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접수한 <기생충>의 아이러니

봉준호와 <기생충>이 만든 역설적인 현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한국 영화계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경사가 생겼다.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서 무려 4관왕을 차지한 것. 자본주의의 빈틈을 꼬집은 <기생충>은 ‘자본주의의 심장 같은 나라’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제작부터 ‘오스카 캠페인’까지 지원한 국내 콘텐츠 분야 1위 기업인 CJ ENM이 있다. CJ ENM은 그간 줄곧 외쳐온 ‘해외 경쟁력’을 <기생충>을 통해 입증해보였다. 빈부격차의 아픔을 전달한 <기생충>이 결과적으로, 대기업이 내세운 주장의 결실이 된 아이러니한 현실을 짚어봤다.
 

▲ 오스카마저 접수한 봉준호 감독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기생충>은 전 세계 영화 관련 155개 시상식서 174개의 상을 휩쓸었다. <기생충> 이전 영화들이 유수의 영화제서 거둬들인 상의 총합(약 150개)보다도 월등히 많은 수치다. 전 세계 영화인은 물론 비평가들마저도 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후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국제영화상과 각본상, 감독상, 작품상까지 석권했다. 

한국영화 
100년 쾌거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받은 작품은 1955년 <마티> 이후로 <기생충>이 두 번째다. 비영어권 영화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것도 최초며, 아시아계 최초 각본상 수상 등 최초로 세운 기록도 즐비하다. 전 세계적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기생충>이 남긴 기록은 쉽게 깨지지 않을 전망이다.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영화의 힘에 있다. ‘익숙한 것에서 낯섦을 추구한다’는 봉준호 감독의 의도가 영화 곳곳에 놓여있다. 프랑스의 권위 있는 영화 전문잡지인 <카이에 뒤 시네마>서 ‘삑사리의 미학’이라고 할 정도로 영화 초반부터 후반까지 예측대로 흘러가는 부분이 없다. 영화의 중점적인 사건이 예고 없는 실수와 실책으로부터 시작해서, 또 다른 우연을 맞이하며 나아간다. 그런데도 개연성은 탄탄히 유지된다. 

모든 국가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부익부 빈익빈’을 주제로 한 <기생충>은 부자와 빈자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도 깬다. 매우 중립적인 관점으로 부자와 빈자를 바라본다. 이전부터 부자는 옳지 못한 행위로 부를 축적하는 나쁜 인물로 묘사됐으며, 가난한 자는 선하거나 게으른 인물로 표현됐다.


하지만 극 중 부자로 나오는 박 사장(이선균 분)은 성실한 노력으로 부를 쌓았으며, 딱히 악한 면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아내 연교(조여정 분)는 누구보다 순진하다. 빈자로 등장하는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게으르지도 않다. 그러면서 문서를 위조하는 것이나 남을 속이는 것에 죄의식이 없다. 부자보다 악한 행동을 잘한다.

‘빈부격차’에 대한 기존 ‘영화적 질서’를 두 가족의 이야기로 완전히 무너뜨린 이 영화는 마치 축구 경기처럼 전·후반부로 나뉜 형태로 구성됐다. 기택의 가족이 박 사장의 가족 곁으로 투입되는 코미디와 드라마 장르로 이어지던 전반부를 지나, 문광(이정은 분)이 돌아오는 기점부터 마지막까지 공포와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를 갖춘다.

<기생충>의 영화 같은 시작과 끝 
전 세계가 인정한 ‘봉준호 장르’ 

풍자와 해학, 드라마와 공포, 스릴러와 미스터리 등 장르의 혼종 형태를 보인다. <기생충>의 장르를 규정하는 것을 두고 여러 말이 돌자 한 외신 기자는 “<기생충>은 그냥 봉준호 장르다. 생각하지 말자”라는 말을 남겨 화제를 모을 정도로 <기생충>은 ‘이상한’ 영화다. 

독특한 구성과 장르, 완벽에 가까운 연기 앙상블에 이어 본질에 접근한 주제 의식, 기존 인식을 깬 빈부를 바라보는 관점, 아울러 구조적인 문제로 발생한 빈부격차가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에 가까운 슬픈 엔딩까지, 이 영화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완벽한 수준의 작품으로 꼽힌다.

또 봉준호 감독이 보였던 인간존중의 태도 역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각종 시상식서의 그의 수상 소감은 유튜브를 비롯한 영상 플랫폼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서 미국 영화계의 거장 마틴 스코세이지를 존경한다는 소감은 전 세계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조곤조곤한 말투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유머와 해학을 섞어 촌철살인과 같은 핵심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법은 그의 영화와 닮아있다. 봉 감독과 함께 그의 뇌에서 나온 듯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완벽한 영어를 구사했던 통역 담당자까지 덩달아 화제에 올랐다. 제작 초기부터 ‘오스카 작품상’으로 귀결되기까지, 그 긴 여정은 한 편의 영화처럼 흘러왔다. 


현재 한국 사회 전체가 <기생충>의 쾌거에 취해있다. 하지만 한국 영화 미래는 그리 밝지 않으며 다소 암울하기까지 하다. 박 사장의 잔디밭이 받아내는 태양광과, 기택의 반지하에 겨우 떨어지는 빛의 양처럼 닮았다. ‘포스트 봉준호는 누구인가’라고 했을 때 기대되는 인물이 없다. 이는 감독 개개인 역량이 부족한 것이 아닌 구조의 문제로 해석된다.

세계가 감동
매력에 흠뻑

봉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개봉한 2003년도에는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임상수 감독의 <처녀들의 저녁 식사>,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등이 함께 개봉했다.

이들 감독들은 현재 한국 영화의 거장으로 대표되고 있다. 흥행과 무관하게 당시 영화들은 지금까지도 작품성을 인정받는 수작으로 회자된다. 그럴 수 있었던 배경은 당시 영화 제작자들이 작가주의의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일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필성 감독은 유튜브 채널 ‘직격탄’과의 인터뷰서 “그때를 생각하면 서부개척시대 같은 느낌이다. 뭔가 새로운 이야기와 배우, 장르의 영화를 감독이나 제작자, 배우, 투자사 모두가 만들어 내보자는 폭주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저희 세대 수많은 감독이 데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대기업 중심의 거대 자본 투입과 함께 수많은 멀티플렉스가 생겨나고 국내 영화산업서 경제적 파이가 늘어나면서, 영화는 제작자 중심서 투자배급사 중심으로 옮겨갔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작품을 중시하는 풍토서 흥행을 중시하는 풍토로 그 흐름이 바뀌었다. 그러면서 소위 ‘양산형 영화’로 불리는 클리셰로 점철된 영화들이 한국 영화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는 늘어났지만, 200만서 500만 관객을 모으는 허리에 해당하는 영화들은 줄어들고 있다. 호평을 받는 영화도 그리 많지 않다. 지난해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호평받은 영화는 <기생충>과 <극한직업> <엑시트> <사바하> 정도에 그친다. <벌새>와 <메기> 등 좋은 영화로 평가받는 작품은 대부분 저예산 독립영화계서 탄생했다.

봉 감독이 엄청난 업적을 남겼음에도 ‘한국 영화 위기론’은 지속될 전망이다. 

‘제2의 봉’
찾아보니…

작품 중심서 흥행 중심으로 변화된 풍토 속에서 영화인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대목은 수직 계열화다. 국내에서는 CJ와 롯데가 해당한다. CJ는 영화 유통 플랫폼 CGV와 투자·배급을 하는 CJ ENM을 갖고 있다. 롯데는 롯데시네마와 롯데컬처웍스를 보유하고 있다. 

1938년 미국서 ‘파라마운트 판결’ 이후로 세계적으로 제작·배급과 상영을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독과점을 막기 위해 스크린 15∼27개를 보유한 멀티플렉스서 한 영화는 최다 4개 스크린만 점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스크린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가 완전 무방비 상태다. 

실제로 4대 배급사로 불리는 영화들은 첫 주에 상영점유율과 좌석점유율이 50%에 육박한다. 영화 다양성 확보와 독과점 해소를 위한 영화인대책위원회(이하 반독과점 영대위)에 따르면 <백두산>은 개봉일 상영점유율 44.5%, 좌석점유율 50.6%를 기록했다. 이는 총 상영작 128편의 상영 횟수 중 44.5%를, 좌석 수 중 50.6%를 차지한 것.
 


반독과점영대위는 “올해만 해도 영화 13편이 스크린을 독과점했고 3사 극장 체인이 매출 97%를 독차지하는 등 대기업이 주도하는 영화산업 내에서 자율적 정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라며 “정부와 국회가 법과 제도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영화산업은 개봉 후 극장서 벌어들이는 수입 외에는 다른 수입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개봉 후 관람 비용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특별히 입소문을 얻고 역주행을 하지 않으면 첫 주에 흥행 여부가 판가름난다. 대다수 스타가 출연하고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4대 배급사 작품은 작품성과 별개로 각종 영화관으로부터 수많은 스크린을 확보한다.

약 2600개의 스크린서 한 영화가 1800개까지 확보한 예도 있다. 반대로 작은 규모의 영화들은 다양성 영화관으로 밀려나거나, 새벽과 심야에만 대관이 되는 일명 ‘퐁당퐁당 상영’을 하게 된다. <기생충>의 박 사장과 기택 가족처럼 영화계 내 양극화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기대하기 힘든 ‘포스트 봉’ 
영화계 양극화 짚어야 할 시점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해 CJ와 롯데를 향한 수직계열화 관련 지적은 이전부터 지속됐다. 그럴 때마다 두 기업은 ‘해외경쟁력’을 내세워 수직계열화의 명분을 찾으려 했다. 2016년 열린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서 당시 CGV 대표였던 서정 CJ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사 대표는 “영화는 문화이자 산업적인 요소를 모두 갖고 있다. 물론 문화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서 더욱 산업적인 시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CJ의 이 같은 방침은 4년이 지난 지금에도 변하지 않고 있다.

빈부격차의 슬픈 현실을 노골적으로 직시한 <기생충>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영화계 내 빈부 격차를 더 벌리고 있는 CJ로부터, 전폭적으로 지원받아 자본의 중심에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서 작품상을 수상함으로, 그동안의 CJ 측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우려를 낳게 됐다. 일각에선 이번 수상이 이재현 CJ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의 지속적인 투자로 인해 얻어진 결실이라는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것이 ‘봉준호의 역설’이 함의하는 핵심이다. 
 

▲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직후 트로피에 입맞춤하는 봉준호 감독

그런 가운데 봉 감독과 기생충 팀의 쾌거가 순기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영화계에 존재하는 양극화 문제를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심재명 명필름 대표는 “봉준호 감독이 일궈낸 쾌거는 한국 영화 역사상 다시 보기 힘들 쾌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제2의 봉준호 등장이 가능해지려면 영화의 다양성이 보장되는 환경과 생태계, 곧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영화 환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급의 문제를 다룬 이 영화가 대기업과 대자본의 후원으로 세계 영화계에 알려진 건 의미 있고, 반가운 현실이지만, 영화산업의 문제나 왜곡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돼야 하지 않겠냐고 여긴다. 쾌거 이면에 독립예술 영화계나 창작자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측면서 다시 한 번 짚어봐야, 봉 감독의 쾌거가 순기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일 뿐?
순기능 하려면…

더불어민주당의 우상호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서 “제작과 투자, 배급이 모두 1000만 관객에 매달리는 현상을 타파하지 않으면 역설적으로 제2, 제3의 봉준호를 못 만든다”며 “왜곡된 시장과 독점 상황을 바로잡아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게 혈맥을 뚫어주는 제도가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화적 화법’ 봉준호의 말말말 

영화를 만드는 능력만큼 봉준호 감독은 뛰어난 언변을 갖고 있다. 전 세계를 비롯해 미국 전역을 돌면서 수백번의 수상 소감 발표 및 기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각국 MC들의 수많은 질문에 위트와 재미, 존중과 배려, 솔직한 진심을 담은 그의 말솜씨는 감동적이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봉 감독이 스피치 강사로도 손색없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으며, 시사평론가 김어준은 TBS <뉴스공장>서 “영화감독이라 그런지 말하는 것도 영화적”이라고 평가했다. 듣기만해도 미소가 번지는 봉 감독의 어록들을 모아봤다. 

▲BAFTA 영국 아카데미 백스테이지 인터뷰 = “어느 나라나 가난한 자와 부자들이 있고 그들 사이에 되게 가파른 계단이 있다. 여기 로얄 앨버트 홀에도 계단이 많아서 땀이 나려고 한다.(웃음) <기생충>도 계단에 관한 영화다. 스토리를 요약하면 계단을 올라가려던 한 가난한 남자가 오히려 계단을 내려가면서 끝나는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그것이 우리 시대가 담고 있는 슬픈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들었다.”

▲HCAA 할리우드 비평가협회 각본상 수상소감 = “습관이 이상하게 들어 시나리오를 집이나 사무실이 아닌 커피숍서 쓴다. 영화가 개봉할 때쯤에 가보면 그 커피숍이 망해서 없어졌다.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는데 조용하다는 것은 장사가 안 된다는 뜻이다. 내가 시나리오를 쓸 수 있게 해준 그 커피숍 주인 분들께 이 상을 바친다. 또 저의 파트너가 있다. 오늘 약간 변호사나 회계사의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변태적인 아이디어로 가득찬 저의 멋진 공동작가 한진원씨를 소개한다.”

▲피트 해먼드와의 인터뷰 = “정치적인 주제나 사회적인 코멘트를 하려고 영화를 만든 적은 없다. 장르적인 흥분 내지는 재미가 있는 영화를 하려고 하는데, 대신 인물들에게 관심이 많다 보니까, 인물들에 대해 파내려갈수록 사회, 역사와 저절로 연결되는 것 같다. 무인도서 평생 사는 사람이 영화를 찍지 않는 이상, 자연스러운 것 같다.” 

▲산타바바라 영화제 감독상 수상 후 인터뷰 = “이 영화와 함께 한국서 혁명이 시작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냐고 물었는데, 오히려 혁명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 혁명은 부숴야 할 대상이 있어야 하는데, 그 혁명의 대상이 뭔지 파악하기 힘들고 복잡한 세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기생충>은 그런 복잡한 상황을 표현하는 영화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수상소감 = “어렸을 때 영화 공부하며 계속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는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이다.  그 말을 하셨던 분은 마틴 스코세이지다.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내가 상을 받게 될 줄 몰랐다. (중략) 오스카 측이 허락한다면 오스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5개로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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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