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 국민연금 역할론

발칙한 반란? 요란한 변죽?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곧 ‘주총 시즌’이 시작된다. 한 달 정도 남았다. 주총에선 다양한 안건들이 상정된다. 재무제표 승인, 배당, 사내이사 선임, 정관변경 등이다. 의결 여부는 투표로 가려진다. 주목받는 주주가 있다. 바로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기금을 운용해 수익을 창출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국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이다. 운용수익은 가입자와 미래 세대 부담을 덜어준다. 매번 발표되는 기금 운용 수익률에 이목이 쏠리는 까닭이다.

수익 창출

국민연금은 국내 기업 지분도 쥐고 있다. 일반적으로 투자 일환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상장사 지분 보유 목적을 변경했다. 왜일까.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는 지난해 12월 ‘적극적 주주 활동 가이드라인’을 의결했다. 기금위는 국민연금 최고 의결 기구다.

내용은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압축된다. 국민연금은 횡령·배임·사익편취 등으로 기업가치 개선 의지가 없는 기업에 이사 해임, 정관변경 등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가이드라인은 그해 7월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후속조치였다. 경제계는 “기업 경영 압박 수단”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국민연금은 ‘중점 관리 사안’과 ‘예상치 못한 우려 사안’에 해당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한다. 중점 관리 사안은 ▲부실 배당 정책 ▲부적정한 임원 보수 ▲법령상 위반 우려 ▲정기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평가 하락 등이다.

주주 제안은 곧바로 이뤄지지 않는다. 단계별 절차가 있다. 국민연금은 대상 기업과 비공개로 대화를 시작한다. 개선이 없다면 중점 관리 기업을 지정한다. 역시 비공개다. 개선 기간은 이듬해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별다른 변화가 없을 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서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3월 ‘경영 항로’ 그리는 기업들
‘단순투자→일반투자’ 노선 변경

예상치 못한 우려 사안은 검찰·경찰 수사 이슈 등이다. 주주 제안 단계는 전자보다 짧다. 비공개 대화를 시작할 기업을 선정한 뒤, 주주 제안이 가능하다. 각 절차는 1년 단위로 추진된다. 대화 자체를 거부하거나 개선 여지가 없다면 1년 이내에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국민연금은 ‘5% 룰’ 완화로 적극적 주주 활동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5% 룰은 ‘경영 참여 목적’으로 상장사 주식 5% 이상을 취득하거나, 주주의 5% 이상 지분이 1% 이상 변동될 경우 5일 이내 변동 내역을 공시해야 한다.

지분 보유 목적은 ‘경영 참여’와 ‘단순 투자’로 한정됐다. 단순 투자는 경영 참여 목적과 달리 공시 기한 연장과 약식보고가 허용됐다. 다만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활동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주주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일반 투자’가 신설됐다. 개정안은 이달부터 시행됐다. 주주 활동 폭은 넓어졌다. 일반 투자에는 경영 참여에 해당됐던 활동이 포함됐다. ▲이사 해임 청구 ▲위법행위유지 청구 ▲보편적 지배 구조 개선 ▲배당 관련 주주 활동 등이다.
 


이사 해임 청구 등은 시행령 개정 전 경영 참여로 분류돼 보고 의무가 부여됐다. 하지만 일반 투자 목적에 해당되면서 월별 약식보고 수준으로 완화됐다. 주주 활동에 어느 정도 활로가 뚫린 셈이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는 증가했다.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민연금 지분 5% 이상 상장사는 모두 313곳이었다. 지난 2018년 말 이후 1년1개월 만에 21곳이 늘었다.

지분 10% 이상인 상장사는 96곳으로 집계됐다. 동 기간 대비 16곳 늘었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로 있는 곳도 있다. KT, 포스코, 네이버, KT&G, 신한지주, 하나지주 등 9개 사다. 2대 주주로 있는 기업도 170여곳에 이른다.

가이드라인 의결…5%룰 완화
오너 일가 재선임 시기 도래

지난 7일 국민연금은 56개 상장사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투자로 전환했다. 주목받는 회사는 ▲대림산업(12.21%) ▲효성(10%) ▲삼성물산(6.96%) ▲한진칼(4.11%) 등이다. 올해 첫 국민연금 기금위 회의는 지난 5일 열렸다. 참여연대와 민주노총 소속 기금위 위원은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효성 등에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라고 요구했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은 그룹 차원서 총수 일가 소유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업무상 배임과 횡령으로 징역을 선고받았다. 삼성물산은 제일모직 합병 과정서 합병 비율 산정 문제가 불공정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한진그룹은 경영권 다툼 국면에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 대립은 현재진행형이다. 조 회장 측 지분은 33.45%다. 조 전 부사장 측은 31.98%다. 격차가 크지 않다.

국민연금 지분은 4.11%다.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 선택에 따라 소액주주 표가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소액주주는 30.46%다.

이번 주총에서는 오너 일가 출신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도 결정된다. 지난 10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이하 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주요 대기업집단 중 17개 그룹 상장 기업 지배 주주 가운데 동일인과 그들 자녀·형제·친인척은 23명이다. 임기는 올해 만료된다. 주총에서 재선임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

적극적으로?

연구소는 ‘법령 위반과 경영권 분쟁 등 사회적 이슈가 있었던 지배주주는 올해 주총서 재선임 안건이 안정적으로 통과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한진그룹을 비롯해 대림, 효성, 롯데 그룹 지배주주 재선임 안건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 활동 강화 및 전자투표 편의성 제고에 따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