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천국’ 돼버린 중고나라 피해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1:16:07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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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막히면 다른 계좌로 ‘먹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중고물품 거래 사기의 대부분은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통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피해자들 사이서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해 중고물품 사기를 치는 일당들에 대해 파헤쳤다.
 

최근 3년 동안 사이버 사기가 46.9%(2017년 9만2636건→2019년 13만6074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검거 건수 역시 2만4911건(8만740건→10만5651건) 늘었으며 발생 대비 미검거 건수도 255%가량 증가했다.

늘어나는
사이버 사기

지난 9일 익명의 제보자 A씨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조직적인 중고거래 사기’를 고발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A씨는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마스크와 생필품 및 가전제품들로 사기를 치는 사기조직을 고발한다”며 “해당 카페서 마스크를 검색해 거래를 진행하기로 했고 계약금 600만원을 송금했지만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아 사기인 걸 눈치챘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이와 관련한 피해자 약 60여명이 오픈채팅방에 모인 상태며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SBS서 방영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수법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는 “중고거래 물품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수법이 비슷하다. 수십개의 휴대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돌려가며 사용한다”며 “현재 파악한 전화번호는 33개, 계좌번호는 24개다. 소형가전인 아이패드, 카메라, 플레이스테이션부터 시작해서 영양제, 도서 전집, 마스크 등을 거의 모든 물건들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 치는 사람들은 울산, 장흥, 강릉 등 수도권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고 한다.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사진을 찍어주는 만큼 상당히 디테일하다”며 “계좌가 막히면 사설 사이트를 이용해 안전거래인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여성 구매자들에게는 희롱에 가까운 농락도 했고 경찰을 사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계약금 600만원 송금 후 감감무소식
소형가전·생활잡화 등 허위매물 판매

A씨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도 글을 올려 관련 피해자들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A씨는 쪽지나 메일로 피해 인증사진을 확인한 후 관련된 피해자들만 오픈채팅방으로 입장시켰다. 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일당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피해 인원은 점점 늘어났고 A씨는 일당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중고거래 사기꾼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7명이서 같은 핸드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쓴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7명의 해당 사기꾼들의 이름은 중고나라에 공유됐다.  

그러자 이들 중 한 명인 B씨가 해당 카페에 글을 올렸다.

그는 “제 이름으로 사기 피해를 본 사람들이 이 글을 확인하길 바란다. 제 이름과 통장계좌로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고, 전화도 걸려 오게 되면서 글을 남기게 됐다”며 “카카오톡 내용이나 은행 거래 내역 전체가 필요하시면 댓글로 연락처나 카카오톡 내용을 남기겠다”고 장문의 글을 시작했다.
 


사건을 요약하겠다던 B씨는 “지난달 31일경 네이버 밴드를 통해 해외직구 대행업체서 재택 근무 가능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문의를 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고 회사 주소지와 대표이사 이름이 동일하게 기재돼있어 믿고 일을 진행하게 됐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이 회사도 도용당한 회사였다. 피해당한 사람들은 관련 신고접수처에서 원하시면 원본 서류를 보내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는 단순했다. 입금 한 분 이름과 금액을 확인하고 계좌번호를 말해준 뒤 해당 금액을 담당자에게 이체해 주기만 하면 되는 업무였다”며 “(나는)2월4일, 5일 총 이틀 동안 진행한 상황이고 하루 급여만 받은 상황이었다”고 언급했다.

여기저기서
“나도 피해”

그러면서 “지난 6일 오전 12시30분경 제 명의로 사기를 당했다는 걸 인지한 어떤 한 분이 은행 고객센터로 신고접수를 했고 오전 7시20분 은행서 보이스피싱 등 기타 관련 사기 건으로 통장거래가 정지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생업에 사용하는 통장계좌다 보니 은행에 오전 9시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거래 내용 등을 증거자료로 이의신청을 하라는 말뿐 은행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이후 중고나라서 사기를 당한 몇몇 피해자들이 B씨에게 연락했고 은행으로부터 이의신청서가 반송처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회사의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그들은 그런 공고를 올린 적이 없고, 요즘 그런 사기 사건 연락이 많이 온다는 말뿐이었다.

그는 사건접수를 위해 가까운 경찰서로 방문했는데 자신의 이름으로 접수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담당 수사관은 관련 증거자료를 모아서 갖고 있으라고 했고 피해자들이 직접 접수한 후 특정인물에 대한 추적이 이뤄지면 사건을 이관받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서 글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은행 거래내역을 수집해서 파일로 만들 예정이며 사기꾼이라고 소개된 글들을 보니 참 어이가 없고 황당해했다. 지인 중 변호사가 있어 사건 의뢰도 해둔 상태라고 했다.
 

B씨는 “이유 불문하고 제 불찰로 인해 제 명의의 통장에 사기를 당하신 분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신고와 관련해 필요한 서류 등 제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준비하겠다. 전체 원본이 필요하시면 댓글로 카톡이나 메일, 연락처를 남겨달라”고 덧붙였다. 기자는 B씨에게 쪽지를 보내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재택근무에
일당 25만원

해당 게시글에 트****는 “일당 25만원이 재택근무하면서 받을 수 있는 돈이라 생각하고 했냐, 적지 않은 나이에 그걸 인지 못했다는 건 거짓말 같다. 많은 페이에 혹했어도 그건 본인 잘못이고 같이 동조한 것”이라며 “분명 책임 묻고 처벌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피해자라고 말하기엔 사기당해서 피해 보신 분들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사****는 “재택근무에 25만원이란 게 말이 안 된다. 계약서 작성은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면담 후 결정한다. 또 통장을 톡으로 보내는 건 세상 천지에 없다 범죄가 연류된 만큼 일처리 잘 되길 바라지만, 몰라서 그랬다는 것으로 범죄를 덮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되지만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 받으시고 다시는 이런 일 없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B씨는 해외 직구대행 C 업체와 카카오톡을 통해 채용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C 업체는 B씨에게 “간편하고 쉽게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업무는 아주 간단하며 시급 2만5000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며, 두 번째는 회사서 B씨에게 입금을 하면 우리가 선택한 상품을 구매대행해주는 것이다. 구매대행 알바를 구하는 이유는 하루 구매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기에 많은 상품을 공급하기 한 것이다. 일당 25만원이 보장되며, 당일 지급된다”고 안심시켰다. 

B씨가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묻자 해당 업체는 “문제 될 일은 전혀 없으며,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 전후로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며 “수습기간에는 하루 25만원 정도이고, 그후 35만원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근무에 앞서 C 업체는 B씨에게 본인인증을 위해 신분증을 들고 본인 얼굴과 함께 나온 사진을 요구했다. 주 업무는 입금확인 및 이체 업무였다.

원하는 대로 사진 찍어주고 안심 시켜
경찰 행세·사진 해킹 등 피해자 도발

제보자 A씨는 “한 명의 이름으로만 피해 본 사람이 60명이 넘는다. 확인해보니 7명이 여러 개의 핸드폰과 계좌번호를 바꿔가면서 사용했다. 사기친 한 사람 이름으로만 된 계좌 내역을 확인하니 한 계좌당 88명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 일당 중 한 명의 이름을 파악해보니 2012년에 검거됐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지금 계좌를 살펴보니 총 10개의 계좌를 사용하고 있으며 피해 인원만 최소 500명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파악된 7명 일당의 수법이 다 똑같다. 물건도 다 있고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사진도 다 찍어준다. 다만 신분증과 사람, 물건이 다같이 나오게 하는 건 못 찍는다. 이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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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경찰서에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기를 친 한 명을 카카오톡으로 추가하니 갑자기 정보가 홍콩으로 떴다”며 “해외에 있는 것 같다. 카톡으로는 피해자에게 약 올리는 듯한 내용을 보냈다. 잡아 볼 테면 잡아보란 식으로 말했다. 외국에 있지 않고서야 그런 식으로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사기 일당들의 이름은 중고나라나 더치트에 검색하면 나오지만, 소용이 없다. 더치트는 3개월마다 갱신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이 2월인데 5~6월쯤에 또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사기 일당 중 한 명은 일부 피해자에게 경찰행세를 했다. 또 여성 피해자의 부모를 욕하거나 ‘선물 줄게’ ‘무릎이 까졌구나 왜 까졌을까’와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피해자들의 클라우드 계정을 해킹해 사진까지 확보한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해 구제
어려움 많아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사기 이용 계좌 지급정지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항목을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전체 유통시장서 전자상거래가 일반상거래를 추월한 것은 오래전 일로,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도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의 다수·소액 피해라는 특성으로 인해 실질적 피해구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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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의문 해소 첫 단추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