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조연’ 이재명-박원순 대권 로드맵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0:18:09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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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계파를 키워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은 국회의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원외 잠룡들에게 총선은 자기 세력이 강해지느냐, 약해지느냐가 걸린 중요한 이벤트다. 특히 당내 세력이 약한 ‘지자체장 잠룡’에게 그 중요도가 높다. <일요시사>는 여권을 대표하는 지자체장 잠룡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측근들의 총선 도전을 취재했다.
 

▲ 이번 21대 총선서 조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나경식 기자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군웅들이 각 지역서 할거했듯 차기 대권을 노리는 잠룡 다수가 21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2위인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종로서 맞붙는다. 지역주의 타파의 선봉장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대구·경북(TK)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사실상 확정됐다. 

잠룡 출마
승천 준비

지난 대선서 선전한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역구 출마가 예상된다. 마찬가지로 지난 대선서 저력을 보여준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서울 및 수도권 출마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들은 21대 총선의 ‘주연’격이다. 선거 결과가 이들의 대권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바로 지지율 상승이다. 또 다음 대선까지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기회를 엿볼 수도 있다. 미디어의 관심도 높아진다. 무엇보다 당내서 자기 세력을 다질 수 있다. 이는 대권행을 위한 필수요소다.

반면 지자체장 잠룡들은 21대 총선의 ‘조연’격이다. 현직을 포기하지 않는 한 선거판을 뛸 수가 없다.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직위를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60일 전인 15일부터 지자체장이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고 알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천타천 여권 내 유력 대권주자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이 지사는 문재인 당시 후보와 경선서 맞붙었다. 박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이후 최초의 3선 시장에 올랐다. 두 지자체장 잠룡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은 이제 대권뿐이다.

이번 총선은 두 지자체장 잠룡에게도 중요하다. 바로 당내 세력이 약하다는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치’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두 잠룡의 공통점이다. 서울과 경기도 인구가 국내 전체 유권자수 절반에 육박함에도, 정치권이 두 잠룡의 대권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다.

이·박 “기반 약하다” 극복할까
대선 전 ‘세 확장’ 마지막 기회

두 잠룡의 운명은 과연 이번 21대 총선서 얼마나 많은 수의 측근들이 여의도에 입성하느냐에 달여 있다. 소위 말하는 ‘이재명계’와 ‘박원순계’가 얼마나 세를 확장할까라는 질문과 맥을 같이 한다.

두 잠룡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 다수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원내 인사는 정성호, 유승희, 제윤경, 김병욱, 김영진 의원 등이다. 

정 의원은 이 지사와 사법연수원 동기(18기)로 19대 대선 당시 이재명캠프 총괄본부장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유명하다. 그는 지난해 3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서 “내가 이재명계가 아니고 이재명이 내 계보라고 해야 맞다. 내가 이 지사의 정치적 멘토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 더불어민주당 내 이재명계 인사들로 분류되는 유승희, 정성호 의원 ⓒ나경식 기자

유 의원 역시 19대 대선 당시 이재명캠프서 활동했다. 그는 이 지사가 당내 세력이 부족함에도 민주당 대권주자로 올라서는 데 기여한 일등공신으로 평가된다. 제 의원은 이재명캠프 대변인을 맡았었다.


김병욱 의원은 이 지사와 함께 시민활동을 하며 인연을 쌓았다. 그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자신의 정치 입문 과정에 이 지사가 많은 조언을 해줬다는 말을 한 바 있다. 김영진 의원은 이 지사의 대학 후배다.

이들의 총선 생환이 이재명계의 유지를 의미한다면 이 지사 측근 원외 인사들의 당선은 이재명계의 확장을 의미한다. 현재 이 지사와 인연이 있는 다수 측근들이 출마 선언을 했거나 준비 중이다.

이재명계
생환하나

가장 먼저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김용 경기 분당갑 예비후보로 경기도 대변인을 역임한 바 있다. 관가에선 ‘이재명의 복심’으로 불린다. 경기도청 재직 당시 ‘24시간 닥터헬기’ ‘계곡 하천 정비’ 등 경기도의 주요 정책에 참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사표를 내고 경기 분당갑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는데 이 지역은 이 지사의 정치적 고향으로 불린다. 이 지사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이 지역에 출마했으나 석패한 바 있다.  

이화영 경기 용인갑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입과 발’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임명된 후 이 지사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해당 지역구는 한국당 이우현 의원이 지난해 5월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7년형을 확정 받으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조계원 전남 여수갑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브레인’으로 통한다. 그는 경기도 정책수석으로 이 지사와 함께 일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여수시민회관서 출판기념회를 열었을 당시 조 예비후보는 자신을 이재명의 머리라고 소개한 뒤 “경기도 발전에 기여한 것처럼 여수 발전을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백종덕 경기 여주·양평 예비후보는 이 지사의 ‘변호인’이다. 지난해 12월 백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 지사는 ‘나의 수호천사’라고 그를 소개했다. 변호사인 백 예비후보는 앞서 이 지사의 항소심서 적용된 선거법 250조1항(허위사실공표죄)이 모호하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박원순계
측면 지원

이 외에도 광명갑에 출마한 김경표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이사장, 의정부을의 임근재 전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상임이사, 안성의 이규민 전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 사무총장, 포천·가평의 이철휘 전 포천·가평 지역위원장 등이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박원순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원내 박원순계가 생환하고, 원외 박원순계가 여의도에 입성해 세를 확장해야 한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자신들의 세 부족을 실감했던 박원순계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기동민, 남인순, 박홍근, 김영호 의원 등이 대표적인 박원순계 현역 의원들로 이들은 서울 지역 출마가 예상된다.
 

▲ ▲▲ 박원순계 더불어민주당 현역 의원인 남인순·기동민 의원

기 의원은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을 거쳐 정무부시장을 지냈으며 지역구는 서울 성북을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중랑구선거대책본부 공동본부장 출신인 박 의원은 중랑을, 비서실장이었던 김 의원은 서대문을, 상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남 의원은 송파병을 각각 지역구로 하고 있다. 

박원순계 원외 인사들은 총선 준비로 분주하다. 박양숙 충남 천안병 예비후보는 서울시 정무수석을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는 민주당 경선 단계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최종윤 경기 하남 예비후보는 박 예비후보와 마찬가지로 서울시 정무수석 출신으로 지난해 12월 최 예비후보가 북콘서트를 열었을 당시 박 시장 부인인 강난희 여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원내 ‘생환’ 원외 ‘당선’
부시장·비서실장 다수 포진

강 여사는 최 예비후보에 대해 “박 시장 곁에서 늘 격무로 함께하던 사람으로 늘 긍정의 에너지로 주위를 밝게 해주시는 분”이라며 “과거와 미래 자신의 주변까지 성찰하시는 분인 그는 주변을 보살피고 우리사회를 따뜻하고 배려 깊은 사회로 만들어주실 분”이라고 소개했다. 

민병덕 경기 안양동안갑 예비후보는 박 시장의 변호인 역할을 해왔다. 지난 2015년에는 박 시장 아들의 병역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 16명을 고발했으며, 2017년에는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박원순 제압 문건’ 사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앞서 그는 두 차례 이 지역에 출마했다가 당내 경선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들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윤준병 전북 정읍·고창 예비후보는 서울시 전 행정부시장을 지냈다. 윤 예비후보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박 시장은 “정말 일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고향인 정읍·고창이 이분을 통해 많은 발전을 거뒀으면 하는 의미서 정치인이 될 것을 적극 추천했다”고 밝혔다.

김원이 전남 목포 예비후보는 서울시 전 정무부시장 출신이다. 박 시장은 김 예비후보의 정무부시장 퇴임식서 “김 부시장이 그리워질 것 같다”며 “다음에 서울시로 올 때는 서울시가 국정감사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축하했다.

행사 참석
선전 기원

비서실장들도 나섰다. 허영 강원 춘천 예비후보는 2016년 7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박 시장의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박 시장은 허 예비후보의 북콘서트에 참석하는 애정을 보였다. 천준호 서울 강북갑 당협위원장은 서울 강북갑에 출마한다. 허 예비후보와 마찬가지로 비서실장 출신인 그는 박 시장의 ‘정치적 아들’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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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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