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봉준호의 마지막 기자회견 

몰락한 홍콩영화를 기억하다

[일요시사 연예부] 함상범 기자 =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에 이은 4관왕을 거둔 영화 <기생충>이 약 10개월의 여정을 지나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약 10명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참석한 기자회견은, 지난 10일의 감동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 기자회견서 발언하는 봉준호 감독 ⓒ문병희 기자

지난 19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서 <기생충> 팀의 마지막 기자회견이 열렸다. 명함과 ‘프레스 카드’를 주고받는 사이 다량의 마스크가 쌓인 박스가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10명 이상 급격히 늘면서 공포심도 확장됐음에도, <기생충>으로 전 세계를 휘어잡은 봉준호 감독을 위시한 제작진과 배우진을 취재하려는 열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호텔의 세미나장이 5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크기임에도 기자회견 1시간 전인 10시부터 현장은 빼곡하게 차있었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와 사적인 사람들의 집합으로 이뤄지는 결과물인 영화는 특성상, 국가 대표적인 성격을 띠기 어렵다. 하지만 <기생충>이 약 10개월 동안 쌓아올린 금자탑은 국내 영화팬 모두에게 감격을 전달했다. 그 안에서 각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제작진과 배우진 역시 오스카 작품상 시상서 ‘패러사이트’(Parasite)가 울린 감동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모습이었다. 애써 침착해 지려고 노력하는 얼굴들 사이서 당시의 벅찬 기쁨을 엿볼 수 있었다. 

감독과 배우들의 즐겁고 유쾌한 이야기부터, 직접 얽혀있어서 쉽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까지, 기자회견장에서 오갔던 ‘중요한’ 발언을 모아봤다.

- <기생충>이 폭발적인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반지하’와 ‘짜파구리’ ‘서울대 문서위조학과’ ‘대만 카스테라’ 등 한국적인 요소가 굉장히 다분한 <기생충>은 한국을 넘어 전 세계서 사랑을 받았다. 작품의 예술성을 중시하는 칸 국제영화제는 물론 대중성의 메카인 아카데미 시상식도 <기생충>의 손을 들어줬다. 여러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봉 감독과 배우들이 생각한 ‘폭발적인 열광’의 뿌리는 무엇일까. 

▲봉준호 : 제가 도발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제가 만드는 스토리 본질을 외면하는 건 싫었다. 이 스토리가 가진 우스꽝스럽고 코미디스러운 점도 있지만 현대사회의 빈부격차가 드러나는 씁쓸하고 쓰라린 면이 있다. 

단 1cm라도 피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처음부터 엔딩에 이르기까지 정면돌파해야 되는, 아울러 그러려고 만드는 영화가 <기생충>이다. 누군가는 불편해하고 하고 싫어할 수 있겠지만, 그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당이정’을 입혀서 혹은 데코를 하면서 달콤하게 포장된 채로 영화를 끌고 가고 싶지는 않았다. 현 시대를 최대한 솔직하게 그리려고 했다. 대중적인 측면서 위험해보일 수 있어도 이 영화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고, 영화를 마무리할 때도 그렇게 했다. 

국내서도 1000만 관객 이상이 호응을 해줬고,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와 베트남, 일본, 영국서도 오스카 후광과 상관없이 인기를 모았다. 그 부분이 기뻤다. 이런 저런 수상 여부를 떠나서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은 것이 기쁘다. 왜 그랬는지는 시간을 둬서 분석해봐야 될 것 같다. 그게 제 일은 아닌 거 같다. 평론가나 기자, 관객이 해주실 것 같다. 저는 빨리 다음 작품을 위해 한 줄 한 줄 써내려갈 생각이다. 
 

▲ 기자회견에 앞서 기념촬영 갖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 및 배우들과 스태프 ⓒ문병희 기자

▲이정은 : 칸에 갔을 때, 제 생각이지만 과거에 대한 회상 대신 현 시대를 짚는 영화들이 제 생각에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미국이나 유럽이나 젊은이들의 실업 등 경제적 문제를 겪고 있다. 동시대적인 문제를 굉장히 재미있게 그렇지만 심도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고, 선과 악이 없는데 가해자 피해자가 되는 게 우리 인간 군상과 흡사해 놀랍다. 아카데미 캠페인이 경쟁구도 같지만 동지적 모습을 많이 보인다. 감독님이 인기가 있는 건, 시상식서 보여준 인간적이고 넘치는 유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 오스카 무대에 선 배우들의 전율은?

봉준호 감독 뿐 아니라 배우 송강호와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 등은 미국 내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당시 모든 배우들이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고, 일부 회자되기도 했다. 전율과 감동이 가득했던 그 순간, 배우들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조여정: 무대에 서 있을 때 제 표정으로 만든 영상도 봤다. 저희만 한국 사람이고 타지서 무대에 올라가 있는 걸 보면서 ‘영화의 힘은 대단하구나’라는 걸 느꼈다. 봉 감독님이 수상소감서 말씀했듯이 영화가 한 가지 언어라는 게 체감이 됐다. ‘감독님의 영화가 얼마나 인간적으로 접근했으면 이게 다 통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굉장히 자랑스럽게 무대에 서 있었을 수 있었다. 

▲송강호 : 그 당시 제 얼굴이 계속 나오는데, 자세히 보면 제가 굉장히 자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칸 국제영화제’ 때 너무 과도하게 해서 감독님의 갈비뼈 쪽에 실금이 갔었다. 뺨을 때리기도 했고, 뒷목을 잡기도 했다. 아카데미에서는 갈비뼈만 피해갔다. 

- <기생충>은 어떤 드라마로 탄생할까?

<기생충>은 미국 HBO와 손을 잡고 약 6부작의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빅쇼트>와 <바이스>로 이름을 알린 아담 맥케이 감독과 봉 감독이 공동 제작한다. 드라마로 만들어질 때 봉 감독이 꼭 넣고 싶은 이미지는 무엇일까?

▲봉준호 :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아담 맥케이 감독과 몇 차례 만나서 얘기도 나눴다. 애초에 갖고 있었던 주제 의식과 빈부격차를 블랙코미디와 범죄드라마 형식으로 더 깊이 파고 들어가게 될 것 같다. 시즌1, 2로 가는 게 아니라 5∼6개 애피소드로 밀도 있는 TV시리즈로 만들려 한다. 틸다 스윈튼과 마크 러팔로의 캐스팅 언급이 나왔는데 공식적 사안이 아니다.

- 봉준호에게 번아웃이란?

지난해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엄청난 스케줄을 소화한 봉 감독을 향해 일각에서는 ‘번아웃’의 우려가 있다. ‘감독과 배우를 갈아 넣은 스케줄’을 지나친 봉 감독의 건강은 괜찮을까?
 

▲봉준호 감독 : 제가 2017년 <옥자> 찍고 이미 번아웃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기생충>을 찍고 싶어, 없는 기세를 다 긁어모아 찍었고, 촬영보다 더 긴 오스카 캠페인을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긴 세월인데 행복하게 마무리돼 다행이다. 

- ‘제2의 봉준호는 없다’에 대하여…

<기생충>의 성공과 함께 일각에서는 ‘제2의 봉준호가 없다’고 말한다. <기생충>처럼 양극화가 뚜렷한 현 영화계 현실에 일침을 놓는 것. 한국 영화계에 기리 남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봉 감독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을까?

▲봉준호 : 저도 <플란다스의 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요즘 젊은 감독이 <플란다스의 개>를 들고 왔을 때, <기생충>과 똑같은 시나리오를 들고 왔을 때 촬영에 들어갈 수 있을까라고 냉정하게 질문해본다. 

제가 1999년 데뷔했다. 20여 년간 눈부신 발전이 있었다. 동시에 젊은 감독들이 이상한 작품, 모험적 시도를 하기 뭔가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재능 있는 친구들이 산업으로 흡수되기보다 그냥 독립영화를 만드는, 독립영화와 산업이 평행선을 이루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2000년대 초, <플란다스의 개>나 <살인의 추억>을 찍는 시절엔 독립영화와 메인스트림의 상호침투, 좋은 의미의 다이내믹함이 있었다. 그런 활력을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되는 지점이다.


90년대 홍콩영화산업이 어떻게 쇠퇴해갔는지 저희가 기억을 명확히 갖고 있다. 산업이 모험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하고, 더 도전적인 영화들을 산업이 껴안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나오는 여러 훌륭한 독립영화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워낙 많은 재능들이 이곳저곳서 꽃피고 있기에 산업과 좋은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 희망적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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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