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건희 의혹’ BMW 딜러 재벌 권오수 회장 정체

시장서 원단 팔다…태풍의 눈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이들이 결탁해 주가를 조작했고 경찰이 내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보도됐다. 권 회장은 업계 안팎서 입지적 인물로 꼽히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불쑥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 권 회장. 그는 누구일까.

▲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청문회서 언급됐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윤 총장 부인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비상장 계열사 주식에 20억원을 투자한 사안과 관련, 권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권 회장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윤 청문회
도이치 언급

그로부터 약 7개월 뒤 이들의 이름이 다시 언급됐다.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는 이들의 주가 조작 및 금전거래 관계 의혹을 보도했다. 매체는 지난 17일 ‘윤석열 아내 김건희,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경찰 수사 첩보 보고서와 함께 보도했다. 보고서는 지난 2013년 경찰이 직접 작성했고, 정식 내사가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08년 11월 ‘다르앤코’라는 상장사를 매입했다. 목적은 도이치모터스 우회상장. 2009년 1월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도이치모터스는 우회상장에 성공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상장 이후 도이치모터스 주가는 내리막을 탔다. 상장 첫 날 주당 9000원서 이듬해 2000원까지 하락했다. 권 회장은 주식시장 ‘선수’로 통하는 이모씨를 만났다.


권 회장은 이씨에게 자신의 주식 100만주를 맡겼고, 다른 주주들도 소개시켜줬다. 이들은 이씨에게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계좌, 돈 등을 빌려줬다. 이른바 ‘전주’ 역할을 한 셈이다.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김 대표도 등장한다. 권 회장은 2010년 2월 이씨에게 김 대표를 소개시켜줬다. 윤 총장과 결혼하기 2년 전이다. 경찰은 ‘작전 시작 시점’을 2009년 11월경으로 봤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이 2000원 아래로 떨어졌을 때다. 이씨는 사채 100억원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들였다.

작전 일환으로 증권사 매수 추천과 긍정적 기사가 뒤를 이었다. 마침 주가가 상승할 만한 호재도 있었다.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2011년 3월 8000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검찰총장 부인-권 회장 무슨 이유로?
“경 내사 중단” vs“내사한 적 없어”

이어 뉴스타파는 ‘윤석열 아내 김건희-도이치모터스 권오수의 수상한 10년 거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도이치모터스 우회상장 4개월 뒤 ‘두창섬유’라는 회사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원가량을 장외 매도했다. 매도 대상자는 다름 아닌 김 대표였다. 눈길이 가는 건 일반적인 거래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는 인수합병 전 두창섬유에 40억원을 빚지고 있었다. 도이치모터스는 상장 이후 두창섬유에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며 채무를 털었다. 두창섬유는 이 주식의 일부를 김 대표에게 팔았다. 매입비용은 시세보다 200원 정도 낮았다.

문제는 두창섬유가 권 회장 회사라는 사실이다. 권 회장은 자신의 회사를 통해 인수합병 자금을 마련했고,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채무를 해결했다. 이 과정서 김 대표는 ‘개인’으로서 ‘오너’ 주식을 넘겨받은 셈이다. 특수 관계가 아닌 이상 통상적이지 않다는 관측이었다.


거래가 이뤄진 시기는 경찰이 ‘작전 시기’로 보는 2009년 11월∼2011년 11월과 겹친다. 권 회장이 선수 이씨에게 김 대표를 소개해준 때다. 매체는 김 대표가 매입한 8억원가량 주식을 해당 시기에 팔았다면 상당한 차익을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윤 총장과 결혼 이후에도 김 대표와 권 회장 간 거래는 계속됐다. 도이치모터스는 자동차 할부 금융회사 도이치파이낸셜을 설립했다. 김 대표에게 40만주가 배정됐다. 주식 가격은 액면가 500원 그대로였다. 오너 일가가 아닌 이상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의 아내 김건희씨 ⓒ청와대

도이치모터스는 도이치파이낸셜 신주 200만주를 주당 1500원에 추가로 매입했다. 발행 당시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을 3배 가격에 사들였다. 도이치파이낸셜 주식은 비상장 주식으로 평가액이 3배 올라갔다. 김 대표의 2억원 평가액 역시 6억원으로 뛰었다.

2017년 1월 김 대표는 도이치파이낸셜 전환사채 2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 때 김 대표가 사들인 전환가격은 주당 800원이었다. ‘우리들 휴브레인’이라는 회사는 주식을 주당 1500원에 사들였다. 미래에셋은 주식을 주당 1000원에 사들였다. 법인이나 기관투자가보다 개인이 더 싼 값에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작성된 보고서는)경찰이 작성한 것이고, 김 대표 이름이 거론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내사 대상자는 권 회장과 이씨였다”고 전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제보자만 제한적으로 접촉했으며 김 대표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 등을 위해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수상한 거래
진실? 거짓?

도이치모터스는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회사는 지난 17일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오해를 근거로 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도이치모터스와 전혀 무관하며 대주주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가 일절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어 ‘추측성 보도는 당사자는 물론 회사와 투자자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사실이 아닌 보도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오토타임즈>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 관계자는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관계자는 “국내 주가 조작 사건 조사 절차는 관련 법상 금융감독원이 광범위한 거래계좌 조사를 하고, 이에 앞서 증권선물위원회 의결에 의한 고발을 거치지 않고서는 금감원이 수사기관에 금융거래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기관이 제보에 의해 신빙성을 판단하고 금감원에 통보했다면 단서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에 해당한다”며 “도이치모터스는 대표 및 경영진 누구도 당시 주가 조작에 대해 외부인과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핵심 당사자로 거론되는 권 회장은 누구일까. 그는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바닥부터 시작해 정상에 오른 ‘입지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구서 대학을 졸업했고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을 거쳤다. 이후 한신상사, 대웅상사, 두창섬유 대표이사 등을 거쳐 도이치모터스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권 회장은 졸업 직후 서울로 상경해 동대문시장서 원단 판매를 하던 작은 아버지 밑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섬유 외판원이었다. 처음 받은 월급은 10만원. 하지만 남들보다 탁월한 영업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월급이 100만원까지 올랐다.

당시 섬유사업은 호황이었다. 5공화국 시절 교복 자유화 등으로 수요가 폭발하는 등 사업 환경이 나쁘지 않았다. 권 회장은 이후 독립을 결심했다. 주변 만류가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권 회장은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섬유회사 대웅상사를 설립한 그는 섬유제조 및 유통회사를 5곳까지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권 회장은 2010년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서 당시를 회상하며 “독립하면 망한다고 주변 사람들이 다 만류했다. 하지만 독립을 위해 4년간 치밀하게 준비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영업을 하면서 130여개의 회사를 담당했다. 대형 고객사 4∼5개는 평생 함께할 사업 파트너로 만들었다. 물고기 몰듯이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대형 고객사만 쥐고 있으면 밑에 있는 기업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권 회장은 섬유사업이 하락국면으로 접어들자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주력했다. 당시 권 회장이 꼽은 성장 가능성 있는 사업 분야는 자동차 딜러, 외식, 임대, 금융, 호텔업 등 5개였다. 권 회장은 장고 끝에 자동차 딜러업을 선택했다.

국내 소득수준이 높아진 만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도 직접 경험한 면이 컸다. 권 회장은 우연히 친구의 BMW를 운전했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정도 성능이면 팔아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 때다.


권 회장은 아무런 연고도 없이 BMW코리아 문을 두드렸다. 당장 차를 팔 수 있도록 딜러 권한을 요구했다. 하지만 수도권과 주요 도시에는 기존 딜러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권 회장이 배정된 곳은 강원도 원주와 제주도였다.

맨손으로
자수성가

권 회장은 원주에 500평 규모 전시장을 지었다. 권 회장은 진출 첫 해에 무려 350대의 BMW 차량을 팔았다. 도이치모터스의 본격적인 신호탄이 울린 때다. 권 회장은 1년 만에 서울로 진입할 수 있었다. 권 회장은 답십리에 터를 잡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워나갔다. 도이치모터스는 코오롱모터스, 한독모터스 등과 함께 BMW 주요 딜러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권 회장은 도이치모터스를 이끌며 ‘최초’ 타이틀을 거머줬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BMW 미니를 론칭했고, 2008년에는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됐다.

‘김건희-권오수’ 의혹을 두고 반응은 제각각이다. 당장 실체를 밝혀달라는 요구가 있는 반면 이미 철지난 이야기라는 관측도 있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윤석열 검찰총장 부인 주가 조작 연루 특검으로 밝혀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게재됐다. 청원인은 ‘2013년 경찰 내사가 중지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김 대표 관여 의혹이 어둠속에 묻히게 됐다’며 특검을 촉구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청원 동의 인원은 1만7000명을 넘어섰다. 청와대는 답변 기준을 20만명으로 제한한다. 하지만 첫 청원 이후 30일 이내 100명의 사전 동의를 받은 청원은 검토 후 게시판에 공개한다. 이후 동의 여부를 추가로 묻는다. 해당 청원은 하루 만에 공개 기준을 충족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번 <한겨레>, 이번엔 <뉴스타파>, 또다시 묻어버리려다가 실패한 듯’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청 입장 보도 링크를 공유하며 ‘이거, 이거, 청문회 때 내놨지만 영양가 없어 아무도 먹지 않아서 물린 음식이죠? 그걸 다시 리사이클링(재활용)하다니, 명백한 식품위생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가 재산을 형성한 과정은 윤 총장 인사청문회서 언급된 바 있지만 특별한 주목 없이 넘어갔다.

당시 윤 총장 청문회에선 김 대표와 권 회장 간 거래를 두고 자료 요청 요구가 잇따랐다. 당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은 “후보자 배우자가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를 한 부분에 대해서 주식매매계약서를 요청했지만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 의원은 “최초로 2013년 후보자 배우자가 매수할 당시 서면답변에 보면 공모절차에 참여를 했다고 나오지만, 금감원 공시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료를 다 검색해봤는데 공모에 대한 공시는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외판원서 상장사 오너로 우뚝
성장가도 달리다 걸림돌 불쑥

채 의원은 김 대표의 도이치파이낸셜 20억원 주식매매계약서와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주 매도 당시 계약서 등에 대한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채 의원은 “2017년 이 주식을 다시 매각했는데 당시 회사 가치를 평가해봤을 때 기업 가치보다 훨씬 낮은 가액으로 처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상대방이 누구인지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전신) 김진태 의원도 “일반인들이 매입하기 어려운 비상장주식을 무려 250만주를 샀다”며 “도이치파이낸셜과 상당히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미래에셋도 주당 1000주에 인수를 했는데 배우자는 주당 800원에 인수하면 차액만큼 부당한 이득을 본 것이 아니냐”고 캐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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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윤 총장은 “미래에셋은 연리 7% 수익이 보장된 배당 우선주고, 제 식구(부인)가 인수한 것은 일반 보통주로 알고 있다”며 “금액에 차이가 나는 것은 주식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여러 의원이 계약서를 요구했지만 윤 총장은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

권 회장의 도이치모터스는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다. 도이치모티스는 2016년과 2017년 연결 기준 매출 6734억원, 9501억원을 올리다가 2018년 1조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증가 폭도 컸다.

도이치모터스 매출액은 1조2111억원을 기록했는데 직전 년도에 비해 14.4% 증가한 수치였다. 영업이익은 무려 64.2% 증가한 831억원이었다. 당기순이익은 58.2% 증가한 548억원이었다.

도이치모터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국에 10개 전시장이 있다. 서울에는 7곳(성수·한남·동대문·대치·양재·잠실·송파), 경기 하남, 강원 원주, 제주에는 각각 1개씩 분포돼있다.

지난해
최대 실적

서비스센터 역시 10곳이다. 서울 5곳(동대문·송파·도곡·성수·양재), 경기 3곳(구리·미사·하남), 강원도 원주와 제주에 1개씩 있다. 권 회장은 도이치모터스 최대주주다. 27.64% 지분이 있다. 친인척인 지분까지 포함하면 특수관계인 지분은 32.76%에 달한다. 도이치모터스에는 6개 계열사가 있다. ▲도이치파이낸셜 ▲디에이에프에스 ▲지카 ▲도이치피앤에스 ▲도이치오토월드 ▲도이치아우토 등이다. 도이치모터스는 이들 회사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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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