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 천국’ 돼버린 중고나라 피해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1:16:07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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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좌 막히면 다른 계좌로 ‘먹튀’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중고물품 거래 사기의 대부분은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를 통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피해자들 사이서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사기 범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해 중고물품 사기를 치는 일당들에 대해 파헤쳤다.
 

최근 3년 동안 사이버 사기가 46.9%(2017년 9만2636건→2019년 13만6074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같은 기간 동안 검거 건수 역시 2만4911건(8만740건→10만5651건) 늘었으며 발생 대비 미검거 건수도 255%가량 증가했다.

늘어나는
사이버 사기

지난 9일 익명의 제보자 A씨는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조직적인 중고거래 사기’를 고발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A씨는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마스크와 생필품 및 가전제품들로 사기를 치는 사기조직을 고발한다”며 “해당 카페서 마스크를 검색해 거래를 진행하기로 했고 계약금 600만원을 송금했지만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아 사기인 걸 눈치챘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이와 관련한 피해자 약 60여명이 오픈채팅방에 모인 상태며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SBS서 방영한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수법과 유사하다고 했다.


그는 “중고거래 물품으로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수법이 비슷하다. 수십개의 휴대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돌려가며 사용한다”며 “현재 파악한 전화번호는 33개, 계좌번호는 24개다. 소형가전인 아이패드, 카메라, 플레이스테이션부터 시작해서 영양제, 도서 전집, 마스크 등을 거의 모든 물건들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 치는 사람들은 울산, 장흥, 강릉 등 수도권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다고 한다.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사진을 찍어주는 만큼 상당히 디테일하다”며 “계좌가 막히면 사설 사이트를 이용해 안전거래인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여성 구매자들에게는 희롱에 가까운 농락도 했고 경찰을 사칭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계약금 600만원 송금 후 감감무소식
소형가전·생활잡화 등 허위매물 판매

A씨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도 글을 올려 관련 피해자들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모집하기 시작했다. A씨는 쪽지나 메일로 피해 인증사진을 확인한 후 관련된 피해자들만 오픈채팅방으로 입장시켰다. 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일당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피해 인원은 점점 늘어났고 A씨는 일당들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중고거래 사기꾼들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7명이서 같은 핸드폰 번호와 계좌번호를 쓴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7명의 해당 사기꾼들의 이름은 중고나라에 공유됐다.  

그러자 이들 중 한 명인 B씨가 해당 카페에 글을 올렸다.

그는 “제 이름으로 사기 피해를 본 사람들이 이 글을 확인하길 바란다. 제 이름과 통장계좌로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올라왔고, 전화도 걸려 오게 되면서 글을 남기게 됐다”며 “카카오톡 내용이나 은행 거래 내역 전체가 필요하시면 댓글로 연락처나 카카오톡 내용을 남기겠다”고 장문의 글을 시작했다.
 


사건을 요약하겠다던 B씨는 “지난달 31일경 네이버 밴드를 통해 해외직구 대행업체서 재택 근무 가능한 아르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문의를 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회사가 실제로 존재하고 회사 주소지와 대표이사 이름이 동일하게 기재돼있어 믿고 일을 진행하게 됐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이 회사도 도용당한 회사였다. 피해당한 사람들은 관련 신고접수처에서 원하시면 원본 서류를 보내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는 단순했다. 입금 한 분 이름과 금액을 확인하고 계좌번호를 말해준 뒤 해당 금액을 담당자에게 이체해 주기만 하면 되는 업무였다”며 “(나는)2월4일, 5일 총 이틀 동안 진행한 상황이고 하루 급여만 받은 상황이었다”고 언급했다.

여기저기서
“나도 피해”

그러면서 “지난 6일 오전 12시30분경 제 명의로 사기를 당했다는 걸 인지한 어떤 한 분이 은행 고객센터로 신고접수를 했고 오전 7시20분 은행서 보이스피싱 등 기타 관련 사기 건으로 통장거래가 정지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생업에 사용하는 통장계좌다 보니 은행에 오전 9시에 찾아가서 상담을 받았다. 하지만 거래 내용 등을 증거자료로 이의신청을 하라는 말뿐 은행서 진행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이후 중고나라서 사기를 당한 몇몇 피해자들이 B씨에게 연락했고 은행으로부터 이의신청서가 반송처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회사의 고객센터에 문의한 결과 그들은 그런 공고를 올린 적이 없고, 요즘 그런 사기 사건 연락이 많이 온다는 말뿐이었다.

그는 사건접수를 위해 가까운 경찰서로 방문했는데 자신의 이름으로 접수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담당 수사관은 관련 증거자료를 모아서 갖고 있으라고 했고 피해자들이 직접 접수한 후 특정인물에 대한 추적이 이뤄지면 사건을 이관받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서 글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 은행 거래내역을 수집해서 파일로 만들 예정이며 사기꾼이라고 소개된 글들을 보니 참 어이가 없고 황당해했다. 지인 중 변호사가 있어 사건 의뢰도 해둔 상태라고 했다.
 

B씨는 “이유 불문하고 제 불찰로 인해 제 명의의 통장에 사기를 당하신 분들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신고와 관련해 필요한 서류 등 제가 준비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준비하겠다. 전체 원본이 필요하시면 댓글로 카톡이나 메일, 연락처를 남겨달라”고 덧붙였다. 기자는 B씨에게 쪽지를 보내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재택근무에
일당 25만원

해당 게시글에 트****는 “일당 25만원이 재택근무하면서 받을 수 있는 돈이라 생각하고 했냐, 적지 않은 나이에 그걸 인지 못했다는 건 거짓말 같다. 많은 페이에 혹했어도 그건 본인 잘못이고 같이 동조한 것”이라며 “분명 책임 묻고 처벌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피해자라고 말하기엔 사기당해서 피해 보신 분들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사****는 “재택근무에 25만원이란 게 말이 안 된다. 계약서 작성은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면담 후 결정한다. 또 통장을 톡으로 보내는 건 세상 천지에 없다 범죄가 연류된 만큼 일처리 잘 되길 바라지만, 몰라서 그랬다는 것으로 범죄를 덮을 수 없을 것 같다”며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되지만 저지른 행위에 대해서는 합당한 처벌 받으시고 다시는 이런 일 없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B씨는 해외 직구대행 C 업체와 카카오톡을 통해 채용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C 업체는 B씨에게 “간편하고 쉽게 재택근무가 가능하다. 업무는 아주 간단하며 시급 2만5000원”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며, 두 번째는 회사서 B씨에게 입금을 하면 우리가 선택한 상품을 구매대행해주는 것이다. 구매대행 알바를 구하는 이유는 하루 구매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기에 많은 상품을 공급하기 한 것이다. 일당 25만원이 보장되며, 당일 지급된다”고 안심시켰다. 

B씨가 “하루 평균 근무시간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느냐”고 묻자 해당 업체는 “문제 될 일은 전혀 없으며,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30분 전후로 근무를 하게 될 것”이라며 “수습기간에는 하루 25만원 정도이고, 그후 35만원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근무에 앞서 C 업체는 B씨에게 본인인증을 위해 신분증을 들고 본인 얼굴과 함께 나온 사진을 요구했다. 주 업무는 입금확인 및 이체 업무였다.

원하는 대로 사진 찍어주고 안심 시켜
경찰 행세·사진 해킹 등 피해자 도발

제보자 A씨는 “한 명의 이름으로만 피해 본 사람이 60명이 넘는다. 확인해보니 7명이 여러 개의 핸드폰과 계좌번호를 바꿔가면서 사용했다. 사기친 한 사람 이름으로만 된 계좌 내역을 확인하니 한 계좌당 88명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사기 일당 중 한 명의 이름을 파악해보니 2012년에 검거됐었다는 것도 알아냈다. 지금 계좌를 살펴보니 총 10개의 계좌를 사용하고 있으며 피해 인원만 최소 500명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파악된 7명 일당의 수법이 다 똑같다. 물건도 다 있고 구매자가 원하는 대로 사진도 다 찍어준다. 다만 신분증과 사람, 물건이 다같이 나오게 하는 건 못 찍는다. 이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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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대부분의 피해자가 경찰서에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 사기를 친 한 명을 카카오톡으로 추가하니 갑자기 정보가 홍콩으로 떴다”며 “해외에 있는 것 같다. 카톡으로는 피해자에게 약 올리는 듯한 내용을 보냈다. 잡아 볼 테면 잡아보란 식으로 말했다. 외국에 있지 않고서야 그런 식으로 대응을 하기는 쉽지 않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사기 일당들의 이름은 중고나라나 더치트에 검색하면 나오지만, 소용이 없다. 더치트는 3개월마다 갱신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이 2월인데 5~6월쯤에 또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사기 일당 중 한 명은 일부 피해자에게 경찰행세를 했다. 또 여성 피해자의 부모를 욕하거나 ‘선물 줄게’ ‘무릎이 까졌구나 왜 까졌을까’와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한 피해자는 피해자들의 클라우드 계정을 해킹해 사진까지 확보한 것 같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피해 구제
어려움 많아

박용철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사기 이용 계좌 지급정지 방안 연구’ 보고서를 통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항목을 삭제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전체 유통시장서 전자상거래가 일반상거래를 추월한 것은 오래전 일로,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도 종류와 형태가 다양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전기통신금융사기범죄의 다수·소액 피해라는 특성으로 인해 실질적 피해구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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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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