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논란’ 어느 목사의 항변

“이제 개과천선 했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외다리 보험왕’ ‘희망전도사로 불렸던 사람이 한순간에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10여년 전 쓴 책에서 거짓말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화려한 학력과 경력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후 4년여 동안 그에 대한 소식은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일요시사>로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조용모 목사 ⓒ문병희 기자

지난 4일 오후, 자신을 조용모 목사라고 밝힌 이가 <일요시사>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2016811<일요시사>서 보도한 기사(조용모 목사, 희망전도사 맞아?)를 언급하면서 인터뷰를 자청했다. 자신이 이제 개과천선했으니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요청이었다. 지난 11일 서울 양평동의 한 카페서 조 목사를 만났다.

거짓말 딛고

조 목사는 왼쪽 다리가 불편하다. 목발을 둘러매고 한 발로 자전거를 탄다. 인터뷰를 위해 카페로 들어오는 조 목사의 걸음은 느렸다. 하지만 자리에 앉자마자 쏟아내는 그의 말은 빨랐다. 자신이 살아온 과정, 목사가 되기까지 여정, 그리고 4년 전 밝혀진 거짓말에 대한 항변이 1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4년 전 <국민일보>서 조 목사에 대한 인터뷰를 준비하던 중 그가 학력과 경력을 속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2005년 조 목사가 쓴 책 <백만 번의 프로포즈> 내용 중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하고 국가기관의 사무관으로 일했다는 것이 거짓이라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실제 조 목사의 책 머리말에는, ‘1953년 전북 익산서 태어나 간신히 초등학교,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하기까지 독학으로 공부했다. 한때 국가기관의 촉망받는 사무관이었던 그의 인생이 느닷없이 항로를 바꾸게 된 건 스물일곱, 꽃다운 나이에 뺑소니차에 치이면서였다는 내용이 있다.


<국민일보> 확인 결과 조 목사는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한 적도, 국가기관의 사무관으로 일한 적도 없었다. 전부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이번 인터뷰 과정서 27세에 뺑소니차에 치여 왼쪽 다리를 절게 됐다는 내용도 거짓말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의 장애는 사고 때문이 아니라 어린 시절 갑자기 마비가 오면서 생긴 것이었다.

거짓 학력·경력으로 사직 
뺑소니 사고도 ‘없던 일’

그가 뺑소니차에 치여 장애를 갖게 되고 3년여의 시간 동안 좌절하고 절망해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났다는 이야기는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조 목사에 대한 신문기사, 방송 영상 등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백만 번의 프로포즈>는 조 목사의 학력·경력 논란이 불거지고 절판되기 전까지 24쇄를 찍을 정도로 스테디셀러였다. 조 목사는 첫 번째 인세로 당시 1300만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아직도 그 책를 읽고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의 후기가 올라오기도 한다.

조 목사는 “(그런 부분은)스토리텔링을 만드는 과정서 좀 더 기교 있게 분위기를 잡으려고 업그레이드한 내용이다. 책 쓸 당시 다른 작가도 여럿 있었는데, 그들에게 그렇게 써달라고 한 적은 없다. 책이 팔려서 들어오는 인세나 확인했을 뿐이지 <국민일보>서 문제 삼기 전까지 책에 대해서는 어떤 관심도 두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조용모 목사

이어 지금까지 나는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여줘왔다. 그게 결실을 맺어 사람들 인정을 받게 된 것이지 학력과 경력을 내세워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않았다그 부분을 제외하고 보험업계서 일하던 때의 내용은 보태고 덜어낼 것도 없이 다 진짜다. 정말 피 흘리고 땀 흘리고 눈물 흘리면서 일했다고 덧붙였다.

조 목사는 2012년 편도암 4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한 이후 목사의 길을 걷게 됐다고 했다. 편도암을 치료하는 과정서 기독교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50년 동안 믿어온 원불교에 대한 회의가 그를 목사의 길로 이끌었다. 학력·경력 거짓 논란은 그가 막 목사로서 첫발을 떼는 시점에 불거졌다. 조 목사는 그 길로 사직서를 냈다.


그는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드러난 만큼 다시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부에 매달렸다. 하루에 1015시간씩 작은 책상서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앉아 공부했다고 전했다.

출간 과정서 ‘업그레이드’
내용 수정해서 복간 예정

고등학교를 중퇴한 조 목사는 20174월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한 후 바로 다음 달인 5월 총회 신학교에 입학했다. 내친 김에 같은 해 8월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에 입학했다. 예장 합동개혁 신학교에 진학, 1년을 더 다녀 3년 과정을 마쳤다. 예장 합동개혁 총회가 인준하는 목회학 박사 과정도 마무리했다. 방통대는 7학기 졸업을 앞두고 있다.

예배가 없는 날 그의 하루는 단촐하다. 아침 기상 후 식사와 30분의 운동 시간, 뉴스를 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공부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돈 관리는 가족들이 할 뿐 조 목사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교회에 헌금으로 내는 돈도 아내가 봉투에 담아 챙겨준다.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개혁총회는 지난해 627일 총회 징계위원회를 열어 조 목사의 복직을 승인했다. <백만 번의 프로포즈><고난수업> 등 조 목사의 저서를 출판한 다산북스서도 책을 복간하기로 했다. 조 목사의 징계 사유가 해소됐고 책이 절판된 이후에도 독자들이 계속해서 복간을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조 목사는 다산북스에 내 상황을 전달했다. 책 내용은 수정될 것이라고 했다.
 

▲ 인터뷰 갖는 조용모 목사 ⓒ문병희 기자

조 목사는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목사로서 인격적인 부분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가 왜 나이 60에 목사의 길을 걷고자 했는지, 어떤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해줬으면 한다앞으로 20년 동안 현역으로 살고 싶다. 하나님이 부르실 때까지 하나님의 말씀대로 진실된 삶을 살겠다고 강조했다.

목사의 길로

그러면서 70세가 되지만 목사로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이 길로 들어왔으니 하나님의 말씀을 성도들에게 전하고 싶다. 어디든지 하나님 말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찾아가서 말씀을 전하고 그들이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죽는 날까지 목사로 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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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