보도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통합당 유승민 의원이 이혜훈 의원에게 공천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에는 유 의원이 새보수당 출신 현역이나 원외인사의 공천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에게 항의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발표되자 통합당 공관위는 유감을 표명하며 엄중 경고에 나섰다. 공관위는 “최근 공관위의 원칙과 방향을 흔들려는 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기존의 관행과 이해관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책임과 헌신을 망각하는 일부의 일탈행위에 대해 엄중하게 경고하며 반복될 경우 단호히 대처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대대적인
인적 쇄신


이후 공관위는 지난 21일 이 의원에 대한 컷오프를 결정했다.

아울러 전진당 출신 이언주 의원의 영도 ‘전략 공천’ 논란도 내홍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통합당 김무성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중·영도구에 이 의원의 전략공천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공천 문제는 공관위 소관사항이고 불출마하신 분께서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자신이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기득권을 주장하고 뒤에서 공관위원도 아니면서 아직도 막후정치 하고자하는 행태는 매우 심각한 구태 정치”라며 정면 반박했다.

통합당 내에선 김 의원을 두둔하는 기류가 강하다. 당이 통합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서 이 의원이 너무 과하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통합당 장제원 의원은 SNS를 통해 “이 의원은 자중하기 바란다. 통합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거망동은 삼가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공천 관련으로 당 내에서 여러 가지 잡음이 흘러 나오자 황 대표는 “우리 안에서도 경쟁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총선 압승이라는 최종 목표 앞에서 아름다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며 논란 불식에 나섰다.
 

▲ 대화 나누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이언주 의원

통합당의 또 다른 관건은 도로 새누리당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극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이번 총선서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역할이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는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역대 총선 결과를 돌이켜보면 인적 쇄신과 물갈이에 성공한 정당이 승리를 거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통합당은 탄핵 정국 이후 처음 치루는 총선이기에 어느 때보다 높은 수위의 인적 쇄신 요구에 직면해있다.

공관위의 인적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김 위원장의 행보가 힘을 받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장의 칼날이 어느 때보다 매섭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에 이어 비박·친박계 불출마 선언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시중일관 버티던 TK(대구·경북) 지역서도 서서히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태기 때문이다.

도로 새누리당? 김의 선택 주목
안 국민의당 합류 가능성 높아


인적 쇄신의 핵심 지역은 통합당의 지지 기반인 영남권이다. 공관위 주변에서는 TK 지역의 현역 절반을 교체하고, PK(부산·경남) 지역까지 확장해 불출마 수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렇게 되면 TK 지역의 통합당 의원 20명 중 15명을 차지하는 초·재선 의원 상당수가 교체 대상이 될 수 있다. PK는 현역 28명 중 현재 10명이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그러나 통합당 내 공천 불만이 ‘내분’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천심사서 배제된 영남권 인사들이 탈당 후 친박신당과 연대해 선거판을 뒤흔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세력인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은 합당을 발표한 상태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다음 주부터 여러 의원이 우리 당으로 입당할 것”이라며 “총선 전까지 30명의 의원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서 “미래통합당의 친박 세력은 TK가 낙천됐을 때 절대 그대로 있지 않는다”며 “그들이 뭉쳐서 더 큰 위력을 영남에서는 발휘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도층 확장 여부도 통합당의 중요 이슈다. 통합당은 외연 확장을 위해 바른미래당서 탈당한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 일부에게 입당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 발 빠르게 움직인 사람은 대표적인 안철수계 사람으로 꼽히는 무소속 이동섭 의원인데, 지난 21일 통합당 입당 의사를 밝혔다. 보수진영 통합으로 4·15 총선 구도서 안철수계의 제3 지대 독자 생존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탈락자들
또 딴살림?

만일 이들이 또 다른 안철수계 인물들이 통합당에 합류한다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선거 연대’ 형식으로 통합당과 손을 잡을 공산이 높다. 통합당 역시 중도 확장을 위한 차원서 안 전 대표를 받아들인다면 중도층 확장에도 어느 정도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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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