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뛰는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동대문을 예비후보

“뛰어다니는 머슴은 젊어야 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이 총선서 판가름 난다. <일요시사>는 해당 지역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그 여섯 번째로 나선 서울 동대문구을 장경태 예비후보의 얘기를 들어봤다.
 

▲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동대문을 예비후보가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문병희 기자

‘당에서 키운 인재, 준비된 청년’.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동대문구을 예비후보는 민주당 최초의 30대 원외 위원장이다. 15년간 밑바닥부터 시작한 정당생활로 ‘그들만의 리그’를 뚫은 셈이다. “청년은 현재 일부기도 하지만 미래의 전부”라는 그는 이번 총선서 ‘젊은’ 동대문구를 만들기 위해 직접 나섰다. 다음은 장 후보와의 일문일답.

-동대문을에 출사표를 내셨다. 지역구를 선택한 이유는.

▲첫 서울 생활을 시작한 곳이 동대문구다. 그 지역서 대학교를 나오기도 했고, 20대를 동대문구서 보냈기에 추억이 많다. 가장 애정 있는 곳으로 가는 게 정치의 본령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졌다면 다선 현역이 있는 곳으로 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3선인 민병두 의원과 경선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자신 있다. 지역 주민들께서 좀 더 새로운 동대문구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이 있다. 좋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발전은 안 됐다고 생각하시는 여론이 많다. 지역을 돌면 제가 너무 젊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회의원은 일하는 자리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다. 뛰어다니는 머슴이 젊어야지, 머슴이 늙으면 되겠는가.


-동대문을의 발전을 위한 전략이 있다면.

▲저는 동대문구를 문화 컨텐츠의 메카로 만들고자 한다. 장안동 같은 경우는 튜닝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자동차 튜닝 클러스터를 만들고 싶다. 고미술상가가 있는 답십리동 같은 경우는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렉스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다. 지역을 문화 중심지로 만드는 게 저는 지역 발전 방식의 새로운 모델이라 본다.

-지역민심은 어떤가.

▲여야가 박빙인데, 민주당이 다소 우세다. 야당도 노력하고 있다. 아직 선거가 남아 있어 민주당도 더 노력해야 한다. 현재 마음 놓을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정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2006년 지방선거 때 강금실 서울시장 캠프의 자원봉사자로 처음 정계에 들어왔다. 2008년에 민주당 대학생특별위원회 위원장을 했고, 2012년에 민주통합당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했다. 이후 민주당 서울특별시당 대변인, 민주연구원 청년정책연구소 부소장,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등을 두루 거쳤다. 밑바닥부터 올라온 케이스다.
 

▲ ⓒ문병희 기자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있나.


▲정치를 하겠다고 다짐을 한 적은 없다. 그냥 제가 하는 활동이 모두 정치였다. 스무살 때 집이 어려워져서 학비를 벌 때 고졸 학력으로는 한국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느꼈다. 제 삶과 비슷한 사람들이 겪는 어려운 점들을 해결하고 싶었다. 사회 현안에 문제 의식을 갖고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정치에 발을 들였다.

-민주당 최초의 30대 원외 청년위원장이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만 45세 이전의 현역 국회의원들이 이 자리를 맡아왔다. 이 자리를 맡은 이유는 제가 우수하기보단 젊은 정치가 사회적 흐름이기 때문이다. 2030세대의 목소리를 기성 정치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2030세대의 인물이 청년위원장을 맡아서 당사자가 청년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당원들의 요구가 있었다고 본다.

“밑바닥부터” 15년간 정당생활
젊은 정치는 사회적 흐름

-당의 인재 육성 문제점, 시스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청년과 관련된 일자리·주거·보육·부채·창업·사회 안전망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대해 청년들이 스스로 자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치 자존감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정책의 전문위원들이 청년 정책을 논의할 수 있지만 청년당원 혹은 청년들의 세대적인 당사자들과 함께 논의가 이뤄진 후 정책을 결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민주당 같은 경우는 노동과 여성, 청년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는 정당이다. 인재들의 정치 확대를 위해서 인재 육성의 패스트트랙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여성정치 확대를 위해 여성정치 발전기금을 만들고 홀수번을 공천했듯, 청년에 대해서도 청년 보조금 제도라던지 청년에 대한 할당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장 강한 사람이 승리할 수 밖에 없다. 권투만 하더라도 헤비급과 라이트급을 체급을 나눠서 경쟁한다. 우리는 무제한급 권투만 하고 있다. 현재 선거제도 보다 권투시합이 훨씬 더 합리적인 셈이다.

-직업정치인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다.

▲청년들은 늘 동원의 대상이니 머리 수 채우는 정도밖에 안 됐고 의사결정 권한이 없었다. 정치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애들 좀 모아와라, 애들 좀 데려와라”였다. 정당생활을 15년 하니 정규직 생활도 못해봤다. 정당에 들어오거나 출마를 한 번이라도 했으면 회사 입장에서는 노조 만드는 1순위로 보기 때문에 취업도 어렵다.

-현재 낡은 국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건 국민들께서 낡은 국회에 대한 회초리를 들어주셔야 한다. 좋은 국회는 국민을 닮은 국회다. 하지만 기득권들이 국회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의원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그런 삶을 이해하지도 못한다.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도 심각해지고 있다.

▲정치에 관심 없게 만드는 기성세대의 정치 논법 때문이다. 정치를 해도 청년에게 아무런 기회나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구조다. 청년은 현재 일부기도 하지만 미래의 전부다. 그런데 현재 우리에겐 아무런 권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서도 정치를 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주어지는 권리는 없다.
 

-21대 총선에 민주당과 전 자유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한 2030 예비후보자 비율이 5% 미만이다.

공관위서 접수한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20대가 없고, 30대는 9명이었다. 자유한국당은 20대가 2명, 30대가 20명 정도였다. 더불어민주당 1.9%, 한국당 4.9%다. 사실 기존에 있는 기득권과 선거 환경은 2030세대가 치룰 수 없는 선거다.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후보 등록비, 경선비 등 가장 기본적인 지출만 해도 3000만원은 깨진다. 그렇다고 돈 때문에 정치를 못한다고는 볼 수 없다. 돈은 1차적인 문제로 진짜 문제는 지역 사회서 사회 경제적인 기득권을 대부분 다 5060세대가 가지고 있다는 부분이다2030세대가 조직을 갖춰서 대항한다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2030세대는 비주류 정도가 아니고 그냥 주변인으로 지역사회서 쉽게 융화되지 못한다.


-당의 외부 영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난 한 계단씩 겨우 올라 3층에 오르기까지 10년 넘게 걸렸다. 그런데 영입으로 엘리베이터 타고 5층에 내려 갑자기 유명해지는 분들을 보면 예전에는 부러웠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제게는 모든 게 성장하는 과정이었다. 단순히 한 곳에 사람은 멈춰 있는 사람은 없다. 모든 길은 끝이 있고, 연결돼있고 또 다른 길이 열리기도 한다.

-진짜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치는 개인의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다. 특히 교육의 기본권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는 사람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직업이다.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꿈을 지켜주기 위해 그들의 기본권을 지켜주고 싶다. 아울러 정치는 문제에 대해 바로 의견 개진도 할 수 있고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정치인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나.

▲예전에는 잘 키운 자식이 집안을 일으켜 세운다고 했는데 지금은 잘 키운 자식이 집안 기둥 뽑아가지 않으면 다행인 시대다. 3차산업의 비중이 높은데, 현재의 사회 안전망 시스템은 1차산업을 기준으로 짜여졌다. 제조업과 대기업과 정규직 위주인 거다. 안전망서 벗어난 분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안전하게 사실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대한민국이 나아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21대 국회는 역사적으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촛불혁명이 완수돼야 되고 문정부의 개혁 입법이 성과를 내야 하는 국회다. 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특정 세대나 특정한 계층이 완수할 수 없다. 새로운 가치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시야를 가지고 참여해야지만 가능하다. 21대 국회가 다채로워졌으면 좋겠다.


<sangmi@ilyosisa.co.kr>

 

[장경태는?]

▲민주당 대학생특별위원장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대변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
▲문재인 대통령 후보 정책특보
▲민주연구원 청년정책연구소 부소장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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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