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조연’ 이재명-박원순 대권 로드맵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0:18:09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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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계파를 키워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은 국회의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원외 잠룡들에게 총선은 자기 세력이 강해지느냐, 약해지느냐가 걸린 중요한 이벤트다. 특히 당내 세력이 약한 ‘지자체장 잠룡’에게 그 중요도가 높다. <일요시사>는 여권을 대표하는 지자체장 잠룡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들의 총선 도전을 취재했다.
 

▲ 이번 21대 총선서 조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나경식 기자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군웅들이 각 지역서 할거했듯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 다수가 21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2위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종로서 맞붙는다.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장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대구·경북(TK)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잠룡 출마
승천 준비

지난 대선서 선전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역구 출마가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지난 대선서 저력을 보여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서울 및 수도권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들은 21대 총선의 ‘주연’격이다. 선거 결과가 이들의 대권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지지율 상승이다. 또 다음 대선까지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미디어의 관심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당내서 자기 세력을 다질 수 있다. 이는 대권행을 위한 필수요소다.

반면 지자체장 잠룡들은 21대 총선의 ‘조연’격이다. 현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선거판을 뛸 수가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60일 전인 15일부터 지자체장이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고 알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천타천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 지사는 문재인 당시 후보와 경선서 맞붙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이후 최초의 3선 시장에 올랐다. 두 지자체장 잠룡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이제 대권뿐이다.

이번 총선은 두 지자체장 잠룡에게도 중요하다. 바로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두 잠룡의 공통점이다. 서울과 경기도 인구가 국내 전체 유권자수 절반에 육박함에도, 정치권이 두 잠룡의 대권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다.

이·박 “기반 약하다” 극복할까
대선 전 ‘세 확장’ 마지막 기회

두 잠룡의 운명은 과연 이번 21대 총선서 얼마나 많은 수의 측근들이 여의도에 입성하느냐에 달여 있다. 소위 말하는 ‘이재명계’와 ‘박원순계’가 얼마나 세를 확장할까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

두 잠룡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 다수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원내 인사는 정성호, 유승희, 제윤경, 김병욱, 김영진 의원 등이다. 

정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18기)로 19대 대선 당시 이재명캠프 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3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내가 이재명계가 아니고 이재명이 내 계보라고 해야 맞다. 내가 이 지사의 정치적 멘토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계 인사들로 분류되는 유승희, 정성호 의원 ⓒ나경식 기자

유 의원 역시 19대 대선 당시 이재명캠프서 활동했다. 그는 이 지사가 당내 세력이 부족함에도 민주당 대권주자로 올라서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제 의원은 이재명캠프 대변인을 맡았었다.

김병욱 의원은 이 지사와 함께 시민활동을 하며 인연을 쌓았다. 그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 입문 과정에 이 지사가 많은 조언을 해줬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김영진 의원은 이 지사의 대학 후배다.

이들의 총선 생환이 이재명계의 유지를 의미한다면 이 지사 측근 원외 인사들의 당선은 이재명계의 확장을 의미한다. 현재 이 지사와 인연이 있는 다수 측근들이 출마 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재명계
생환하나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김용 경기 분당갑 예비후보로 경기도 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다. 관가에선 ‘이재명의 복심’으로 불린다. 경기도청 재직 당시 ‘24시간 닥터헬기’ ‘계곡 하천 정비’ 등 경기도의 주요 정책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사표를 내고 경기 분당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는데 이 지역은 이 지사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린다. 이 지사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이 지역에 출마했으나 석패한 바 있다.  

이화영 경기 용인갑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입과 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된 후 이 지사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해당 지역구는 한국당 이우현 의원이 지난해 5월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7년형을 확정 받으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조계원 전남 여수갑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그는 경기도 정책수석으로 이 지사와 함께 일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여수시민회관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당시 조 예비후보는 자신을 이재명의 머리라고 소개한 뒤 “경기도 발전에 기여한 것처럼 여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종덕 경기 여주·양평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변호인’이다. 지난해 12월 백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 지사는 ‘나의 수호천사’라고 그를 소개했다. 변호사인 백 예비후보는 앞서 이 지사의 항소심서 적용된 선거법 250조1항(허위사실공표죄)이 모호하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박원순계
측면 지원

이 외에도 광명갑에 출마한 김경표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의정부을의 임근재 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상임이사, 안성의 이규민 전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사무총장, 포천·가평의 이철휘 전 포천·가평 지역위원장 등이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박원순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내 박원순계가 생환하고, 원외 박원순계가 여의도에 입성해 세를 확장해야 한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자신들의 세 부족을 실감했던 박원순계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기동민, 남인순, 박홍근, 김영호 의원 등이 대표적인 박원순계 현역 의원들로 이들은 서울 지역 출마가 예상된다.
 

▲ ▲▲ 박원순계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남인순·기동민 의원

기 의원은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쳐 정무부시장을 지냈으며 지역구는 서울 성북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중랑구선거대책본부 공동본부장 출신인 박 의원은 중랑을, 비서실장이었던 김 의원은 서대문을,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남 의원은 송파병을 각각 지역구로 하고 있다. 

박원순계 원외 인사들은 총선 준비로 분주하다. 박양숙 충남 천안병 예비후보는 서울시 정무수석을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 경선 단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최종윤 경기 하남 예비후보는 박 예비후보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정무수석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최 예비후보가 북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박 시장 부인인 강난희 여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원내 ‘생환’ 원외 ‘당선’
부시장·비서실장 다수 포진

강 여사는 최 예비후보에 대해 “박 시장 곁에서 늘 격무로 함께하던 사람으로 늘 긍정의 에너지로 주위를 밝게 해주시는 분”이라며 “과거와 미래 자신의 주변까지 성찰하시는 분인 그는 주변을 보살피고 우리사회를 따뜻하고 배려 깊은 사회로 만들어주실 분”이라고 소개했다. 

민병덕 경기 안양동안갑 예비후보는 박 시장의 변호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5년에는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16명을 고발했으며, 2017년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두 차례 이 지역에 출마했다가 당내 경선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들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윤준병 전북 정읍·고창 예비후보는 서울시 전 행정부시장을 지냈다. 윤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박 시장은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향인 정읍·고창이 이분을 통해 많은 발전을 거뒀으면 하는 의미서 정치인이 될 것을 적극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원이 전남 목포 예비후보는 서울시 전 정무부시장 출신이다. 박 시장은 김 예비후보의 정무부시장 퇴임식서 “김 부시장이 그리워질 것 같다”며 “다음에 서울시로 올 때는 서울시가 국정감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축하했다.

행사 참석
선전 기원

비서실장들도 나섰다. 허영 강원 춘천 예비후보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박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박 시장은 허 예비후보의 북콘서트에 참석하는 애정을 보였다. 천준호 서울 강북갑 당협위원장은 서울 강북갑에 출마한다. 허 예비후보와 마찬가지로 비서실장 출신인 그는 박 시장의 ‘정치적 아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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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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