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복 벗고서 ‘총선 나가는’ 판·검사들 백태

서초동 찍고 여의도로 ‘고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5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로 선거 분위기는 뜨뜻미지근하지만 정치권은 이미 ‘총선모드’로 돌입한 지 오래다. 각 정당은 선거서 뛸 선수 선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법관들의 여의도행이다. 금배지를 목표로 법복을 벗는 판·검사들이 부쩍 늘었다.
 

▲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기자회견 갖는 김웅 전 검사 ⓒ나경식 기자

선거를 앞두고 정당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인재영입이다. 이미 4년 동안 국민의 눈에 각인된 낡은 정치인보다 정치를 한 번도 안 해본 뉴페이스가 각광받는다. 신선하면서도 스토리텔링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같은 사람을 두고 여러 정당서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도 더러 있을 정도다.

뉴페이스
영입 경쟁

<아시아투데이>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알앤써치에 의뢰해 지난 3일 진행한 조사서 정치권의 인재영입을 라고 생각하는 국민의 비율이 과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 당이 인재영입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보여주기식 정치 쇼라는 의견이 44.6%였다. 새 인물이 정치권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응답은 42.1%였다.

영입된 인재들의 정치적 역량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이 우세했다. 응답자의 43.3%는 정당서 영입한 인재들이 역량이 없다고 답했다. ‘있다는 답변은 33.8%에 그쳤다. 30(52.3%)에서 과반이 넘는 응답자가 비판적인 의견을 냈다. 평가를 유보한다고 답변한 비율은 22.9%로 나타났다.

인재영입에 대한 다수의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투표할 때 사람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7(67.3%)은 지지 후보나 정당을 선택할 때 영입한 인재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매우 영향 있다고 답한 비율도 27.9%에 달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에도 선거 때마다 정당서 인재영입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실제 선거철이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권의 문을 두드린다. 법조계, 언론계, 문화·예술계 등 분야를 막론하고 금배지를 노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오는 415일 치러질 21대 국회의원 선거도 예외는 아니다. 이번 선거에는 특히 판·검사들, 법관들의 러시가 줄을 잇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번 인재영입 과정서 판사 출신 인사를 3명 영입했다. 지난 1일, 최기상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민주당의 영입인재 20호로 선정됐다. 최 전 판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을 지낸 경력도 있다. 전남 영암 출신인 최 전 판사는 광주 살레시오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선거 다가오자 너도나도 
정당들도 법관 영입 경쟁

진보 성향 판사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서 활동했으며,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공개 비판한 적 있다. 최 전 판사는 광주 등 지역구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입당식서 국민들이 법이 있어서 참 다행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사법제도를 만들고 싶다 인권 최우선 수사와 책임 있는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국민이 중심인 선진 사법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탄희 전 수원지법 안양지원 판사와 이수진 전 수원지법 부장판사를 각각 인재 10, 13호로 영입했다. 이탄희 전 판사는 지난달 19일 민주당에 합류했다. 그는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알린 인물이다.

서울 출신으로 2005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2008년 판사로 임용된 이 전 판사는 2017년 법원행정처 심의관으로 발령받은 후,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와해 계획 문서 등의 존재를 알고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당시 사직서는 반려됐다.
 

▲ 민주당 인재영입 13호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는 이수진 전 판사가 이해찬 대표와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자 이 전 판사는 다시 사직서를 제출하고 법원을 떠났다. 이후 법무부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알리는 강연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현재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서 활동 중이다.

이날 기자회견서 그는 지난 1년간 재야서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한계를 느꼈다제도권에 다시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민주당과 함께 현실정치에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양승태 까기
트렌드 됐나?

이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우리 이웃 사람들, 이 평범한 우리 대부분을 위한 사법제도를 만들어야 한다사법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비위 법관 탄핵, 개방적 사법개혁기구 설치 등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 재판을 받는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사법개혁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40년도 더 된 폐쇄적이고 제왕적인 대법원장 체제를 투명하게 바꿔나가는 사법개혁의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진 전 판사는 지난달 27일 영입인재로 민주당에 들어갔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2002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판사로 임용됐다. 2018년 현직 판사 신분으로 방송 인터뷰서 양승태 대법원의 강제징용 사건 재판지연 의혹을 제기했다. 또 양승태 대법원이 추진했던 상고법원에 반대 의사를 밝혀왔다.

이수진 전 판사는 이날 영입인재 발표식서 개혁의 대상인 법원이 스스로 개혁안을 만들고 폐부를 도려내기란 쉽지 않다법원 내부 의견을 존중하면서 동반자적 관계로 협의할 수는 있지만 결국 외부서 건강한 동력을 만들어줘야 한다. 삼권분립의 또 다른 축인 국회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말 총선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히고 법원에 사표를 내 화제가 됐던 바 있다. 당시 언론 인터뷰서 최재성 민주당 의원의 집요한 영입 요청을 받았다법원서 오랫동안 노력해 온 사법개혁 과제를 국회 입법으로 완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8 형사사건 재판을 맡았던 장동혁 전 광주지법 부장판사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으로 갔다. 장 전 판사는 대전과 충남 지역서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공직 사퇴 시한(115) 이전인 지난달 10일 사직서를 제출했다. 충남 보령 출신인 그는 대전지법, 인천지법, 서울중앙지법서 근무했고 20162018년 국회 파견을 거쳐 지난해 2월 광주지법으로 왔다.

정부 비판
직접 국회로

검사 출신들의 총선 출마 선언도 늘고 있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책 <검사내전>의 저자이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반대한 검사로 알려진 김웅 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새로운보수당(이하 새보수당)에 입당했다. 유승민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직접 영입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달 14일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에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전날인 13일에는 경찰에게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통과됐다.
 

▲ ▲

김 전 부장검사는 국민에게는 검찰 개혁이라고 속이고 결국 도착한 곳은 중국 공안이자 경찰공화국이다. 철저히 소외된 것은 국민이라며 수사권 조정안이란 것이 만들어질 때, 그 법안이 만들어질 때, 패스트트랙에 오를 때, 국회를 통과할 때, 도대체 국민은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었다.

이어 이 법안들은 개혁이 아니다. 민주화 이후 가장 혐오스러운 음모이자 퇴보다. 서민은 불리하고 국민은 더 불편해지며 수사기관의 권한은 무한정으로 확대돼 부당하다. 이른바 3불법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후 김 전 부장검사는 검찰을 떠났다.

김 전 부장검사는 지난 7YTN 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새보수당 입당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왜 새보수당으로 갔느냐는 노영희 변호사의 질문에 그는 큰 당이나 세가 있는 곳에 간다고 해서 제 가치관이나 제 주장이 다 관철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오히려 새보수당 같은 경우에는 각각의 의원님들 숫자는 적어도 다 자기 주장을 하는 곳이라며 그런 점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직접 만나 뵙고 나니 새보수당에 계시는 의원님들이 되게 진실됐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20대 국회도 법조인 많았는데 …
“정치적 중립성 훼손될까” 우려

앞서 김 전 부장은 지난 5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정치를 하려는 이유는 로 메이커(Law maker, 국회의원), 법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그걸 위해선 국회로 입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은 한국당 소속으로 청주 상당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윤 전 검사장은 지난달 21일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조국서 시작된 청와대의 부정과 비리는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오죽하면 조국이 무섭다며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도 돌아서겠느냐면서 건전하고 건강한 보수, 가슴 뜨겁고 함께 잘사는 보수를 꿈꾼다고 말했다.


유상범 전 창원지검 검사장도 한국당 소속으로 이번 총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유 전 검사장은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을 수사했다. 그는 지난 10“(정윤회 사건은)부끄러움 없는 수사였지만 적폐 검사로 몰아세운 문재인정부를 심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문재인정권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정윤회 문건 사건)을 재조사하겠다고 나선 뒤 나를 적폐 검사로 낙인찍어 연거푸 좌천인사를 냈다면서 애초부터 그들의 관심은 검찰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이들로 채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정권을 상대로 한풀이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라며 현 정부가 극단적인 편 가르기로 나라를 분열시키고 시장 경제질서를 망가뜨리는 것을 보면서 무엇이든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향인 강원 태백·횡성·영원·평창·정선 한국당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에 따르면 1차 영입인재 20명 가운데 법조인은 소병철 전 검사장, 이소영·홍정민 변호사 등 6(30%)에 달한다. 한국당도 전체 영입 인사 30명 중 8(26.7%)이 법조인이다. 참고로 20대 국회서 법조인 출신은 295명 중 49(16.6%)이었다.

판검사들의 총선 출마 러시를 보는 법조계의 시각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관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데 따른 우려가 나온다. 정욱도 대전지법 홍성지원 부장판사는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법복 정치인 비판이라는 제목의 글로 법관들의 정치권 진출을 비판했다.

부장판사
작심 토로

그는 법관의 정치성은 가급적 억제돼야 하고 불가피하게 드러낼 때조차 지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이런 자제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어떤 파국이 오는가를 우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안을 통해 똑똑히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관이 악덕을 체현하며 다른 국가기관의 통치에 참여하는 삼권분업을 시도한 것만으로도 이미 월권이라고 생각한다법관은 통치에 대한 위임을 받았을지언정 통치에 대한 참여를 위임받은 바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