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천국’ 돼버린 중고나라 피해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1:16:07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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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막히면 다른 계좌로 ‘먹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중고물품 거래 사기의 대부분은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통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피해자들 사이서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해 중고물품 사기를 치는 일당들에 대해 파헤쳤다.
 

최근 3년 동안 사이버 사기가 46.9%(2017년 9만2636건→2019년 13만6074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검거 건수 역시 2만4911건(8만740건→10만5651건) 늘었으며 발생 대비 미검거 건수도 255%가량 증가했다.

늘어나는
사이버 사기

지난 9일 익명의 제보자 A씨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조직적인 중고거래 사기’를 고발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A씨는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마스크와 생필품 및 가전제품들로 사기를 치는 사기조직을 고발한다”며 “해당 카페서 마스크를 검색해 거래를 진행하기로 했고 계약금 600만원을 송금했지만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아 사기인 걸 눈치챘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이와 관련한 피해자 약 60여명이 오픈채팅방에 모인 상태며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SBS서 방영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수법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는 “중고거래 물품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수법이 비슷하다. 수십개의 휴대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돌려가며 사용한다”며 “현재 파악한 전화번호는 33개, 계좌번호는 24개다. 소형가전인 아이패드, 카메라, 플레이스테이션부터 시작해서 영양제, 도서 전집, 마스크 등을 거의 모든 물건들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 치는 사람들은 울산, 장흥, 강릉 등 수도권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고 한다.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사진을 찍어주는 만큼 상당히 디테일하다”며 “계좌가 막히면 사설 사이트를 이용해 안전거래인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여성 구매자들에게는 희롱에 가까운 농락도 했고 경찰을 사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계약금 600만원 송금 후 감감무소식
소형가전·생활잡화 등 허위매물 판매

A씨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도 글을 올려 관련 피해자들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A씨는 쪽지나 메일로 피해 인증사진을 확인한 후 관련된 피해자들만 오픈채팅방으로 입장시켰다. 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일당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피해 인원은 점점 늘어났고 A씨는 일당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중고거래 사기꾼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7명이서 같은 핸드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쓴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7명의 해당 사기꾼들의 이름은 중고나라에 공유됐다.  

그러자 이들 중 한 명인 B씨가 해당 카페에 글을 올렸다.

그는 “제 이름으로 사기 피해를 본 사람들이 이 글을 확인하길 바란다. 제 이름과 통장계좌로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고, 전화도 걸려 오게 되면서 글을 남기게 됐다”며 “카카오톡 내용이나 은행 거래 내역 전체가 필요하시면 댓글로 연락처나 카카오톡 내용을 남기겠다”고 장문의 글을 시작했다.
 


사건을 요약하겠다던 B씨는 “지난달 31일경 네이버 밴드를 통해 해외직구 대행업체서 재택 근무 가능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문의를 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고 회사 주소지와 대표이사 이름이 동일하게 기재돼있어 믿고 일을 진행하게 됐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이 회사도 도용당한 회사였다. 피해당한 사람들은 관련 신고접수처에서 원하시면 원본 서류를 보내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는 단순했다. 입금 한 분 이름과 금액을 확인하고 계좌번호를 말해준 뒤 해당 금액을 담당자에게 이체해 주기만 하면 되는 업무였다”며 “(나는)2월4일, 5일 총 이틀 동안 진행한 상황이고 하루 급여만 받은 상황이었다”고 언급했다.

여기저기서
“나도 피해”

그러면서 “지난 6일 오전 12시30분경 제 명의로 사기를 당했다는 걸 인지한 어떤 한 분이 은행 고객센터로 신고접수를 했고 오전 7시20분 은행서 보이스피싱 등 기타 관련 사기 건으로 통장거래가 정지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생업에 사용하는 통장계좌다 보니 은행에 오전 9시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거래 내용 등을 증거자료로 이의신청을 하라는 말뿐 은행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이후 중고나라서 사기를 당한 몇몇 피해자들이 B씨에게 연락했고 은행으로부터 이의신청서가 반송처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회사의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그들은 그런 공고를 올린 적이 없고, 요즘 그런 사기 사건 연락이 많이 온다는 말뿐이었다.

그는 사건접수를 위해 가까운 경찰서로 방문했는데 자신의 이름으로 접수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담당 수사관은 관련 증거자료를 모아서 갖고 있으라고 했고 피해자들이 직접 접수한 후 특정인물에 대한 추적이 이뤄지면 사건을 이관받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서 글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은행 거래내역을 수집해서 파일로 만들 예정이며 사기꾼이라고 소개된 글들을 보니 참 어이가 없고 황당해했다. 지인 중 변호사가 있어 사건 의뢰도 해둔 상태라고 했다.
 

B씨는 “이유 불문하고 제 불찰로 인해 제 명의의 통장에 사기를 당하신 분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신고와 관련해 필요한 서류 등 제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준비하겠다. 전체 원본이 필요하시면 댓글로 카톡이나 메일, 연락처를 남겨달라”고 덧붙였다. 기자는 B씨에게 쪽지를 보내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재택근무에
일당 25만원

해당 게시글에 트****는 “일당 25만원이 재택근무하면서 받을 수 있는 돈이라 생각하고 했냐, 적지 않은 나이에 그걸 인지 못했다는 건 거짓말 같다. 많은 페이에 혹했어도 그건 본인 잘못이고 같이 동조한 것”이라며 “분명 책임 묻고 처벌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피해자라고 말하기엔 사기당해서 피해 보신 분들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사****는 “재택근무에 25만원이란 게 말이 안 된다. 계약서 작성은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면담 후 결정한다. 또 통장을 톡으로 보내는 건 세상 천지에 없다 범죄가 연류된 만큼 일처리 잘 되길 바라지만, 몰라서 그랬다는 것으로 범죄를 덮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되지만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 받으시고 다시는 이런 일 없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B씨는 해외 직구대행 C 업체와 카카오톡을 통해 채용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C 업체는 B씨에게 “간편하고 쉽게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업무는 아주 간단하며 시급 2만5000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며, 두 번째는 회사서 B씨에게 입금을 하면 우리가 선택한 상품을 구매대행해주는 것이다. 구매대행 알바를 구하는 이유는 하루 구매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기에 많은 상품을 공급하기 한 것이다. 일당 25만원이 보장되며, 당일 지급된다”고 안심시켰다. 

B씨가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묻자 해당 업체는 “문제 될 일은 전혀 없으며,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 전후로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며 “수습기간에는 하루 25만원 정도이고, 그후 35만원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근무에 앞서 C 업체는 B씨에게 본인인증을 위해 신분증을 들고 본인 얼굴과 함께 나온 사진을 요구했다. 주 업무는 입금확인 및 이체 업무였다.

원하는 대로 사진 찍어주고 안심 시켜
경찰 행세·사진 해킹 등 피해자 도발

제보자 A씨는 “한 명의 이름으로만 피해 본 사람이 60명이 넘는다. 확인해보니 7명이 여러 개의 핸드폰과 계좌번호를 바꿔가면서 사용했다. 사기친 한 사람 이름으로만 된 계좌 내역을 확인하니 한 계좌당 88명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 일당 중 한 명의 이름을 파악해보니 2012년에 검거됐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지금 계좌를 살펴보니 총 10개의 계좌를 사용하고 있으며 피해 인원만 최소 500명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파악된 7명 일당의 수법이 다 똑같다. 물건도 다 있고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사진도 다 찍어준다. 다만 신분증과 사람, 물건이 다같이 나오게 하는 건 못 찍는다. 이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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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경찰서에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기를 친 한 명을 카카오톡으로 추가하니 갑자기 정보가 홍콩으로 떴다”며 “해외에 있는 것 같다. 카톡으로는 피해자에게 약 올리는 듯한 내용을 보냈다. 잡아 볼 테면 잡아보란 식으로 말했다. 외국에 있지 않고서야 그런 식으로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사기 일당들의 이름은 중고나라나 더치트에 검색하면 나오지만, 소용이 없다. 더치트는 3개월마다 갱신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이 2월인데 5~6월쯤에 또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사기 일당 중 한 명은 일부 피해자에게 경찰행세를 했다. 또 여성 피해자의 부모를 욕하거나 ‘선물 줄게’ ‘무릎이 까졌구나 왜 까졌을까’와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피해자들의 클라우드 계정을 해킹해 사진까지 확보한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해 구제
어려움 많아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사기 이용 계좌 지급정지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항목을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전체 유통시장서 전자상거래가 일반상거래를 추월한 것은 오래전 일로,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도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의 다수·소액 피해라는 특성으로 인해 실질적 피해구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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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