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복 벗고서 ‘총선 나가는’ 판·검사들 백태

서초동 찍고 여의도로 ‘고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5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선거 분위기는 뜨뜻미지근하지만 정치권은 이미 ‘총선모드’로 돌입한 지 오래다. 각 정당은 선거서 뛸 선수 선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법관들의 여의도행이다. 금배지를 목표로 법복을 벗는 판·검사들이 부쩍 늘었다.
 

▲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기자회견 갖는 김웅 전 검사 ⓒ나경식 기자

선거를 앞두고 정당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인재영입이다. 이미 4년 동안 국민의 눈에 각인된 낡은 정치인보다 정치를 한 번도 안 해본 뉴페이스가 각광받는다. 신선하면서도 스토리텔링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같은 사람을 두고 여러 정당서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도 더러 있을 정도다.

뉴페이스
영입 경쟁

<아시아투데이>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3일 진행한 조사서 정치권의 인재영입을 라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율이 과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 당이 인재영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보여주기식 정치 쇼라는 의견이 44.6%였다. 새 인물이 정치권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응답은 42.1%였다.

영입된 인재들의 정치적 역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응답자의 43.3%는 정당서 영입한 인재들이 역량이 없다고 답했다. ‘있다는 답변은 33.8%에 그쳤다. 30(52.3%)에서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평가를 유보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22.9%로 나타났다.

인재영입에 대한 다수의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투표할 때 사람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7(67.3%)은 지지 후보나 정당을 선택할 때 영입한 인재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매우 영향 있다고 답한 비율도 27.9%에 달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에도 선거 때마다 정당서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실제 선거철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권의 문을 두드린다. 법조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금배지를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오는 415일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선거에는 특히 판·검사들, 법관들의 러시가 줄을 잇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인재영입 과정서 판사 출신 인사를 3명 영입했다. 지난 1일,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민주당의 영입인재 20호로 선정됐다. 최 전 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낸 경력도 있다. 전남 영암 출신인 최 전 판사는 광주 살레시오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선거 다가오자 너도나도 
정당들도 법관 영입 경쟁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서 활동했으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공개 비판한 적 있다. 최 전 판사는 광주 등 지역구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입당식서 국민들이 법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사법제도를 만들고 싶다 인권 최우선 수사와 책임 있는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국민이 중심인 선진 사법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탄희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와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인재 10, 13호로 영입했다. 이탄희 전 판사는 지난달 19일 민주당에 합류했다. 그는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알린 인물이다.

서울 출신으로 2005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2008년 판사로 임용된 이 전 판사는 2017년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후,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계획 문서 등의 존재를 알고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당시 사직서는 반려됐다.
 

▲ 민주당 인재영입 13호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는 이수진 전 판사가 이해찬 대표와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자 이 전 판사는 다시 사직서를 제출하고 법원을 떠났다. 이후 법무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알리는 강연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서 활동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서 그는 지난 1년간 재야서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한계를 느꼈다제도권에 다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민주당과 함께 현실정치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양승태 까기
트렌드 됐나?

이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우리 이웃 사람들, 이 평범한 우리 대부분을 위한 사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비위 법관 탄핵, 개방적 사법개혁기구 설치 등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재판을 받는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사법개혁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40년도 더 된 폐쇄적이고 제왕적인 대법원장 체제를 투명하게 바꿔나가는 사법개혁의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진 전 판사는 지난달 27일 영입인재로 민주당에 들어갔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2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판사로 임용됐다. 2018년 현직 판사 신분으로 방송 인터뷰서 양승태 대법원의 강제징용 사건 재판지연 의혹을 제기했다. 또 양승태 대법원이 추진했던 상고법원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이수진 전 판사는 이날 영입인재 발표식서 개혁의 대상인 법원이 스스로 개혁안을 만들고 폐부를 도려내기란 쉽지 않다법원 내부 의견을 존중하면서 동반자적 관계로 협의할 수는 있지만 결국 외부서 건강한 동력을 만들어줘야 한다. 삼권분립의 또 다른 축인 국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말 총선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히고 법원에 사표를 내 화제가 됐던 바 있다. 당시 언론 인터뷰서 최재성 민주당 의원의 집요한 영입 요청을 받았다법원서 오랫동안 노력해 온 사법개혁 과제를 국회 입법으로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 형사사건 재판을 맡았던 장동혁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갔다. 장 전 판사는 대전과 충남 지역서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공직 사퇴 시한(115) 이전인 지난달 10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충남 보령 출신인 그는 대전지법, 인천지법, 서울중앙지법서 근무했고 20162018년 국회 파견을 거쳐 지난해 2월 광주지법으로 왔다.

정부 비판
직접 국회로

검사 출신들의 총선 출마 선언도 늘고 있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책 <검사내전>의 저자이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한 검사로 알려진 김웅 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에 입당했다.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직접 영입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달 14일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날인 13일에는 경찰에게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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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부장검사는 국민에게는 검찰 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다.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며 수사권 조정안이란 것이 만들어질 때, 그 법안이 만들어질 때, 패스트트랙에 오를 때, 국회를 통과할 때, 도대체 국민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어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다.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돼 부당하다. 이른바 3불법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후 김 전 부장검사는 검찰을 떠났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7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새보수당 입당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왜 새보수당으로 갔느냐는 노영희 변호사의 질문에 그는 큰 당이나 세가 있는 곳에 간다고 해서 제 가치관이나 제 주장이 다 관철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오히려 새보수당 같은 경우에는 각각의 의원님들 숫자는 적어도 다 자기 주장을 하는 곳이라며 그런 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직접 만나 뵙고 나니 새보수당에 계시는 의원님들이 되게 진실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20대 국회도 법조인 많았는데 …
“정치적 중립성 훼손될까” 우려

앞서 김 전 부장은 지난 5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정치를 하려는 이유는 로 메이커(Law maker, 국회의원), 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그걸 위해선 국회로 입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은 한국당 소속으로 청주 상당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윤 전 검사장은 지난달 21일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조국서 시작된 청와대의 부정과 비리는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오죽하면 조국이 무섭다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돌아서겠느냐면서 건전하고 건강한 보수, 가슴 뜨겁고 함께 잘사는 보수를 꿈꾼다고 말했다.


유상범 전 창원지검 검사장도 한국당 소속으로 이번 총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유 전 검사장은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을 수사했다. 그는 지난 10“(정윤회 사건은)부끄러움 없는 수사였지만 적폐 검사로 몰아세운 문재인정부를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정권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정윤회 문건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나선 뒤 나를 적폐 검사로 낙인찍어 연거푸 좌천인사를 냈다면서 애초부터 그들의 관심은 검찰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들로 채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을 상대로 한풀이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 정부가 극단적인 편 가르기로 나라를 분열시키고 시장 경제질서를 망가뜨리는 것을 보면서 무엇이든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향인 강원 태백·횡성·영원·평창·정선 한국당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에 따르면 1차 영입인재 20명 가운데 법조인은 소병철 전 검사장, 이소영·홍정민 변호사 등 6(30%)에 달한다. 한국당도 전체 영입 인사 30명 중 8(26.7%)이 법조인이다. 참고로 20대 국회서 법조인 출신은 295명 중 49(16.6%)이었다.

판검사들의 총선 출마 러시를 보는 법조계의 시각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관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데 따른 우려가 나온다. 정욱도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법복 정치인 비판이라는 제목의 글로 법관들의 정치권 진출을 비판했다.

부장판사
작심 토로

그는 법관의 정치성은 가급적 억제돼야 하고 불가피하게 드러낼 때조차 지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이런 자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어떤 파국이 오는가를 우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안을 통해 똑똑히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관이 악덕을 체현하며 다른 국가기관의 통치에 참여하는 삼권분업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이미 월권이라고 생각한다법관은 통치에 대한 위임을 받았을지언정 통치에 대한 참여를 위임받은 바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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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