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천국’ 돼버린 중고나라 피해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1:16:07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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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막히면 다른 계좌로 ‘먹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중고물품 거래 사기의 대부분은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통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피해자들 사이서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해 중고물품 사기를 치는 일당들에 대해 파헤쳤다.
 

최근 3년 동안 사이버 사기가 46.9%(2017년 9만2636건→2019년 13만6074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검거 건수 역시 2만4911건(8만740건→10만5651건) 늘었으며 발생 대비 미검거 건수도 255%가량 증가했다.

늘어나는
사이버 사기

지난 9일 익명의 제보자 A씨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조직적인 중고거래 사기’를 고발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A씨는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마스크와 생필품 및 가전제품들로 사기를 치는 사기조직을 고발한다”며 “해당 카페서 마스크를 검색해 거래를 진행하기로 했고 계약금 600만원을 송금했지만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아 사기인 걸 눈치챘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이와 관련한 피해자 약 60여명이 오픈채팅방에 모인 상태며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SBS서 방영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수법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는 “중고거래 물품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수법이 비슷하다. 수십개의 휴대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돌려가며 사용한다”며 “현재 파악한 전화번호는 33개, 계좌번호는 24개다. 소형가전인 아이패드, 카메라, 플레이스테이션부터 시작해서 영양제, 도서 전집, 마스크 등을 거의 모든 물건들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 치는 사람들은 울산, 장흥, 강릉 등 수도권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고 한다.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사진을 찍어주는 만큼 상당히 디테일하다”며 “계좌가 막히면 사설 사이트를 이용해 안전거래인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여성 구매자들에게는 희롱에 가까운 농락도 했고 경찰을 사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계약금 600만원 송금 후 감감무소식
소형가전·생활잡화 등 허위매물 판매

A씨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도 글을 올려 관련 피해자들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A씨는 쪽지나 메일로 피해 인증사진을 확인한 후 관련된 피해자들만 오픈채팅방으로 입장시켰다. 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일당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피해 인원은 점점 늘어났고 A씨는 일당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중고거래 사기꾼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7명이서 같은 핸드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쓴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7명의 해당 사기꾼들의 이름은 중고나라에 공유됐다.  

그러자 이들 중 한 명인 B씨가 해당 카페에 글을 올렸다.

그는 “제 이름으로 사기 피해를 본 사람들이 이 글을 확인하길 바란다. 제 이름과 통장계좌로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고, 전화도 걸려 오게 되면서 글을 남기게 됐다”며 “카카오톡 내용이나 은행 거래 내역 전체가 필요하시면 댓글로 연락처나 카카오톡 내용을 남기겠다”고 장문의 글을 시작했다.
 


사건을 요약하겠다던 B씨는 “지난달 31일경 네이버 밴드를 통해 해외직구 대행업체서 재택 근무 가능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문의를 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고 회사 주소지와 대표이사 이름이 동일하게 기재돼있어 믿고 일을 진행하게 됐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이 회사도 도용당한 회사였다. 피해당한 사람들은 관련 신고접수처에서 원하시면 원본 서류를 보내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는 단순했다. 입금 한 분 이름과 금액을 확인하고 계좌번호를 말해준 뒤 해당 금액을 담당자에게 이체해 주기만 하면 되는 업무였다”며 “(나는)2월4일, 5일 총 이틀 동안 진행한 상황이고 하루 급여만 받은 상황이었다”고 언급했다.

여기저기서
“나도 피해”

그러면서 “지난 6일 오전 12시30분경 제 명의로 사기를 당했다는 걸 인지한 어떤 한 분이 은행 고객센터로 신고접수를 했고 오전 7시20분 은행서 보이스피싱 등 기타 관련 사기 건으로 통장거래가 정지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생업에 사용하는 통장계좌다 보니 은행에 오전 9시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거래 내용 등을 증거자료로 이의신청을 하라는 말뿐 은행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이후 중고나라서 사기를 당한 몇몇 피해자들이 B씨에게 연락했고 은행으로부터 이의신청서가 반송처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회사의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그들은 그런 공고를 올린 적이 없고, 요즘 그런 사기 사건 연락이 많이 온다는 말뿐이었다.

그는 사건접수를 위해 가까운 경찰서로 방문했는데 자신의 이름으로 접수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담당 수사관은 관련 증거자료를 모아서 갖고 있으라고 했고 피해자들이 직접 접수한 후 특정인물에 대한 추적이 이뤄지면 사건을 이관받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서 글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은행 거래내역을 수집해서 파일로 만들 예정이며 사기꾼이라고 소개된 글들을 보니 참 어이가 없고 황당해했다. 지인 중 변호사가 있어 사건 의뢰도 해둔 상태라고 했다.
 

B씨는 “이유 불문하고 제 불찰로 인해 제 명의의 통장에 사기를 당하신 분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신고와 관련해 필요한 서류 등 제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준비하겠다. 전체 원본이 필요하시면 댓글로 카톡이나 메일, 연락처를 남겨달라”고 덧붙였다. 기자는 B씨에게 쪽지를 보내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재택근무에
일당 25만원

해당 게시글에 트****는 “일당 25만원이 재택근무하면서 받을 수 있는 돈이라 생각하고 했냐, 적지 않은 나이에 그걸 인지 못했다는 건 거짓말 같다. 많은 페이에 혹했어도 그건 본인 잘못이고 같이 동조한 것”이라며 “분명 책임 묻고 처벌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피해자라고 말하기엔 사기당해서 피해 보신 분들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사****는 “재택근무에 25만원이란 게 말이 안 된다. 계약서 작성은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면담 후 결정한다. 또 통장을 톡으로 보내는 건 세상 천지에 없다 범죄가 연류된 만큼 일처리 잘 되길 바라지만, 몰라서 그랬다는 것으로 범죄를 덮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되지만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 받으시고 다시는 이런 일 없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B씨는 해외 직구대행 C 업체와 카카오톡을 통해 채용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C 업체는 B씨에게 “간편하고 쉽게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업무는 아주 간단하며 시급 2만5000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며, 두 번째는 회사서 B씨에게 입금을 하면 우리가 선택한 상품을 구매대행해주는 것이다. 구매대행 알바를 구하는 이유는 하루 구매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기에 많은 상품을 공급하기 한 것이다. 일당 25만원이 보장되며, 당일 지급된다”고 안심시켰다. 

B씨가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묻자 해당 업체는 “문제 될 일은 전혀 없으며,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 전후로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며 “수습기간에는 하루 25만원 정도이고, 그후 35만원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근무에 앞서 C 업체는 B씨에게 본인인증을 위해 신분증을 들고 본인 얼굴과 함께 나온 사진을 요구했다. 주 업무는 입금확인 및 이체 업무였다.

원하는 대로 사진 찍어주고 안심 시켜
경찰 행세·사진 해킹 등 피해자 도발

제보자 A씨는 “한 명의 이름으로만 피해 본 사람이 60명이 넘는다. 확인해보니 7명이 여러 개의 핸드폰과 계좌번호를 바꿔가면서 사용했다. 사기친 한 사람 이름으로만 된 계좌 내역을 확인하니 한 계좌당 88명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 일당 중 한 명의 이름을 파악해보니 2012년에 검거됐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지금 계좌를 살펴보니 총 10개의 계좌를 사용하고 있으며 피해 인원만 최소 500명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파악된 7명 일당의 수법이 다 똑같다. 물건도 다 있고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사진도 다 찍어준다. 다만 신분증과 사람, 물건이 다같이 나오게 하는 건 못 찍는다. 이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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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경찰서에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기를 친 한 명을 카카오톡으로 추가하니 갑자기 정보가 홍콩으로 떴다”며 “해외에 있는 것 같다. 카톡으로는 피해자에게 약 올리는 듯한 내용을 보냈다. 잡아 볼 테면 잡아보란 식으로 말했다. 외국에 있지 않고서야 그런 식으로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사기 일당들의 이름은 중고나라나 더치트에 검색하면 나오지만, 소용이 없다. 더치트는 3개월마다 갱신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이 2월인데 5~6월쯤에 또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사기 일당 중 한 명은 일부 피해자에게 경찰행세를 했다. 또 여성 피해자의 부모를 욕하거나 ‘선물 줄게’ ‘무릎이 까졌구나 왜 까졌을까’와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피해자들의 클라우드 계정을 해킹해 사진까지 확보한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해 구제
어려움 많아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사기 이용 계좌 지급정지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항목을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전체 유통시장서 전자상거래가 일반상거래를 추월한 것은 오래전 일로,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도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의 다수·소액 피해라는 특성으로 인해 실질적 피해구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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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