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획특집]기축년, 봄을 찾는 사람들 ②재계 범털들의 히든카드

MB가 풍운아를 만났을 때…‘미워도 다시 한번?’


재계 ‘잠룡’으로 분류되는 거물급 ‘범털’들이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족쇄 풀린 전직 오너들의 움직임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는 것. 한때 재계를 호령하다 일장춘몽으로 ‘강퇴’당한 재계 스타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하나같이 여전히 사업에 대한 열정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꿈틀대고 있다는 근황만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2009년 부활이 점쳐지는 재계 풍운아들의 패자부활전을 들여다봤다.

족쇄 풀린 전직 오너들 ‘부활 날갯짓’…러브콜 쇄도
불황 틈타 패자부활전 본격 태세 “옛 명성 되찾을까”
마당발 인맥 등 노하우 재활용
물밑접촉 개시…사전 작업 완료


정부는 지난해 8월 34만여명에 대한 8·15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여기엔 포함된 재계 전·현직 총수들은 모두 14명. 정부는 면죄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을 풀어줬다.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게 조건이었다. 경제성장을 위해 재계 거물들의 노하우가 꼭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물론 김대중 정부에서도 그랬고, 노무현 정부에서도 그랬다.

“신화창조 재조명…
왕성한 활동 주목”

이 대통령은 사면을 앞두고 “대기업들도 투명윤리 경영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사면은 대기업들이 보다 공격적인 경영으로 투자를 늘리고 중소기업과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로 상생 협력해 달라는 뜻”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가 경제살리기 일환으로 내놓은 ‘특단의 대책’에 족쇄가 풀린 총수들은 경영 복귀와 함께 즉각 화답했다. 그룹별로 속속 투자와 고용 확대 방안을 내놓고 있는 것. 당시 세상 밖으로 나온 재계 범털들의 행보도 같은 이유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재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인 인사가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다. 최 전 회장의 거취는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다. 그중에서도 최 전 회장의 복귀는 최대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1970년대 중동건설 붐을 일으키면서 고속성장한 동아건설은 1980년대 현대건설에 이어 도급 순위 2위의 ‘건설명가’ 반열에 올랐고, 1990년대 초엔 리비아 대수로 신화를 일궈내며 현대건설, 대우건설과 함께 ‘건설 트로이카’를 이끌었다.

그러나 동아그룹은 IMF 때 무리한 차입경영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채 부도를 냈다. 최 전 회장은 1998년 동아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 분식회계, 배임, 불법 사기대출 등이 드러났고 결국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2004년 이런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그는 지난해 8월 사면으로 자유의 몸이 됐다. 최 전 회장의 사면은 벌써 세 번째다.
최 전 회장의 올해 나이는 66세. 여타 총수들과 비교해 충분히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기다. 최 전 회장은 2005년 7월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난 이후 줄곧 부활 의지를 불태웠지만, 안방을 재탈환하기 위한 ‘재기의 꿈’은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최 전 회장은 그동안 “직책이나 돈에 연연하지 않고 백의종군해 리비아 등 대규모 해외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며 경영일선 복귀를 희망해 왔다.

안병균 전 나산그룹 회장도 옛 명성을 되찾을지 주목되는 인사다. 국세청이 발표한 ‘1991년도 100대 납세자 리스트’를 보면 당시 종합소득세 납부 1위는 안 전 회장이다. 그는 신고소득 47억원, 납세액 23억원으로 재계에서 내로라하는 부호들을 제쳤다. 안 전 회장의 부활이 시선을 끄는 대목이다.
1984년 나산그룹을 설립한 안 전 회장은 1990년대 신흥재벌로 등극했다. 하지만 안 전 회장은 1994∼2000년 부도난 ㈜나산의 자금 40억원을 차명계좌로 빼돌리는 등 회삿돈 290억원을 횡령하고 계열사 등에 2359억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역시 지난해 8월 사면된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도 부활의 날갯짓을 쉽사리 접지 않고 있다. 나 전 회장 역시 1990년대 재계 샛별로 등장했지만, 1998년 한남투신을 인수한 뒤 2945억여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로 구속,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나 전 회장 일가의 재기 노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의 가족과 가신들은 이미 기린과 서현개발 등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나 전 회장도 모 코스닥업체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유상부 전 포스코 회장,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김영진 전 진도그룹 회장, 엄상호 전 건영그룹 회장,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김선홍 전 기아차 회장,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등 한때 재계를 호령하다 일장춘몽으로 강퇴당한 재계 범털들도 온갖 논란 속에서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크 또 노크’
두드리면 열릴까

권력형 비리인 이른바 ‘게이트’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풍운아들의 복귀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다시 주목받고 있는 최규선, 이용호, 진승현 씨 등이 주인공이다. 권력의 그늘 밑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들은 모두 저마다 ‘복귀 히든카드’를 쥐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인물은 최규선 씨다. 국민의 정부 때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 최씨는 2002년 DJ의 3남 홍걸 씨와 정치권 커넥션을 동원해 온갖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고 2006년 2월 만기출소했다.
이후 지난해 국내 굴지의 기업들과 함께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마당발 인맥’이 총동원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측근들도 그의 해외 거물 네트워크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가 자원 외교를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만, 최씨는 “아직은 전면에 나설 단계가 아니다”라며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용호 게이트’당사자인 이용호 씨도 이미 재기를 위한 물밑활동을 시작했다. 2001년 G&G그룹 회장 당시 이씨는 계열사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주가를 조작한 뒤 수사 무마를 위해 검찰, 국가정보원, 정치인 등에게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2005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이 확정됐지만, 2007년 3월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씨 측근에 따르면 그는 출소 직후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았다. “돈을 댈 테니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이다. 또 “경영자나 자문으로 와 달라”는 제의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그의 거처는 확실치 않다. ▲서울 미아동 A호텔 나이트클럽을 소유하고 있다 ▲코스닥상장사 I사의 실질적 오너다 ▲황우석 박사 등과 접촉해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등 그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진승현 게이트’ 진승현 씨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진씨는 2000년 2300여억원을 불법대출 받는 과정에서 정·관계에 로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씨는 이 사건으로 200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5년형이 확정됐다. 예정대로라면 출소해야 할 시점. 그러나 수용과 병원 치료를 반복해 형기가 늘어난 그는 올해 출소를 앞두고 있다.
진씨는 앞서 형집행정지 상태에서 코스닥 상장사의 배후 실세로 활동하며 문어발식 기업인수에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됐던 측근들을 통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진씨 회사에 몸담았던 인물들이 여러 코스닥 상장사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진씨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며 “진씨가 수백억원대의 자금을 국내 주식시장과 해외시장에서 조달해 관리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현직에서 ‘화려한 부활’을 노리는 거물들도 적지 않다. 바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이다.
삼성전자 반도체부문 사장 출신인 진 전 장관은 ‘삼성 신화’를 일궈낸 국내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 삼성의 옷을 벗은 것은 2003년 2월.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2006년 3월까지 3년 동안 정보통신부 장관을 역임했다. 사임 뒤 2006년 5·31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진 전 장관은 같은해 11월 속칭 ‘진대제 펀드’로 불리는 IT 전문 투자사인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SIC)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진 전 장관의 행보는 재계 최대 관심거리였다. 여러 기업들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냈다. 친정인 삼성 복귀 가능성도 고개를 들었고, 하이닉스 사장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 진 전 장관은 2007년 5월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하이텍 경영고문 역할을 맡았지만 불과 7개월 만에 물러나기도 했다.
진 전 장관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캠프에 참여해 경제참모 역할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진 전 장관의 올해 행보가 더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박 부회장도 부활을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그가 1991년 설립한 팬택계열은 2005년 매출 3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했다. 이도 잠시. 2006년 말부터 자금난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지금 사정은 다르다. 팬택계열은 당시의 위기 상황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듯 보인다. 박 부회장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뼈를 깎는 자구책을 동원했다. 사옥을 팔았고, 1000여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임금 삭감, 상여금 반납, 담보 제공 등 허리띠도 졸라맸다. 박 부회장도 2500억원 상당의 지분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 결과 팬택계열은 2007년 3분기부터 연속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조원을 넘어섰고, 휴대전화를 1000만대나 팔았다. 놀라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말 팬택계열 대표이사로 재선임된 박 부회장은 “팬택계열의 기업개선작업이 2011년까지 예정돼 있지만 이르면 내년 워크아웃 조기 졸업이 자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기 앞두고 정중동
컴백 비난도 쏟아져

재계 범털들의 컴백에 대해 비난도 적지 않다. 불법과 부실화 장본인이란 우려에서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복귀나 재기를 노리는 대부분의 전직 총수들은 거액의 지방세를 미납하거나 추징금을 아직 납부하지 않았다”며 “일부는 거액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을 부도내거나 각종 혐의로 구속된 오너들이 사면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경영일선에 복귀하는 것은 방만경영 또는 부실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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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