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조연’ 이재명-박원순 대권 로드맵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0:18:09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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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계파를 키워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은 국회의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원외 잠룡들에게 총선은 자기 세력이 강해지느냐, 약해지느냐가 걸린 중요한 이벤트다. 특히 당내 세력이 약한 ‘지자체장 잠룡’에게 그 중요도가 높다. <일요시사>는 여권을 대표하는 지자체장 잠룡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들의 총선 도전을 취재했다.
 

▲ 이번 21대 총선서 조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나경식 기자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군웅들이 각 지역서 할거했듯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 다수가 21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2위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종로서 맞붙는다.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장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대구·경북(TK)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잠룡 출마
승천 준비

지난 대선서 선전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역구 출마가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지난 대선서 저력을 보여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서울 및 수도권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들은 21대 총선의 ‘주연’격이다. 선거 결과가 이들의 대권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지지율 상승이다. 또 다음 대선까지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미디어의 관심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당내서 자기 세력을 다질 수 있다. 이는 대권행을 위한 필수요소다.

반면 지자체장 잠룡들은 21대 총선의 ‘조연’격이다. 현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선거판을 뛸 수가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60일 전인 15일부터 지자체장이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고 알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천타천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 지사는 문재인 당시 후보와 경선서 맞붙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이후 최초의 3선 시장에 올랐다. 두 지자체장 잠룡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이제 대권뿐이다.

이번 총선은 두 지자체장 잠룡에게도 중요하다. 바로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두 잠룡의 공통점이다. 서울과 경기도 인구가 국내 전체 유권자수 절반에 육박함에도, 정치권이 두 잠룡의 대권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다.

이·박 “기반 약하다” 극복할까
대선 전 ‘세 확장’ 마지막 기회

두 잠룡의 운명은 과연 이번 21대 총선서 얼마나 많은 수의 측근들이 여의도에 입성하느냐에 달여 있다. 소위 말하는 ‘이재명계’와 ‘박원순계’가 얼마나 세를 확장할까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

두 잠룡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 다수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원내 인사는 정성호, 유승희, 제윤경, 김병욱, 김영진 의원 등이다. 

정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18기)로 19대 대선 당시 이재명캠프 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3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내가 이재명계가 아니고 이재명이 내 계보라고 해야 맞다. 내가 이 지사의 정치적 멘토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계 인사들로 분류되는 유승희, 정성호 의원 ⓒ나경식 기자

유 의원 역시 19대 대선 당시 이재명캠프서 활동했다. 그는 이 지사가 당내 세력이 부족함에도 민주당 대권주자로 올라서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제 의원은 이재명캠프 대변인을 맡았었다.

김병욱 의원은 이 지사와 함께 시민활동을 하며 인연을 쌓았다. 그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 입문 과정에 이 지사가 많은 조언을 해줬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김영진 의원은 이 지사의 대학 후배다.

이들의 총선 생환이 이재명계의 유지를 의미한다면 이 지사 측근 원외 인사들의 당선은 이재명계의 확장을 의미한다. 현재 이 지사와 인연이 있는 다수 측근들이 출마 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재명계
생환하나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김용 경기 분당갑 예비후보로 경기도 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다. 관가에선 ‘이재명의 복심’으로 불린다. 경기도청 재직 당시 ‘24시간 닥터헬기’ ‘계곡 하천 정비’ 등 경기도의 주요 정책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사표를 내고 경기 분당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는데 이 지역은 이 지사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린다. 이 지사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이 지역에 출마했으나 석패한 바 있다.  

이화영 경기 용인갑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입과 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된 후 이 지사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해당 지역구는 한국당 이우현 의원이 지난해 5월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7년형을 확정 받으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조계원 전남 여수갑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그는 경기도 정책수석으로 이 지사와 함께 일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여수시민회관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당시 조 예비후보는 자신을 이재명의 머리라고 소개한 뒤 “경기도 발전에 기여한 것처럼 여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종덕 경기 여주·양평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변호인’이다. 지난해 12월 백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 지사는 ‘나의 수호천사’라고 그를 소개했다. 변호사인 백 예비후보는 앞서 이 지사의 항소심서 적용된 선거법 250조1항(허위사실공표죄)이 모호하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박원순계
측면 지원

이 외에도 광명갑에 출마한 김경표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의정부을의 임근재 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상임이사, 안성의 이규민 전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사무총장, 포천·가평의 이철휘 전 포천·가평 지역위원장 등이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박원순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내 박원순계가 생환하고, 원외 박원순계가 여의도에 입성해 세를 확장해야 한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자신들의 세 부족을 실감했던 박원순계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기동민, 남인순, 박홍근, 김영호 의원 등이 대표적인 박원순계 현역 의원들로 이들은 서울 지역 출마가 예상된다.
 

▲ ▲▲ 박원순계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남인순·기동민 의원

기 의원은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쳐 정무부시장을 지냈으며 지역구는 서울 성북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중랑구선거대책본부 공동본부장 출신인 박 의원은 중랑을, 비서실장이었던 김 의원은 서대문을,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남 의원은 송파병을 각각 지역구로 하고 있다. 

박원순계 원외 인사들은 총선 준비로 분주하다. 박양숙 충남 천안병 예비후보는 서울시 정무수석을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 경선 단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최종윤 경기 하남 예비후보는 박 예비후보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정무수석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최 예비후보가 북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박 시장 부인인 강난희 여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원내 ‘생환’ 원외 ‘당선’
부시장·비서실장 다수 포진

강 여사는 최 예비후보에 대해 “박 시장 곁에서 늘 격무로 함께하던 사람으로 늘 긍정의 에너지로 주위를 밝게 해주시는 분”이라며 “과거와 미래 자신의 주변까지 성찰하시는 분인 그는 주변을 보살피고 우리사회를 따뜻하고 배려 깊은 사회로 만들어주실 분”이라고 소개했다. 

민병덕 경기 안양동안갑 예비후보는 박 시장의 변호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5년에는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16명을 고발했으며, 2017년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두 차례 이 지역에 출마했다가 당내 경선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들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윤준병 전북 정읍·고창 예비후보는 서울시 전 행정부시장을 지냈다. 윤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박 시장은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향인 정읍·고창이 이분을 통해 많은 발전을 거뒀으면 하는 의미서 정치인이 될 것을 적극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원이 전남 목포 예비후보는 서울시 전 정무부시장 출신이다. 박 시장은 김 예비후보의 정무부시장 퇴임식서 “김 부시장이 그리워질 것 같다”며 “다음에 서울시로 올 때는 서울시가 국정감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축하했다.

행사 참석
선전 기원

비서실장들도 나섰다. 허영 강원 춘천 예비후보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박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박 시장은 허 예비후보의 북콘서트에 참석하는 애정을 보였다. 천준호 서울 강북갑 당협위원장은 서울 강북갑에 출마한다. 허 예비후보와 마찬가지로 비서실장 출신인 그는 박 시장의 ‘정치적 아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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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